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1
272화 가해자의 인권
“흐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애당초 농장을 건드린 순간부터 끝장을 내려고 했던 놈이었는데 이런 보상이 있을 줄이야?
평범한 잡졸 고블린인 줄 알았는데 황금 고블린을 발견하게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살육의 룬 – 김진우]* 분류 : 룬(활성화)
※ 살육의 힘 : 활성화될 경우 민첩 능력치를 소유자의 힘에 따라 최대 300까지 상승시켜 줍니다(현재 증가량 124).
무려 124나 되는 민첩의 증가.
뭐, 최대치인 300이랑 비교하면 반도 충족시키지 못한 반쪽짜리 효율이긴 하지만 레벨이나 아이템으로 124만큼 증가시키려면 필요한 고생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우다.
‘그리고 또 모르는 일이지.’
데미 갓의 효과를 더해, 초월자를 상대할 때 증가되는 능력치에 영향을 받게 되면 사실상 300이 추가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직접 알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
그렇다고 해서 초월자를 상대로 시험 삼아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진우에게는 충분한 대체제가 존재했으니.
“니드호그. 잠깐 실례 좀 할게.”
– 무, 무슨 짓을!?
“진짜로 공격하는 건 아니고, 이번에 얻게 된 효과만 확인해 보려고.”
주 신격은 아니라고 해도 니드호그도 명색이 초월자들 중 하나다.
특히나 펜리르나 아우둠라와 달리 나름의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까지 한 관계였으니 실험하기에 이만한 대상이 또 있을까?
다만.
– 맨입으로?
“쯧. 인간 사회에서 생활하더니 아주 속물이 다 됐네.”
– 인간 사회라기보다는 네놈과 생활한 덕분이지.
을이라고 해서 평생 부조리를 당할 운명은 아닌 법.
챙길 수 있을 때는 챙길 줄 알아야 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니드호그도 당하기만 하는 호구는 아니었다.
“그래, 민트초코면 되냐.”
– 하나론 정 없는 거 알지?
“넉넉하게 챙겨 줄게. 됐냐?”
– 좋다, 만족이다.
약간의 흥정 끝에 성사된 거래.
진우는 곧장 데미 갓을 적용시켜 보았다.
후우욱-!!!
순간적으로 13.1배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난 능력치들.
하지만 진우의 목적은 공격이 아닌 확인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야.”
※ 살육의 힘 : 활성화될 경우 민첩 능력치를 소유자의 힘에 따라 최대 300까지 상승시켜 줍니다(현재 증가량 300).
‘소유자의 힘’의 기준이 되는 것이 현재 능력치인 영향일까.
데미 갓에 의해 증가된 수치도 고스란히 적용되어서 최대치인 300까지 증가된 살육의 룬.
이렇게 되면 초월자들을 상대할 때는 아낌없는 효율로 이용하는 게 가능해지는 셈.
하지만 미미르의 지식을 통해 습득하게 된 만큼, 혜택은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살육의 룬의 최대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각성을 통해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살육의 힘(액티브) : 10분 동안 민첩이 1,000만큼 상승합니다. 단, 쿨타임에 들어가 있는 동안 추가 능력치가 증가되진 않습니다(쿨타임 7일).
“호오?”
숨겨진 조건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최대치를 달성시키자 습득된 액티브 능력.
스킬의 발동만으로 무려 1천에 달하는 민첩 능력치를 손에 넣게 해 주었다.
뭐, 기본이 네 자릿수 능력치인 초월자들을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치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살육의 힘의 액티브 효과는 데미 갓과는 달리 한정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다.
“비상시에 쓸 만하겠어.”
예컨대 초월자가 아닌 대상에게도 쓰일 수 있는 진우의 제2의 무기인 격.
페널티로 사용 후 7일 동안 능력치 혜택을 못 받는 게 흠이기는 해도 민첩 능력치 1천의 가치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에 충분한 수치.
무엇보다 이렇게 큰 판을 벌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좋을 터.
“마지막까지 챙길 건 다 챙겨야겠지.”
