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30
231화 나눔의 미덕이냐 착한 독점이냐
‘초월자랑은 언젠가는 붙어 볼 날이 있을 테니까.’
안 그래도 자신을 노리는 초월자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진우다.
그중에는 대지모신처럼 좋은 의미로 봐 주는 초월자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지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초월자라고 제대로 붙어 본 거라고는 패널티가 적용된 상태로 넘어왔던 니드호그가 전부였을 뿐.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수호자 보스는 실로 적절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초월자가 패널티를 감수하지는 않을 테니.’
10배의 강함을 다룰 수 있게되는 데미 갓의 효과.
이론상으로야 굉장히 강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겪어본 것과는 천지 차이인 법이기 마련이다.
‘괜히 10배가 아니라는 거지.’
진우가 강하면 강할수록 막대한 힘을 주는 옵션.
뭐, 여전히 초월자에게만 적용된다는 게 흠이기는 해도 늘 그렇듯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밖에 없을 터.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신용도가 300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신성한 세계수의 비밀을 밝힌 자’] [신용도가 500 상승합니다.] [칭호-신성한 유물 탐구자(초월)을 획득합니다.] [신성한 유물 탐구자(초월)]* 분류 : 칭호
* 모든 능력치+10
※ 신성한 유물의 주인 : 신성한 유물을 손에 넣었을 때 진정한 힘을 각성합니다.(각성 전)
– 신성한 유물을 탐구해 낸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막대한 수치의 능력치를 부여해 줍니다. 단, 아직 진정한 힘을 각성하기에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유물 던전을 클리어함으로써 달성하게 된 업적과 추가로 획득한 칭호까지.
추가로 붙어 있는 조건에 의해 특별한 기능은 따로 없었지만, 모든 능력치+10.
이 수치만으로도 까놓고 말해서 ‘초월’등급 칭호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다가 어떻게든 운 좋게 조건까지 충족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실제로 칭호를 얻은 다른 드루이드 일행들도 이 부분에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눈치다.
다만 좋은 경우가 있다면 반대로 나쁜 경우도 있기 마련인 법이라고 했던가?
초월자와 맞붙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과 나쁘지 않은 칭호를 얻기는 했으나 욕심에 끝이 없는 것은 인간 외에도 잔나비, 여우 일족 등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전리품을 확인했을 때의 반응은 하나같이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이, 이게 뭐야?”
모든 핵이 파괴된 탓에 그저 튼튼한 금속 덩어리가 되었을 뿐인 수호자 거신병‘이었던’ 부품들.
허나,
[고대의 금속 튀르케(유니크)]* 분류 : 재료
– 지금은 찾기 힘든 고대의 금속 튀르케입니다. 마나의 이동을 막힘없이 원활하게 해 주는 데 특화되어 있으나 한 번 품고 있는 마나를 잃게 되면 급속도로 약화됩니다.
※ 파손된 탓에 초월 등급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초월자의 몸을 이루고 있던 것치고는 ‘유니크’등급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등급.
물론 그 이유가 버젓이 설명 부분에 적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납득이 되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법칙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어처구니가 없는 전리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오백년 전에 정복했던 유물 던전도 이것보다는 좋은 걸 줬었다고.”
그러한 감정은 순전히 진우만 가진 것은 아닌 듯.
여러모로 불만을 토로하는 드루이드 일행들.
추가로 덧붙여 가장 큰 문제도 있었으니,
“유물 던전은 따로 보물상자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없을 리가 있겠어? 저런 수호자들이 떡하니 지키고 있는 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런데 왜 여기는 뒤가 텅텅 빈 거죠?”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심정이구나.”
던전에 보스방이 있다면 그것을 클리어했을 때 얻게 될 값진 보상들이 가득한 보물상자가 있는 것은 예견된 일일 터.
하지만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은 따로 보물상자가 있는 곳 없이 보스방이 끝이다.
그야말로 고생해서 초월자급의 수호자를 쓰러트렸는데, 전리품은 강등되고 보상은 없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진우는 이러한 이유와 진실을 금세 알게 되었다.
[고대의 영혼 – 웜프 -]※ 주시하는 자 웜프 : 환경이나 현재 눈 상태에 상관없이 주변의 시야가 대폭 늘어납니다. 추가로 은밀히 숨겨진 함정을 파훼할 수도 있으며, 운이 좋다면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은밀히 숨겨진 함정은 물론이요,
약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물까지도 찾아내는 주시하는 자 웜프.
