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와, 역시 핑크 인시리움.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E등급 헌터.
솔직한 말로 짐꾼이나 F등급 헌터에 비하면 높은 편에 속하지만, VIP경매장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최소한 B등급은 되어야 접근이 가능한 영역.
그러한 진우가 VIP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그거야 간단한 일이다.
‘이게 진짜 되네?’
전자의 조건이 아닌 후자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특출난 인맥, 혹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것.
물론 진우가 농산물의 출품자라는 것은 대외적으로는 비밀이기에 불가능했지만, 진우가 아닌.
다른 이의 ‘인맥’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예를 들자면…….
– 흐음, 정말로 이런 것으로 괜찮겠나?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 좋네. 사울 경매장에는 나름 내 입김도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걸세. 다만, 자네가 출품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비밀에 붙이다 보니 시선이 곱지는 않을 게야.
“그 정도야 익숙합니다.”
– 그렇다면야 다행이지.
“아,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이번 출품하는 물품의 판매금의 일부를 먼저 선금으로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일정량의 수수료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 아닐세. 생명의 은인에게 수수료를 받을 정도로 배를 굶지는 않네. 껄껄껄! 정 그러면 아까 차에서 먹은 찐 감자를 수수료 대신으로 함세.
“감사합니다.”
앞서 언급했었던 대기업 전성그룹의 회장과의 인연 정도랄까?
뭐, 다른 이들의 같잖게 여기는 시선 정도야 3년의 짐꾼 생활로 단련된 진우에게는 오히려 너무나도 익숙하다.
중학생 헌터한테도 갈굼을 받아 봤는데 B등급 위의 헌터들의 시선 따위가 두려울까?
어찌 되었든 전화 한 통으로 손에 넣은 사울 경매장 VIP의 권한.
진우가 굳이 시간을 들여서 사울 경매장을 방문한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만드라고라.’
이번 VIP경매장에 출품되는 물건 중의 하나인 고급 작물, 만드라고라.
B등급 게이트 이상의 환경에서만 자생하는 녀석은 그중에서도 굉장한 고급품으로 통한다.
게이트 내부 전체를 돌아야 어쩌다가 겨우 1개 발견될 정도로 몬스터계의 산삼 취급받는 녀석.
그렇게 발견되더라도 대부분 연금 협회에 납품되는 고급 품종의 식생이 VIP경매장에 출품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때 당시에는 VIP전용 커뮤니티 게시판도 못 들어가는 진우가 어떻게 알았냐고? 그야 뻔한 것 아니겠는가.
– 냠냠냠. 으음! 역시 감자에는 설탕이죠. 이번에도 불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상, 하급 요정 몰리였습니다.
“그래, 잘 가라고. 맛잘알 요정 친구.”
정보의 도서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르는 것이 없는 요정 찻집.
물론 한 번 호출 할 때마다, 또 정보 구매 비용으로 총합 22만 2천 원가량의 비용.
거진 40국밥의 금액이 소모되긴 했지만, 근래 들어서 정보 덕에 본 이득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큰 타격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진우가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을 발아율 100%로 성공리에 수확해 낸 것도 그렇고, 프로그맨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유리 자이스와의 인연을 만든 것도, 자이스 가문에 정보를 판매한 것도 어떻게 보면 정보를 따라 길을 걷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운명이나 미신을 딱히 믿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도 이번의 만드라고라 또한 이 과정에서 구매했던 정보의 덕을 받을 수 있는 식생 중의 하나다.
※ 해당 글은 요정 여왕 티타니아로부터 공식 인증된 베스트 공략입니다.
과연 요정 여왕 티타니아라는 존재에게 인증받을 만한 베스트 공략.
3,5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한 게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그 내용 중에는 만드라고라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
– 만드라고라를 맨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뽑는 짓은 야만인들이나 하는 잔악무도한 행동이다. 우선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잔나비 일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상품의 품질로서 만드라고라를 100% 활용할 수 있겠지만 까탈스러운 잔나비 일족과 연을 맺기란 힘들 터이니 차선책으로는……(중략)
보통 현대인 대부분에게 알려진 만드라고라 채취 방법은 체력 능력치 높은 탱커, 혹은 마력이 높아서 항마력이 높은 귀족이 잎을 잡아서 있는 힘껏 뽑아 버리는 것이다.
뭐, 대부분은 귀족이 나설 일 없이 고기 방패인 탱커가 나섰지만.
이유는 만드라고라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즉살’의 힘 때문이다.
면역성이 낮은 이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내구력 튼튼한 탱커조차 잠시 기절한 뒤 온종일 후유증을 앓는 강력한 비명.
그런데 그렇게 정형화되어 있던 방식이 잔악무도한.
완전히 글러 먹은 야만적인 방법이란다.
‘당연하려나. 자연인의 지식을 현대인이 어떻게 이기겠어?’
과학은 현대인이 앞서지만, 자연과 숲에 관해서는 자연인이라 할 수 있는 드루이드를 이길 수 없다.
