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3
274화 월척이다!
사람의 마음만큼 갈대 같은 게 또 없다고 했던가?
“황금 같은 주말에 이게 뭔 고생이야.”
“누가 아니래. 원래 같으면 게이트 돌면서 수입 좀 짭짤하게 벌고 있었을 텐데 말이여. 쯧.”
“이게 다 잘난 SSS등급이 날뛰어 준 덕분이지. 하여튼 권력이 문제라니까.”
“하여튼, 이러니 요즘 것들이 문제라니까. SSS등급이면 뭐 하나? 라떼는 말이야.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어. 좀 잘나간다고 해서 이렇게 일을 벌이면 훅 가는 건 한순간이라고.”
당장 처음만 하더라도 진우를 향해 보여 주었던 여론의 반응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놓고 진우를 헐뜯는 이들부터 말은 하지 않더라도,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는 불만 가득한 행동거지.
아마 거기에는 실로 우습게도 진우의 젊은 나이도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 헌터 사회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나이의 우대.
시간만 지나면 먹는 것이 나이라지만 원래 세상사, 문화라는 게 그렇다.
뭐, 이러한 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옳게 쓰는 이들도 있간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그들은 극소수일 뿐이었다.
대부분은 이해하려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악용하기 바쁠 뿐.
허나.
“미, 미친. 이거 효과 실화냐? 경매장에서 팔던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볼 줄 아시네요. 갓 수확한 것들 중에서도 알이 굵고 과즙이 꽉 찬 것들로만 골라 왔습니다. 원래는 경매장에서도 극소량만 출품되는 건데 이번에는 전투를 치러야 하니 그만큼 챙겨 드려야죠.”
“끌끌, 하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잖나.”
“흠흠, 젊은 친구가 아주 잘 배웠구먼.”
“김 영감. 아까는 그렇게 투덜대더니만?”
“내가 언제? 증거 있나?”
그러한 꼰대 문화, 쓸데없는 구조들도 결국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식욕’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이, 이거! 농축 벌꿀주. 이 효과로 적힌 게 정말인가?”
“아이템 설명이 거짓말하는 거 보셨습니까?”
“나도 구매하지. 이 가격이라면 나는 5개 구매하겠어!”
식욕과 문화.
모든 것을 씹어 버리는 헌터 사회의 끝판왕 영구 능력치.
심지어 가격도 경매장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운그레이드된 상태로 내놓기까지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량 구매자도 왕왕 있을 지경.
하지만 진우의 이번 목적은 어디까지나 판매가 전부가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이 상품은 1인당 1개씩만 구매 가능합니다.”
“아니, 돈을 준다니까 그러네!”
“……영구 능력치는 일회성인데 대량으로 구매하시겠다는 건, 되파시려는 건 아니시죠? 뭐, 그래도 정 원하신다면 경매 방식으로 바꿔서 판매해 드릴까요?”
“거, 험험. 장난일세 장난.”
“이 친구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하나.”
다른 것도 아니고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소모품이다.
전부가 경쟁자나 다름없는 헌터들의 밭에서 그러한 물품을 경매로 구매한다?
현재 판매 금액의 최소 몇 배, 크게는 열 배가 넘는 금액을 치러야 될 수도 있는 일.
그것을 잘 알기에 진상짓을 하던 몇몇 헌터들은 금세 태세를 전환하곤 순한 양으로 돌변하여 아이템을 구매해 갔다.
그렇게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노점의 품목들.
‘완판이야 어려울 것 없지.’
제 작물의 가치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팜오리들과 꿀벌 등 수많은 이들의 정성까지 깃든 아이템들의 완판은 사실상 이미 정해진 지 오래인바.
경매장에 판매하는 것보다 손해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돈보다도 중요한 게 있는 법이다.
일단은 헌터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
무력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지지를 얻기만 한다면야, 어지간한 정치질쯤은 간단히 씹어 버리면 될 뿐.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는 따로 있었으니,
‘슬슬 올 때가 되었을 텐데?’
노점상에서의 판매를 진행하면서도 주변 곳곳으로 정령왕이라는 감시망을 펼쳐 놓은 진우다.
대한민국을 습격할 테러리스트.
