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52
253화 10마리의 먼치킨 오리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정국진이다.
전성 그룹이 중소기업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에서부터 성장해 나가면서 그간 얼마나 많고 많은 사람들을 보고 지내왔겠는가?
초석이 깔리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해 온 믿음직스러운 전무 이사나 상무 이사들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이상한 사건 사고를 일으킨 계약직들 등.
숱한 인간 군상들을 지켜보며 확실하게 굳혀 온 생각.
이러한 부분은 자식이자 부회장인 정수아도 함께 경험하면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가 않다.
“드디어…….”
오히려 회장직에서 이제는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아버지와 달리, 부회장인 그녀는 가장 바쁠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 덕분에 처리해야 될 일거리들이 늘 산더미처럼 준비되어있는 것이 현재 판국이다.
그녀가 제아무리 각성한 초인이라고 해도 감정 없는 기계가 아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지치기 마련인 법.
헌터와 부회장이란 직무만 빼놓고 보면 그녀도 어찌 되었든 한 명의 사회의 구성원에 불과할 뿐이다.
말단 직원이나 부회장이나 일에 미쳐있는 워커홀릭이 아니고서야 결국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모든 일에 경중이 있듯.
그녀에게도 스트레스 받는 일거리와는 달리 오로지 힐링만 받을 수 있는 일도 존재했으니,
“응애 오리들을 보러갈 수 있어!”
일을 처리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힐링.
겸사겸사 만나기 힘든 김진우와의 만남도 가질 수 있으니 기다려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허나,
“……뭐야. 당신들이 왜 여기에 있어?”
진우와의 만남을 있게 해 준 인연으로 이제는 그녀의 전문 운전기사가 된 장덕춘을 독촉하여 빠르게 진우의 농장으로 옮긴 발걸음.
헌데 그곳에 도착한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김진우도, 귀여운 팜오리들도 아니다.
“아하하, 레이디 오셨습니까?”
“야, 그렇게 느끼하게 부르지 말라고 말씀했잖아. 또 집합당하고 싶어서 그러냐?”
“원래 성격이 이런걸 어떻하라고. 그리고 레이디를 레이디라고 부르지. 그러면 뭐라고 하는데?”
“수아 님? 이라고 해야 되나?”
“그편이 좀 더 낫긴 하네.”
“근데 그게 그거 아닌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왜 다들 여기 계신 겁니까? 설마 진우 씨한테도 패악질 부리려고요?”
“히이익!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는 납치……읍! 읍읍!”
“……납치요?”
“아뇨아뇨, 배움을 받기 위해서 이렇게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거지요.”
“…….”
이들이 그 정도로 성실한 인물들이 아니란 것쯤은 그간의 겪어 온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녀다.
당장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LA등.
미국의 거대 도시에서 사업 관련으로 골머리를 앓게 했던 진상들이다.
얼마나 꼴 보기 싫었으면 해외에 발령이 났던 당일에 입국했을 정도였을까?
그리고 그때 겪었던 진상짓에 대해서 참지 못하고 속앓이를 풀 겸 진우에게 약간의 푸념 정도만 내뱉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진짜로 납치했다고?’
이제서야 문뜩 떠오르는 그날의 통화 내용.
묻어 버리자고.
정확히는 똥통에 묻어 버리자고 했을 때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의 진상들이 농장에 떡하니 있으니 더 이상의 장난이 아닌 현실이었다.
하물며 값비싼 명품들로 치장했던 귀티가 철철 넘치던 이들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누더기 옷에 나팔바지를 입고 있는 시골 청년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까놓고 말해서 외국인 노동자로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
어디 그뿐만인가?
“그래도 아는 얼굴 봐서 반갑긴 한데 아직 일이 남아 있어서 나머지는 이따가 얘기하자고, 레이디.”
“할당량이 우선이야!”
“일하자, 일!”
그들의 평소 행실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농사일.
괭이로 밭을 갈고 작물에 방금 퍼 올린 구수한 향을 풍기는 비료를 흩뿌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분위기.
동시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들의 체력이다.
일반인이라면 진즉에 쓰러지고도 남았을 무게를 거뜬하게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요,
그들 주변에서 함께 힘을 합해 주고 있는 정령들의 모습.
그리고 그중에서도 무엇보다도 이상한 점.
그것은 바로…….
“안 돼 저런 놈들이랑 어울리면 얘기들 버릇 나빠진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쪼꼬미인 응애 오리들이 저 못돼 처먹은 진상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현실이었다.
* * *
“진우 씨! 아무리 그래도 귀여운 팜오리들이랑 이 진상들이랑은 따로 격리시켜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납치 부분으로 뭐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게 더 문제인 겁니까?”
아무래도 갱생을 위한 일이었다고는 해도 납치와 감금이라는 조금(?) 도덕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지탄받더라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
그래도 진우가 떳떳한 것이 이미 사전에 공지한 데다가 앞서 말한 대로 죽이지는 않았지 않은가.
물론 정수아가 자신에게 당황한 부분은 단순히 그런 범죄 부분 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 사람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변한 거예요?”
어지간한 충격요법이라도 겪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걱정 마세요. 폭력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진우로서는 정확히 죽지 않는 선에서 똥물에 담궈 준 뒤 또다시 대들거나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시 담궈 준다는 것을 각인시켜 줬을 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옛말.
단순히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실현해 버린 진우의 행보로 인해 외국인 진상들은 원하든 원치 않았든 간에 개과천선할 수밖에 없었단 거다.
막말로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 번이라도 겪어 본 똥물의 담궈진다는 경험을 또다시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뭐, 그렇다고 해도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앞서 언급했듯이 진우도 오로지 부려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밥 다 됐으니까 퍼뜩 와서 먹어라!”