명색이 빌런의 수장으로 이름을 떨치던 오르가다.
당연하게도 그간 해 먹은 것이 한두 개였겠는가?
별의별 불법적인 일부터 정치계나 각종 끄나풀로부터 챙긴 떡고물의 부산물들.
물론 값을 매기기 힘든 살육의 룬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확실한 재화가 또 있겠는가?
“누구도 믿지 않아서 전부 자신이 품고 있었다니. 오히려 좋지.”
재산이 많은 부자들은 보통의 경우 은행에 돈을 예금하거나 주식 등에 투자, 혹은 만약을 위한 대비책으로 현물화하여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오르가는 빌런.
즉, 범죄자다.
언제 통수를 맞아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에 있는 만큼 대부분의 재산을 특별 제작한 인챈트가 적용된 곳에 전부 보관하고 있었으니.
“좋은 데 써 줄 테니까 아쉬워하지 말라고.”
– 내가 말했잖아. 너한테 배운 속물 본능이라고.
“시끄러워.”
속물 농부답게 요정 찻집의 정보를 토대로 오르가가 살아생전 쌓아 올린 막대한 양의 부를 고스란히 꿀꺽하는 진우였다.
* * *
진우가 얻게 된 소소한(?) 이득.
거기에는 사람들은 모르는 살육의 룬부터 오르가가 살아오면서 벌어들인 부도 있겠지만 정산을 제외한 뉴튜브에 등록했던 생방송도 빠질 수 없는 항목이었다.
이제는 영상이 되어 수많은 댓글과 여론이 한데 모인 투기장이 되어 버린 판.
허나 일반인들보다도 여기에 난리가 난 이들은 따로 있었다.
“아니, 김진우 그 미친놈은 왜 갑자기 난리인 겁니까?”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들어 보면 카르스트 측에서 먼저 공격을 가했다고는 하더군. 실제로 그들 중 꽤나 한가락 하는 이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고도 하니까 헛소문은 아니라고 본다.”
누가 보더라도 수상해 보이는 공간과 ‘나 악당이요’라고 말하는 듯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인물들.
이들은 현재 오르가의 죽음이 거의 100% 담겨 있는 영상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통탄을 내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살았으면 그만 아닙니까? 오르가를 죽이다니. 이건 명백하게 선을 넘은 겁니다.”
강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논리.
대부분의 여론이 오르가의 죽음에 환호하는 것과 달리,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그놈한테 먹인 뇌물만 해도 얼만데.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 알았으면 투자도 안 했다고.”
“누가 아니래?”
여기 모인 이들 전부가 오르가와 돈으로 엮여 있는 이들이다.
정치인이나 대기업의 회장 등.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존재들.
그러한 이들이 범죄자,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는 카르스트와 인연을 맺고 그들의 편을 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만의 카르텔.
오르가가 제아무리 천인공노할 범죄자라곤 해도 손을 잡으면 이득이 된다.
범죄 집단이기에 법을 신경 쓰지 않고 거슬리는 상대 측 정치인이나 기업에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일지는 두말하면 입 아플 터.
어지간히 배짱이 큰 이들이 아니고서야 빌런.
그것도 카르스트가 협박과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면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허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고작 한국의 농부 따위가 어떻게 오르가의 위치를 알게 되었느냐지.”
“전성이 대기업이라곤 해도 한계는 있어. 차라리 미 대통령의 위치라면 모를까. 오르가의 정확한 위치는 베테랑 정보 길드들도 모르는 미지의 정보라고.”
“미치겠군. 이거 이러다가 우리한테도 피해가 오는 거 아니야?”
“그러게 그 범죄자 새끼는 왜 괜히 그 농부를 건드려서!”
이제는 장점이었던 오르가의 힘이 되려 자신들의 목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 버린 꼴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일 뿐이라곤 해도, 이들 중 누구도 해내지 못한 오르가의 위치를 알아낼 정도로 유능한 정보원을 보유한 놈이었다.
혹여라도 자신들이 오르가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 탄로라도 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쌓아 올린 명예와 부.
