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은혜 갚는 세계수 (1)
*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 : 땅과 접촉 중인 상태일 시 방어력과 항마력이 대폭 상승하며, 생명력과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또한 6시간마다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대폭, 그 밖의 정령들과의 친화력이 조금씩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한층 더 강화된 대지모신의 축복.
얼핏 보면 그저 기존의 효과가 강화되고 다른 정령들과의 사이도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 그치지만 추가 옵션의 진짜배기는 이 두 가지로 끝나지 않았다.
* 해당 효과는 선지자가 지정한 대상에게도 ‘약화된 대지모신의 축복’으로 적용됩니다. 단, 적용을 위해서는 해당 인물이 대지모신을 믿고 당신에게 우호적이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그릇된 마음을 품을 시 당신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언제든지 축복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인물과 땅의 정령 간의 친화력은 최악 상태가 되며, 축복 부여에 소모된 체력은 다시 돌려받습니다. (체력 능력치 3 영구 소모)
“…….”
선지자라는 이름답게 이건 뭐.
대지모신을 지구에서도 널리 포교 활동을 하라는 계시인 것도 아니고.
특성을 타인에게 직접 아무런 조건 없이 부여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라니?
물론 부여하는 숫자에 제한이 없는 만큼 패널티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3에 달하는 체력 능력치의 영구적인 소모.
확실히 각성자의 입장에서 적은 수치라고는 볼 수 없지만 언제든지 다시 회수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특성’을 부여해 준다는 것 자체가 지닌 메리트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혹시 이 축복은 아직 각성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건가요?”
[대지모신은 모든 만인을 굽어살피기에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합니다.]“……그러기에는 저한테 너무 잘해 주시는 것 같은데.”
[그저, 편애가 조금 심할 뿐.]“허어…….”
어쨌거나 이 가치는 특성의 강화 그 이상이다.
아니, 어쩌면 헌터계의 혁명이 될 수도 있다.
일반인이 특성을 얻는다는 것.
이 말인즉슨 각성자가 된다는 말과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소리인 셈.
심지어 그냥 평범한 헌터도 아니다.
강화된 버전이 워낙 사기라서 그렇지.
‘대지모신의 축복’도 만만치 않게 사기적인 특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기타 효과 외에도 ‘땅의 정령’과의 친화력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한 마디로 귀한 땅의 정령사를 공장에서 찍어 내듯이 양산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미쳤네, 이건 진짜로 미쳤어.’
지금 이 순간에도 각성자가 되고자 부조리한 짐꾼 생활을 견디고 살아가는 이들의 숫자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
그러한 이들에게 진우 같은 존재가 떡 하니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이 그야말로 뒤집히고도 남는다.
비록 외교,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 없는 문외한이라지만 3년간 짐꾼 생활을 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그냥 겪어 온 진우가 아니다.
십중팔구 해외에서도 엄청나게 접근해 오고도 남을 일.
‘……우선은 숨기는 편이 낫겠지.’
각종 작물과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가 붙은 유니크 등급 약초의 재배.
거기에 이제는 일반인을 강제로 각성시키는 능력까지.
이 정도면 법, 전성이 뒷배로 있다 한들 깡그리 무시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를 시도할 만한 능력이지 않겠는가?
뭐,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들킬 테고 진우 또한 꽁꽁 싸매서 숨길 생각은 없다.
그저 아직은 대놓고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것뿐.
일단은 그 누구도 자신을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
그것을 빠르게 해 줄 촉매제는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할짝- 할짝!
지금 당장이라도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듯.
진우의 오른손에서 튀어나온 채 게걸스럽게 할짝거리고 있는 혓바닥.
* 현재 만족도 0%
※ 만족 시 : 3 능력치 포인트
※ 불만족 시 : 랜덤한 능력치 5 하락 (남은 시간 26분 24초)
만족시키는 것만으로 무려 3 능력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
반대로 실패할 경우에는 5라는 수치를 잃는 만큼 반드시 실패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진우는 절대로 실패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세계수의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어둠 파편에 의해 기운이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우선은 앞서 태초의 알을 굶주리게 만든 원흉인 ‘어둠 파편’.
이것이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뻔한 일.
