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대지모신의 선지자
– 잔나비 일족이요? 세계수의 끝자락에서 사는 고등 생물로 분류되고 있어요. 새끼 때부터 높은 힘과 지능을 갖추고 있기에 쉽게 볼 수는 없을걸요. 하나하나가 정예들이기도 하고, 탄생과 함께 드루이드가 되기도 하죠.
잔나비 일족을 찾아오기 전.
몰리를 통해 전해 들었던 정보를 다시금 되새긴다.
세계수의 끝자락에 서식하는 고등 생물이자 새끼 때부터 강력한 힘과 지능을 갖춘 정예 생명체.
바깥에서 봤을 때는 그저 우거진 대나무 숲으로 야만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숲속에서 살아가는 자연 속 생명체.
허나 그러한 선입견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싹 바뀔 수밖에 없었다.
우웅- 우우웅-
진동과 함께 변하는 주변의 환경.
분명 대나무만 가득했을 공간에는 수많은 나무로 이뤄진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이 가득 지어져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흐응, 두령이랑 분위기 좋았었는데…….”
“다음 의식은 내 차례였었다고!”
“그래도 귀염둥이 체르니까 봐주자고.”
“하긴, 귀여우니까.”
“그나저나 저 인간은 뭐지? 비상식량인가?”
“나 태어나서 인간은 먹어 본 적 없는데? 누구 먹어 본 잔나비?”
“백호 녀석 말로는 부드럽고 맛있다고는 하던데.”
“맛은 없어 보이게 생겼는데.”
“…….”
언제부터 존재했었던 것일까?
기척도 없이 몰려든 수많은 잔나비.
[잔나비 상급 전사 롤] [잔나비 상급 전사 루리] [잔나비 상급 전사 챠르핀]…….
단언컨대 그들 하나하나의 개체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지금의 진우를 아득히 넘어선다.
유일하게 비교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일전에 마주했던 미국의 S등급 헌터인 피터 자이스 정도랄까?
예컨대, 하나하나의 개체가 S등급 헌터와 맞먹는 힘을 가졌다는 뜻.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우를 향한 적의까지는 없다는 것 정도인데…….
아니, 그 전에.
‘왜 자꾸 나보고 비상식량이래?’
듣는 비상식량 기분 나쁘게 말이야.
그나저나 공격받을 이유는 전혀 없으니 진우는 주변의 풍경이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바깥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
‘설마…….’
그런 내 태도에 눈치를 챈 것인지 앞서 나가던 체르가 피식 웃어 보인다.
“이제 좀 얼빵한 모습에서 벗어난 것 같으니 다행이네. 역시 인간이 이해력은 빨라서 좋다니까.”
라타콜의 건물 안에서 들었던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했던 체르의 조언.
그것은 순전히 라타토스크에게만 통용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잔나비 일족은 무력도 무력이지만 결계와 은신 능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그 밖에도 둔갑술과 환술도 조금 다룰 줄 알고. 물론 둔갑술은 너구리 일족이, 환술 족은 여우 일족이 더 잘 다루긴 하지만.”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야생 속 정글의 가능성.
그나저나,
“그런데 그런 정보를 막 알려 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상관없어. 이 체르 님에게 누가 뭐라고 할 건데?”
헌터 세계에서도 정보에 대해서 알려 주는 것은 대단한 실례로 통한다.
차원과 종족이 다르다 해도 어느 정도의 상식은 비슷한 법.
아니나 다를까?
“어이, 체르. 인간 나부랭이한테 뭘 그렇게 일일이 다 알려 주고 자빠진 거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가히 압도적인 살기가 진우를 향해 쏟아진다.
제대로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기세.
그 원인이 누구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잔나비 일족의 우두머리.
S등급과 맞먹는 힘을 지닌 상급 전사들보다도 상위의 격을 갖춘 거물급 생명체.
시선만으로 생명을 죽인다는 게 이러한 느낌일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압박은 체르가 진우의 앞에서 손을 한 번 휘저어 주자 단번에 편안하게 풀려난다.
“거, 더럽게 깐깐하게 굴고 있네. 뭔 놈의 비전도, 비법도 아닌데다가 누구나 다 아는 걸 가지고. 그리고 인간 나부랭이라니 말 좀 살살하라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참 드루이드라고.”
“하! 그래 봤자 100년도 못 살고 죽는 하찮은 미물 아닌가?”
아, 몰리가 했었던 말 한 가지가 더 생각났다.
성격이 지랄맞기로 유명하다는 표현.
