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이 드워프는 이제 제 겁니다
번데기.
한국에서 장이 열리는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대표적인 간식 중의 하나이기도 한 음식.
진우 또한 어린 시절 고소한 맛에 빠져서 좋아했던 음식이지만, 나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음식의 재료 때문이다.
누에고치를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삶은 후 실만 얻어 내고 그대로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먹어 치우는 알뜰함.
“흠흠, 새삼 찝찝하긴 하네.”
누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악마가 따로 없는 짓일 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누에가 고치에서 부화하는 과정 중에 고치가 망가져서 정작 가장 중요한 생산물이라 할 수 있는 실의 생산성이 대폭 떨어지니 말이다.
예전에야 그러한 누에 농부의 사정을 고려할 이유가 없었다지만 이제는 다르다.
진우 또한 누에를 기르게 된 몸.
그렇기에 본래 평범한 누에였다면 여기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실의 질과 양을 위해서 누에를 희생할지, 아니면 누에를 위해서 실을 포기할지.
허나 진우가 기르는 누에는 평범한 누에와는 거리가 먼 녀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쓸 만한 비단을 얻고자 한다면 누에만큼 자연 친화적인 게 또 없지. 아, 혹시라도 번데기를 삶을 생각은 하지 말게나. 이 친구들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부화 과정 중에 고치를 망가트리진 않으니까 말이야. 또한 날 때부터 붙어 있는 리본은 녀석들의 상징이자 목숨 같은 것이기도 하니 뗄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게나!]리본 누에의 유충을 구매하기 전에 표시되어 있던 판매자의 설명문.
애시당초 종족만 같은 ‘누에’일 뿐.
태어날 때부터 리본을 달고 상태창까지 존재하는 리본 누에는 팜오리와 비슷하게 곤충 버전의 각성자나 마찬가지인 셈.
그리고 설명에 나와 있듯.
리본 누에의 고치는 일반적인 누에들처럼 굳이 실의 생산성을 위해서 생명을 앗아 갈 필요가 전혀 없다.
쿵- 쿵-
불룩- 불룩-
진우가 딱 타이밍 좋게 도착한 덕분인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며 박동하는 고치의 모습.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반응을 보이던 고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빠른 속도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륵- 스르르륵-
그리고 이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는 앙증맞은 리본들.
저것이 떨어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잠시.
리본이 전부 다 풀어지기 직전에 이른 고치 하나의 틈새가 살며시 벌어지더니 그곳으로 새하얀 빛깔의 몸체를 한 누에나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활짝-! 파아앗-!
이어서 고치에서 나오자마자 부르르 몸을 떨며 제 몸의 크기와 맞먹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는 녀석.
뒤이어 그런 누에나방의 몸으로 리본이 서서히 감싸지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리본 누에나방’이라는 이름처럼 제 몸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누에나방.
“생명의 탄생은 언제 봐도 놀랍네.”
오리알에서 깨어난 응애 오리들 때도 그렇지만 볼 때마다 신비로운 생명의 탄생.
아니, 누에의 경우에는 탄생이라기보다는 변태 과정을 지나온 거로 보는 게 맞으려나?
그렇게 1마리의 부화가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라도 한 것일까?
스륵- 스르르륵-
스르르륵-!
차례차례 똑같이 리본이 풀리는 것을 시작으로 성충으로서 날개를 활짝 펼치는 리본 누에나방들.
후웅- 후우웅-!
후우웅-!
벌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고한 모습.
나비인 시오나 보석 꿀벌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누에나방들도 그렇지만 사실 진우를 가장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리본 누에 고치(희귀)]* 분류 : 재료
– 리본 누에가 탄생하고 남긴 고치입니다. 손상된 부분이 전혀 없기에 질 좋은 명주실을 얻을 수 있으며, 비단으로 가공하여 부드러운 의류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누에를 키워 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상이라 할 수 있는 고치.
곱디고운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진우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줄 중요한 부산물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 * *
예로부터 가축을 기르는 농부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이 녀석들이 복덩어리야, 복덩어리. 버릴 게 하나도 없다니까?”
농부에게 있어서 동물들의 배설물은 아주 좋은 천연 거름이요, 알이나 꿀, 실과 같은 부산물은 짭짤한 수익을 안겨 준다.
또한 해당 부분에 있어서 누에의 경우 진짜 표현 그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고치를 통해 획득 가능한 명주실도 그렇지만 단순히 비료로서의 기능 외에도 약재로써도 사용 가능한 누에의 똥과 녀석들의 몸에서 조금씩 얻을 수 있는 가루들.
그 밖에도 리본 누에는 여타의 누에들과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오리지널 생산품도 하나 존재한다.
