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4
275화 빌런으로 빌런 잡기
예상된 습격과 이것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진우.
그 활용은 단순히 그 자리에서 보여 준 무력 행사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 카르스트가 헌터 협회 습격했다며?
– 암살자들 움직이는 거 보니까, 김진우 죽이려고 아예 작정하고 움직인 것 같던데?
– 나는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 준 거 아니었으면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듯. 근데 저 공격들 죄다 피한 김진우는 뭐임?
– ㅋㅋㅋ 너 뭐 본 거임. 김진우 안 피했음. 그냥 다 맞았지. 근데 데미지가 1도 안 박힘.
– ㄷㄷ 원조 고기방패 농부 클라스 미쳤다, 미쳤어.
– ㄹㅇ 킹부 무시하다가 골로 간다니까.
– 그런데 저기 영상은 어떻게 협조 얻어 내서 영상으로 따낸 거래? 영상 통제되는 곳이잖아, 저기.
– 모르지. 들리는 소문으론 드워프 덕 아니냐고 하던데?
– 어휴, 인맥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뉴튜브 영상으로도 등록함으로써 농부라고 무시할 수 없는.
SSS등급의 헌터라는 것에 대한 퍼포먼스를 극한까지 끌어내어 보여 주었다.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일반인들에 대한 반응.
사회를 살아가는 입장에선 여론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카르스트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클 터.
솔직한 마음으로는 어차피 살아서 지구에 도움도 안 되는 녀석들.
싹 다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전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녀석들을 일일이 때려잡는 것은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노동력을 따져 봐도 지극히 비효율적이었다.
“괜히 골칫덩어리가 아니라는 건가.”
오르가란 머리를 단번에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 있던 녀석들이 다시 머리를 차지하면서 무너지지 않는 세력.
뭐, 이러니까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 것일 터.
하지만 이제 그들의 행운도 거기까지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가 계속 자란다면, 전부 자르면 그만이지.”
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결국 끈기의 문제다.
재생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머리째로 잘라 버리면 그만일 뿐.
물론 앞서 언급했듯.
세계 곳곳에 바퀴벌레처럼 존재하는 탓에, 여전히 전부 정리하는 가성비는 썩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요정 찻집의 정보가 있다곤 해도 방대한 정보를 전부 다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허나.
“예컨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된다 이거지.”
진우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일을 벌였겠는가?
농부라곤 해도 작물의 마진이라든가 상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셈은 할 줄 아는 법.
후두두둑-
진우의 농장에 흩뿌려지는 6구의 시체.
그것들 중 5구는 헌터 협회에서 진우를 습격했던 암살자들의 것이요, 유독 체구가 큰 1구는 다름 아닌 오르가 반 수르였다.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들이니 실질적으로 농장에 쓰일 만한 곳이라고는 거름 외에 없을 테지만 진우가 누구인가?
죽은 자들의 세계인 헬헤임에서 이미 죽은 자도 되살리는 소울 콜렉터를 수확하는 농부인 몸.
“이이제이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 보겠어?”
즉, 이들을 살려서 카르스트를 청소하면 된다는 말씀이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게 된다면 사실상 진우가 보게 될 손실은 0이나 마찬가지일 터.
다만 문제라면 되살아난 이들은 좀비와 같은 언데드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로 되살아난다는 거다.
제대로 이지가 존재한다는 말인즉슨, 진우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주의! 헬헤임에 속한 자들은 헬라의 권한에 속해있는 상태입니다. 자칫 헬라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소울 콜렉터 자체만으로는 진우가 가할 수 있는 제약이 없지만 초월자인 헬라를 통해서는 충분히 페널티를 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금 헬라의 곁으로 보내 주면 그만일 뿐.
아마 단언하건대 두 번째 죽음 이후의 헬헤임 생활은 차라리 소멸하길 바랄 정도로 고통스러울 거다.
– ……이렇게 놓고 보니 계약자 완전히 네크로맨서가 따로 없지 않은가.
