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0
271화 살육의 룬
지구에도 차원계에도, 흔히 흥신소나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길드들은 존재한다.
허나 진우는 그들을 이용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 여기, 요청한 정보. 비용 처리는 일시불인 거 알지?
“물론. 감사히 사용할게.”
요정 찻집이라는 비교 불가능한 서비스 센터가 있는데 다른 곳을 이용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뭐, 비용이 조금 크다는 게 약간의 흠이긴 하지만, 원래 정보란 속도가 생명인 법.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가져다주는 요정 찻집의 단골이 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 초월자를 죽인 너한테 시비를 걸다니. 하여튼 머저리들은 많다니까.
“다 제 팔자들인 거죠.”
욕심을 정도껏 부리는 선이었다면 진우도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농장에 손을 댄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다.
팜오리들이 든든하게 지켜 주고 있다곤 해도 괜히 찜찜한 것들을 남겨 둘 필요성은 없을 터.
무엇보다 사연이 있는 빌런들도 아니었다.
헌터로 각성한 능력을 활용해서 납치와 살인은 기본이요, 인신매매나 부산물 강탈 등.
범죄라고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은 죄다 저지른, 표현 그대로 회개나 갱생 자체가 불가능한 범법자들의 집단이다.
“해 온 짓들이 이렇게 화려하다면야 나도 부담가질 필요가 없지.”
겉모습만 인간일 뿐.
하는 짓이 몬스터인데 굳이 인권을 챙겨 줄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자신의 농장으로 넘어오기까지 했으니 대화로 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건 그렇고. 팜오리들이 믿음직스럽긴 해도 농사하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이런 일로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건 좋지 않겠어.”
이미 한 번 농장을 향한 공격이 있었다.
그렇다면 추후 두 번, 세 번 반복되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
물론 팜오리들 덕분에 농장이 손해 볼 일은 없다곤 해도 농사일만으로도 바쁜 데다가, 굳이 귀여운 응애 오리들에게까지 피를 보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본보기를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하는 법.
“뉴튭각은 못 참지.”
참고로 뉴튜브에서도 빌런 사냥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회 수가 보장된 컨텐츠 중 하나였다.
* * *
어그로에 살고 어그로에 죽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뉴튜브라는 정글.
각종 주작 영상이 판을 치는 곳에서도 ‘주작’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컨텐츠는 존재했다.
흔히 금기이자 조회 수 보장이라고도 불리는 레이드와 같은 영상.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도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빌런 사냥이었다.
능력치 자체만 놓고 본다면야 몬스터 쪽이 월등히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빌런들의 무서움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 있었다.
게이트 폭주라든가 변종 게이트 발발 같은 전조 현상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게이트 외에는 볼일이 없을 몬스터와는 다르게, 빌런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신분을 감춘 상태로 숨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나 빌런들의 무서움은 그저 무력적인 부분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저 ‘개인’일 뿐이라면 각성한 살인자에 불과할 뿐이지만 ‘집단’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지간한 국가의 헌터 협회와 맞먹는 무력과 재력을 갖춘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인 셈.
– 저거 빌런들 어떻게 토벌 못 하냐?
– 저걸 누가 잡냐? 처음 나서면 100% 피해가 막심할 텐데.
– S등급 헌터들도 차라리 레이드를 뛰면 뛰었지, 저기에는 발 들이기도 싫을걸?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 근데 저 똥은 무섭기도 해. 뭐, 나한테는 피해 끼치는 일이 없으니 상관없지만.
– ㄹㅇ ㅋㅋ
그렇게 무력과 재력.
더 나아가서는 정치 쪽으로까지 발을 뻗으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빌런 집단.
점조직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뒤끝도 장난이 아닌지라 섣불리 토벌하는 것 역시 어려워, 까다로운 벌집과도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생방송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
(주거 침입 및 작물 서리, 가축 피해 등. 빌런, 카르스트에 대한 정당방위 집행 들어간다.)
어지간한 뉴튜버들도, 인기몰이한다는 걸 알고는 있어도 그 위험도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않는 컨텐츠 중 하나인 빌런 토벌.
물론 까고 보면 그저 그런 잡 빌런을 잡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카르스트는 다르다.
중동 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빌런 집단.
그 크기만 해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허나.
– 기, 김진우다! 농부가 떴다!
– 미친, 농부가 빌런 집단에 쳐들어간다는데 이거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쟤들 막 보복 같은 것도 한다던데 대한민국 위험해지는 거 아니냐고.
– 그거야……먼저 공격받았다잖아. 그럼 어쩔 수 없지.
– 그래도 김진우잖아. 다 생각이 있겠지.
최초의 SSS등급 헌터이기도 한 김진우라면 무언가 다를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그것은 확실하게 맞아떨어졌으니.
– 저, 저건! 정수아다!
한국에 또 한 명 존재하는 SSS등급의 헌터 정수아.
그녀를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3개체의 시큐엘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제는 3개체라고 볼 수도 없었다.
– ……4개체? 저게 말이 되나?
– 하나는 다른 정령사가 소환한 거 아닐까?
– 정수아의 말을 듣고 있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한 단계 강화되어 4개체의 상급 물의 정령인 시큐엘을 다루고 있는 정수아의 모습까지 더해지며 본격적으로 빌런 집단을 향해 시작된 공격 포화.
99.9%가 살인자로 이루어진 빌런들이 당하는 광경에 통쾌해하며 후원 세례가 이어졌지만, 걱정스러운 댓글을 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김진우에다가 전성까지……이거 국제적인 문제에서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 저놈들이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무리 때려죽여도 계속 튀어나온다고 하잖아.
