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선지자의 포교 활동
금방이라도 엔코를 죽일 듯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체르.
그러나 기껏 힘들게 친구 관계를 맺고 데려온 잔나비다.
만드라고라의 정기를 위해서라도 체르에게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는 노릇.
“자자, 진정하세요. 저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어차피 지금 당장 사냥할 생각도 없는걸요. 그리고 진정하세요. 멋있는 체르 님이 참으셔야죠.”
“흠흠, 역시 우리 신참이 보는 눈이 있어. 그럼 이제 넌 뭐 할 생각인 거냐?”
“일단은 돌아가야죠. 어쨌든 농부니까요. 다음 작물들도 서둘러서 재배해 봐야지 않겠어요?”
“흠, 그래. 아주 좋은 자세야. 만드라고라의 정기도 생산 시작하면 납품 기대하도록 하지.”
“네. 저 그런데 돌아가는 방법은 어떻죠?”
“아아, 어려울 것 없어. 올 때처럼 똑같이 한 뒤 나가면 그만이야.”
사냥도 좋기야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지구 내의 게이트 외에도 효율 좋은 사냥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장하는 속도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 상 사냥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무리 감추려고 한들 매스컴을 통해 들킬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무릇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렇지만 특히나 한국의 기자 중에는 인권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이들이 적지 않다.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생활을 침해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우가 사는 곳, 직업이 알려질 테고 전성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들킬 수도 있는 일이다.
‘선지자도 그렇고 알려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지.’
또한 그저 신분을 감추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빠른 성장.
농부로서 작물을 수확하면서도 경험치를 얻고, 세계수의 부름을 받고 간 곳에서도 사냥을 하면서 경험치와 전투 경험을 쌓는다.
농사도 짓고 모험도 하며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다 잡을 수 있는.
한마디로 이중 레벨업을 하는 셈이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오늘 덕분에 재미난 구경도 했다. 또 보자고 신참.”
그렇게 진우는 새로운 동료인 잔나비, 엔코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방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허수진과 시오, 팜오리들이 집을 지켜주고 있는 와중에 집에 대놓고 들어올 정도라면 둘 중 하나다.
엄청난 강자거나, 혹은 허수진에게 들어와도 된다고 진우가 허락한 인물이거나.
사실 전자였다면 이미 진우의 목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다행스럽게도 눈앞의 인물은 후자에 속했다.
“응? 뭐야. 석우. 네가 왜 여기 있냐?”
“왜기는. 울 엄니께서 널 위해 특별히 콩국수를 말아 주셨다 이 말이야. 그나저나…… 이 원숭이는 뭐냐? 사슴도 그렇고 이제는 아예 농사를 넘어서 동물원 차리려고?”
“우끼? 콩국수? 그건 또 뭐냐 인간?”
“아, 콩국수는 콩 국물에다가 국수를 말아서 먹는 기가 막힌…… 어? 어어어어!? 워, 원숭이가 마, 말을 한다!”
“말조심해라. 나는 위대한 잔나비 일족의 전사다. 인간!”
“잔나비가 원숭이잖아!”
기겁하는 석우의 모습.
허나 나는 그 상황 속에서 해명보다도 가장 먼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찾았다, 첫 깐부.’
입 무겁고, 자신과 어릴 때부터 둘도 없는 불알친구인 정석우.
대지모신의 포교 활동으로서 이만한 신도가 또 있을까?
“뭐, 뭔데. 너 왜 눈을 그렇게 뜨는 거야? 원숭이가 어떻게 말을 하는 거냐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너 혹시 땅의 정령사가 되어 볼래?”
“……엥?”
아닌 밤중에 땅의 정령사 제안.
말하는 원숭이에 이어서 이중으로 충격을 받는 정석우였다.
* * *
후룩- 후루루룩-
“우끼끼! 이런 맛! 처음이다! 이것이 인간의 요리인가? 완벽한 맛이야!”
“하, 하하하. 그야 저희 어머니가 한 거니까요.”
콩국수에 열무김치를 얹어 먹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유인원.
아니, 잔나비 엔코의 모습에 다소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는 석우.
하지만 진짜 어이없는 상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냐?”
“얘가 또 이러네. 너 진짜 왜 그래? 자꾸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래? 네가 무슨 수로 날 각성시켜?”
난데없는 헌터 각성 제안.
심지어 그냥 각성자도 아닌 정령사란다.
근래 들어본 말 중 가장 어이없기로는 손에 꼽힐 지경.
허나 말하고 있는 진우의 표정은 세상 진지하다.
“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 같아 보여?”
“아니, 각성이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잖아.”
각성.
헌터가 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로또 당첨과 거의 맞먹는 행운이나 다름없다.
괜히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짐꾼 생활을 감수하고 게이트에 들어가겠는가?
꾸준히 수요가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나름인 법.
물론 헌터라고 힘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성 후 직업으로 나뉘어지는 신분 때문에 받는 차별이라든가 게이트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치러야 한다는 점 등.
그러나 그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당장에 F등급 게이트인 고블린 부락.
그곳에서 고블린을 사냥하고 얻은 마정석으로도 하루에 5천만 원을 벌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각성을 하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능력치’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과 체력, 속도, 특수한 힘은 굳이 사냥이 아닌 제작이나 농사 쪽으로도 능히 써먹을 수 있다.
특히나,
“걱정할 필요 없어. 땅의 정령사가 되면 굳이 사냥하지 않아도 농사짓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땅의 정령 노움의 힘이 건축 외에도 농사에도 특화되어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진우가 가장 잘 알지 않던가?
“……진짜 가능하긴 한 거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후우, 근데 이거 막 나한테 말해도 괜찮은 거야?”
