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7
278화 미니 요르문간드
초월자의 부산물이라면 기본이 초월 등급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요르문간드의 비늘 조각(초월)]*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요르문간드의 비늘 조각입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강도와 경도, 그리고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요르문간드의 독액(초월)]*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전혀 희석되지 않은 요르문간드의 순수한 독액으로 강력한 산성과 힘을 지니고 있으나 요르문간드가 인정한 대상에게만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 약간의 흡입만으로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며, 요르문간드의 독액에 사망할 경우 영혼에도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초월 등급의 재료.
하나같이 돈을 억만금, 조 단위로 들고 와도 구매하기 힘든 재료들이다.
특히나 독액의 경우에는 제조 과정 없이 그저 뿌리는 것만으로 강력한 무기가 될 정도.
– 인근에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그라바크 녀석이 있으니 충분히 가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눈썰미가 제법이신데요?”
– 워낙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봤으니.
음, 어째 이렇게 놓고 보니 펜리르나 헬라보다 계산이나 눈치 면에선 확실한 편이다.
둘째라 그런 걸까? 아니면 성격의 차이일까?
물론 눈이 돌아가면 펜리르나 요르문간드나 거기서 거기인 전투광이지만.
여하튼, 준다는데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일단 진우도 샘물을 주었으니 어찌 보면 샘샘인 셈.
확실하게 빚을 지워 두지 못한 부분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럼 시작해 볼까요?”
– 동생아. 준비되었느냐?
– 보다시피 이미 절개해 두었습니다.
– 으음! 과연 내 동생이야. 준비성 하나는 빠르다니까.
펜리르의 보조와 함께 시작되는 심장 이식.
첫 번째 심장을 돌려주는 것만으로 이미 차고 넘칠 만한 빚이었으니 말이다.
* * *
“이거 근데, 정말 제가 해도 괜찮은 겁니까?”
– 지금 소유주는 그대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대가 직접 집어넣어서 소유권을 넘기거나, 죽어서 넘기거나. 둘 중 하나뿐이지.
“로키는 거인왕한테 집어넣지도 않고 잘만 건네준 거 아니에요?”
– 아버지. 아니, 그 양아치 새끼는 인생이 꼼수인지라 비교 대상이 아니야.
“아…….”
하긴, 로키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긴 하지.
두근- 두근-
원래 한 몸이었던 요르문간드와 가까이 자리하게 된 영향이라고 해야 할까?
평상시에는 새빨간 보석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만히 있던 심장이었는데, 박동하는 것이 손에서도 여실히 느껴질 지경.
그 탓에 진우의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
‘그냥 박아 넣고 끝이라 할 수도 없고 원.’
살아오면서 의학과는 아득히도 먼 생활을 해 온 사람이 진우 본인이었다.
대학교는커녕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고, 전역 후에도 돈벌이를 위해서 짐꾼이 되었다.
땅에 씨앗이나 심어 봤지, 남의 몸뚱이에 심장을 심어 보는 일은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하지만 진우가 누구던가?
[선지자여.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있지 않느냐.]“대지모신님…….”
여신님이라는 최고의 치트키가 도와주고 있는 몸.
혼자라면 시도할 엄두도 못 낼 일이겠지만, 대지모신이 함께해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려워할 필요 없다. 벌어진 틈에 잘만 넣어 준다면 알아서 안착될 테니까. 저 녀석 정도 되는 생명력이라면 더더욱 걱정할 필요 없어.]“네.”
대지모신께서 가리킨 곳을 보며, 갈라진 요르문간드의 가슴팍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스으윽- 쿠직- 쿠지직-
갈라진 살결이 맞닿는 느낌이 썩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요르문간드의 몸속으로 다이빙하는 것보단 백번 나을 터.
그렇게 손을 몇 번 휘적였을까?
[요르문간드의 첫 번째 심장이 본래의 주인과 한 몸으로 융합됩니다.] [요르문간드의 첫 번째 심장의 소유권을 잃어버리셨습니다.]귓가에 들려온 알림음과 함께 진우는 작게나마 자신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르문간드의 첫 번째 심장이 주던 혜택을 잃게 되었다는 증거일 터.
이미 각오했던 부분이기는 하다.
허나, 그렇다곤 해도 말이다.
‘쓰읍, 이거 괜히 준다고 했나.’
뭐든지 잃어 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초월 등급의 심장이 주는 힘이 없어진 만큼 기운이 훅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준 걸 다시 빼앗을 수도 없으니 원.’
물론 얻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희생은 충분히 양호한 일.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온다고 누가 말했던가?
– 아아, 정말로 고맙다. 인간. 아니, 작은 은인이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르문간드 작은 은인’] [신용도가 800 상승합니다.] [요르문간드가 당신을 우호적으로 여깁니다.] [펜리르가 당신을 약간이나마 우호적으로 여깁니다.] [헬라가 당신을 아주 티끌만큼 믿습니다.]불과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진우를 도둑놈이라며 잡아먹을 기세를 풍기던 때는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펜리르보다도 우호적인 상태가 되어 버린 요르문간드다.
뭐, 다소 이해가 되기도 한 것이 펜리르가 구슬을 깨는 것에 도움을 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진우가 아닌 유진이다.
진우는 그저 유진이와 무척 친밀한 관계였기에 도와준 것이었을 뿐.
