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76
277화 형 이기는 동생 없고, 똥 이기는 생물 없다.
일반적으로 후각이 뛰어난 동물을 떠올리라고 하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나 고양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나마 게이트를 오가는 헌터들의 경우 고블린이나 갯과에 해당하는 놀과 같은 몬스터 정도가 있지 않을까?
허나 세상은 넓고, 인간보다 후각이 뛰어난 생명체들은 많은 법.
그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 바로 뱀이다.
지렁이인 지룡과 마찬가지로 다리 없이 땅을 기어다니는 0족 보행의 생명체.
그리고 동시에 진우에게 있어선 꽤나 익숙하기도 한 생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니드호그의 부하들이었던 일곱 마리의 뱀들을 상대해 보기도 했거니와 일부는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뱀이란 족속들이 늑대인 펜리르만큼이나 후각에 민감하다는 상식 정도는 당연히 탑재되어 있기도 했다.
헌데…….
‘이건 성능이 확실해도 너무 확실한데?’
이미 니드호그와 펜리르라는 선례를 통해 초월자라곤 해도 냄새 앞에서는 장사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작정하고 살상 병기로 제작했던 고추 농축액의 액기스가 가득 담겨 있는 소똥 지옥도 아닌, 농장에 뿌려 둔 거름만으로 이 정도로 질색하는 거대한 뱀이라니?
눈치 백 단인 진우로서 이걸 가만히 보고 넘길 리 있겠는가?
‘펜리르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겠어.’
초월자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다 공짜가 아니었기에 마음의 빚으로 남기 마련이었다.
지금이야 유진이의 도움을 받아 족쇄로부터 해방되었다곤 해도 속내까지 완전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팜오리들처럼 100% 신뢰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관계에선 빚을 쌓아 두는 것만큼 좋지 않은 장사가 또 있을까.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죠?”
일단은 시치미를 뚝 떼자 아니나 다를까?
– 하! 이 고얀 도둑놈 같으니! 네 녀석이 내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미물 따위의 힘이 미약하던 때에는 숨길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심장이라…… 확실히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전리품이지, 도둑질로 얻어 낸 게 아니거든요?”
– 쉬에에에엑! 결국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 않느냐? 이 도둑놈! 네 녀석이 뜯어 간 심장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곱게는 죽지 못할 거다!
분노를 토해 내며 금방이라도 진우를 찢어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달려들려던 찰나였다.
우웅- 우우웅-
진동하는 차원 가방에 이어.
푸드드드득-!!!
허공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똥 세례.
딱히 이럴 때를 대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게끔 차원 가방 한편에 다른 것과 섞이지 않도록 숙성(?)시켜 두고 있던 소똥 지옥이다.
제대로 된 발효 과정까지 거친 덕분인지, 굳이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퍼져 나가는 지독한 내음.
직접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공격은 아니지만 특유의 소름 끼치는 소리와 냄새만으로 충분했다.
– ……!
그저 머리만 빼꼼 내민 상태에서도 어지간한 크기의 건물이나 산 정도는 가볍게 씹어 버리고도 남을, 땅의 상급 정령인 노아단을 뛰어넘는 크기를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나?
제대로 써먹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거늘.
“이거. 아직 용기에서 꺼내지도 않아서 냄새가 좀 미미하죠? 그런데 이걸 그쪽 콧잔등에 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 ……!!!
제법 상상력이 좋은 편에 속하는지, 요르문간드는 진우의 말에 몸을 흠칫 떨어 보였다.
– 이, 이 지독한 놈! 나중에 그 사악한 물건이 없을 때 두고 보자!
“동작 그만. 어딜 도망가시려고?”
– 도망이 아니라 물러가 주는 것이다. 어리석은 미물이여.
“물러갈 필요 없는데. 그냥 지금 한판 뜹시다.”
– ……네, 네놈이 아까 돌아가도 괜찮다고 했잖느냐!
“그거야 공격하기 전의 얘기고. 죽이려고 달려든 태도 이후부터는 얘기가 다르죠.”