“네, 형님!”
“지금 바로갑니다!”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장정도 힘들어하는 것이 농사일이다.
헌터로 각성했다고 해도 이제 막 처음이고 요령 없는 이들에게는 목표량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급급할 정도.
허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격언이 있듯.
진우의 농장은 불가능을 가능케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우선적으로 밥심이라는 말처럼 전체적으로 영양가가 풍부한 요리들.
갓 수확한 신선도 최상 상태의 작물에다가 엘드룸니르로 조리가 된 것들이니 효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맛도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갖가지 산해진미를 먹어 왔을 금수저들도 품위따위 챙기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울 정도!
거기에다가 진우의 농장에는 뉴비 농부들에게 가르침을 선사해 줄 선생님들도 존재한다.
꾸왁! 꾸와아악!
꺄꺄! 꺄꺄꺄꺄꺄!
힘든 상황일수록 빠르게 친해진다고 했던가?
똥통에 빠졌다가 막 강제로 일꾼 계약을 쓰고 난 직후에는 오리랑 말하는 약초가 자기들을 가르친다는 말에 어처구니를 없어 했지만 이제는 진짜 스승님처럼 따르고 있다.
“귀여움에는 국경을 따지지 않는 법이지.”
종족과 인종을 초월한 팜오리들의 귀여움은 진상들의 마음조차 녹여 버렸다.
* * *
“할당량 채워야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뭐, 먹을 때는 내버려 두는 편이죠. 이 정도는 돼야 노동자를 챙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 아하하…… 그렇죠. 근데 정말 할당량인가 못 채우면 똥물에 넣는 거예요?”
“슬프지만 상벌이 있어야 일의 능률이 상승하는 건 수아 씨도 잘 아시잖아요?”
“그, 그건 그렇죠.”
라고 말하면서 똥물에 넣는 짓은 안 한다며 작게 말하지만 애써 못 듣는 척한다.
할 때는 확실하게 하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쉰다.
미운 정도 고운 정이라고 적어도 먹을 때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것은 철저히 지켜 줘야 일도 착실하게 해 주지 않겠나?
“쓰으읍 하! 혹시 더 없습니까?”
한국의 매운맛에 혀를 후후 거리면서도 더 먹고자 하는 집념.
원래 요리하는 입장에서 가장 해 주고 싶을때가 식탐을 부릴 때가 아니겠는가?
입가에 양념까지 한가득 묻힌 채 넘쳐나는 식욕을 보니 요리해 줄 맛이 절로 생길 수밖에.
“그래도 과식은 좋지 않으니까 이후로는 간식으로 때우자고.”
식사 후에 바로 일을 속행할 예정이니 더부룩하게 만드는 요리 종류보다는 오히려 소화에 도움이 되는 간단한 요깃거리가 최고의 선택일 터.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이런 반찬으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진우도 즐겨 먹는 것이 존재했으니,
“소화 잘되는 간식으로는 감자가 딱이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 감자들의 향연.
흔히 초심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진우가 찐 감자를 좋아하는 것은 초심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저 좋아하니까 먹는다.
전국적으로도 크게 호불호 없는 최고의 간식.
다만…….
“저, 형님. 이거 가루 설마 설탕입니까?”
“오마이갓. 이건 신성모독입니다.”
“……너희 소금파였니?”
“하는 짓은 진상들이긴 해도 입맛은 제대로 배웠나 봐요.”
찐 감자 앞에서 여느 때나 펼쳐지는 설탕과 소금 논쟁이다.
* * *
농부로서 트럭에 차곡차곡 쌓이는 작물을 볼 때만큼 보람찰 때가 또 있을까?
농장이 거대해진 만큼 당연하게도 예전보다 많아진 물량.
처리해야 되는 부담될 정도로 양이 많아지긴 했어도 성실한 일꾼들인 팜오리에 더해서 일손들이 추가된 덕분인지 일의 처리 속도는 오히려 더욱 빠르다.
심지어 지원 나온 전성 그룹의 직원들 전부가 웬만한 B등급은 너끈하게 받을 정도의 실력 있는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그런 일손들의 지원 속에서도 여전히 돋보이는 팜오리들의 저력.
질보다는 양이라는 말의 현실판이라 할 수 있는 군단의 힘.
허나 팜오리들은 그저 숫자만 많은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팜오리(신화)]이제는 거의 대부분이 작물의 정령들과 계약하면서 맨 처음의 희귀 등급의 한계는 가볍게 뛰어넘어 버린 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갓 태어난 응애 오리들조차도 정령의 축복이 함께하면서 희귀 등급이 아닌 시작부터 전설 등급으로 시작하는 오리생.
뭐,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다 상급 작물의 정령인 수풀 댕댕이, 포르스바그르와 인연을 맺어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농사꾼인 팜오리라고해도 곧바로 상급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그릇이 클 수는 없는 법이라던가?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듯, 팜오리들 중에서도 타고난 녀석들은 존재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처음부터 진우의 농장에서 함께했던 10마리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지모신의 축복이 서려 있는 땅에서 가장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그곳에 이끌려 찾아온 살이 잔뜩 오른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토실토실하게 살이 잔뜩 오른 농장의 초석을 쌓아 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제는 농장에는 없어서 안 될 영웅들.
그러한 10마리는 신화 등급쯤은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였으니,
초월자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로 그 아래인 측정 불가 등급에 해당되는.
적어도 지구상에서 인간 헌터들 중에는 진우나 수아 씨 말고는 감히 필적할 수조차 없는 강함을 지니게 된 그야말로 먼치킨 오리의 탄생.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의 오리 버전도 아니고, 농사만 짓고 밀웜과 해충들을 도륙하면서 말도 안 된 성장을 이루어 낸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