하지만 워낙 강력한 보상이 잠들어 있던 영향인 것일까?
주시하는 자 웜프만으로는 흐릿하게 보일랑말랑 했지만 진우에게는 고대의 영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칭호, 구원자(초월)의 사용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꺾이지 않는 의지를 통해 강렬한 행운이 적용됩니다.]별다른 능력치도, 딱히 특별한 옵션 없이 그저 막대한 행운을 선사해 주는 초월 등급의 칭호인 구원자의 적지 않은 도움.
그 힘을 이어 받은 덕분인지 흐릿했던 글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렷해지며 진우에게 보상의 진실을 알려 주었으니,
[고대의 금속 튀르케(유니크)]※ 파손된 탓에 초월 등급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 중요! 내부에 순도 100%의 튀르케 덩어리가 차원을 이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을 찾아냈을 때도 그랬지만 등잔 밑이 괜히 어둡겠는가?
잊혀진 초월자이기도 했던 박살 난 거신병이 지키고자 했던 것.
그것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지키는 것도 멀리 있을 필요가 없다.
애시당초에 가장 안전한 장소는 스스로이지 않던가?
‘사망…… 정확히는 파괴된 거신병이 보물상자 그 자체인 셈이네.’
말그대로 거신병의 몸 안에 숨겨진 보물상자.
그것을 완전히 인지하자 진우의 눈에는 어느덧 새로운 세상에 펼쳐진다.
[고대의 차원 튀르케 – 파악 불가능할 정도로 넓음(초월)]*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거신병의 인정을 받은 자(조건 충족됨)
* 4/∞
* 무한에 가까운 물품을 보관합니다. 원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시 꺼낼 수 있습니다. 부피 및 무게를 따지지 않고 전부 받아들입니다.
※ 중력 조절 : 마법의 차원 속의 중력을 조정합니다.
※ 온도 조절 : 마법의 차원 속의 온도를 조정합니다.
※ 절대 경량화 : 내부에 얼마나 많은 물건이 있어도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됩니다.
용혈 가방의 극극 상위호환이라고 봐도 무방한 마법의 가방.
아니, 마법의 차원이나 마찬가지인 유물.
솔직한 말로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에서 고생한 보람에 대한 뽕은 다 뽑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무한의 무게라니.’
헌터라면 누구나 혹할 수 밖에 없는 가방의 제한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해 준다는 점.
또한 단순히 사냥을 하는 헌터에게만 찰떡으로 좋은 것이 아니다.
예컨대 농사를 짓는 탓에 사시사철 내내 농작물을 보관해야 하는 진우로서는 획기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
더군다나 그것만으로 끝이면 진우의 입가가 절로 씰룩이지는 않았을 거다.
‘유물 안에 이미 물건이 있다.’
* 4/∞
아직 아무것도 넣지 않았음에도 내부에 4개의 물품을 보관 중인 상태라는 표시.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정도 되는 물건.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의 보상답게 안에 있는 것도 결코 범상치 않은 건 안 봐도 비디오일 터.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딱 하나뿐이다.
“칭호랑 신용도도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부족한데.”
“잘 찾아봐. 어디에 장치로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거야. 설마 진짜 이걸로 끝이겠어?”
“없어. 웜프를 눈에 새겼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빌어먹을. 샤카가 저렇게 말할 정도만 말 다한거 아니야?”
진우와 함께 힘겹게 이곳 유물 던전을 공략한 드루이드 일행들.
자고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것이 미덕이라고 도덕 시간에 배우지 않았던가?
때마침 안에 있는 물건도 딱 4개겠다.
가방까지 포함하면 5개로 정확하게 1개씩 나누면 딱 좋은 숫자.
“아! 진우야. 혹시 대지모신께서는 아는게 없으시다고 하시든?”
“대지모신님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오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유물 던전의 끝까지 인도해 준 여신님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 각각 수 천살 먹은 드루이드들.
허나,
“대지모신님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아아…….”
“망했군.”
“됐어. 칭호가 있잖나. 800에 달하는 신용도도 있고. 이 정도면 웬만한 상점의 물품은 싹쓸이하고도 남을 정도의 풍족함이니까.”
“그, 그건 그렇지.”