– 제물을 바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것 참.
– 왜 그러지? 보기에 좋기만 하지 않나?
– 그거야 탈레이만 넌 어둠의 정령왕이니까 그렇지.
농부와 상인에 이어 이제는 네크로맨서까지.
드루이드로서 별의별 직업을 죄다 섭렵하게 된 진우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정령왕들이었다.
* * *
“여긴 어디지? 아니, 그 전에 나는 분명히…… 죽었을 텐데?”
“으윽. 머리가 욱신거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눈앞에 오르가 님이 보이는 것 같은데…….”
“죽기 싫으면 그 얼굴 치워라.”
“어허, 기껏 살려 놨는데 죽이면 곤란해. 벌 받기 싫으면 얌전히 있자?”
되살아난다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느껴 보는 감각에 어리둥절해하는 카르스트의 암살자들.
하지만 머지않아 그들은 주변의 환경과 눈앞의 인물을 통해 이곳이 어디인지 곧장 알아차렸다.
“김진우!”
“죽여 버리겠어!”
누가 빌런들 아니랄까 봐 험한 욕설부터 내갈긴다.
그래도 실력 차이에 따른 수준은 알고 있는 것일까?
섣불리 대들거나 도주하지 않는 부분만은 칭찬해 줄 만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어째서 우리를 살려 낸 거지?”
“뻔하잖아. 카르스트 청소. 보다시피 나는 바쁜 몸이거든.”
말과 함께 작물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에 1차로 어이가 털리고,
꾸왁, 꾸와아아악!
삐삐! 삐삐삐삐!
“농사지어야 하니까 비키란다.”
“하, 어처구니가 없군.”
조그마한 오리들의 행렬에 2차로 어이가 털려 나가는 것도 잠시.
말보다는 행동이라고.
진우는 두말하지 않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차원 가방이 열리고, 농장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푸득- 푸드드드득-
“히익!”
“뭐 이런 더러운…….”
“더럽긴. 이런 영양분이 있어서 작물이 잘 자라는 거란다, 이 녀석들아.”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똥 덩어리들과 더불어.
“켁! 케헥! 쿨럭! 쿨럭!”
“으, 으아아아.”
“게에에엑!”
똥 덩어리 속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아니, 진짜 사람들이다.
맨 처음 진우의 농장을 습격해 온 빌런들.
“……기란? 네 녀석. 살아 있었나?”
“음, 그 녀석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 그래 봤자 거름 덩어리 역할인 건 변함없지만 말이야.”
“거, 거름 덩어리? 저 기란이?”
기란 오스틴.
카르스트에서 오르가가 제법 신뢰하는 행동대장 격 빌런이었다.
과감한 활동과 더불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함으로는 오르가와 맞먹는 인물.
그러면서도 윗사람에게는 뇌물을 챙겨 주는 등.
꽤나 싹싹한 면도 있었기에 오르가에게 한껏 신뢰를 얻어 내기도 했었다.
허나.
“으으, 제발. 제발. 다시 그곳으로 집어넣지만 말아 줘. 뭐든지 할 테니까! 아니면 차라리 죽여 줘 제발!”
“농장이랑 마을 어르신들까지 다 죽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뇨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 어리석은 발언이었습죠. 예!”
그런 기란이 이제는 눈물을 흘리며 빌기 바쁘다.
피를 보는 것도, 폭력도 아닌 거름 덩어리라니?
“못난 놈. 지금 뭐 하는 거냐!”
“닥쳐!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어도 이런 꼴은 안 당했다고!”
“너, 너 이 새끼…….”
싹싹함, 예의범절 같은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삐끗하면 거름 덩어리.
똥통에 들어가서 지룡과 함께 춤을 춰야 할 판에 말이다.
카르스트의 대장으로서의 자존심도 다 짓밟힌 오르가로선 당장에 처죽여 버리고 싶겠지만 그도 결국 빌런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매 순간 똥밭을 구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심지어 눈앞의 김진우는 농부라곤 믿기지 않는 무력은 물론이요.
