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야생의 뱀이 나타났다!
과거 흑표범의 가죽 갑옷을 보던 당시 미리 점찍어 두었던 팔미호의 여우구슬 귀걸이.
신화 등급의 장신구답게 출중한 능력치.
특히나 진우에게 부족한 마력 능력치와 더불어 데미지의 증가까지 되니 거를 이유가 전혀 없다.
그 밖에도 보너스 형태로 존재하는 매혹 효과.
어떻게 보면 전투에서는 그다지 쓸모없는 옵션이긴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나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지금의 세상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얼굴에 손 안 대고 매력이 증가한다면 나쁠 건 없지.”
한창때, 20대 중반의 남성인 진우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하면 되레 이상한 나이.
물론 지금은 농사를 짓는 쪽이 더욱 즐겁고 돈 버는 맛과 강해지는 것이 더욱 좋아 집중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두 번째로 선택한 장신구인 세계수의 반지.
마찬가지로 마력과 민첩을 상승해 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진우가 이 반지를 택한 이유는 일종의 시너지 때문이다.
사아아아-
은은하게 녹음의 빛을 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고 있는 왼손의 나뭇가지 문신.
폴튼 트렌트의 덩굴을 통해 알게 되었던 유물,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에 담긴 숨겨진 효과.
진우가 보유한 스킬이 나무의 정령에도 적용되었던 것처럼 세계수의 반지인 ‘자라나라 나무나무’에도 분명히 적용될 확률이 높다.
아니, 반드시 적용될 거다.
“그렇지?”
사아아아-
굳이 실험해 보지 않아도 진우의 말에 살아 있는 생명체마냥 빛으로 반응하는 녀석.
보통의 사람이라면 섬뜩할 수도 있겠지만 진우는 과거에 혓바닥을 할짝거리는 할짝이도 겪어 본 몸이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을 넘어서 오히려 귀엽게 보일 지경이다.
물론 있다가 없어지면 아쉬운 법이라고.
요즘은 새삼 할짝이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만한 괴식가가 또 없었는데 말이지.”
마정석도 먹고, 피도 먹고, 참.
별의별 것들을 먹어 치우던 녀석.
뭐, 그래도 그리움은 금방 잊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 이거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두렴.”
사라진 괴식가, 할짝이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식가 김유진.
귀염 터지는 공주님의 먹방에 진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 * *
꾸와아아악!(물! 무우우울의 기운이다!)
꾸왕~!(무우울이라구?)
꾸와아아앙!(연못이 꽉 찬 상태에서 물이라니!)
삐삐! 삐삐삐!(이건 못 참지!)
“얘, 얘들 엄청 늘어났네요.”
“아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정수아의 방문을 그 누구보다도 반기는 팜오리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현재 농장에 있는 팜오리 군단은 끽 해 봐야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진우가 정복한 숲속 게이트 내부에서 작물을 돌보기 위해 파견 나간 팜오리들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가히 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니까.
그나저나…….
– 킥킥, 우리 물딩딩이.
– 시, 시끄러워! 운다이르 선배님의 물이 더 시원해서 그런 거거든?
– 쟤도 얼마 전까지는 물딩딩이였어.
– 저저, 선배한테 말하는 버릇 좀 봐.
과거 땅의 정령만 다루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4대 정령을 다루게 된 진우다.
당연히 물의 정령인 운디네도 있는 데다가 진우의 농장에는 정령들이 힘을 합쳐서 완성한 정령의 연못도 존재한다.
그러나 나날이 늘어나는 팜오리의 개체 수에 따라 늘 만원 상태의 연못.
얼마나 많으면 그룩과 만트에게 상담하여 연못을 추가로 만들 계획까지 짜 두었겠는가?
뭐, 그건 그렇고.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건가.”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수아 = 물로 아예 인식이 박혀 버린 팜오리들.
굳이 그러한 사실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겠지.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니까.’