심지어 그 대상은 약초학의 드루이드라고 불리며 티타니아에게 공식 인증까지 받은, 저명한 학자 수준의 지식을 지닌 자연인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잔나비 일족? 잔나비라면 혹시 원숭이를 말하는 건가?’
원숭이를 한국의 순우리말로 했을 때의 잔나비.
수인화 하는 사슴도 있는 판국에 원숭이라고 없을 리가 있을까?
차선책의 방법도 있기에 굳이 펠기르브의 말처럼 ‘필수’는 아니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
차선보다는 최선책.
가장 좋은 방법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본능 아니겠는가?
‘차선책은 따로 몬스터를 사냥할 필요는 없겠네.’
핑크 인시리움 때처럼 몬스터의 혈액.
아니, 만드라고라는 아예 시체를 원했지만 실로 다행스럽게도 차선책에 필요한 재료는 한국 내에서도 자주 출현하는 몬스터였다. 쓸모도 많아서 공급도 꾸준히 이루어지는 개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의 VIP경매장에서 구매 겸 챙겨 갈 생각에 진우가 일타이피의 계산을 하고 있으려던 찰나였다.
“오늘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많은 분이 와 주셔서 무척 기쁩니다!”
잔잔한 음악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정갈한 몸가짐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내와 여인.
각각 한 쪽 얼굴만을 가리는 반쪽 가면을 쓴 둘은 맑은 목소리와 외형만으로도 알 수 있듯, 척 보기에도 선남선녀였다.
돈 많고 실력 있는 VIP경매장의 고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한 외모와 퍼포먼스.
그러나 경매장을 찾은 이들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물품의 구매.
눈요기는 잠깐의 희락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행자들이기에 그들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럼, 바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자, 어서 나와 주세요!”
드르르륵-
진행자의 요청에 뒤에서 물품을 끌고 오는 가드들.
천막에 씌어 있어서 물품의 확인은 안 되지만 진우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정보에 의하면 1번 물품은…….’
“오늘의 1번 품목은 명장, 전상호 님께서 손수 제작하신 최상급 루비석의 반지입니다! 일류 세공사이자 각성자에게 필요한 체력이 담긴 반지이지요! 시작가는 100억! 최소 단위는 기본 5억입니다!”
“얼마에 낙찰될지 너무 궁금한데요? 이거 정말 탐날 정도로 가지고 싶습니다!”
[사울 VIP경매 1번, 최상급 루비석의 반지(유니크)]* 분류 : 장신구
* 사용 조건 : 체력 50 이상
* 체력+5
※ 루비석의 기운 : 하루에 1번 일정량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 실력이 뛰어난 장인 세공사가 마정석과 고품질의 루비석을 박아 넣어 완성한 반지입니다. 기운 활성화 시 체력을 일정량 회복시켜 주는 회복의 힘을 품고 있습니다.
* 판매자 : 세공사 전상호
* 시작가 100억, 최소 단위 5억
* 낙찰 예정가 : 170억(88%)
유니크 등급에 달하는 최상급 루비석의 반지.
요정에게서 구매한 정보는 단순히 경매장에 나오는 물품이 무엇인지 아는 정도로 끝이 아니었다.
출품되는 순서부터 시작해서 옵션.
거기에다가 대략적인 판매 예상 가격까지.
“체력이라…….”
고기 방패의 입장으로서 끌리긴 하지만 진우에게는 ‘굳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애시당초에 ‘루비석의 기운’이라는 저 효과.
‘일정량의 체력 회복’은 탱커로서 긴급 상황을 극복하기에 좋은 효과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회복량을 품고 있느냐다.
막말로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게 정상일 터.
그러나 진우에게는 보였다.
※ 루비석의 기운 : 하루에 1번 일정량(15%)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드루이드 상점을 전전해 오며 수많은 상품을 지켜봐 온 경험을 통해 올라간 안목 덕분일까?
진품명품을 가리는 것처럼 진우의 눈에 표시되는 효과.
15%.
적지 않은 수치지만 하루에 1번 사용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만 보면 그렇게까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저렇게 대놓고 반짝거리는.
‘나 겁나 비쌈’이라고 대놓고 새겨져 있는 아이템을 들고 무법 지대인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물론 예전이었더라면 저 정도 효과와 유니크라는 등급만 봐도 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봤을 것이다.
감히 착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길 정도.
허나,
‘내 눈이 너무 높아지긴 한 건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
그도 그럴 것이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과 신용 상점.
거기에 올라와 있는 물품들만 해도 저 정도 반지는 쭈구리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효과가 좋은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쌔고 쌨다.
일류 세공사이든, 명장이든 간에 저 정도의 세공 실력.
차라리 황금 고블린 드루이드인 체르가 탐욕의 금괴에 새긴 문양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조악한 장난질로 보일 지경이다.
그러했으니 진우의 눈에 찰 턱이 있겠는가?