빌런들이라면 필시 처음으로 총공세를 퍼부을 곳은 헌터들이 모인 이곳이 될 터.
뭐, 까놓고 말해서 요정 찻집의 정보를 토대로 알아낸 것이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결과가 좋으면 장땡 아니겠나?
‘찾았다.’
진우가 내던진 미끼에 월척이 낚이는 것은 예정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 * *
빌런들의 세계만큼 약육강식이 철저한 사회는 또 없다.
나이나 빌런으로서 몸담은 세월 등을 따지지 않는 서열의 위계질서.
오늘 막 들어온 신입 빌런도 실력만 있다면 곧장 간부가 되는 것이 바로 카르스트의 법이요, 진리였다.
그러한 빌런 조직을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끌어 나간 이가 바로 오르가 반 수르다.
어디서 한가락 한다는 빌런들도 단숨에 하룻강아지처럼 만들어 버리는 압도적인 패왕.
무력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잔혹성 쪽만큼은 어지간한 빌런은 명함도 못 내미는 존재.
결코 죽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던 그의 소식에 카르스트는 난리가 났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기둥 하나만 믿고 가는 단체가 바로 카르스트다.
그런데 그런 기둥이 통째로 뽑힌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잘게 쪼개져서 뿔뿔이 흩어지거나, 그게 아니라면 오르가 반 수르와 맞먹을 집단의 수장이 나타나서 통솔하게 되거나.
세상이 평화롭게 전쟁이나 테러 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자의 경우가 훨씬 낫겠지만 원래 사람들의 바람은 늘 반대로 일어난다고 하던가?
“카르스트는 해체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오르가의 뜻을 이어받겠다.”
카르스트의 수많은 간부진 중 유독 강경파에 속한 이들의 발언.
하기야, 꾸준히 돈이 벌리는 단체를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심지어 이들의 대부분이 갈 곳 없는 ‘빌런’이다.
잡히는 즉시 사형당하는 악질의 범죄자로 이루어진 집단.
물론 이미 한 번 우두머리를 허무하게 잃게 됨으로써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겼지만 그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진우. 녀석부터 죽인다.”
“오르가를 죽인 놈인데 가능할까?”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봤자 결국 우리와 같은 인간이야. 그리고 오르가와는 달리 법적인 부분이나 여론 쪽으로도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할걸?”
“선동 쪽으로는 이미 말을 끝내 두었으니 남은 건 다굴과 게릴라 테러뿐이지.”
문제가 생겼다면, 그 문제를 제거하면 그만일 뿐.
상대가 제 아무리 SSS등급의 헌터라 해도 일개 개인에 불과한 존재다.
전성 그룹이라는 뒷배가 있다곤 해도 혈연 관계도 아닐 뿐더러 24시간 내내 평생 동안 지켜 줄 수 있을 리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하나의 거대한 기업을 이끄는 입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기로.
카르스트의 간부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 김진우의 가치가 전성 그룹 전체를 놓고 보면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는 전성 그룹의 후계자인 정수아도 마찬가지로, SSS등급의 헌터라는 점도 조금은 감안된 영향이기도 하다.
동일한 SSS등급의 헌터이기에 서로 상부상조하는 계약 관계이자, 갑을 관계라 하면 김진우가 ‘을’이라고 보는 다소 안일한 생각.
뭐, 사실 어떻게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거대한 대기업의 후계자와 농부.
아무리 평범함과 거리가 먼 농부라곤 해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선입견라는 게 있지 않던가?
김진우가 갑이고, 또한 정수아가 SSS등급의 헌터로서 각성하는 것에 크게 공로를 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채 진행된 카르스트의 작전.
시작부터 잘못되어 먹은 퍼즐의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뻔할 뻔 자 아니겠는가?
“……이게 지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거야?”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요?”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원래대로라면 비난받고 있어야 되잖아?”
“……저도 그건 잘. 분명 돈은 먹였는데 말이죠.”
농부이자 상인이기도 한 드루이드가 개점한 일일 노점.
경매장을 방불케 하는.
아니, 어쩌면 경매장보다도 더욱 복잡한 현장에 몰래 잠입한 카르스트의 테러리스트들은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것도 잠시.
