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8
279화 뉴비 오타쿠
쉬엑- 쉬엑-
꼬물꼬물-
진우의 손등에 자리잡은 한 마리의 자그마한 쪼꼬미 뱀.
겉모습만 놓고 봐서는 장난감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요르문간드다.
허나 작아졌다고 해서 얕봤다간 큰코다치기 딱 좋을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보다 큰 힘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적은 처음이로군.
덩치가 작아졌다곤 해도 능력치는 여전히 네자릿수에 육박하는 초월자.
게다가 작아지면서 속도도 이전보다 더욱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독샘에서 분비되는 독의 농도도 더욱 짙어졌다.
앞서 요르문간드에게 식사와 샘물에 대한 보답으로 받았던 독액만 해도 초월 등급이었다.
헌데 이제 그보다도 강화되었으니 사실상 물리는 즉시 황천길로 직행하는 것과 매한가지인 셈.
사실상 지구는 물론이요.
차원을 놓고 봐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의 암살자.
그러니 이러한, 진화라고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힘을 얻게 된 요르문간드가 느끼는 기쁨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다.
– ……이 정도로 가벼운 몸이라니.
거대한 몸집은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큰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나 태어났을 때부터 어지간한 행성과 맞먹는 크기를 지니고 있었던 요르문간드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천재지변이요, 대재앙이었다.
굳이 원하지 않더라도 생명을 앗아가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왜, 겉모습은 험악하기 그지없는데 은근히 마음은 여린 성격들이 있지 않던가?
요르문간드가 딱 그 짝이었다.
– 이제는 죽은 듯이 잠만 잘 필요도 없게 되었어.
형인 펜리르와는 달리 후천적으로 전투광이되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겨난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
–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도록 하겠다.
귀요미 버전으로 작아지면서 마음도 한층 더 부드러워진 요르문간드의 진심 어린 감사.
심장 이식과는 별개로 의도치 않게 또 하나의 빚을 만듦으로써 얻게 된 이득.
진우로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 * *
– 호오, 이렇게까지 과성장한 식물이라니. 여태까지 수많은 대지를 누벼 봤거늘. 이 정도 되는 것은 처음이야.
작아진 영향인지, 아니면 여유를 되찾으면서 원래 성향을 되찾은 것인지 몰라도 요르문간드는 왕성한 호기심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농장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하긴, 진우의 음식을 식도락하거나 스스로의 몸에서 분비되는 독에 대해 해박하게 연구하는 등.
확실히 싸움 외에는 그다지 많은 지식을 알고 있지 못한 펜리르와는 달리, 요르문간드는 어느 정도 대화가 되었을 때부터 상당한 지식을 뽐내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
게다가 농장을 운영하는 진우로서도 요르문간드가 농장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상당히 좋을 수밖에 없는 일.
특히 그중에서도 요르문간드가 가장 큰 관심을 두는 쪽은 바로 핑크 인시리움이었다.
성장하면서 내뿜는 독성으로 인해 능력치로 찍어 누르는 진우나 ‘독독 개선’을 보유 중인 팜오리 외에는 접근하는 것조차 까다로운 약초.
뭐, 당연한 말이지만 독독 개선 같은 능력이 없더라도 요르문간드 또한 능력치빨로 찍어 누른 덕분에 독성에 노출되더라도 아무 상관 없었다.
“신경 쓰이는 작물이 있으시면 가져가서 사용하셔도 됩니다.”
– 응? 아닐세. 그냥 구경만 하는 것으로 충분해.
“아뇨, 솔직히 저한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니까 오히려 권하는 겁니다. 혹시 압니까? 요르문간드 님의 독에 적응한 약초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지?”
–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잃을 확률이 더 클 거야. 내 독기는 견디기 힘들어서 말이지.
“손해 없는 투자를 바랄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습니다. 해 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그만이니까요.”
– 흐음, 그렇다면야.
드워프와 엘프, 그라바크에 이어 농장에 추가로 확보된 전문 생산직.
추가로 전투까지 능수능란하게 해낼 수 있으니 이만한 인재가 또 있을까?
심지어 귀여운 외모와 작은 생김새로 인해, 까놓고 말해서 주머니에 쏙 넣고 다녀도 될 정도의 휴대성까지 갖춘 최고의 인재였다.
다만…… 치명적인 귀여움은 때때로 당사자에게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되기도 하는 법이었으니,
“귀여워! 아빠 그거 뭐야!?”
농장 한쪽에서 신나게 놀기 바쁘던 태초의 아이.
그러한 유진이의 곁에는 오래인 스콜과 하티가 혀를 쭉 빼 내민 채 불쌍할 정도로 몸을 떨어 보인다.
넘치는 에너지의 유진이의 놀이를 견디지 못하고 탈진한 것이 자명한 모습.
헌데 그러한 유진이에게 타겟팅되었으니 결말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 나를 직접적으로 구한 은인이시다. 예의를 갖추거라, 동생아.
– 혀, 형님?
심지어 형님인 펜리르에게 있어선 구슬의 봉인을 깨 준 은인이기도 한 유진이다.
예컨대 피할 수 없는 가드 불능기에 걸린 꼴.
– 이, 이보게. 연구를 해야 하는…….
“크흠, 시간은 널널한 편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 …….
구원을 바라는 시선을 보내오는 요르문간드였으나, 진우 또한 딸내미 앞에서 힘을 못 쓰는 것은 매한가지인 입장이었다.
* * *
– 내 평생 이렇게 지쳐 본 건 토르와 한판 징하게 붙었을 때 이후로 처음일세. 처음이야.