괜히 얌전히 다른 곳에서만 활동 중이던 벌집을 쑤신 건 아닌가 하는 걱정.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국제적인 문제였지만, 이런 부분을 잠재우는 것에 있어서 특효약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이다!)
(크롸롸롸롸롸—!!!)
(아우우우-!!!)
쿠구구구궁-!!!
– …….
대지모신 길드의 길드원들은 물론이요.
드래곤과 거대 늑대, 엔트들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개인’이라곤 볼 수 없는.
아니, 농부라고 볼 수 없는 군단의 출현에 한 순간 댓글창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 * *
초월자를 죽인 신살자이기도 한 진우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데미 갓의 10배 뻥튀기 힘도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진우가 아무런 대책 없이 빌런들의 아지트를 칠 이유가 없지 않겠나.
“역시 니드호그야. 성능 확실하구만.”
보여 주기식으로는 거대 늑대인 펜리르를 압도하는 니드호그의 위용.
거기에다가 깨알 같은 엔트 군단들까지.
무력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압도하는 조합이었다.
물론 단순히 이것만으로 끝을 볼 진우가 아니었으니.
“전성으로서도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뇨, 당연한 거예요. 감히 진우 씨의 농장을 건드렸는데 가만히 넘어갈 수 있겠어요? 저 말고도 나설 분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수아 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농장 외 전력이라 할 수 있을 정수아의 합류.
이미 힘으로는 충분한데 굳이 그녀를 끌어들인 이유는 단순했다.
전성 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힘.
어지간한 빌런 집단이라면 모를까, 카르스트를 건드렸으니 정치 쪽 역시 발작을 하고도 남았다.
제아무리 진우가 먼저 공격받았기에 한 정당방위라곤 해도, 대한민국에서 유도리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만큼 좋지 않은 게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전성 그룹은 일종의 보험이다.
처리하기 까다로운 일들에 대한 처리를 부탁할 보험.
당연하게도 전성으로서도 꽤나 큰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만큼, 진우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이미 챙겨 준 상태였다.
바로 물을 타지 않은, 순도 높은 상태의 미미르의 샘물이었다.
정국진 회장을 통해 이미 약속했던 것이긴 해도 그 효과와 가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 도움을 받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효과적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정수아가 미미르의 샘물을 섭취하고 얻게 된 추가 효과는 영구 능력치와 더불어 상급 정령의 추가 소환이었다.
기존의 3개체에서 이제는 4개체를 동시에 다루는 정령사라니.
새삼 미미르의 샘물의 혜택으로 언어만 추가 습득하게 되었던 진우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지경이었다.
‘진짜 써먹지도 못할 문자를 어디다 써야 할지 원.’
앞으로 쓸 수는 있을지 의문이기도 한 암호.
그러나 일단 중요한 건 빌런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일 터.
개중에서도 진우가 자신만만하게 이들을 공격한 이유이자 원흉은 간단했다.
“빌어먹을 놈! 감히 나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이봐. 가만히 있던 사람을 먼저 건드린 건 그쪽이거든?”
빌런 집단, 카르스트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오르가 반 수르.
점조직의 가장 골치 아픈 점이 바로 꼬리 자르기인데 이렇게 곧장 머리부터 잡아 버리면 어떻게 될까?
실질적으로 카르스트는 까다로운 빌런 집단에서 오합지졸이 되는 것뿐.
그렇게 영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녀석을 사냥하는 광경을 남기려던 찰나였다.
“어라?”
순간 잘못 본 것인가 싶어서 몇 번이고 눈을 비벼 보는 진우.
허나 제대로 본 것이라는 듯.
진우의 눈앞으로 알림음이 떠올랐다.
[살육의 룬을 발견했습니다.]※ 살육의 룬은 오직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힘을 품고 있는 문자이며, 특별한 업적을 달성한 대상들만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르가의 머리 위에 마치 제3의 눈처럼 새겨져 있는 낙서 같은 문자.
꽤나 익숙하다 싶었는데 미미르의 샘물을 섭취하고 얻었던 지식인 문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오로지 진우만이 인식 가능한 룬.
미미르의 샘물을 통해서 얻었던 지식인 만큼 그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니.
[살육의 룬 – 오르가 반 수르]* 분류 : 룬(비활성화)
– 수많은 타인의 피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묻힌 자에게 새겨지는 룬입니다(관계가 없는 자들에게만 해당됩니다). 습득할 경우 영구적으로 살육의 힘을 부여해 줍니다.
※ 살육의 룬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소유자를 직접 죽여야만 합니다.
※ 살육의 힘 : 활성화될 경우 민첩 능력치를 소유자의 힘에 따라 최대 300까지 상승시켜 줍니다.
일종의 고대 영혼이나 인챈트를 영구적으로 마나 소모 없이 적용시킬 수 있는 상위 호환 격의 힘.
심지어 습득하기 위한 방법도 현재 진우로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애당초 살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던 녀석이지 않은가?
겉모습만 인간일 뿐이지, 살육의 룬의 설명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관계되지 않은 이들을 숱하게 많이,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서 죽인 놈이다.
진우도 이득 보는 것을 좋아한다지만 누누이 말했듯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
“다음에는 좀 착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지키면서 살자.”
인륜적으로나, 보상적인 부분으로나.
진우의 입장에서 이러한 녀석을 살려 둘 이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