“오히려 잘된 일이야. 손님이라면 접근하는 것도 더 쉬울 테지.”
명분상으로는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라고 했지만, 실상은 김진우에 대한 암살이 카르스트의 진정한 목적 중 하나였다.
우선은 테러로 시선을 돌리거나 나올 수밖에 없는 여론을 만들어서 알아서 나오게끔 만들려고 했던 김진우다.
스스로 협회 쪽에 가담한다는 소식에 일이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은 했거늘, 이렇게까지 좋게 풀릴 줄이야?
[동시에 계획했던 대로 처리한다. 알겠나?] [맡겨만 달라고.] [촌놈 목 따는 거야 어렵지 않지.]안그래도 SSS등급의 헌터에 대한 암살이다.
무려 오르가를 죽인 인물.
[오르가를 죽인 놈이야. 방심은 금물이다.] [쯧. 알고 있다고. 귀 따갑게 몇 번이나 말하는 건지 원.]그러나 인간인 이상 무적일 수는 없다.
아무리 단련했다 한들 극독에는 SSS등급이라 해도 중독될 수밖에 없고, 빠른 시간 내에 해독하지 않는 이상 죽을 수밖에 없을 터.
특히나 이곳에 모인 멤버들 전부 암살에 특화된 특성과 스킬로 가득한 앨리트들만 무려 다섯이다.
‘반드시 죽인다.’
이 일을 성공한 후에 제대로 빠져나오기만 한다면 성공가도는 열린 것이나 다름없는 일.
하지만 암살에 눈이 멀었던 탓일까?
아니면 정령왕의 기운을 느끼기엔 턱없이 낮은 마나와 정령 친화력의 영향인 것일까?
끄덕-
끄덕.
[지금이다!]자기들 딴에는 상당히 은밀하게, 들키지 않게 근거리까지 접근했다는 생각으로 각종 흉기들을 내지르며 살아 있는 뱀처럼 진우의 목덜미로 나아갔다.
상하좌우.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 회피가 불가능한 일격.
이 정도라면 한때 패왕이라 불리던 오르가도 살아남지 못할 거다.
물론 애당초 남을 믿지 않는 오르가가 사람의 접근을 이렇게 허락하지도 않았을 테지만.
‘끝이다, 농부. 그러게 적당히 나댔어야지.’
아주 찰나의 시간.
주입된 독으로 인해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 갈 한 청년을 향해 짧은 애도와 조롱을 보내려던 찰나였다.
티잉-
팅-
빠각-
“……어?”
“응?”
날카롭게 벼려진 보랏빛의 독이 발린 금붙이들이 닿는 족족 튕겨 나갔고, 부러져 나갔다.
“이게 무슨…….”
보통의 상식 선에서 인간의 피부는 칼날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높은 체력을 지닌 탱커라곤 해도 갑옷과 스킬로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
맨피부라면 치명상을 입고도 남을 일.
허나.
– 바위처럼 단단하게-!!!
고기 방패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는 땅의 정령.
그것도 무려 땅의 정령들 중에서도 최고위에 해당하는 땅의 정령왕 테라웰의 바위 갑옷을 입은 상태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눈으로 떡하니 보이는 결과.
물고기인 줄 알았던 김진우는 알고 보니 낚시꾼이었고, 미끼를 물어 버린 것은 되레 자신들이 되어 버렸다.
“사, 산개!”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리더가 명령을 전달했으나.
“산개는 무슨. 어림도 없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채 달아나기도 전에 그들의 몸을 옭아매는 나무뿌리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 봤자 소용없었다.
이렇게 가깝게 접근한 상태에서 이미 한 번 묶인 이상, 움직여 봤자 더욱 질기게 옭아맬 뿐이다.
“읍! 으읍! 살려 줘!”
“빌어먹을!”
“글쎄다. 어차피 입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서 말이지.”
자신에게 물품을 구매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자비롭지만 일단 칼을 들이댄 이상 한없이 무자비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조금씩, 조금씩 좁아지는 나무 덩굴의 감옥.
우득- 우드득-
콰직-!!!
“꿀꺽.”
김진우에게 칼을 들이대면 저렇게 될 수 있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약육강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광경에 주변의 헌터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