[생명이 깃든 리본 조각(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시간 동안 체력+15, 온전하게 5회 섭취할 시 체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만큼 상승합니다.(0 / 5, 1회 한정)
※ 생명의 리본 : 몸에 깃든 병마의 기운이나 독과 같은 해로운 효과를 회복시킵니다.
– 리본 누에나방이 자신의 생명과 같은 리본의 일부분을 조각내어서 건네주는 귀중한 물품입니다. 나방이 살아가는 동안 무척 적은 양만을 얻을 수 있으며, 강제로 뜯어낼 경우 생명이 깃들지 않습니다.
리본 누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리본.
그것의 일부분을 스스로 뜯어서 건네주는 누에나방들.
그 마음이 고맙긴 하나 막상 설명을 보게 되니 돈에 대한 욕심보다도 걱정이 앞선다.
“이거 정말로 나 줘도 괜찮겠어?”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리본을 조각내서 주는 셈이지 않은가?
누에 유충이던 시절.
진우가 해 준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호롱 잎사귀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주고 먹을 것을 제공해 준 것뿐.
가축을 기르는 입장에서 먹이 제공 부분은 지극히도 당연한 것인 셈.
하지만 순수한 흰색의 겉모습처럼 마음도 순진한 것인지 누에나방들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후웅~ 후우웅~
끄덕끄덕!
“고마워. 잘 사용할게.”
의류와 같은 무구로서 앞으로 헌터들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선사해 줄 명주실의 비단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지닌 리본 조각까지.
여러 부분을 알뜰하게 챙겨 주는 누에나방들.
그렇지만 그 가치는 재료일 때보다 완성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될 터.
다만, 여기에는 불보의 돌조각이나 광물들과는 다른 문제점이 존재했다.
“커흠흠, 미안하지만 재단 쪽에는 흥미가 없어서 말이야. 전혀 배우질 못했어.”
타고난 손재주를 자랑하는 드워프인 그룩 토르산.
가공하는 것에 있어서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하거니와 재단 쪽으로는 문외한이었을 줄이야!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쓰라고 인맥이 있는 법이라고.
전성을 통해 알아본다면 한국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재단사를 알아보는 것쯤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
“……괜찮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드워프의 손맛을 잔뜩 본 상태의 진우에게 제아무리 뛰어난 재단사가 있다 한들 과연 만족이 될까?
완성도도 낮을뿐더러 거기에 덧붙여 제작에 드워프 맥주면 만사 해결인 그룩과는 달리 중간에 들어갈 의뢰 비용도 적지는 않을 거다.
드워프와 달리 사람에게는 술보다는 돈.
이른바 질도 떨어지는데 비용은 더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
허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어허! 드워프 말은 끝까지 듣고 후회해야지 진우. 천둥 바위산 부족 출신인 나는 힘들어도 잿빛 숲 부족 출신 드워프인 만트 녀석이라면 재단 쪽도 충분히 가능할 거다.”
“네? 그렇지만 만트라는 그분이 어디 있는 줄 알고요?”
“어디 있는지 모르긴 왜 모르겠나? 종종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인데. 그리고 여기 위치면 미국보다도 가까워. 중국이라고 했던가?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곳이라고 투덜거렸는데 이참에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래도 될까요?”
“안될 것 뭐 있나. 우리 드워프는 맥주에 살고 맥주에 죽는다네. 내 이름을 댈 필요도 없이 맥주 한 잔만 가져다 입에 부어 주면 즉각 따라온다에 내 목을 걸지.”
“…….”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라고 했던가?
이미 앞서 한 번 저지른 드워프 뺏기.
“자, 진우. 다른 건 됐고. 받아 두게나.”
“이게 뭐죠?”
“잿빛 숲의 나뭇잎이야. 만트가 태어난 나무에 있던 거지. 이게 가리키는 방향에 만트 데름이 있을 테니 잘 챙겨 두라고.”
“감사합니다.”
“아냐, 내가 고맙지. 드워프한테는 무릇 좋은 술이 있는 환경이 최고인 법이야.”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장 큰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륙의 땅, 중국.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만큼 숲에 관련된 게이트도 많을 테니 가는 김에 겸사겸사 정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그렇기에 나는 중국의 드워프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그럼 꼭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몸 조심히 다녀오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뺏으러 가기 위한 준비를 말이다.
* * *
리샤오링.
중국의 국가주석 정도 되는 위치가 되면 사실상 건드릴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거짓말이 아니다.
어지간히 간덩이가 부은 것이 아니고서야 독재자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의 심리인 법.
