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성공적인 약초 납품, VIP경매장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선은 손님.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대기업의 가장 윗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장과 해외에 속한 S등급의 유명 헌터다.
물론 나에게 감사를 표하러 온 것이라고 하고 편하게 하라고 한들 그게 쉽겠는가?
더군다나 신경 쓰이는 것은 둘로 끝이 아니다.
쿵, 쿵, 쿵-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땅 울림을 선사해 주는 노아단.
그 크기만큼이나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시골은 가볍게 짓밟을 것 같기에 걱정도 된다.
진우야 체력이 버텨 준다지만 이장님이건 다른 시골 동네 사람들은 아니지 않겠는가?
혹시나 싶은 걱정.
그런 진우의 시선 속이 꽤나 익숙한 것인지 피터가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아, 역시 자네에게도 노아단이 보이는 모양이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설령 짓밟히게 되더라도 노아단에게 의지가 없다면 피해는 전혀 끼치지 않을 테니 말이야. 내가 은인에게 폐 끼치러 올 정도로 성격이 모나진 않았다고.”
하긴, 매번 이동할 때마다 피해를 끼치면 움직이는 파괴신이 따로 없을 테니까.
다만 달리 말하자면 의지에 따라서는 파괴신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뭐, 그거야 국가를 막론하고 S등급 수준의 무력을 지닌 헌터면 대부분이 다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된다면 다 방법이 있지. 노아단.”
– 알겠다. 피터.
스스스스-
그야말로 한순간.
거대한 바위의 거인이 난쟁이로 변화하기까지는 채 5초란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본모습은 처음이려나?
노움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묵빛이 감도는.
구릿빛 피부의 난쟁이.
아니, 이럴 거면 처음부터 이 모습으로 등장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진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큼큼, 그래도 은인을 만나는 자리인데. 멋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겠나?”
“아하하.”
인간이나 정령이나 첫인상은 중요한 법.
막말로 진우 또한 노아단이 바위 거인의 웅장했던 모습이 아니라 노움과 비슷한 난쟁이의 모습으로 등장했더라면 ‘역시 고기 방패’로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크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주게. 내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거들어 주겠네.”
“비인륜적인 일과 관련되지만 않으면 된다네 젊은 친구.”
“…….”
“아버지. 진우 씨 부담스러워하시잖아요!”
“앗! 물론 지금 바로 말해 달라는 뜻은 아닐세. 일단 지금의 자리는 감사를 위해 찾아온 것일 뿐이니 말이야.”
거물급의 두 중년.
양쪽 다 한 업계에서는 끝을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들이다.
지금 당장 돈을 달라고 해도 억 단위의 돈을 일시불로 챙겨 받을 수 있는 거물들.
진우도 사람인지라 이러한 인물들이 보상을 챙겨 준다는데 어찌 끌리지 않겠는가?
그래도 대놓고 ‘돈이요’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속물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머리를 풀가동하여 생각하고 있으려던 찰나였다.
똑똑-
“무슨 일인가?”
“……저, 그게. 이번 납품되는 물건에 대해서 회장님께서 확인해 주실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준비해 온 트럭으로 옮겨 두게나. 지금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나?”
“그, 그게. 저희들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보상에 관해서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납품이니까요.”
“크흠, 그럼 언제든지 마음이 결정되면 이쪽으로 연락을 주게나. 다른 쪽을 거치지 않고 나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연락처일세.”
“여기, 내 것도.”
바깥에서 뻘뻘거리고 있는 덕춘 아저씨의 목소리.
진우도 딱히 보상에 관해서 정해 둔 바가 없었기에 곧장 바깥으로 나선다.
이어서 보이는 풍경.
그건 이번 납품 물건인 감자와 김장 김치 등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뭐, 덕춘 아저씨가 굳이 회장과의 대화의 흐름을 깨면서까지 찾아온 이유는 그저 감자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김장 김치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진우가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땅의 조각가인 노움들이 흙을 통해 성심성의껏 만들어 준 용기 속에 담긴 녹용의 하대 부위, 그리고 이번에 성공리에 수확해 낸 약초.
“……이게 무슨!”
“이, 이 약초. 설마 자네가 수확한 건가?”
“네. 제가 수확했으니까 납품하는 거 아니겠어요?”
“세, 세상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핑크 인시리움의 약초 수확으로 얻어 낸 부산물들이다.
