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2
273화 돈미새의 자질
– 캬, 기자들 아무 말도 못 하죠?
– 까놓고 정당방위가 맞지. 잠자다가 칼 맞았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 그마저도 김진우가 힘이 있어서 그렇지. 힘없는 일반인이나 헌터들은 재산 다 털리고 목숨 건진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걸?
결론적으로 기자들의 흔해 빠진 선동은 먹히지 않았고, 여론은 철저히 진우의 편에 가까웠다.
애당초 어지간히 삐뚤어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빌런의 편을 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일 터.
다만 걱정의 목소리 또한 충분히 존재했으니,
– 이거 근데 한국에 카르스트가 보복하는 거 아니야?
– 에이 설마…….
– 카르스트는 철저한 점조직이잖아. 딱히 충성심이라 할 만한 건 전혀 없지 않을까?
빌런 조직을 이끌던 수장의 죽음.
보통의 빌런 조직이었다면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수장에 대한 복수를 명분 삼아 보복에 나설 확률이 높다.
뭐, 범죄자가 명예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이 그러했다.
얕보이는 것에 헌터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빌런이란 종자들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리고 원래 설마설마하는 것은 늘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긴급 속보, 카르스트가 김진우의 목을 내놓지 않으면 한국을 테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 정부와 헌터 협회에서 세금을 투입하여 헌터 지원자를 모집하는 정책을 속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분들은 외출에 각별히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태를 촉발시킨 김진우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현 여당 대표, 김진우 법안을 제출. 앞으로 빌런과의 문제 발생 시의 책임은 온전히 해당 대상의 몫. 야당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으로 밝혀져.]카르스트의 테러 협박.
심지어 김진우의 목을 내놓으라는 살벌한 조건까지.
보통이라면 어쩌면 좋을지 골머리를 앓는 것이 정상이었을 것이다.
허나…….
“음, 역시는 역시라더니. 반응 확실하네.”
“우끼, 저 녀석. 카르스튼지 카레스프인지 하는 곳이랑 손잡는 놈들이 모인 곳에 있었던 놈이다.”
“한 당의 대표가 되는 데 나름 비결이 있나 했더니. 빌런에게 빌붙기였던 건가?”
요정 찻집과 엔코를 토대로 이미 물증에 해당되는 증거까지 확보한 진우가 겁먹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우웅- 우우웅-!
– 진우군. 일단 조용해지기 전까지 한국을 떠나 있는 게 좋을 것 같네. 카르스트 건은 내가 협회장으로서 어떻게든 해 볼 테니…….
게다가 한국의 헌터 협회장이라는.
결코 작지않은 인맥의 도움까지.
그러나 꾸준히 무럭무럭 자라야 할 농장도 그렇고, 진우 자체도 문제가 터졌다 해서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칠 성격이 아니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애초에 뭐가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당장 진우 혼자뿐만이 아니라 대지모신 길드 자체도 이럴 때를 위해서 꾸준히 성장시켜 두었던 것 아니겠나.
– 그렇게 쉽게 볼 일이 아니야. 정치 쪽에서도 여야 모두가 너한테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 자네가 아직 어려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정치 쪽과 엮이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야.
“저도 나이는 충분히 먹었습니다. 정치 쪽은 잘 모르긴 해도 뻔한 수작질에 당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나저나 헌터 지원자들을 모집한다고 하셨던데요?”
– 어떻게 보면 몬스터나 변종 게이트보다도 위험하고 까다로운 게 빌런들이니까. 인명 피해를 대비하기 위한 긴급 소집이지.
“거기에 저랑 대지모신 길드도 지원하겠습니다.”
– 그, 그게 무슨! 별의별 녀석들이 다 모일 거야. 자네를 안 좋게 보는 헌터 녀석들도 한가득하다고!
누가 봐도 피해자는 진우 쪽이지만 애초에 대화라는 게 통하지 않는 것들이 바로 빌런이라는 족속들이었다.
게다가 정치인들과 기레기들의 합작으로 어느 정도 선동까지 되어 있는 상태.
그런 와중에 사건의 당사자.