본디 기쁨이란 나누는 것보다 독점하는 것이 진리인 법.
어차피 찾을 수 있는 것도 진우 뿐이겠다.
‘죄송합니다 선배님들. 대신에 맛난 요리랑 디저트 대접해 드릴게요.’
입 싹 닫고 차원 가방과 그 안에 있는 4개의 물품까지 전부 꿀꺽 하기로 결정을 내린 진우였다.
* * *
하나같이 초월 등급으로 예상되는 물건들을 굳이 나누는 선택보다는 독점을 선택한 점.
누가 보더라도 노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우라고 해서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아니면 발견도 못했을 테니까.’
강화된 웜프의 효과로 인한 눈과 구원자 칭호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보상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오로지 진우뿐.
양심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넘쳐도 역효과를 내는 것이 양심이란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진우도 초월 등급의 아이템은 아니어도 나름의 대접은 충분히 해 줄 수 있다.
“더 드릴까요?”
“오오오! 고맙다 진우야!”
단순한 먹을거리에 불과하지만, 재료가 최고급이고 최고의 도구인 엘드룸니르로 조리해 낸 요리는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조화를 중시하는 어머니의 숲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조미료를 첨가해 낸 한식과 양식, 일식과 중식.
거기에 더해 퓨전 음식에다가 디저트까지 골고루 챙겨 준다.
“이런 달콤한 맛은 처음이야. 꿀을 먹어 본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달콤한 꿀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다 공급 수단이 있죠.”
“멍청하기는. 진우가 괜히 체르랑 친하게 지내겠어?”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시비 털지 말고 조용히 먹자 유인원?”
“아하하…….”
여우 일족.
엄연히 수인이지만 개과에 속하는 여우에다가 척 보기에도 원숭이 수인인 잔나비.
이런 걸 보면 견원지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 듯싶기도 하다.
사이가 좋아지듯 싶다가도 조금만 틀어지면 서로 물고 늘어지기 바쁘니 원.
“저 둘은 원래 저러니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래. 진우도 요리만 하지 말고 좀 먹는 편이 좋지 않겠나?”
“저는 괜찮습니다. 쉽게 지치지 않아서요.”
“허허허, 역시 젊음이 좋구만. 하긴, 나 30살 때에는 지치고 그러는 것도 없었지.”
“26살이요.”
“흠흠, 그래. 26살이지, 암.”
어딜 사람의 나이를 또다시 계란 한 판으로 반올림하려고.
가뜩이나 반오십 소리 듣는 것도 사양인 판국에 말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받아도 괜찮은 거야?”
“그러게. 약속했다고는 해도 이거 너무 좋은 걸 대접받은 거 같은데. 재료값도 장난 아닐 것 같고.”
“괜찮습니다. 같이 목숨을 걸고 원정을 나섰던 멤버 아닙니까?”
“…….”
이미 받은 게 너무 커서 양심상 말한 건데 어째 감동이라도 받은 듯 조용해진 이들.
가끔 이런 걸 보면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감성적이게 된다는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인 듯 싶긴 하다.
뭐, 기본이 수천 살 먹은 이들이니 이런 것도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려나?
“어, 어린 녀석이 재주도 좋게 말하네. 아! 이참에 우리 마을에 놀러 와 볼래?”
“어허, 순서 지켜. 진우는 우리 마을부터 오기로 약속했거든?”
“뭐래, 얘 진우야. 포우포포가 있는 너구리 마을은 노땅들만 가득해. 너도 어쨌든 수컷인데, 예쁜 게 좋지 않겠어?”
“겉모습만 아름다워서 뭐 하겠나. 괜히 갔다가 정기 빨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돼.”
“우리 얘들을 뭘로 보고! 내 친우를 건드리겠냐고!”
어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우를 마을로 데려가려는 속셈을 하나둘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
마음 같아서는 잔나비 마을에 갔었던 것처럼 한 번 찾아가서 인맥을 다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적어도 그건 지금 당장 이루어지기엔 요원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궁금해, 너무 궁금해!’
차원 가방 안에 있는 4개의 물건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인 입장.
그렇다고 여기서 대뜸 꺼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제가 일이 좀 밀려 있어서요. 시간이 되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려!”
식사도 배 터지게 대접해 줬겠다.
진우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특히나 드루이드들에게 걸릴 일 없을 고향.
지구로 빤스런을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