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29
230화 데미 갓
“기가 막히는군. 이렇게까지 수월하게 가게 될 줄이야. 며칠은 고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보통은 이쯤 되면 함정 한두 개는 밟고도 남았을걸.”
“이게 다 대지모신님이 인도해 주기 때문 아니겠나?”
“물론 유능한 인간의 도움도 빠질 수 없고.”
“고럼, 고럼.”
하나같이 오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숲의 종족의 드루이드들이기 때문일까?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 이전에도 몇몇 유물 던전에 대한 공략 경험들은 진우를 제외하고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편이다.
뭐, 지금 공략 중인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보다는 몇 급은 아래에 속하는 곳들이었겠으나 던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을 함정들은 다 겪어 봤을 터.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물 던전의 난이도는 확실히 무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출현하던 골렘 하나하나마다 무시할 수 없는 내구성과 파괴력을 자랑하는 거물급의 수호병이요,
광활하게 펼쳐진 꼼수조차 통하지 않는 미로까지 평상시였더라면 상당히 골치가 아팠을 일.
헌데 지금은 어떠한가?
“생각해 보면 골렘도 처음에야 어려웠지. 이제는 그렇게 까다롭지도 않다니까.”
“진우의 요리를 먹은 후부터 더 쉽게 느껴지지 않나?”
“동감이야.”
“요리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한 거로군.”
“솔직히 적혀있는 효과만 봐도 알 수 있잖아. 평범한 음식은 아니라는 거.”
“그건 맞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나아가는 속도.
처음에는 상당히 까다로웠던 골렘도 이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뿐더러 함정은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깜깜무소식이다.
마치 지도를 보고 이동하는 듯한 기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부 다 진우와 대지모신님께서 알려 주시는 덕분일 터.
그 영향으로 어느덧 끝이 안 보이던 미로 속에서도 종착점에 도달한다.
“드디어……!”
무려 신성한 세계수에서 발견된 유물 던전이다.
보상의 가치가 높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러다 보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당장에라도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 나가고 싶은 심정.
허나,
“아직 안 됩니다.”
“응?”
“대지모신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 건 딱 미로의 탈출 부분까지만이거든요.”
“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게이트든 유물 던전이든 어딜 가나 최종장.
보상이 가득한 곳은 흔히들 이렇게도 불린다.
보스방.
게이트로 치면 무색무취의 내부의 핵이 자리해 있는 곳.
당연하게도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골렘.
수호병의 크기는 지금까지 마주했던 그 어떤 녀석들과도 비교할 수 없다.
쿠릉- 쿠르르르릉-!!!
[수호자 거신병]“서, 설마 저게 보스인 건 아니지?”
“척 보면 모르겠냐. 안 봐도 보스잖아.”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끝에 이런 놈이 있었어? 아, 물론 진우 널 탓하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마음 상한 건 아니지?”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골렘들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핵은 개체마다 하나씩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눈앞의 거신병에게 표시되어 있는 핵은 그 개수만 해도 자그마치 8개.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양.
당연하게도 그 핵들을 하나하나 부수는 것도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할 터.
하지만 일행들이 전부 다 진땀을 빼고 있는 와중에도 진우는 되레 웃을 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호자 거신병(잊혀진 초월자)]수호자 거신병.
그 뒤에 붙어 있는 익숙하면서도 본래 있어서는 안 될 ‘초월자’란 표시.
앞에 ‘잊혀진’이라는 것이 붙어 있는 게 조금 찜찜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건 적용의 여부인 법.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칭호-데미 갓(초월)의 효과가 적용됩니다.]눈앞에 대놓고 떠오른 적용 되었다는 표시.
씨익.
날아다니는 실력자들이 가득한 어머니의 숲.
그곳에서 기여도를 독식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나 다름없었다.
* * *
초월 등급의 칭호 데미 갓.
등급에 걸맞지 않게 적용이 되는 대상자는 오로지 ‘초월자’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흠이긴 해도 그 정도는 가볍게 웃고 넘어가 줄 수 있을 정도로 지니고 있는 효과 하나만큼은 끝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미 갓(초월)]※ 반신의 힘 : 초월자를 상대로 할 때 모든 능력치가 1,000%만큼 상승합니다. 단, 초월자가 될 경우 반신의 힘, ‘데미 갓’칭호는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무려 1,00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본래 힘의 10배를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기적인 능력.
뭐, 여태껏 마주했던 초월자들의 힘을 감안하면 필멸자로서 그렇게까지 파격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스가르드의 염소인 헤이드룬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모든 초월자들이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들이 죄다 네 자릿수를 넘어가는 괴물들이지 않던가?
하지만 진우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작물 먹고 대지모신과 정령왕들과의 인맥으로 필멸자치고는 상당한 능력치를 갖춘 상태.
무엇보다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방편도 존재한다.
정령왕의 화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태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써먹을 최후의 능력인 셈.
진우가 준비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
쓰윽-
품속에서 꺼낸 한 장의 종이.
얼핏 보면 명함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결코 평범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다.
[스키드블라드니르(초월)] – 소형화 형태*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스키드블라드니르의 관심 혹은 인정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 초 거대화(액티브) : 에고가 깃든 초 거대 함선 스키드블라드니르로 변화합니다.
※ 주의! 자유분방한 성격이기에 다루는 데 있어서 고된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소형화 형태로 유지 중인 본래는 초 거대 함선인 스키드블라드니르.
까탈스러운 성격을 거름으로 잡은 것도 잠시일 뿐.