남은 것이라면 그게 세계수 깊숙한 곳, 정확히 어느 곳에 박혀 있느냐인데, 그 지름길을 찾는 것 또한 진우에게는 만능 치트키가 있었으니,
[대지모신께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실한 선지자에게 힌트를 가르쳐 줍니다.]“감사히 먹겠습니다.”
파아아앗-
신실한 사제에서 신실한 ‘선지자’로 바뀐 만큼 더욱 친절해진 대지모신의 말과 함께 진우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불길한 빛을 품고 있는 부서진 칼 모양을 한 파편.
‘어둠 파편’이라는 이름처럼 사이한 기운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손을 대는 것에 있어서는 꺼림칙했지만, 진우에게 달리 선택권이 있겠는가?
능력치 포인트를 잃는 것보다 각성자에게 치명적인 것은 없을 터.
마정석의 경우 때처럼 차라리 벌었던 돈도 안 쓰는 꼴이니 어떻게 보면 이득이려나?
아무튼 간에 대지모신이 가르쳐 준 힌트.
그곳을 향해 손을 뻗는 그 순간이었다.
날름-!
어둠 파편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기도 전에 칭칭 감아서 집어삼키는 혓바닥.
* 현재 만족도 100%
[만족도 달성으로 능력치 포인트가 3만큼 상승합니다.]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거의 날로 먹는 수준으로 얻게 된 3의 능력치 포인트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은혜 갚는 세계수’] [신용도가 10 상승합니다.]또다시 달성된 대형 업적의 달성.
허나 신용도 획득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보상에 눈이 먼 진우는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으니,
어둠 파편이 세계수에 박혀 있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서 뚫린 구멍으로 영험한 대나무가 제대로 된 효능을 각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막혀 있던 기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었다는 점.
그로 인해 일어날 일이 어떨지는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쿠궁-
쿠구구구구구-
“……은혜를 갚는다며?”
세계수의 끝자락.
잔나비 일족이 살아가는 대나무 숲속에서 난데없이 일어난 지진.
꾸득- 꾸드드드득-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셀 수 없는 기간 동안 묵혀 온 변비라고 해야 할까?
그간 막혀 있던 설움을 전부 다 토해 내겠다는 양.
엄청난 기세로 뻗어 나오는 세계수의 가지와 뿌리.
“어서 피해, 인간 친구!”
“방어의 진을 펼쳐라!”
“우끼! 안 그래도 진작에 하고 있거든!”
“우끼낏! 막아라, 막아!”
자연재해.
말 그대로의 표현.
조금 과격한 은혜 갚기가 진우와 잔나비 일족을 덮쳤다.
* * *
세계수의 정예 일족, 잔나비.
정예라는 이름에 걸맞게 갑작스러운 자연재해 앞에서도 이들의 대처 능력은 상당히 재빨랐다.
‘방어의 진’이라는 것을 여럿이서 겹겹이 펼쳐 내 세계수의 뿌리로부터 목숨을 지켜 낸다.
꽤나 긴 자연재해 속에서도 중상자나 사망자는커녕 경상을 입은 이들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의 실력자들.
다만 자연재해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진우와 잔나비 쪽의 인명 피해가 없다 뿐이지 모든 게 멀쩡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우끼……. 난리가 났네.”
“인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나는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혼날 걱정은 하지 마. 아무도 안 죽었으니까.”
잔나비의 집으로서 기능하던 건축물들이 세계수의 뿌리 급성장으로 인해 죄다 무너져 내렸다.
당연하게도 체르와 시드.
그들이 거래를 위해서 들어간 거대한 건물도 박살이 난 지 오래.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던 체르는 곧장 성질을 내며 진우를 타박했다.
“신참. 인내의 숲 지붕에 구멍 뚫었던 걸로는 부족했어? 이거 다 어떻게 할 거야? 어?”
“죄송합니다. 복구에 따른 비용과 노동력은 지불하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소리고!”
지금까지 내내 진우를 실드쳐 주었던 체르의 핀잔.
허나 진우도 나름 사회생활은 만렙이다.
이곳의 두령인 시드가 화를 내는 것보다는 자기가 타박하는 편이 덜 폭력적일 테니 자진해서 나쁜 역할을 맡아 준 것일 터.
이러나저러나 참 마음씨는 착한 츤데레 고블린이다.