죽은 사람도 되살려내는 힘까지 지니고 있었다.
괜히 밉보였다간 평생 똥 고문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
“좋아.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약육강식의 법칙에 걸맞게 강한 자의 말을 따른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나.
“당연한 걸 묻고 있어. 카르스트 청소라고 아까 말했잖아.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워야 할 거 아니냐.”
“…….”
돌아온 답은, 평생을 일궈 키워 낸 조직 카르스트를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하라는 명령이었다.
“아, 정체 들키면 곤란하니까 이거랑 이거 입고 다니고. 드워프제라 파괴될 일은 없을 테니 벗지 않는 한 들킬 일도 없을 거다. 그리고 내가 살려 낸 만큼 일거수일투족은 다 알고 있으니 똥통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야 허튼 생각은 접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야.”
거름 고문을 얹겠단 협박을 추가로 곁들인 실로 무서운 명령 말이다.
* * *
농부는 농사를 짓고, 빌런은 사람을 턴다.
지극히도 평범한 자연의 이치.
……그저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민간인이나 죄 없는 이들을 주 타겟으로 삼았던 빌런이 터는 목표가 이제는 같은 빌런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역시 개똥도 다 쓰기 나름이라니까.”
쓰레기로 쓰레기를 청소하는 기적의 창조 경제.
여기에 덤으로 대지모신 길드와 전성 그룹의 위상은 끝없이 상승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웬만한 대형 길드, 강대국들도 쉬쉬하던 빌런과의 전쟁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물론이요.
마치 정보를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점조직의 아지트들이 어디 있는지 전부 다 밝혀내서 털어 버리고, 거기서 얻은 것들을 피해받은 이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
이러한 길드를 과연 누가 욕할 수 있단 말인가?
“돈이 싫은 건 아니지만 지금 같은 때에는 명성을 챙기는 편이 낫지.”
까놓고 말해서, 돈이라면 언제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벌어들일 자신이 있는 진우다.
반면에 명성은 쉽사리 쌓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을 퍼부어도 영 안 오르기도 하는 것.
그러나 빌런들을 처리하는 지금의 상황만큼 챙기기 좋을 때가 또 있을까?
“처음과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는구만?”
또한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오르가와 그 밖의 살려 낸 암살자들의 활약이다.
쉽사리 빠지지 않는 똥내를 품은 기린과 그 부하들을 하나씩 붙여 둔 영향이라고나 할까?
섬뜩한 고문 방식에 알아서 공로를 세우기 바빠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바빠진 카르스트 측에서도 진우를 향한 공세를 펼치려 했으나 죄다 불발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빌런과 손잡은 전 세계 정치인들의 리스트 공개돼 파장 일으켜.] [한국의 여야 정치인의 도주 우려. 헌터 협회가 직접 나서서 체포해.]정보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이점.
그들이 뭘 하려고 하면 그 전에 한발 먼저 나서서 찍어누르면 그만이다.
무언가 선동하려고 해도 먹히지 않고, 되레 빌런의 끄나풀이라 취급받게 되어 버린 판.
어디 이뿐만이겠는가?
[미 대통령 테일 로렌트, 아시아의 저력과 행동으로 보여 준 대한민국의 대지모신 길드과 전성 그룹을 향한 극찬. 미국의 헌터 협회 측에서도 빌런 청소에 힘을 싣기로 결정…….] [러시아 측에서도 긍정의 뜻을 내비쳐…….]좋은 일을 하면 연쇄 작용도 좋게 일어나는 법이라고 했던가.
진우가 시작한 빌런 청소에 이제는 너도나도 함께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바빴다.
어지간해서는 의견이 쉽사리 통일되지 않는 미국과 러시아까지 나섰다.
하나의 강대국이라면 우습다며 무시하는 빌런 조직도 있을 테지만 강대국이 연합하고, 카르스트까지 무너진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뒷세계인 빌런들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진우가 한 일도 적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손 안 대고 코를 풀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