그런데 그건 그렇고…….
‘헬라는 뭐. 딱히 바라지도 않았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든든한 아군이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이 정도면 가히 엄청난 변화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대지모신님. 이런 경험도 해 보셨던 겁니까?”
역시 세월은 못 속인다고.
씹덕이시긴 해도 심장 이식이라는, 의학 부문으로도 출중하실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하던 순간이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더냐.]“……예? 그야 심장 이식이요. 이거 요르문간드한테 박아 넣은 거.”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자신만 믿으라고 했던 대지모신.
그러나 믿기지 않은 말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으니.
[땅에 씨앗을 심는 거나 저 뱀의 몸에 심장을 심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니겠느냐?]“…….”
정정하겠다.
그 긴 세월 동안 씹덕으로 살아오신 여신님께 무엇을 바라겠는가.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을 뻔한 작업.
하지만 이변이 끝났다고 누가 말했던가.
– 으, 으음!
– 뭐야. 왜 그러냐 동생아.
– 그, 그것이. 몸이 뭔가 찌뿌둥한 느낌이 드는데?
– 녀석. 간만에 들어온 심장에 이질감이라도 들었나 보지.
– 아, 아니! 진짜로! 모, 몸이! 읍! 으읍!
“……이거 뭔가 X된 거 같은데?”
땅에 씨앗을 심는 것과 심장을 심는 것을 동일하게 놓고 비교하는 것이 평범한 상식선에서는 다를 테지만, 필멸자와 초월자는 엄연히 종족의 차이가 다르다.
덧붙여 대지모신께서도 이미 똑같다고 인정한바.
그리고 진우가 씨앗을 심는 행위.
즉, 농사를 짓게 된다면 따라오는 것은 아주 먼 초창기 때부터 정해져 있지 않던가?
[드루이드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활성화됩니다.]한 번 적용되면 거리 유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자연과 관련된 것을 더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시키는, 지금의 진우가 존재하게끔 해 주는 것에 있어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 특성.
헌데 만약 그 효과가 심장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
아우우우 하고 울부짖으며 이유를 묻는 펜리르에게 진우는 차마 요르문간드의 몸속의 심장이 작물처럼 자라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실로 머릿속이 혼란일 뿐이었다.
* * *
크고 많은 양.
작물의 풍작이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행운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흉작일 수도 있다고 했던가.
그 예중의 하나로 손꼽는다면 바로 지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러니까 동생 녀석의 심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 말인가?
“일단은 축약하자면 그렇습니다.”
– 그게 대체 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
그런데 그렇게 봐도 어쩌겠나.
애당초, 진우 본인도 이럴 줄 알았으면 시도도 안 했다.
악의가 전혀 없는 순수한 선의……에 약간의 이득을 계산해서 넣은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간단히 생각해 보자.
만약 요르문간드가 인간이었다면? 그리고 심장이 계속 팽창하면서 거대해지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아니, 까놓고 인간을 떠나서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죽음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형이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이라면, 요르문간드는 일반적인 초월자가 아닌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는 초월자라는 거다.
그것도 탈피가 가능한 뱀의 형상을 띄고 있다는 점.
예컨대 계속해서 심장이 커지는 만큼 허물을 벗는다면 이론상 죽지는 않는다는 뜻일 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륵- 스르륵-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는 요르문간드의 피부.
탈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어도 저것이 탈피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허나 그러한 진우의 예상은 어디까지나 절반만 맞아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 저,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 자세히 보거라! 오히려 작아지고 있지 않나!
보통 탈피를 하면 몸집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되레 작아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그렇지만 사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르게 생각하면 사실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설마…….”
※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 : 자연과 관련된 것이 더 건강하게, 더 빠르게 자랍니다. 한 번 적용된 이후 거리 유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적용됩니다.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지니고 있는 효과.
거기에는 어디까지나 ‘더 건강하고, 더 빠르게’성장시킨다고 했지, 어디에도 거대해진다는 표현은 없다.
작물이야 크기가 커지고 과즙이 풍부해지는 것이 건강해지는 것이겠지만 심장이라면 그 반대로 적용되는 것이 더 ‘건강’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높다는 뜻.
특히나 요르문간드는 워낙에 거대한 체구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여겨질 정도였으니, 변화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뻔한 일 아니겠나.
– 끄으응! 내 평생 이렇게 개운하고 힘겹지 않은 허물벗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야.
– ……도, 동생아?
– 뭡니까, 형님. 제가 탈피하는 동안 영양제라도 맞으신 겁니까? 왜 이렇게 몸집이 거대해지셨어요?
– 내가 거대해진 게 아니라 네가 작아진 거다.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어? 그, 그럴 리가 없는데?
머리 크기만으로도 어지간한 마천루 정도였다.
초고층 빌딩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던 것이 바로 요르문간드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 이, 이게 정말로 나. 나란 말입니까?
누군가 말했던가?
귀여운 것을 보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물론 요르문간드의 거대했던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봤다면 결코 귀엽다고 생각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예외다.
아담한 수준을 넘어서 열쇠고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작아진 사이즈.
심장 이식과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환장의 시너지 효과.
그 결과 요르문간드는 지나칠 정도로 ‘건강하고, 빠르게’ 작아진 심장과 함께 지구에서 생활하기 적합하게끔 소형화가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