다만, 그럴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크하하핫! 됐네, 됐어. 체르.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
“그래도 자네 집이 전부 다 폭삭 무너지지 않았나?”
“무너진 집이야 다시 세우면 그만이지. 특별한 장난질을 겪은 셈 치면 될 일이야.”
“허, 참. 이제 친구가 됐다 이거냐? 하여튼 친구바라기 같으니라고.”
한 번 친구가 되면 여간해서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의리의 종족, 잔나비.
겉으로만 봐서는 누가 봐도 대형 사고를 친 모양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만 봤을 때다.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전.
진우가 달성한 업적인 ‘은혜 갚는 세계수’.
그것은 표현 그대로 진우를 죽이려고 한 세계수의 암살 공격이 아니었으니,
[대지모신께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실한 선지자에게 힌트를 가르쳐 줍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지모신이 알려 준 힌트에 따라서 반짝이는 불빛.
“이 녀석이? 나 아직 잔소리 안 끝났어! 아무리 시드가 용서해 줬다고 해도 이런 사고는……. 신참, 너 손에 있는 그거 뭐니? 서, 설마?”
체르의 따끔한 쓴소리도 무시하고 나아간 진우.
이리저리 복잡하게 자라난 세계수의 뿌리와 무너진 채로 헤집어져 있는 건축물들의 잔해.
대지모신이 가르쳐 준 빛.
그 속에서 진우가 찾아낸 것은 여타의 세계수 뿌리들과 별다른 것 없는 세계수의 뿌리다.
다만, 기존의 뿌리들과는 달리 좀 더 생생한 잎들이 다닥다닥 붙은, 신성하기까지 한 기운을 품고 있는 뿌리.
토옥-
진우의 손에 닿자 그것은 기다렸다는 양.
톡-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며 진우의 왼손으로 무서운 기세로 스며든다.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가 당신의 비어 있는 왼손과 연결됩니다.]이어서 형성되는 나뭇가지 형태의 작은 문신.
“…….”
태초의 알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야생에서는 문신이 일상이라도 되는 건가?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은혜’라는 표현답게 지닌 효과는 상당히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측정 불가)]*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세계수의 은인
* 모든 능력치+2 (연결된 대상의 성장에 따라 강화됩니다.)
※ 와일드 헌트 : 세계수에 서식하는 전설의 영물, 혹은 그들의 영혼을 소환합니다. 기본적으로 세계수의 은인인 당신에게 우호적이나 당신 외의 존재에게까지 우호적일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또한 강력할수록, 많은 숫자를 소환할수록 소모되는 생명력과 마나의 양이 증가합니다.
– 의지를 가지고 있는 세계수가 은혜를 갚은 존재에게만 내리는 귀중한 증표로서 전설 속 영물과 영혼을 소환하여 다룰 수 있는 드루이드가 됩니다. 세계수에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됩니다.
문신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을 단박에 날려 버릴 정도의 막대한 성능.
모든 능력치+2.
따지고 보면 능력치 포인트의 총합이 8이나 증가한 데다가 ‘성장형’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보다 더 강화될 확률이 높다는 소리.
하물며 ‘와일드 헌트’의 효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설 속의 영물이나 영혼을 소환하는 힘.
당연히 우호적인 관계인 영물이나 영혼이 소환될 테니 유지만 가능하다면 진우의 뜻대로 전투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는 거다.
‘나도 강신시키는 형태의 전투가 가능해진 건가?’
요정 찻집에서 일전에 확인했던 드루이드들의 전투 방식.
그중 눈에 띈 것은 영혼을 몸에 강신시키는 드루이드였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끌어올리는 야생의 힘.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특성도 있겠다.
소통에 있어서도 전혀 문제는 없을 터.
무엇보다도 세계수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해당 옵션.
이 혜택은 당장 확인이 가능했으니,
“허어, 우리 친구.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능력 있는 인재였구만? 약초 재배하는 실력도 그렇고, 이제는 세계수의 증표까지 얻어? 이거 신참인 거 맞아, 체르?”
“……이제는 나도 몰라! 모르겠다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드와 체르를 비롯한 수많은 잔나비의 존경 어린 시선.
체르의 말 그대로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집을 파괴한 원인 제공자로서 참 아이러니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