박쥐마냥 나무 위에 거꾸로 매달린 채 귀를 후비는 모습으로 보건대 몰리의 표현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체르의 말에 이죽거리던 시드는 한순간에 온순한 양이 되었다.
“이거 이거. 이 신참한테 나부랭이라고 말해도 될라나? 정력 상승의 약초, 핑크 인시리움. 이거 네가 무시한 이 신참 녀석이 수확한 건데? 비로스랑 사이 더럽게 나쁜 네가 과연 이걸 구할 방법이 이 친구 말고 또 있으려나 모르겠네?”
“……뭐?”
“……예?”
문전박대에서 하이패스로 바꾸는.
다시금 튀어나온 마법의 두 글자, 정력.
그러나 그런 체르의 말에 의아함을 표현하는 것은 시드뿐만이 아니다.
‘핑크 인시리움이 정력에 좋았다고?’
어쩐지 핑크 인시리움을 수확하게 되었을 당시 체르가 접근해 왔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종족을 불문하고 정력에 좋다는데 싫다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여자에게 있어서 피부 미용만큼이나 중요한 상품성.
“지금 그 말. 한 치의 거짓 없는 사실이겠지. 체르?”
“물론이야. 내 황금 상단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당연히 그러한 것을 ‘수확’한다는 말에 시드는 곧장 태도를 바꾸고 진우의 앞으로 살포시 다가온다.
“방금까지 내가 저지른 추태를 사과하겠다. 뛰어난 재능을 갖춘 인간이여. 괜찮다면 앞으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나?”
스윽-
진우의 앞으로 내밀어진.
투박하면서도 커다란 잔나비 대전사의 손.
명색이 일족의 두령이라는 입장에 있는 이가 일족들이 보는 앞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과를 건네는데 진우라고 해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도,
– 그래도 의리는 상당히 깊어서 한 번 친해지면 목숨을 걸고 등을 맡길만한 호걸들이기도 하니 친해질 수만 있다면 나쁘진 않죠.
몰리에게 들었던 마지막 정보.
아직까지는 지구에 영향을 끼칠 수 없지만 수많은 S등급과 그 위에 있는 실력자와 친해져서 나쁠 게 뭐 있겠나?
“괜찮습니다. 앞으로 잘 지내보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잔나비의 친구’] [신용도가 10 상승합니다.]펠기르브 왈, 연을 맺는 것이 어렵고 까탈스럽다는 잔나비.
그야말로 정력 하나로 인맥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 * *
“그럼, 신참. 난 시드랑 대화 좀 하고 있을 테니까 그쪽 얘들이랑 대화 좀 하고 있어.”
“어…….”
“금방 끝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잔나비 일족의 친구가. 그것도 시드가 직접 상급 전사들이 보는 앞에서 공언한 이상. 이곳에서 널 건드릴 정도로 간 큰 잔나비는 없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솔직한 말로 방금까지 진우를 ‘비상식량’ 취급하던 이들과.
그것도 S급 수준의 헌터들과 남아 있으라니.
체르가 있을 때는 든든했지만 막상 떠나가니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허나 체르의 말대로 우두머리가 직접 ‘친구’로 공언한 힘은 상당했다.
“어머, 반가워. 인간 친구.”
“헛흠흠. 아까 말로 상처받았으면 나도 사과할게.”
“친구야 혹시 바나나 좋아하니?”
“여기 사과도 있어. 내가 직접 키운 거야. 과즙이 풍부해서 맛있을걸?”
진우를 향해 다가오는 상급 전사의 잔나비들.
거기다가 이들 중에서는 빈손으로 찾아오는 경우를 오히려 찾기가 힘들 정도다.
각자의 집에서 자라고 있는 과일과 채소 등을 따서 가지고 오는 잔나비.
그들이 가져온 것들의 품질은 농부인 진우에게도 상당히 상등품으로 보이는 편에 속했다.
[잔나비 바나나(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70분 동안 민첩+3
– 잔나비 일족이 수확해 낸 바나나입니다. 무척이나 몸놀림이 빨라질 것 같습니다.
※ 잔나비 바나나 1개를 전부 섭취해야만 효과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잔나비 사과(희귀)]…….
“어때 맛있어 보이지?”
“우리들이 직접 돌보고, 세계수의 가호로 튼튼하게 자란 작물들이라고. 맛도 성능도 끝내준다고.”
“감사히 받을게요.”
확실히 언젠 한 번 자연 속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본 기억이 있다.
원숭이들은 본능적으로 잘 익은 과일을 골라낼 정도로 감각과 본능이 탁월하다고.
