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응애, 나 태초의 아이 깨어났어
“그럼 어디 시식을 시작해 볼까?”
진우도 일단은 사람.
생명체로서 짧고 굵게 사는 것보다는 길고 굵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바.
당연하게도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거부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무슨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고들 말하지만 어째 풍요로운 녹음의 향을 품고 있는 세계수의 정수.
그것을 막 입에.
혀에 막 닿기 직전일 때였다.
츄릅-
다른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오직 진우에게만 있는 제2의 혀.
할짝이가 냅다 진우의 손에 쥐여 있던 세계수의 정수를 스틸했다.
“너, 너 이 녀석!”
꿀꺽-!
혓바닥만 있는 주제에 몸에 좋은 것은 또 아는지 눈 깜짝할 새에 먹어 치운 할짝이의 행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약간의 텀을 두고 화를 내려던 찰나.
“어, 어어어?”
화아아악-!!!
갑작스럽게 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오른손의 문신.
그것은 진우의 몸으로 파고들어 가듯.
서서히 문신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어서 떠오르는 알림음.
[태초의 문신이 완전히 각성하여 몸에 스며듭니다.] [태초의 힘(측정 불가)]*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태초의 알을 깨운 자
* 모든 능력치+1 (태초의 아이의 성장에 따라 강화됩니다.)
※ ??? : 태초의 아이가 10레벨을 달성했을 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 태초의 알을 깨운 자에게 심어진 힘입니다. 태초의 아이가 강해질수록 함께 연대하여 강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오랫동안 안전하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세요.
세계수의 정수를 갈취당하긴 했으나 어느 정도 그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는 두 번째 ‘유물’의 획득.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태초의 힘인 이 유물이 아니다.
사용 조건에 적혀 있는 ‘태초의 알을 깨운 자’.
이 말인즉슨 뻔한 소리 아니겠는가?
[태초의 알이 깨어납니다.]아니나 다를까.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친절하게도 울리는 알림음.
그와 함께,
“응애!”
그래도 나름 거대한 ‘알’이었기에 드워프와 노움들이 만들어 준 축사에 보관 중이었던 태초의 알.
그곳에서 들려온 소리는 진우도 예상치 못한 인간 아이의 목청 좋은 울음소리였다.
* * *
“이건 무슨 박혁거세도 아니고…….”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를 지닌 박혁거세.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전승되어 온 신화지.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또 몰랐다.
“지, 진우 님. 이건 대체?”
“우끼. 신기하다, 신기해.”
“요즘 인간은 알에서도 태어나는군 그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진우와 함께 그 광경을 목격한 추가 증인이라 할 수 있을 허수진과 엔코, 그 밖에 아직도 손에 맥주잔을 쥐고 있던 그룩까지.
거참.
과한 음주는 몸에 좋지 않다니까.
“드워프에게 술은 약이야, 약.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거라고!”
“자꾸 그러시면 다음에는 적게 만들어 드릴 겁니다? 이 다음번에는 과일이나 약초도 첨가해서 과실주나 약초주도 만들어 드릴려고 했는데 말이죠.”
“으익! 내가 무슨 엘프도 아니고. 귀한 술에다가 과일나 약초는 왜 넣어?”
“저랑 오리들이 애써 키운 건데요?”
“커흠, 그렇다면야 쩝. 알겠네. 술을 잘 만드는 진우 말을 들어야겠지.”
입술을 댓 발 내민 채 맥주잔을 내려놓는 그룩.
900살이 넘는 나이를 지녔으면서 이럴 때 보면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뭐, 나이를 먹으면 유치해진다는 말도 있으니까.
어찌 되었든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빼애애애액!”
고막을 파괴할 기세로 울부짖는 아기.
어떻게든 달래지 않으면 아기가 지쳐 죽든, 귀가 파열되든 둘 중 하나는 이루어질 거다.
“아기가 목청도 좋구만. 장군감이여, 장군감.”
“그런 것보다도 좀 도와주실래요?”
“난 얘 돌볼 줄 모르는데?”
“…….”
역시 드워프.
손재주 좋은 것 말고는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우끼. 난 만드라고라가 아니면 몰라.”
그 밖에도 만드라고라에만 진심인 편인 엔코와 아기 돌보는 것은 처음인 진우.
이렇게 세 명의 남자가 우왕좌왕하며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 때.
다행스럽게도 해결사가 있었으니,
“괜찮다면 제가 달래 보겠습니다. 진우 님.”