“당연히 비밀이지. 특히 이장님께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그건 걱정하지 마. 나도 우리 아버지 입 가벼운 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역시 석우.
생긴 것 답지 않게 눈치 하나는 제법 빠르다.
“그럼 땅의 정령사가 되기로 결정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냐.”
석우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앞서 말했듯.
각성을 해서 손해 볼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체력도 힘도 강화되니 나쁠 것이 뭐 있을까?
문제는 각성을 하는 방법은 가챠나 다름없는 짐꾼 생활뿐이라는 점.
허나 진우에게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이 있는 한 각성자 뽑기는 확률이 아닌 100%.
무조건 당첨되는 천장 뽑기나 다름없는 사기적인 행위.
[드루이드의 특성,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에게 우호적인 대상에게 대지모신의 축복을 부여하시겠습니까? YES / NO]※ 주의! 승낙 시 체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만큼 소모됩니다.
다만 그렇기에 공짜는 아니다.
무려 3에 달하는 체력 능력치를 요구하긴 했지만, 불알친구인 석우를 위해서 이 정도 지불하는 것쯤이야 그리 큰 타격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결코 배신하지 않을 아군을 체력 3으로 얻을 수 있으면 꽤나 남는 장사지.’
뭣하면 나중에 축복을 회수하면서 다시 체력을 받을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남발하면 좋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육성해 내는 것에 성공한다면 땅의 정령사도 엄청난 힘을 지닌 아군이 될 수 있다.
늘 고기 방패라고 놀리지만 ‘바위처럼 단단하게’의 노움도 그렇고.
한번 상상해 보자.
선지자인 진우의 뜻을 따라 대지모신의 축복을 받은 수많은 땅의 정령사들.
그들이 모두 다 땅의 상급 정령인 노아단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될 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야 하겠지만 땅에 발을 대고만 있어도 친화력이 상승하는, 사기적인 대지모신의 축복의 힘은 진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 전부가 아니지.’
특성, ‘대지모신의 축복’은 일종의 서비스이자 각성의 촉매제나 마찬가지인 셈.
“미, 미친. 진우야. 나, 나 진짜로 각성했다. 고맙다 진짜로!”
“맨입으로?”
“어?”
“장난이고, 축하한다. 혹시 괜찮으면 상태창 나한테 공유 좀 가능할까?”
“당연히 해 줘야지. 애시당초에 너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건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자, 여기.”
그러나 사실 이번 시도의 진짜 목적은 그저 땅의 정령사로서의 각성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진우가 ‘드루이드’로서 직업을 각성했듯.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 업, 운빨 등에 따라서 결정되는 직업.
[정석우]* 레벨 : 1
* 성별 : ♂
* 나이 : 26
* 직업 : 농부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5 민첩 : 5 체력 : 10 마력 : 4
그렇게 공유된 석우의 직업은 ‘땅의 정령사’가 아닌 ‘농부’였으며, 보유한 특성은 ‘대지모신의 축복’ 외에도 다양했다.
[특성]* 뛰어난 생육자 : 작물과의 접촉을 통해 생육을 개선시킵니다.
* 급속 성장 : 작물의 일부를 선택하여 급속 성장시킵니다. 단, 빠른 성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팜오리와 같은 직업 아니랄까 봐.
꽤나 비슷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
특히 개중에서도 ‘급속 성장’의 경우에는 진우의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와 얼추 비슷한 효과.
차이점이 있다면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경우에는 거리와 숫자에 제한이 없는 대신 효과가 균등한 편이라면 석우의 ‘급속 성장’은 마나를 퍼부어서 단숨에 성장시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진우야. 이러면 이제 내가 수확하는 농작물도 아이템화되는 거야?”
“글쎄?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템화되는 작물.
지구에서야 진우가 최초지만 세계수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세상.
그곳에서는 잔나비도 그렇고, 진우에게 켈틱 볍씨를 맡겼던 이도 그렇고.
이미 수많은 드루이드가 아이템화된 농작물을 간단하게 수확해 내고 있었다.
당장에 팜오리들만 해도 떡하니 잘 수확해 내지 않았던가?
이제는 독점이 아니게 된.
석우도 가능해진 농작물의 아이템화.
허나 그렇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불과 얼마 전이라면 모를까.
핑크 인시리움을 성공리에 재배하는 것에 성공해낸 진우에게 일반 농작물은 이제 일종의 부가적인 보너스가 되어 버린 지 오래.
그리고 자고로 작물이라는 것은 나름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꾸준히 수요가 큰 물건들이다.
진우로서도 팜오리 외에도 공급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쁠 것 없는 셈.
“앞으로 잘 부탁해. 체인점 2호점 씨.”
“뭐야, 나 동업자 된 거야?”
“응. 선택은 네 자유긴 한데. 거절하면 각성시켜 준 거 다시 가져갈 거야.”
“……치사하게 줬다 뺐기냐?”
“원래 인생은 치사한 거란다.”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수십억 인구를 고객으로서 대응하기 위한 최고의 대책, 프랜차이즈.
선지자로서의 포교 활동과 함께하면 일석이조다.
– 안녕, 반가워! 대지모신 님의 기운이 가득한 새로운 인간!
“우왓 깜짝이야!”
– 뭘 그렇게 놀라?
– 키득키득! 머머리다, 머머리!
“나 머리카락 있거든? 그저 짧게 민 거뿐이라고!”
– 응, 빡빡이.
“너희 진짜 뭔데!”
– 우리? 바위처럼 단단하게의 노움인데?
– 땅의 조각가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엣헴!
아니, 추후 추가될 땅의 정령들로 인한 무력의 상승까지 합친다면 가히 셀 수 없는 이득을 챙기게 될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