“하하하…….”
이미 앞서 펜리르를 통해서 알아 두긴 했다만, 신적인 존재인 초월자들도 힘에 부치는 애 보는 일.
단순히 체력적으로만 힘든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드니 오죽할까?
진우도 24시간 농삿일은 가능해도 유진이와 하루종일 놀아 주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자신으로서도 두 손 두 발 다 드는 일을 해낸 요르문간드.
그런 그를 위해서 맛난 요리라도 해 줄까 했는데 그가 요청한 것은 뜻밖에도 바깥 나들이였다.
–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구경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흐음, 그건 그렇네요.”
확실히 그 거대했던 덩치로 바깥에 나가면 차원 어디든 간에 천재지변이었을 터.
그러다 보니 남들에겐 상당히 사소한 소원 같은 것도 요르문간드한테는 꽤나 간절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러한 점이 아니더라도 요르문간드가 지구에 가지는 관심은 상당히 지대한 편이었다.
– 호오, 과학이라고 했던가? 마나 쪽으로는 발전되지 못했다지만 상당히 독특한 발전 방향 형태야.
진우도 어머니의 숲부터 매드핀 등과 같은 여러 차원을 살펴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각각의 차원마다 특이점이라거나 발전 형태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뭐, 그렇다 해도 지구의 과학 정도라고 해 봤자 요르문간드나 펜리르가 작정하고 부수려 든다면 간단히 부러질 것들이겠지만, 뭐든지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한 법 아니겠나?
– 마력석 마차 같은 모양인데. 좀 더 가성비가 뛰어나게 활용되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어.
– 저건 마도구 같은데. 연락용으로 활용되는 건가?
당장 바깥에 나오면 간단히 볼 수 있을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짝거리는 요르문간드의 작은 눈망울.
그러나 호기심이 가득한 요르문간드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다른 쪽에 있었으니,
– 호오, 저토록 화려한 기술이라니! 저걸 사용하는 인물을 직접 만나 볼 수는 없겠는가?
“아, 저건 실존 인물이 아니라 힘들걸요?”
– 그게 무슨 말이냐? 저기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요르문간드가 가리키고 있는 대상은 진우가 아무리 억만금을.
수많은 돈과 인맥이 있더라도 만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심하기는. 나루X도 모르냐?]– 이런. 대지모신. 이미 그대가 눈여겨보고 있던 인재인 건가?
[쯧쯧. 이것 참. 아직 한참 부족한 뉴비로구만. 이보게, 선지자여. 그대의 스마트폰 좀 잠시 사용해도 되겠나?]“문제될 건 없는데. 설마…… 아니죠?”
“……오, 이런.”
지구의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요르문간드.
그런 그에게 많은 것을 소개해 주고 싶었던 진우였지만 적어도 이러한 방향은 아니었다.
‘씹덕 여신님 제발 좀……!’
미래에 오타쿠가 될 요르문간드를 향해 진우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애도의 눈빛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 * *
거대 빌런들의 집합소와 마찬가지였던 카르스트의 붕괴와 함께 세계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뭐야? 이번 교도소도 전부 다 만석이라고?”
“그, 이번에 소규모 빌런 집단들도 죄다 소탕되서 그렇지 뭐.”
“허 참. 환장하겠네.”
헌터 일만 해도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현대 사회였기에, 빌런들의 숫자는 그리 많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은 법.
세계적으로 놓고 보면 개인으로 활동하는 빌런들부터 소규모나 거대 집단을 이루고 있는 빌런들의 개체 수는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평소에는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카르스트의 멸망과 함께 세계적으로 촉발된 빌런 소탕의 발발.
확실히 선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었으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과정과 결과까지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던가?
난데없는 범죄자들을 잡아 넣는 일로 인해 전 세계의 교도소는 미어터질 지경인 상태였다.
“언제 난동부릴지 모르니까 주의해서 살펴보게.”
“쓰읍. 말년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계속 헌터 일이나 할 걸 그랬어.”
특히나 일반인 범죄자라면 모를까.
빌런들은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범죄자들이다.
무기나 방어구, 그 밖에도 철저한 감정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장비들을 죄다 해제시킨다 해도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헌터 출신이었던 이들이 대거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난동이라도 발생했다간 유혈 사태를 피할 수 없을 터.
그렇기에 간수들도 방심하는 일 없이 철저하게 감시 중인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참아. 안 그래도 교도소 신설 중이라고 하니 말이여.”
“아니, 무슨 건물이 뚝딱하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몇 달은 있어야 될 거 아닌가. 그냥 싹 다 처형시켜 버리면 안 되나?”
“이거 큰일 날 소리 하네. 시위대들 몰려오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놈의 인권, 인권. 인간의 가죽만 뒤집어썼지. 저것들이 괜히 헌터 라이선스도 박탈되었겠냐고.”
“어쩌겠냐. 빌런들 중에서도 은근 잡범도 있는 데다가, 자수하고 들어온 놈들도 있는데.”
법의 사각이라 할 수 있을 무법 지대인 게이트에 익숙한 헌터들이라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대부분인 사회다.
그리고 수십억에 이르는 인구 수만큼이나 사람들의 생각도 가지각색인 법이다.
제아무리 악독한 짓을 저지른 사형수라 해도 형을 집행하기 전에는 마지막 만찬을 고르게 해 줄 정도로 발달된 인권이었기에 갑론을박은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
결국 중간에 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만 개고생하는 것은 국적과 인종을 따지지 않는 것이 정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