특히나 쥐도 새도 모르게 존재가 신비해질 수 있는 곳으로도 불리는 대륙이지 않던가?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의 영역일 뿐.
종족이 전혀 다른 아인족.
드워프인 만트 데름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에잉, 퉤퉷! 이딴 썩어 빠진 물 말고 드워프 맥주를 가지고 오라고!”
“후우, 이보시게 만트. 이것도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양조사를 통해 만든 술이야.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면 어쩌자는 건가?”
“어쩌기는 뭘 어째. 내가 만족할 때까지 둘이 먹다 셋이 죽을 드워프 맥주를 내놔야지.”
“……그게 말처럼 쉽겠느냔 말일세.”
마음 같아서는 그냥 힘으로 억압시킬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드워프
애초에 니드호그의 독재 속에서 한차례 벗어난 드워프다.
그러니 드래곤도 아닌 인간 따위에게 공포를 느낄 턱이 있겠는가?
힘으로 누르면 그냥 죽이라고 배 째 식으로 나오는 데다가 고문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드워프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자, 오다 만들었다. 받아 둬.”
“오오. 고맙네, 만트.”
만트가 ‘대충’ 제작한 물품도 기본적으로 유니크 등급이 나왔으며, 그 기능은 일반적인 대장장이의 동급의 유니크 템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오죽했으면 헌터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려고 난리를 쳐 댈까?
좋은 무구는 곧 생명과도 직결되는 각성자에게 있어서 무구는 돈을 아낄 이유가 전혀 없을뿐더러 중국 정부로서도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
그렇기에 국가주석은 다른 방향으로도 많이 시도해 보았다.
“이봐. 지금 날 모욕할 셈인가? 드워프가 무슨 코볼트인 줄 알아? 황금이면 다 되게? 차라리 이럴 거면 신재료라던가 다듬는 맛이 있는 재료를 가지고 오라고.”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많은 양의 황금을 안겨 줘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독설을 내뱉는 드워프.
그나마 중국의 입장에서 다행이라면 만트가 원하는 재료.
공급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수급이 가능하다는 거다.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만큼 많은 숫자의 게이트와 더불어서, 그와 비례할 정도로 많은 숫자의 각성자와 짐꾼들.
인구가 워낙 많기도 했기에 짐꾼을 지원하는 이들도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에 속한다.
워낙에 빈부격차가 크기도 한 중국이기에 굶어 죽으나 몬스터에게 죽으나.
차라리 각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짐꾼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기회의 직업인 셈이었으니까.
“변수만 없다면 만트는 계속 중국에 있을 테니 문제는 없을 테지.”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을지언정 꾸준한 재료 공급으로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는 드워프의 마음.
확실히 다른 나라.
특히나 아시아 내에서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공급량이 비견될 만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대로 ‘변수’만 없다면야 자신이 죽게 될 그 날까지 영원히 중국을 위해 힘써 줄 드워프의 존재.
유일한 변수라고 한다면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몰라도 미국에서 드워프를 데려온 한국의 김진우 정도.
그 빌어먹을 농부가 있긴 했으나 리샤오링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곳에 드워프가 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테지.”
드워프를 숨겨 둔 장소.
중국 내에서도 자신을 포함하여 끽 해봤자 2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비밀 장소인 이곳을 한국인이 어떻게 알겠는가?
며느리도 모르는 드워프의 위치.
그러나 그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리샤오링이 떠나간 후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그곳으로 찾아온 한 명의 인물.
“흐음? 처음 보는 인간인데. 너는 뭐냐?”
“안녕하세요. 이거 부족하지만 제가 담근 술인데 한번 시음해 보시겠어요, 드워프 님?”
“흥! 인간은 이렇게 건방져서 문제라니까. 날 모욕하는 것도 아니고 또 썩어 빠진 물로 날 꼬드기려고? 차라리 쓸모 있는 재료를 가지고 오라니까…… 쩝. 일단 줘 봐. 한 모금만 마셔 보게.”
투덜거리는 것도 잠깐일 뿐.
코를 찌르는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맥주 냄새에 마음이 동한 만트는 망치를 내려놓고 한잔 목을 축였다.
드워프에게 있어서는 그것으로 끝이나 다름없었다.
“어떠신가요? 만트 데름 님?”
“꺼억- 큼큼! 뭐, 까짓거. 같이 가 주지! 이름이 어떻게 되나?”
“김진우라고 합니다.”
“리 뭐시기 보다는 남자다운 이름이군!”
라고 꾸짖기엔 너무나도 맛 좋은 드워프 맥주를 간만에 진정으로 느낀 만트.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터헙-!
작지만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드워프의 손아귀.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는 듯한 드워프 섭외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