뭐,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최상급 루비석 반지도 가히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105억!”
“110억!”
“135억!”
“이익! 150억!”
…….
아이러니하게도 ‘체력’의 효과 보다도 부티 나는 겉모습에 이끌린 것인지 경매의 주축이 되는 것은 탱커들 보다도 귀부인 사모님들이었다.
하긴, 저주받은 무구가 아닌 이상에야 체력+5의 옵션이나 ‘루비석의 기운’만 사용할 수 없다 뿐이지 착용하는 것에는 굳이 조건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착용 조건’이 아닌 ‘사용 조건’.
실제로 몇몇 무구의 경우에는 이름만 무구지 장식, 사치품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까.
“171억! 더는 안 돼! 더 질러 봐. 난 여기서 끝낼 거니까!”
“어휴, 징한 것.”
“그래, 너 가져라, 가져!”
“오호호홍! 이리 오렴! 내 컬렉션아!”
그리고 실로 놀랍게도 낙찰 예정가도 얼추 맞췄다.
오차는 고작 1억.
88%의 확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진 맞는 셈.
“낙찰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예쁘게 잘 써 주세요!”
드르르륵-
그렇게 1번 품목의 거래가 끝이 나고, 이어지는 가드들의 물품 운송.
2번과 3번, 그 이후의 물품들까지.
진우가 구매를 예정으로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중점적으로 본 것은 낙찰가가 얼마나 적중하는지였다.
‘진짜 용하네. 이건 요정이 아니라 거의 무당을 해도 되겠는데?’
오차가 조금 있었을 뿐.
거진 99%는 맞아떨어진 요정들의 예측.
이 정도면 정보원이 아니라 점집을 차려도 떼돈을 벌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기다림 끝에 진우가 그토록 기다렸던 놈이 도착한다.
“이번 물품은 꽤나 독특하군요!”
“일반인 분들도 계시니 조심히 다루셔야 합니다 가드분들!”
[사울 VIP경매 22번, 만드라고라(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마력 혹은 체력 50 이상
* 효과 : 1시간 동안 마력+40
– 즉살의 힘을 품고 있는 만드라고라입니다. 면역이 없을 시 죽고 싶지 않다면 뽑지 마세요. (봉인)
* 판매자 : A등급 헌터(사울 경매장 인증됨), 비공개
* 시작가 50억, 최소 단위 3억
* 낙찰 예정가 : 79억(95%)
22번 품목으로 등장한 만드라고라.
지금까지의 경매를 지켜보면서.
또 낙찰 예정가를 알고 있는 진우이기에 지체 없이 손을 치켜들었다.
“75억.”
“…….”
“뭐 이런 경우 없는…….”
예로부터 돈을 아끼려고 찔끔찔끔 올리는 것보다는 한 방에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이 좋은 법.
건들여 봐라, 장난 아니게 올려줄게.
그래도 건든다고? 어, 너 가져~ ……식으로 폭탄 돌리기가 될까 지레 겁을 먹고 물러서는 사람들.
‘역시 이 방법이 정답이었네.’
뭐, 아직 뽑히지도 않은 만드라고라다.
모여든 사람들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영구 능력치’가 탐나서 온 것이지 폭발적인 마력 능력치 상승 쪽에는 관심이 없기에 만드라고라 경매는 혀를 차며 손을 뗐다.
“낙찰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안전을 위해서 만드라고라는 현재 봉인 마법 처리된 상태입니다. 10시간 후에 자동으로 해제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
결국 진우의 손에 넘어가는 만드라고라.
75억이라는.
1억에도 손을 벌벌 떨던 진우에게는 엄청난 거금을 소모한 물품이지만 상관없다.
앞에서 미리 정국진에게서 선금으로 땡긴 돈도 있거니와 진우에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이스 가문의 백지 수표도 있지 않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 모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저희의 공지를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귀중한 약초! 영약 중의 영약! 영구 능력치 상승 약초 세트입니다!”
“세트라고? 단일 품목이 아니라?”
“네! 5개 제공되는 잎의 경우 영구 능력치 효과는 없지만, 꽃과 뿌리는 각각 1개씩, 열매는 3개씩으로 구성된 세트이며 각각 능력치 보너스를 영구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쳤네, 미쳤어!”
“이놈의 여편네야! 내가 돈 아끼라고 그렇게 말했지!”
“어이 김 영감. 돈 가지고 있는 것 좀 빌려줘 봐! 아 글쎄! 이자가 얼마건 다 갚는다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여!”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나는 법이라고.
경악하는 사람들 앞에 등장한 핑크 인시리움의 열매, 뿌리, 꽃과 잎으로 이루어진 세트 품목.
*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판매자 : 전성물산
* 시작가 300억, 최소 단위 10억
* 낙찰 예정가…….
진우와 천묵이, 노움과 팜오리들이 고생해 가며 수확해 낸 결실.
그것은 경매장의 무대를 그대로 뒤집어 놓기에 충분한 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