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
4화 농작물들의 첫 데뷔
대기업 전성그룹의 유통 업계에서 나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40대 중년의 장덕춘.
입사 당시 처음에는 시골 촌놈으로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회라는 것은 사내 정치보다도 결과로 말해 주는 법.
많은 양의 질 좋은 제품들을 유통량을 계약으로 성사시키고 성과물을 보여 주며 현재 업계에서 그를 무시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오늘도 실수 없이 일 처리 합시다.”
“예!”
사내 정치로 들들 볶아졌던 영향인지 자리를 잡은 상황 속에서도 덕춘은 오로지 일과 결과로만 직원들을 대했다.
잘하면 잘하는 만큼 칭찬하고, 못하면 못하는 만큼 쓴소리하고.
그 외에 추가적으로 더 나서는 일은 없었지만, 세상사 예외란 것은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저 왔습니다. 어르신들.”
“어이구. 덕춘이 왔니? 직원분들도 어서 와요.”
“어여 와라, 덕춘아. 밥은 먹고 일하는겨?”
“아뇨. 마저 끝나고 먹으려고 합니다.”
“어이구. 그러면 안 되지. 콩국물에 국수 한 사발 말아 줘?”
“하하, 사양하지는 않겠습니다.”
덕춘이 나고 자란 고향.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인지.
비록 덕춘의 부모님은 제대로된 효도도 받지 못하시고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그 빈자리를 대신해 줄 어르신들은 무척이나 많았다.
또한 더욱 좋은 것은 오로지 어느 한쪽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라는 거다.
“그럼 물건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응, 그려. 준비는 다 해 두었어.”
장덕춘의 성과물로서 도움을 주었던 것 중의 대표격인 농작물.
덕춘은 질 좋은 작물을 받아서 성과를 올리고 마을 사람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서로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부상조의 관계.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장님.”
“그래. 고생하고.”
“예.”
그렇게 늘 하던 것처럼 덕춘이 이장의 집의 물품들도 납품받고 나서려던 때였다.
“덕춘이 아저씨! 잠시만요!”
“응? 석우구나. 무슨 일이냐?”
빡빡머리.
아니, 스포츠머리가 유독 잘 어울리는 석우의 등장.
이어서 내뱉는 그의 말에 덕춘은 꽤나 놀랐다.
“그게 정말이냐? 진우가 돌아왔다고?”
“네. 진짜라니까요. 제가 말했죠? 진우 그 녀석은 천생 농부라서 다시 돌아온다고 그랬잖아요.”
“그래. 아주 잘났다. 그렇게나 좋냐?”
“그야 당연히 좋죠. 동갑내기 농부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인생의 활력 자체가 다르다니까요. 큼큼.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능구렁이 같은 녀석. 네 부탁이 아니더라도 진우면 오히려 내가 나서서 일하고 싶은 심정이다.”
작물의 질적인 측면으로는 이장님과 석우의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던 것이 바로 김진호.
진우의 아버지가 일구었던 농작물이다.
진호 어르신은 이제 계시지 않는다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자식의 농사 솜씨도 어디 가지 않는 법.
“혹시 진우도 마을에 있는 거냐?”
“예. 진호 아저씨 땅 그대로 물려받아서 하고 있어요.”
“그래?”
잠깐의 고민.
그러나 결정은 금방이었다.
“다들 먼저들 가 보도록 해 봐. 난 마저 이쪽 일 마무리 짓고 가도록 하지.”
“넵! 알겠습니다.”
어르신들의 배려로 점심을 해결했다지만 아직 일은 많이 밀려 있는 상태.
먼저 직원들을 올려 보낸 덕춘은 석우와 함께 진우의 집으로 향했다.
“이 녀석은 왜 잘만 통화되다가 이때만 안돼?”
“하하. 일하고 있나 보지.”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아저씨께 소개해 드렸는데. 자고 있기만 해 봐라. 이 자식!”
“하하하하.”
트럭에서 핀 웃음꽃과 함께 향하는 길.
그러나 둘의 생각과는 달리 진우가 하고 있는 일은 전혀 예상외의 것이었으니,
“……응?”
“……에엑?”
퍽! 퍽!
퍼퍼퍼퍽!
퍼어억-!
일을 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아닌.
진우는 허수아비를 향해 주먹과 발을 맹렬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 * *
“내가 못 살아 진짜! 덕춘이 아저씨 모셔 왔는데 너는 허수아비랑 놀고 싶냐?”
“미안하다니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는 거라고.”
“자자, 나는 괜찮으니까 둘 다 그만하거라.”
“시간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덕춘이 아저씨. 그래도 수확한 건 창고에 다 보관해 뒀으니까 확인해 보셔도 돼요.”
“아, 그렇구나……가 아니라. 벌써 수확을 했다고? 석우야. 진우 이번에 돌아온 거 아니냐?”
“어? 네. 맞아요. 저번에 돌아왔으면 그때 제가 말씀드렸겠죠. 그리고 이 녀석 땅 10일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니까요?”
“그럼 진우는 작물을 10일 만에 작물을 수확 했다는 거냐?”