어떻게 보면 원흉이기도 한 진우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뭐, SSS등급 헌터가 지원을 왔다는 것에 든든하기야 하겠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 낸 진우에 대한 헌터들의 분노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빌런 청정국에 속해 있던 한국에 대뜸 테러의 위협이 도래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진우에게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고, 증거가 있었기에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상대측에서 먼저 대놓고 덤벼들면, 진우야 패를 꺼내 드는 것만으로 제대로 카운터를 먹일 수 있다.
이른바 꿩 먹고 알 먹기.
위기 속의 기회를 놓칠 리 없을 터.
“그런 거야 익숙합니다. 아, 물론 저희 쪽은 무보수로 지원할 테니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 아닐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소집이야. 당사자라곤 해도 돈은 확실히 챙겨 주는 게 응당 도리에 맞지 않겠나.
“으음, 그러면 이렇게 해 주시죠. 돈을 지불하는 대신, 그곳에서 제가 약소하게나마 노점을 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비용은 경매장보다 저렴하게 드리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빌런 토벌에 도움이 되는 작물이랑 영구 능력치 상승이 포함된 약초도 있으니 기분이 상한 헌터들의 기분이 꽤나 풀릴 겁니다.”
– 그건 오히려 우리가 돈을 줘서라도 원하는…… 후우, 그래.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젊은이들 고집을 이 늙은이가 어떻게 꺾겠어.
“바로 그겁니다. 좋은 건 그냥 받으면 되는 겁니다.”
– 쩝. 자네의 애국심을 사람들이 몰라주니 원. 아쉬울 따름일세.
“몰라도 알게 해 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헌터 협회장 앞에서 나름의 립서비스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말이다.
* * *
과거, 진우는 위험이라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짐꾼이던 시절의 위험은 보호장비 하나 차지 않고 수천 미터 상공에서 외줄을 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힘없고 돈 없고 빽 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것만큼 나약한 상태인 이들이 과연 또 있을까?
괜한 일에 말려들거나 위험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죽을 수도 있는 파리 목숨의 삶을 살아왔다.
허나.
‘이젠 다르지.’
드루이드로 각성하고, 대지모신이라는 단짝 초월자를 만나면서 진우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힘이 있고, 돈이 있으며, 빽도 어디 가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든든한 이들로 포진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러한 진우에게 위기는 되레 담금질하기 딱 좋은 기회 중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러하니 피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야, 저거 김진우 아니냐?”
“와아. 낯짝도 두껍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찾아오는 거 봐.”
“괜히 SSS등급이겠어? 자존심도 SSS등급이라서 그렇지.”
“아, 크큭. 그런가?”
헌터 협회의 건물에 들어서자 단번에 집중되는 시선.
대놓고 들으라는 듯한 야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에 대지모신 길드원 몇몇이 참지 못하고 나서려던 찰나였다.
촤하하학-!!!
전성 그룹의 오너이자 동시에 대지모신 길드의 간부이기도 한 정수아가 손을 휘저어 생성시킨 물보라로 간단하게 제지시킨다.
역시 수아 씨다.
따로 말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저놈들의 목은 제 겁니다.”
“…….”
아니, 막았던 게 그런 의미였어? 내가 침 발랐으니까 넘보지 말라는?
“나는 괜찮으니까 우선 진정 좀 합시다.”
“진우 씨가 정 그렇게 말씀하시면야. 저놈들도 참 운이 좋네요.”
하여튼 평상시에는 정상이신데 가끔 보면 무서울 때도 있다.
겉은 여리여리해 보일지라도, 정수아도 엄연히 SSS등급의 헌터.
심지어 4개체의 상급 물의 정령을 폭주시키면 진우로서도 까다로웠기에 빠르게 말린 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
“드, 드워프?”
“잠깐만. 드워프만 있는 게 아니야. 눈에 마나 집중시켜서 자세히 보라고.”
“저건 노움? 땅의 하급 정령이잖아?”
“다른 속성의 하급 정령들이랑 중급 정령도 있어!”
“대지모신 길드에 정령사가 그렇게 많다더니. 사실이었던 건가?”
혀를 내두를 만한 숫자의 4대 속성의 정령들.
뭐, 이 녀석들은 모두 진우가 다스리고 있지만 굳이 오해를 풀어줄 필요는 없었다.
SSS등급 헌터의 무력이 제법 강한 농부.