다시 심어야 되서 따로 빼 둔 씨앗과 재료로서의 효능만 있는 잎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직접적인 영구 능력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열매, 꽃, 뿌리로 총 3종류.
그러나 이것은 영구 능력치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고작’ 3종류가 아니라 ‘무려’ 3종류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일시적인 능력치의 획득이 아닌.
영구적인 획득.
말 그대로 레벨업으로 획득하는 능력치 포인트처럼.
이러한 상품은 돈이 있다고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의 수준이 아니란 거다.
그 이름 높기로 소문난 연금 협회라던가, 대기업 전성, 미국의 수많은 기술자가 해마다 조 단위의 돈을 퍼부어 가며 어떻게든 만들어 내고자 노력한 영약의 레시피나 게이트에서 획득한 고급 식생에 대한 재배 방법이니까.
“호, 혹시 이 약초들. 추가로 수확도 가능한 건가?”
“네. 안 그래도 성장 중에 있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하, 하하하! 자네. 노움들만으로도 느낀 거지만 역시 보통 친구가 아니었군 그래?”
발아율이 20%.
아니, 5%만 되도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수 있을 작업을 눈앞의 사내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태연자약하게 해내었다.
* * *
“아버지도 참. 그렇게 뚫어지라 본다고 해서 뭐 알게 되는 것도 없을걸요.”
떠나가는 차 안.
그 내부에서 전성의 회장 정국진은 몇 번이고 약초를 매만지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전성을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마침내 대기업으로 일궈 낸 정국진이다.
그러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돈? 물론 중요하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그 노동력을 굴리기 위해서는 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허나 대기업에 있어서 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그것만 쫓다간 타락하고, 천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만 봐도 비리를 저지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대기업들이 바글바글하지 않던가?
그러나 업보란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되돌아오는 법.
돈이 아무리 중요해도 불법적인 일로 벌어들인 것은 어느 순간 자신의 목을 죄어 온다.
그러니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능력 있고 정직한 인재.
물론 넓은 지구라는 땅덩어리에서 그러한 인재를 찾는 것은 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
“수아야. 너도 안목이 상당히 늘었구나.”
“가, 갑자기 왜 그래요. 아버지답지 않게.”
“허허, 이 친구도 팔불출이 다 됐구만.”
헌데 그러한 것을 자신의 어린 딸은 벌써부터 착실하게 해냈다.
어찌 기특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다 놀라운 것은 약초의 부산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터. 자네는 그 녹용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보군?”
비록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는 없다지만 무려 ‘전설’ 등급에 해당되는 재료다.
실력 있는 장인들이 무구로서 가공해 낸다면 굉장한 작품이 탄생할 터.
그러나 피터가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녹용이 전설 등급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 녹용. 하대 부분만 남아 있는 걸세.”
“그거야 나도 알고 있네. 설명에도 나와 있지 않나. 근데 그게 왜?”
“이거. 땅의 기운으로 유추해 보건대 채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리고 채취할 당시만 하더라도 크기는 이거의 곱절은 됐을 걸세. 한마디로 상대와 분골. 그 위에 있는 팁은 이미 섭취한 상태인 게지. 아마 예상하건대 전설 등급의 녹용. 약재로도 귀한 것일 테니 이 또한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가 붙었을 확률이 높았을 걸세.”
“……!”
영구 능력치 상승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이 약초의 부산물 외에도 있었다니?
억 소리가 날 정도의 놀라움.
허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약초처럼 녹용 또한 사냥으로 채취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으니,
– 그러고 보니 그 농장. 안쪽에 특이한 힘을 지닌 개체가 좀 많긴 했지.
– 노아단 선배도 느꼈습니까?
– 응. 대지의 어머니께 사랑을 받는 자이니 나쁜 생각을 품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라 딱히 건드리진 않았지만.
거대했던 크기에서 소형화된 진한 피부의 구릿빛 난쟁이가 된 노아단과 운다이르의 말에서 비롯된 대화.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S등급 헌터이기도 한 피터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슴과 나비. 보통의 동물과는 거리가 멀었었지. 즉, 그 청년과 관계만 잘 이어져 간다면 훗날에는 녹용이든, 뭐가 됐든. 지금의 것들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일 테지.”
“김진우. 이 청년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군. 마치 내 젊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니까.”