“그, 글쎄요. 이 녀석 이거 허수아비 치더니 머리가 맛이 간 건가?”
당연한 말이지만 농작물이란 것이 땅에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뙇! 하고 자라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기름진 땅에 비료로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고 잡초 제거로 관리하면서 작물의 종류마다 적게는 수십 일부터 길게는 수개월을 반복해야 얻는 것이 바로 농작물이다.
“흠흠. 뭐, 일단은 감자랑 쌀 두 종류뿐이긴 한데 나쁘진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면 진우 너 설마…….”
더군다나 진우가 수확한 것은 작물 주기가 최소 3달은 기본으로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빠른 시기에 작물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으나,
“동네 분들에게 작물을 구매한 거냐?”
“에엑? 그럴 리가요. 이 마을 바닥 상황을 제가 모를 리가 없는데요. 저희 아버지 입 가벼운 거 아시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 그럼 대체?”
수확 시기로는 말이 되지 않고, 구매한 것도 아니다.
파면 팔수록 더욱이 수수께끼인 상황.
그러나 둘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고민거리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음, 말로 일일이 설명해 드리는 것보다는 직접 옵션을 보는 편이 더 빠르겠죠.”
“옵션을 보다니?”
“자, 여기 일단 보시면 됩니다.”
“대체 뭘 보라는……헉!”
“이게 무슨!”
진우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의 눈앞에 떠오른 표시.
[튼실한 왕감자(노말)]*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60분 동안 체력+1
– 자연의 보살핌을 받아 튼실하게 자라난 왕감자입니다. 독성이 중화됨으로서 날로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가능하다면 찐 이후 기호에 맞춰서 설탕이나 소금을 찍어 드시면 맛이 끝내줄 것 같습니다.
※ 왕감자 1개를 전부 섭취해야만 효과를 부여 받을 수 있습니다.
[켈틱 쌀(노말)]*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0분 동안 힘+1, 체력+1
– 자연의 보살핌을 받아 나쁘지 않게 성장한 켈틱 쌀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신체의 힘을 크게 상승시켜 줍니다.
※ 쌀 200g을 전부 섭취해야만 효과를 부여 받을 수 있습니다.
“……!”
“미, 미친!”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아이템화된 왕감자와 쌀의 옵션에 둘은 혀를 내둘렀다.
* * *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에 있어서 능력치의 1, 2의 차이는 그냥 간단하게 넘겨짚고 무시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죽고 살 수 있는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문제요,
본래라면 도전할 엄두를 못 내던 한 단계 윗급의 게이트에 도전할 수 있게끔 가능성을 열어 줄 수도 있는 일.
그렇기에 보통의 능력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은 상당히 비싼 가격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소모성 능력치 상승의 아이템은 그에 상응하는 몬스터의 부산물과 제작자가 필요한 법일 터.
허나,
“농작물이 아이템이라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야 진우야. 너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어디서 얻기는. 말했잖아. 내가 수확했다고.”
“……아니, 수확한다고 해서 이런 게 나온다고?”
“아, 그건 사실 내가 각성을 해서. 아마 그것 때문일 거야.”
“미친. 각성으로 이런 게 된다고? 그럼 수확 시기를 앞당긴 것도?”
“석우야. 너희 사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묻는 것은 실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 크흠, 어쨌든 진우야. 너 그러면 앞으로 수확하는 것에도 이런 식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있는 거냐?”
“네. 일단은 각성한 힘이니까요.”
그러한 것을 진우는 수확하는 것으로 얻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영구적인 상승이 아닌 찰나의 시간.
거기다가 상승량도 그리 큰 폭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획득 난이도가 다른 것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점.
전성그룹에서 제대로 된 인맥도 없이 작물 관련 유통으로 홀로서기 하여 자리를 잡은 덕춘이 이러한 것을 놓칠 턱이 있겠는가?
“진우야, 혹시 아직 거래 관련으로 계약한 곳이 없다면 나랑. 아니, 전성그룹에 납품해 줄 수 있을까?”
“예.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요, 뭘.”
“……고맙구나.”
독소 조항도 전혀 없겠다.
문제없이 진행된 납품 계약.
하지만 이미 ‘아이템화된 농작물’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온 진우다.
또한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미 사회에 대해서는 짐꾼 생활로 뼈저리게 겪어 본 진우이기에 무조건적인 예스맨이 될 생각은 없다.
“거래 진행에 있어서 제 이름은 익명으로 부탁드리고, 계약 기간 1년은 너무 길고 3개월로 수정하는 걸로 하죠.”
“신분 노출 부분이야 판매자 측을 회사로 돌리면 되니 그건 어렵지 않겠지만 계약 기간 3개월? 업계 관례상 그건 너무 짧아. 나로서도 최대한 해 주고 싶지만, 분명히 전성에서도 걸고 넘어질 거다.”
“그 대신에 저는 수확시기도 짧잖아요? 또 이 두 농작물 외에도 다른 작물들도 추가로 납품해 드릴 수 있다는 약속도 드릴게요.”