그러게 진즉에 보내 줄 때 떠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그렇다고 해서 보내 줄 진우가 아니긴 했지만.
“어디 한번 도망쳐 봐요. 구멍에다가 이거 그대로 쏟아부을 거니까.”
– …….
도망칠 수도, 그렇다 해서 달려들 수도 없는 진퇴양난.
한순간에 갑의 위치에서 을로 추락해 버린 초월자.
이거야말로 실로 똥으로 맺어진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 * *
형 이기는 동생 없다.
옛말은 틀리는 일이 없다고, 요르문간드와의 마찰은 펜리르가 도착하면서 사실상 끝이 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 이런 한심한! 헬라는 몰라도 내 기운은 느꼈을 것 아니냐.
– 그, 그것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리고 설마 미물 따위에게 도움을 받았을 줄은…….
– 미물이라니! 내가 은인한테 그렇게 말하도록 가르쳤냐?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형제의 연은 영원한 법.
펜리르의 잔소리에 잔뜩 주눅이 든 상태로, 요르문간드는 그 커다란 머리를 거의 바닥 가까이 댄 채 부르르 떨어 보였다.
허나.
– 그치만, 형님에게는 은인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심장 도둑입니다. 제가 숨 쉬는 데 얼마나 아팠는지 아십니까?
동생의 반항은 만국 공통을 넘어선 종족 공통인 것일까.
억울하다는 듯이 첫 번째 심장이 있었을 법한 위치의 몸통을 혀로 가리켰지만, 애석하게도 그러한 정의 호소에 넘어갈 펜리르가 아니다.
– 아무리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저건 은인께서 거인왕이던 우트가르트 로키를 죽이고 얻어 낸 전리품이다.
– 거, 거인왕을? 분명 얼마 전에 죽었다곤 들었는데…… 설마 그걸 해낸 필멸자가 저 녀석이라고?
– 그래. 정당하게 얻어 낸 것이니 깔끔하게 포기해. 애초에 빼앗긴 네가 잘못이잖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라. 네가 심장을 털린 시기가 언제인데. 시간 축이 차원마다 다르다곤 해도 경우라는 게 있어. 거인왕과의 관계와 네 심장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을 생각해 보면 네 심장을 훔친 건 딱 한 명뿐이지 않냐.
– ……아버지?
–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라. 그냥 양아치지.
첫째는 구슬에 집어서 팔아넘기고, 둘째한테선 심장을 훔치고.
로키가 정상적인 아버지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셋째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는 몰라도 그 역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보면, 헬라한테도 필시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으면 저질렀을 터.
새삼 그렇게 놓고 보니 거대한 늑대와 뱀이 피해자로 보일 지경이었다.
“심장이라면 돌려드리겠습니다.”
– 저, 정말인가?
진우로서는 어지간해서는 행하지 않는 선행.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유 없이 퍼주는 건 아니었다.
진우는 자선사업가가 아닌 농부다.
엄연히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중 하나인 몸으로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야 있겠는가?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재화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신용도?
“아뇨, 돈이랑 신용도는 필요 없습니다.”
– 그럼 대체 무엇을……?
– 그. 인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소똥 지옥인가 뭔가랑 관련된 건 아니지?
– 쉬에엑!
조금 어깨를 떨어 보이는 펜리르의 말에, 요르문간드가 금방이라도 달아날 기세로 기겁했다.
심장이고 뭐고 간에 일단은 살고자 하는 의지.
“아, 저거랑은 연관된 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진우가 고개를 젓자, 안도의 한숨과 혓바닥을 내민다.
‘돈이 좋기는 하지.’
자본주의사회에서 돈? 당연히 좋다.
신용도도 이제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남부럽지 않게 벌어들이는 입장.
그러한 진우에게 부족한 점.
정확히는, 가장 필요한 건 간단했다.
“제가 원하는 건 돈보다도 일단은 지키기 위한 힘이거든요.”
– 힘이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직접적인 무력의 지원을 뜻하는 건가?
“그렇긴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제가 원하는 건 대련이거든요.”
– 대련?