“에이, 아버지. 그건 아니에요. 선 넘지 말아요.”
“…….”
정수아의 말에 마음에 상처라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 정국진.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부녀 사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피터는 목을 가다듬는다.
“큼큼. 어쨌든. 미국으로서도 놓쳐서는 안 될 인재야. 다만, 너무 알려지는 것은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좋지 않겠지. 일단은 자네가 잘 품어 주게나. 그래도 이쪽 업계에서는 끗발 좀 있지 않나?”
“자네가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군, 피터.”
“뭘, 서로 통하니까 함께 하는 것 아니겠나? 욕심부리다 화를 부르는 법일 테니 말이야.”
전성 그룹과 자이스 가문 간의 끈끈한 유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을 정국진과 피터 자이스의 우정.
비슷한 또래에다가 딸을 둔 아버지로서 금세 친해졌던 둘.
“됐고, 이거나 드세요, 아버지.”
“……이건 뭐냐?”
“뭐긴요. 찐 감자죠. 진우 씨가 알맞게 쪄 준 거니까 군말하지 말고 드세요.”
“아니, 그 누런 가루. 설마 설탕인 게냐? 에잉, 수아야. 아빠는 찐 감자에 소금 아니면 취급 안 하는 거 모르냐?”
“네네. 저도 그래서 소금파가 됐었죠. 그래도 한번 드셔 봐요. 나쁘진 않으니까.”
“아버지도요.”
“역시 내 딸밖에 없다니깐.”
그 아비에 그 딸이라고.
사이좋게 아버지의 입에 감자를 욱여넣는 딸들이었다.
* * *
사울 경매장과 커뮤니티 게시판.
일반적으로 각성자이기만 하면 대부분이 입장 가능한 공간이지만 자고로 아이템에도 ‘등급’이 존재하는 것처럼 극소수의 고오급 아이템들만 선별하여서 판매되는 VIP전용의 경매장과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가 B등급 이상의 헌터이거나 특출난 인맥, 혹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접근 하는 것조차 힘든 특별한 경매장.
그러한 극소수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하나의 공지글이 떠올랐다.
[금일 오후 7시경 후유증 없는 영구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는 약초가 등록될 예정입니다.]영구 능력치의 획득.
각성자에게 있어서 이 가치는 수백, 수천 마디의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단 한 마디로 일축하는 것이 더 쉽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돈이 얼마가 되었든 간에 없어서 못사는 것이 바로 영구 능력치 상승 옵션이 붙은 소모품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 있어서 영구적으로 죽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구보다도 효과가 좋은 자신을 위한 투자!
돈 많기로 소문난 헌터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있겠는가?
【성혜진 : 정보는 확실한 거겠지?】
【진우헌 : 구라 치다가 손모가지 날아가는 수가 있다는 거 안 배웠니?】
【마상태 : 내 시간 날리게 만들면 다 뒤집어엎는 거지 뭘.】
【고석호 : 형님 누님들.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제가 좀 몸에 투자를 해야 되서 말이죠. 영혼까지 끌어모아 볼 생각인데 아우를 위해서 봐주실 순 없을까요?】
【성혜진 : 응, B등급아. 미안한데 우리 A등급들도 능력치는 필요하단다 애송아. 오늘은 누나한테 양보하고 꺼지렴.】
【고석호 : 씨발. X 같은 인생. 나도 어디 가서 꿀리는 놈은 아닌데…….】
【성혜진 : 딱해도 어쩌겠니. 격의 차이가 1계단 수준의 차이가 아닌걸. 그나저나 새로운 얼굴들도 제법 많네?】
【고석호 : 그러게요. 김진우? 얘는 또 뭐니? 이제는 개나 소나 VIP네 고작 E등급이 무슨. 여기에 오고 난리냐. 격 떨어지게 시리.】
【마상태 : 관심 꺼라. 사내 새끼가 사내 새끼한테 관심 주고 있냐 너는.】기본적으로 일반 사울 경매장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VIP경매장은 엄연히 신분을 노출 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당연하게도 입찰에 성공한 물품이 중간에 도난 받는 일 없이 낙찰되기 위해서라도 대부분이 직접 출석하는 편.
또한 해당 소식에 사울 경매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영구 능력치’로 난리가 난 물품을 출품시킨 장본인.
김진우도 시간을 내서 참석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