누가 자유분방한 성격이 주의사항 아니랄까 봐 녀석은 현재 기분이 상당히 저기압인 상태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 약간은 누리끼리한 명함의 색깔.
그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 이제 이것들 뱉어도 되는 거야? 제발 그래도 된다고 해 줘!
“그래.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초 거대 함선이라는 이름처럼 스키드블라드니르는 용혈 가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면적의 보관량을 자랑한다.
심지어 생명체도 가능할 정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생명체를 넣어 오지 않았다.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 던전 – 최대 5개체의 생명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며, 소환이나 부름 등에 제한이 걸립니다. 0 / 5】
애시당초에 유물 던전에 걸려 있는 소환의 제약.
꼼수를 막겠다는 의사가 다분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지.’
언제나 그랬듯이 답은 찾아내면 그만일 뿐.
그리고 저 제약 자체에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예컨대 ‘생명체’가 아니면 된다는 것.
또한 진우에게는 그 조건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녀석들이 하나도 아니고 떼거리로 존재한다.
“그어어어어!”
“끄어어어어어-!!!”
명함의 한편이 열리고,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들의 폭탄 드랍.
뭐, 그래봤자 헬라가 허락한 언데드들은 기껏해야 그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하는 좀비나 구울, 스켈레톤 같은 개체들뿐.
듀라한이나 리치, 데스 나이트 같은 상위종 언데드들은 데려오지 못했기에 결말은 안 봐도 비디오다.
우르르르르르- 콰작- 콰작- 콰자자작-!
수호자 거신병의 주먹과 발길질에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는 언데드들.
사실 그렇게 날아가서 박살 나는 정도인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재수 없는 언데드들은 그 자리에서 바닥과 하나가 되어 피떡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을 지경.
한마디로 물량만 많지, 데미지를 입히는 효율은 극악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선적으로,
“그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
언데드는 기본적으로 고통은 물론이요,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는 비생명체다.
이미 한 번 죽음을 맞이한 자들.
그렇기에 옆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동포가 오징어포가 되는 모습을 보아도 아무런 동요 없이 이를 드러내며 몇 번이고 달려든다.
또한 그러한 과정 속에서 생겨난 아주 찰나의 틈.
사체의 편린들이 나부끼는 그 틈을 진우는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파팟- 쿠우우웅-!!!
내질러진 진우의 정권.
기존의 펀치였다면 흠집도 나지 않았을 테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진우는 초월자를 상대할 때만큼은 10배만큼 강해졌으니 그 정도 데미지라면 부족한 게 아니라 차고 넘칠 지경이었으니,
쿠르르르릉-!!!
8개의 핵 중 순식간에 박살 난 2개의 핵.
뒤늦게 골렘의 반격이 이어졌으나, 진우는 걱정하지 않았다.
“뭐야 너 이 녀석. 그 말도 안 되는 힘은? 그동안 힘이라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일시적인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그리고 애초에 소환은 안 되는 거 아니야?”
“언데드들은 죽은 자들잖아요. 애초에 생명으로 취급이 안 되는 거죠.”
“아하! 진우 너 은근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아하하…….”
“야 이 유인원 새끼야! 너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하냐! 하여튼 저놈은 서포터의 고통을 모른다니까! ”
“둘 다 그만 투닥거리고. 지금은 집중들 하게. 이번만큼은 진우가 제대로 딜을 할 수 있게끔 우리가 보조해 줘야 되니까 말일세.”
“……나도 동감이야.”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했던가?
조금 투닥거리기는 해도 이제는 척 하면 척.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베스트일지 단박에 파악해 내는 베테랑급 드루이드들.
진우로서는 이들의 엄호를 받으며 딜만 잘 넣으면 만사 오케이나 마찬가지였다.
* * *
거신병에게 자리해 있던 8개나 되는 핵.
각각 때려 박기 힘들 정도로 깊숙이 박혀 있는 그것들은 현재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부 다 파괴된 상태다.
그룩이나 만트 같은 대장장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살려서 재료로 쓰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실제로 진우도 부수면서 몇 번이고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니까.
근데 그건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핵은 곧 골렘의 심장이나 마찬가지.
확실하게 부서지지 않은 심장은 빠르게 재생되어 골렘을 다시 일으키게 만드는 동력원이 되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보스 골렘은 심장이 무려 8개나 있는 셈이려나?
어떻게 보면 징그럽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슬아슬했네요.”
“그러게 말이다.”
“후아, 지친다, 지쳐.”
“이 정도로 마나를 써 보기는 처음이야 진짜로. 아아…….”
그건 그렇고 참 적절한 타이밍에 골렘이 쓰러져 주셨다.
헬헤임에서 공수해 온 언데드들도 다 떨어져 가던 참에 딱 맞춰서 쓰러져 주다니.
물론 진우가 맞춘 것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경험치는 엄청난데요?”
“그렇지?”
“야, 진우야. 근데 너 진짜 30년만 산 거 맞아? 대체 무슨 인생을 살아오면 우리 사촌 갓난아이만 한 인생만 살아 놓고 그렇게 강할 수가 있는 거냐?”
“26년인데요.”
“30년이나 26년이나 거기서 거기지 뭘.”
“아뇨, 인간한테는 엄청 중요한 겁니다. 달걀 한 판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요.”
“……그, 그러냐?”
“네. 당연하죠. 인생이 걸린 거라고요.”
덧붙여 아저씨와 오빠의 경계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이번 유물 던전의 보상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경험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