진우로서는 이 이미지만 가져가는 것으로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대지모신 길드에 이어서 드워프와 정령들을 동원한 이유는 무척 단순했다.
“여기다 완성시키면 된다 이거지?”
“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룩 님.”
“이 정도쯤이야. 누워서 맥주 마시는 것보다도 쉽지.”
짜리몽땅한 팔로 소매를 걷어 올린 드워프들은 정령들과 함께 그 자리에 건물 한 채를 그대로 고스란히 올려 버렸다.
[정령이 함께하는 만물상 노점(신화)]* 분류 : 시설
* 물건을 올리면 알아서 분류별로 나눠서 진열됩니다.
* 주인에게 허락받지 않은 물품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강제로 가져가려고 할 시 저주를 받게 됩니다.
※ 잡았다 요놈! : 도둑질당할 경우 해당 대상을 속박하고 징표를 새깁니다. 주인을 쓰러트리지 않는 한 100m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안 팔아 : ‘잡았다 요놈!’의 징표와는 다른 형태의 징표를 새깁니다. 해당 대상이 얼마를 지불하든 물품을 넘겨주지 않습니다.
– 드워프와 정령들이 무척 간단하게 지어 올린 노점입니다. 그러나 그간의 건축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웬만한 공격에는 꿈쩍하지도 않는 내구력을 자랑합니다.
그야말로 두말할 필요가 없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드워프들의 건축 솜씨.
보통의 경우라면 그 웅장함과 대단함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정상이었을 거다.
확실히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 진우는 환영받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입장.
당연하게도…….
“……상점?”
“허, 허허허!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 지경으로 일을 키워 놓고도 장사질을 하고 싶냐? 어? 쯔쯔, 하여튼 돈미새는 이래서 안 된다니까.”
“협회에선 이런 걸 가만히 두고 본다고? 이건 뭐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장난치는 거야 뭐야?”
이 판국에도 장사질을 하고 싶냐며 삿대질하기 바쁘다.
이것 참.
뻔한 걸 묻고 있다.
농부라고 해서 농사만 짓는 1차 산업의 직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단 말씀.
뭐, 일단 일을 저지른 당사자인 건 맞지만 하나 확실히 해 둘 것이 있었다.
“우선 저는 죄송하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네요. 저는 제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첫 번째로, 내가 오르가 반 수르를 죽인 것은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다는 점이요.
“또한 이 노점 부분은 이미 협회랑 정부 측에게 승낙받았습니다. 이번 지원에 있어서 저를 비롯한 대지모신 길드원분들 전원이 무보수로 지원하는 조건으로 말이죠. 아, 참고로 다른 분들도 똑같이 하실 수 있다고 답변도 들어 두었으니 결코 저만의 독점적인 갑질이 아닌 점도 알아주시길.”
두 번째로는 이번 상점 개업에는 다 그에 따른 값을 치른 결과이니 따지고 싶으면 그쪽도 똑같이 하면 된다는 처리 방식.
그리고 한 가지 첨언하자면.
“무엇보다도 이번 거래는 저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번 지원에 몸소 나서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띡- 띡-
우르르르르르-
미리 차원 가방에 준비시켜 두었던 작물과 약초들을 노점에 올리자 보기 좋게 세팅되는 물건들.
“하! 볼 필요도 없어. 이딴 걸 사 줄 것 같아?”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고.”
“암, 그렇지.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말을 듣는 판인데 말이야…… 어라?”
“이거. 정말로 이 가격이 맞는 거야?”
“물론이죠, 손님.”
하나같이 때깔도 좋은 것이 먹음직스러운 햇감자와 굳이 씹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과즙이 풍부한 사과.
더하여 영구 능력치 상승이 옵션으로 붙어 있는, 원래 경매장에 출품한다면 족히 몇 배.
아니, 열 배는 가뿐하게 받을 수도 있는 금액.
“이래도 제가 돈에 미친 새끼로 보이나요? 뭐, 정 그러시면 안 사셔도 됩니다. 싫다는 사람들한테는 안 팔면 그만이니까요.”
“기, 기다려 봐!”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요.
능력치 만능주의인 헌터 사회에서는 영구 능력치가 최고인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