허수진.
허수아비 출신이기에 인간 아이를 돌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으나 그래도 살아온 세월은 무시할 수 없다는 걸까?
“까르륵, 꺄륵!”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는 몰라도 금세 진정된 태초의 알에서 태어난 아기였다.
빼애액거리면서 울 때는 무서웠지만 새삼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물론 내가 낳은 것은 아니지만.
“진우 님도 한번 안아 보시겠어요?”
“그러다가 또 울면 어떡하려고?”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또 울면 제가 달래면 되니까요.”
아아, 강남의 게이트에서는 사람의 어깻죽지째로 팔을 뽑아 버리는 살벌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뭐, 실제로 진우를 대할 때를 보면 그다지 폭력적이진 않았으니까.
어쨌든 믿음직스러운 허수진도 있겠다.
진우는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둔 채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기를 받아 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어째선지 느껴지는 풍요로운 녹음의 향.
진우에게는 꽤나 익숙한, 세계수의 정수가 품고 있던 냄새.
“설마?”
태초의 알과 할짝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은 했다.
태초의 알이 있기에 진우의 오른손에 생겨났던 것이 혓바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쉽게도 사라져 버린 할짝이.
그 빈 자리를 대신해 줄 태초의 아이.
녀석과 진우의 몸이 막 닿는 순간이었다.
띠링~
[태초의 아이가 당신을 알아봅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지속적인 도움을 주세요.]* 태초의 아이의 레벨을 2까지 올리세요.
※ 성공 시 : 3능력치 포인트
※ 실패 시 : 랜덤한 능력치 5하락 (남은 시간 7일)
할짝이가 사라진 것의 아쉬움을 대신해 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효율을 자랑해 줄 수도 있을 듯한 태초의 아이가 전해 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퀘스트.
당연한 말이지만 태초의 아이에게 ‘레벨’이 존재한다는 뜻이 무엇일지는 뻔할 뻔 자였으니,
촤르르륵-
[태초의 아이(측정 불가)] – 특이 사항 : 이름을 원하고 있습니다.* 레벨 : 1
* 나이 : 1(생후 1개월 미만)
* 직업 : 태초의 생명
* 만족도 : 2%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1 민첩 : 1 체력 : 1 마력 : 1
이전에 확인했었던 칼날엄니 숲의 수호신 부르스티와는 다른 의미로 무척이나 초라한.
1로 범벅이 되어 있는 능력치.
그러나 능력치와는 별개로 태초의 아이가 지니고 있는 특성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성]* 적응하는 태초 : 100% 만족 시 하루마다 능력치 포인트를 1 획득합니다.
* 압도적인 성장력 : 레벨업 시 능력치 포인트를 20만큼 획득합니다.
* ??? : 적응하는 태초로 능력치를 30획득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능력치를 채워 주는.
말 그대로 ‘만족도’를 충족만 시켜 주면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적응하는 태초’와 레벨업 시 남들의 4배에 달하는 수치를 획득하게 해 주는 ‘압도적인 성장력’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특성.
아무리 사기적인 특성이라고 해도 한계라는 것은 있기 마련이건만 이건 사기라는 표현을 넘어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룩 님. 장군감이라는 말씀은 취소하셔야겠는데요?”
“응? 왜?”
“이 아이. 여자 아이에요.”
“……어쩐지 밑에 아무것도 없더라니.”
* 성별 : ♀
태초의 아이는 남아가 아닌 여아였다.
* * *
알에서 태어난 태초의 아이.
허나 그것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가 문제였다.
“이거 레벨업은 어떻게 해야 하지?”
* 태초의 아이의 레벨을 2까지 올리세요.
※ 성공 시 : 3 능력치 포인트
※ 실패 시 : 랜덤한 능력치 5 하락 (남은 시간 6일 21시간 25분)
태초의 아이를 받아 든 순간 떠올랐던 퀘스트 내용.
일단 레벨업을 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단순한 것은 몬스터의 사냥이요,
그다음으로는 아이템을 수확하거나 가공을 통해 제작하는 것.
하지만 아직 유아 상태인 태초의 아이에게는 이 모든 행위가 불가능하다.
일단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부터 아동 학대로 잡혀 들어가지나 않으면 다행일 터.
“미치겠군.”
3의 능력치 포인트.
충분히 욕심이 나는 수치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5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잃게 된다.
진우로서는 결코 겪고 싶지 않은 패널티.