그런데 그런 원숭이들이 보통의 종족이 아닌.
잔나비 일족이라는 고등 생물이 된다면 어떠할까?
직접 농사를 일궈 내기도 하는 고급 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실제로 만드라고라로부터 정기를 얻어 낼 정도라면 굉장한 실력자라는 뜻.
물론 개중에서도 진우의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있었다.
[영험한 대나무 죽순(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하게 300회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0 / 300, 1회 한정)
– 영험한 대나무에게서 채취해 낸 죽순입니다. 별다른 효과도, 맛도 없지만 식감이 굉장히 좋으며 양념을 잘 받습니다.
300회에 달하는 상당한 횟수의 제한이 있는 대신 ‘희귀’ 등급이면서도 영구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는 죽순.
그러나 진우에게는 그것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게 따로 있었다.
(세계수의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어둠 파편에 의해 기운이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막힌 구멍을 뚫어 영험한 대나무의 제대로 된 효능을 각성시켜 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일전의 경매장 때 ‘루비석의 기운’의 효과를 정확히 읽어 냈던 것처럼 죽순의 설명란에 따로 진우에게만 보이는 글귀.
혹시나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눈을 비비적거린 순간이었다.
할짝-
츄릅- 츄르릅-
무언가가 볼을 할짝거리는 감촉.
실로 찝찝한 그것은 진우에게도 익숙한 것이다.
“우, 우끼익!?”
“요, 요즘 인간의 손에서는 혓바닥도 튀어나오던가?”
“태어나서 인간을 본 적이 있어야지. 원.”
내 손에서 튀어나온 혓바닥을 보고 놀라 자빠지는 잔나비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태초의 알이 특정한 것을 목격하고 무척 굶주렸습니다. 먹을 것을 넣어 주세요. 태초의 알은 당신의 오른손과 연결된 상태입니다.]* 무엇이든 태초의 알이 먹을 만한 것을 넣어서 만족도 100%에 도달시키세요.
* 현재 만족도 0%
※ 만족 시 : 3 능력치 포인트
※ 불만족 시 : 랜덤한 능력치 5 하락 (남은 시간 30분)
“…….”
또 너야? 굶주린 태초의 알?
심지어 이번에는 보상도, 패널티도 이전보다 더 강화된 버전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더니.
만족 시에는 3의 능력치, 불만족 시에는 자그마치 능력치를 5나 깎아 먹는다.
실로 어마어마한 패널티.
하지만 진우에게는 전화 찬스를 뛰어넘는 대찬스가 있지 않던가?
[대지모신께서 신실하지 않은 사제에게 삐져 있는 상태입니다.]……어?
이거 설마 ‘무교’라고 해서 삐진 건가?
충격을 받았다고는 들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졌을 줄이야?
하긴.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대지모신이 직접 진우에게 말을 건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못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진우의 목숨이 위험해졌을 때 정도랄까?
‘나 참 못됐었구나.’
……솔직한 말로 생각해 보면 진우가 나쁜 놈이긴 하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말도 걸지 않고, 사제인 ‘척’도 해 주지 않았으면서 정작 필요해지니 찬스라며 부르다니.
그 대상인 대지모신은 자신을 향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자상한 미소를 보내 준 존재.
이 정도로 자신에게 잘 대해 주는 착한 신이 어디 또 있을까?
“될게요.”
[대지모신이 의아해 합니다.]“신실한 사제. 아니, 그 이상으로 해 주시는 것에 상응하는 만큼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지모신 님.”
[…….]진우의 말에 잠시 말이 없어진 대지모신.
혹시 잘못된 건가? 싶은 순간.
진우의 앞에는 놀랄만한 알림음이 울려 퍼졌으니,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대지모신의 선지자’] [신용도가 15 상승합니다.]“헐?”
잔나비의 친구에 이어서 오늘 하루만 자그마치 25에 달하는 신용도의 상승.
더군다나 최대 수치인 10을 넘어서 15까지 갱신했다.
그러나 신용도보다 더욱 귀중하고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대지모신이 자신을 받아들여 준 신실한 선지자에게 감동했습니다.] [대지모신의 감동의 인정을 통해 자격이 충족되었습니다.]감동과 자격의 인정에 따라서 땅을 통해서 발로, 발에서부터 심장까지 빠르게 전해지는 힘.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보유 중인 특성, ‘대지모신의 축복’이 강화됩니다.]“……!”
특성의 강화.
3년의 짐꾼 생활.
아니, 어쩌면 지구의 헌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진우에게 일어났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칭찬과 인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