“흐음, 확실히……그건 그렇지. 좋아. 이 조건을 회사가 납득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들이 어쩌겠어? 이 정도의 상품성과 빠른 수확 시기라면 내가 어떻게든 말은 전달해 보도록 하마. 그럼 다시 한번 날 선택해줘서 고맙다, 진우야.”
“아뇨. 저야 말로요.”
자신의 입맛대로 수정된 계약서와 함께 진우와 덕춘은 손을 마주 잡았다.
* * *
전 세계의 몬스터의 부산물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공간.
사울 경매장은 많은 헌터들이 방문하는 만큼 결코 적지 않은 돈이 오고 가는 곳이다.
“수리 좀 부탁해. 이거 룬도 같이 박아 넣어 주면 더 좋고 영감.”
“트롤과 고블린, 흡혈 거머리 피로 정제한 회복 포션들 사 가세요! 연금 협회가 공식 인증하는 회복제입니다!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해요!”
그에 따라서 개인 자영업을 하는 각성자부터 협회 등 다양한 헌터 상인들도 즐비한 상황.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쁜 이곳에서 변화의 바람.
그리고 흔히 대박이라고 부르는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사울 경매장에 능력치 붙은 농작물 나왔다.]사울 경매장 어플의 커뮤니티에서 슬쩍 올라온 하나의 게시글.
그것은 어찌 보면 그다지 큰 것도 아니었다.
[사울 경매 720번, 튼실한 왕감자(노말) 100개]*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60분 동안 체력+1
* 판매자 : 전성물산
* 현재 입찰 금액 : 5,200,000원
[사울 경매 721번, 켈틱 쌀 200g묶음(노말) 80개]*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0분 동안 힘+1, 체력+1
* 판매자 : 전성 물산
* 현재 입찰 금액 : 5,500,000원
– 감자에 어떻게 능력치가 붙음? 그게 말이 됨?
– 근데 이거 쌀에도 붙어 있는데?
– 이왜진?
– 농작물 드랍하는 몬스터가 있었던가.
– 능력치 상승은 별로인 듯. 영약류랑 비교하면 하위 호환 아닌가?
– 그래도 가성비 용도로는 꽤나 쓸 만할 듯?
능력치가 붙어 있는 농작물.
그 효과는 그리 크다고 볼 수는 없는 수치다.
연금 협회가 공식 인증하는 포션.
그중에서도 영약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
– 야, 그래도 씨발 사람이 먹을 만한 거라는 게 어디냐. 거머리 영약 마시다가 혼절할 뻔했다고.
– 가래 마시는 느낌. 진짜 최악이야.
– 그건 인정. 또 인정이지.
– 영약 1개에 기본 5백만 원 훌쩍 넘는 거 감안하고, 개당 6만 원 안팎이면 먹을 만하지 않나? 쌀은 좀 더 비싼 편이긴 한데 옵션 듀얼이기도 하고 켈틱? 신종 개량품? 해외에서 수입이라도 해 온 건가? 처음 보는 종류라서 그런지 맛도 궁금한데.
– 국내산 아니면 안 먹는 스타일이야.
– 근데 지금 입찰가 계속 올라가는 거 보면 더 올라가긴 할 듯?
– 크큭. 연금 협회 새끼들. 독점 다 뒤졌다.
허나 헌터도 사람이다.
가성비와 효과만큼 중요하게 보는 것에는 맛.
미각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막말로 고블린과 트롤.
심지어 사람 머리 크기만 한 흡혈 거머리의 피를 정제한 포션을 마시면서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반면에 쌀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주식이요,
감자는 호불호 없기로 유명한 구황작물.
접근성도 그렇지만 일단 가성비적인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상품.
당연한 말이지만…….
“능력치가 붙은 농작물이라. 이거 가짜는 아니겠지?”
“시스템으로 표기되는 건 연금 협회의 알케미스트 영감탱이나 마녀들도 마음대로 수정 못 하는 영역이니 확실할 겁니다.”
시장은 그에 따라서 반응을 일으켰고, 난리가 났다.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각성자의 출현.
당연히 이것을 반기는 이들도 있고 아니꼽게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우선 생겨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허 참. 전성그룹. 이 새끼들은 대체 이런 물품은 어디서 구한 거야? 이거 수확한 각성자를 알아보는 건 불가능한가?”
“……전성그룹에서 하루에 유통 관련 일로 나가는 트럭만 수백 대입니다. 마음먹고 조사한다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쉽지 않을 뿐더러 인력 낭비도 장난 아닐 겁니다. 게다가 자기들이 직접 수고를 들여서 파는 것만 봐도 알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뜻이겠죠.”
“쯧. 그래서 이거 우리가 낙찰받을 수 있겠지?”
“일단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첫 물건이기도 하고 경쟁자가 있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경매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래, 가격은 얼마라도 좋으니까 첫 물건은 우리가 가져가자고.”
대기업이 판매하는 아이템화가 진행된 농작물.
뜨거운 감자가 된 왕감자와 쌀은 경매장에서의 첫 데뷔를 성공리에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