그나마 한가지 다행이라면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점이랄까?
뭐, 그래 봤자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
그 안에 태초의 아이에게 사냥이든, 수확이든, 가공이든 뭐라도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문제겠지만.
“후우, 그래도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니까.”
* 만족도 : 22%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름 사회생활로 갈고닦아진 눈치 덕분에 태초의 아이의 상태창에만 존재하는 ‘만족도’라는 시스템.
이 부분을 상승시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야,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맛있어?”
“까륵, 꺄르르륵!”
“입에 맞으니 다행이네.”
맛있는 것을 먹여 주거나 기분이 좋으면 만족도가 올라가고, 반대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거나 울음을 터트리면 내려간다.
실로 알기 쉬운 만족도.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총각인 진우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농부.
팜오리들과 함께 수확한 유기농 작물들을 아이도 먹을 수 있게끔 자그맣게 빻아서 주니 맛있게 잘도 먹어 치운다.
[태초의 아이의 만족도가 5% 상승합니다.]* 만족도 : 27%
“아주 좋군.”
깔끔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만족도.
이대로만 가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충분히 100%를 채움으로써 ‘적응하는 태초’의 조건을 채울 수 있게 될 터.
“꺼억-”
배부르고 등 따시니 누가 아기 아니랄까 봐.
앙증맞은 두 눈을 끔뻑이며 금방이라도 잠들 듯 고개를 꾸벅거렸지만 이내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며 진우를 똑바로 응시한다.
“응? 왜? 더 줘?”
“따아, 따아아!”
먹을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하는 듯 요구하는 눈빛.
그러나 ‘야생을 받아들여라’를 지닌 진우로서도 아기 단어를 알아들을 턱이 있을까?
도무지 뜻을 알 수가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진우에게는 힌트를 알려 주는 여신님이 존재했다.
[대지모신이 이름을 지어 주는 게 어떨지 속삭입니다.]“아하?”
그러고 보니 특이 사항으로 이름을 원했던 태초의 아이.
하긴, 종족을 불문하고 이름은 자신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으니 계속 ‘태초의 아이’로 불리는 것보다는 이름을 지어 주는 편이 좋을 터.
그나저나…….
“뭐, 뭐라고 지어 줘야 되지?”
너무나 섬세할 유아.
그것도 여자아이인데 이름을 대충 지어 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지어 주는 성부터가 문제다.
이걸 진우가 낳았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알에서 깨어나게 만든 것은 진우 본인이 직접 한 일.
그렇다면 성을 김 씨로 해야 하는 걸까?
물론 요즘 세상에 굳이 아버지의 성을 따를 필요도 없기야 하지만 총각인 진우에게 아내.
그러니까 태초의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도 없는 입장이다.
“아니, 이건 표현이 좀 그러려나?”
어찌 되었든 많은 부분을 신경 써 줘야 할 여자아이.
진우가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선지자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선택은 아이의 몫이 될 테니.]누가 대지’모’신 아니라고.
참으로 넓고 자비로운 마음씨로 진우를 다독여 주는 여신님.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진우는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정하지 않은 이름을 내뱉었다.
“김유진은 어떠니 아가야?”
“…….”
자신의 성인 김 씨를 따서 만든 유진이라는 태초의 아이의 이름.
혹여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이름을 생각해 보려는 그 순간.
진우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던 아이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태초의 아이의 만족도가 73% 상승합니다.]* 만족도 : 100%
무척 만족스럽다는 듯.
김유진이라는 이름을 받아들인 태초의 아이.
이 부분에서 달성된 100%의 만족도.
허나 여기서 알게 된 정보는 그저 ‘적응하는 태초’로 인한 능력치 확보뿐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초의 아이, 김유진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가 20만큼 상승합니다.] [퀘스트 달성으로 능력치 포인트가 3만큼 상승합니다.]레벨을 올리는 방법.
태초의 아이.
그러니까 김유진에게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적응하는 태초.
이것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유진은 사냥이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 외에도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각성자였고,
[태초의 힘이 강화됩니다.] [태초의 힘(측정 불가)]* 모든 능력치+2 (태초의 아이의 성장에 따라 강화됩니다.)
“호오. 이건 제법 예상외인데?”
진우의 몸에 깃들게 된 유물, 태초의 힘.
유진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퀘스트도 그렇지만 유물 쪽에서도 덩달아 진우 또한 연쇄적으로 강해지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