“일종의 친선 경기로 서로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 선에서 싸우는 겁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절 싫어하는 초월자가 좀 많아서 말이죠.”
힘.
그러나 무조건적인 도움을 받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초월자를 죽여 본 경험이 있다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꼼수를 이용해 어부지리를 취한 것일 뿐.
직접적인 전투에서 실전에 가까운 경험만큼 귀한 게 또 없었다.
–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런 거라면 상관없다. 나도 날 싫어하는 초월자가 제법 되니까. 오히려 필멸자를 노리는 초월자가 있다는 게 놀랍군.
– 전투라면 언제든 환영이야. 저 냄새 나는 것만 사용하지 않는다면야.
많은 것이 부족했던 초창기에는 채워 넣기 바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농장에서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작물부터 시작해서 팜오리 군단과 같은 가축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정령과 이장님이나 수아 씨를 비롯한 인맥들까지.
소유한 것이 많아진 만큼 지킬 것도 많아진 것이 현재 진우가 처한 입장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능히 주신 격 초월자들과 맞먹을 수도 있을 두 개체의 힘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보다 더 값진 것이 또 있을까?
– 그나저나 내가 좀 오래 굶어서 그런데. 심장 이식 전에 뭐 좀 먹을 거라도 있겠나?
“당연하죠. 농장이잖습니까.”
여기도 먹을 것, 저기도 먹을 것.
대부분의 작물과 약초가 식용 가능한 농장은 사실상 뷔페나 마찬가지였다.
* * *
“잔나비의 결계가 참 만능이긴 만능이야.”
“우끼! 당연한 말씀! 이 엔코의 솜씨니까.”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크기만 해도 노아단을 가볍게 뛰어넘는 요르문간드다.
진우의 농장이 아무리 시골 깡촌에 위치해 있다곤 해도, 이 정도 크기라면 가까운 도시에서도 충분히 목격되고 남았을 터.
하지만 이러한 초월자.
사실상 데미갓 칭호의 힘을 빌린 진우가 아닌 한 지구상에서는 상대할 존재가 없는 재앙급의 몬스터.
아마 한바탕 난리를 쳤다면 잔나비의 결계도 깨졌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결계도 무사하고 요르문간드의 얼굴도 팔리지 않았다.
‘즉, 언젠가 컨텐츠로 이용해 먹을 건덕지가 있다는 거지.’
니드호그는 정황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지만, 요르문간드는 아직 그 어떤 매체에도 얼굴을 내보인 적이 없으니 걸어 다니는 화젯거리인 셈.
그렇게, 진우가 자신을 대상으로 무슨 상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요르문간드는 진우가 차려 준 음식을 먹어치우기 바빴다.
– 음음! 맛있구나, 맛있어! 이러한 맛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입에 맞으니 다행이네요.”
원래 대부분의 뱀은 육식성이지만.
요르문간드는 명색이 초월자답게 과일과 채소도 문제없이 섭취하는 잡식 되시겠다.
– 족히 만 년 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이로다.
“더 드셔도 괜찮은데요?”
–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거대한 덩치만큼 먹기도 상당량을 먹을 것 같아서 잔뜩 준비해 왔지만, 뜻밖에도 먹는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인간 기준으로는 족히 200인분은 먹어 치우긴 했지만 각오했던 것보다는 적은 식비.
거기에 덧붙여,
– 흐음, 이건 설마 미미르의 샘물? 대체 이걸 어떻게?
“사정상 요툰헤임의 주인이 되었거든요.”
– 미미르 그 고약한 놈은 거인왕이 달라고 해도 안 주는 독종일 텐데…….
“다 방법이 있죠.”
미래의 큰 힘이 될 수 있을 요르문간드다.
이런 식의 빚을 지워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원래는 펜리르에게 줄 생각이었던 몫이었지만, 어차피 유진이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몸이니 지금 당장 급한 쪽에 넣어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 부족하지만 식사와 샘물에 대한 보답일세.
“이미 말씀드렸지만 돈은 괜찮…….”
– 돈이 아니야. 내가 모아 둔, 내 몸에서 나온 부산물 같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