그 모든 것이 끝장일 것이다.
“걱정 마. 방법은 있으니까.”
“오르가를 죽인 놈이야. 뭘 어떻게 하려고?”
“바로 그걸 건드리는 거야. 그나마 통제해 오던 우두머리를 잃은 카르스트. 이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과연 누구에게 화살이 향하겠나?”
“오호라.”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군.”
카르스트가 날뛰게 되면서 발생할 막대한 피해에 대한 생각 따위는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이들이 살아가는 곳은 믿음직스러운 경호원들이 자리 잡고 있을 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들이 조금 죽는 게 뭐 대수겠는가?
“그럼 바로 진행시키자고.”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이들.
하지만 그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정도면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되겠어.”
방금까지만 해도 함께 분노를 토하며 화를 내던 정치인 1.
그의 얼굴이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인간에서 원숭이의 얼굴로.
마치 머나먼 역사 속 인류의 역진화를 보는 듯한 기분.
……은 사실 아니고 애초에 수인 원숭이는 인간 자체가 아니다.
“우끼. 이따위 허접한 결계 같은 게 일류라니. 이 정도는 우리 잔나비들이 영유아 시절 때나 장난으로 치는 수준이라고.”
잔나비 일족의 중급 전사 엔코.
타고난 결계술과 둔갑술, 그리고 요정 찻집의 정보를 토대로 계획한 이들을 역으로 조질 증거 수집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 * *
“먼저 가셔도 괜찮다고 했는데.”
“제 일에 끌어들였는데 먼저 홀랑 갈 정도로 무책임하지는 않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게이트를 통해 이동하거나 전용 탈것인 후린이로 농장에 복귀하는 게 가장 빠를 테지만, 진우가 굳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로는 자신이 도움을 요청한 전성 그룹의 복귀까지 안전하게 책임지는 것.
두 번째는 오르가와 돈으로 얽힌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거대 빌런 집단인 카르스트가 음지에서 전부 다 때려죽인다면 그들에게 돈을 대주는 양지의 정치인, 대기업들이 콩고물을 주워 먹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이득을 다시금 서로 나누는 것으로 일석이조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 이들.
그러한 이들이 오르가를 죽인 진우를 과연 고깝게 보겠는가?
백이면 백.
십중팔구 진우를 향한 견제가 있을 수밖에 없을 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찰칵- 찰칵- 찰칵-!!!
막 짐을 챙기고 공항에 발을 들인 순간 진우를 향한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온다.
솔직히 기레기들의 공격은 여러 번 겪어 봤기에 익숙하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다.
‘눈뽕 진짜 싫다.’
예상하건대 네 자릿수 능력치를 지닌 초월자들도 눈뽕은 못 버티지 않을까 싶은 것도 잠시.
누가 기레기 아니랄까 봐.
빌런을 처리하고 온 진우를 향한 첫 질문부터 가관이었으니,
“사람을 죽이셨는데 어떤 기분이신가요?”
“김진우 씨와 정수아 씨가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뭐요?”
“아니, 이 사람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빌런이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오르가 반 수르가 사람이라고요?”
“예. 사람이죠. 그럼 몬스터입니까?”
뭐, 이런 식으로 나올 거란 건 대충 예상하기도 했다.
하는 짓이 몬스터보다도 못하다곤 해도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인권을 챙겨야 된다는 말.
그놈의 인권이 그렇게 중하다면 피해자부터 생각하는 게 도리 아닌가?
“아하, 지금까지 출현한 변종 게이트의 그 어떤 몬스터보다 많은 민간인을 죽인 빌런을 사람으로 취급해 주는군요.”
“그, 그건…….”
“그런데 말은 똑바로 합시다. 제가 먼저 카르스트를 공격한 게 아닙니다. 저쪽이 먼저 저희 농장을 습격했으니, 그에 정당방위로 조진 것뿐이니까.”
“…….”
미안하지만 선동은 지긋지긋하게 당해 본 덕분에,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면역이 생긴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