이럴 때는 동물의 언어를 알아듣는 게 자신뿐이라는 게 다행이라니까 참.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아……. 그게 말이죠.”
아무리 진우의 납품 주기가 납품 주기가 다른 농부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빠르다 한들 비단옷을 납품한 지 기껏해야 며칠이 흘렀을 뿐이다.
아직 납품 타이밍이 아님에도 찾아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물론 그냥 오리를 보러 찾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감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척 보기에도 무언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듯한 모습.
“괜찮으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이제는 길게 이어 갈 파트너 관계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드려요. 후우, 사실은 말이죠…….”
진우가 한발 물러서자 정수아는 고민 끝에 대화를 풀기 시작했다.
연금 협회에서의 주최하는 글로벌 파티로의 초청.
나라는 다를지라도 전성 정도 되는 대기업이라면 충분히 초대할 만한 이유야 납득이 된다.
하객이 고 랭커의 각성자거나 돈 많은 재벌일수록 해당 파티의 주최자의 어깨에는 자부심이 올라갈 테니까.
다만,
“뻔뻔하네요. 양심이 뒤진 건지는 몰라도 참.”
과거 연금 협회는 유리 자이스와 함께 정수아를 암살하려던 시도를 저질렀던 조직이다.
그 과정에서 노움과 허수진, 그리고 천묵이가 없었더라면 진우 자신의 목숨도 앗아 갔었을 일당들.
더군다나 이건 그저 첫 번째 문제라는 것뿐이다.
애초에 이것뿐이었으면 전성에서 알아서 처리했을 일일 텐데.
굳이 진우에게 얘기를 꺼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어디까지나 강제 사항은 아니에요. 진우 씨에게는 결코 피해가 가는 일 없도록 할게요.”
정수아가 설명과 함께 보여 준 연금 협회의 초대장.
초대장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전성그룹의 오너 일가와 더불어 진우도 함께 초대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그냥 거절해도 일개 개인에 불과한 진우에게는 그다지 타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외교라는 게 본래 이래저래 거미줄마냥 얽혀 있다고 하지 않던가?
해외.
특히나 중국으로 나가 있는 전성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은 안 봐도 눈에 훤하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그렇게 나온다 해도 진우로서는 오히려 좋다.
20대 중반.
사회 경험은 있으나 외교와 관련해서는 잘 모를 법한 나이.
그렇지만 진우에게는 이쪽 방면에 있어서는 프로 중의 프로.
어쩌면 그 프로의 수준을 넘어선 신적인 체르의 존재가 있다.
황금 상단의 거상으로서 알게 모르게 그에게 받은 경험과 영향은 적지 않은 수준.
그렇기에 넓어진 진우의 시야에는 보였다.
연금 협회의 파티 초청에 대한 100%.
아니, 120% 이상으로 자신과 전성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선택지.
만약 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체르에게 알리면 귀염뽀짝하신 황금 고블린 선배님께서는 뭐라고 반응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진우도 이제는 독자적인, 남들은 보유할 수 없는 농작물과 약초를 재배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중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 그만일 뿐.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그러지는 말라고. 상도덕이고,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이고 뭐고 상인들의 바닥에서의 승자는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야!]허나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하수, 삼류의 방법이다.
진정한 일류라면 자신에게 조금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함은 물론이요, 되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마련인 법.
“까짓거. 한번 가서 맛있는 거나 얻어먹죠, 뭐.”
“예? 저,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전성에서도 많이 배려해 주셨는데 이 정도 하는 거야 어렵지 않죠. 그리고 저도 연금 협회에 받을 빚이 아직 많이 남아 있거든요.”
어울려 주는 척 연금 협회를 등쳐 먹는다.
그것이 진우가 선택한 해결책이었다.
* * *
앞서 언급했듯.
과거 진우의 목숨을 앗아 갈 뻔했던 연금 협회.
덧붙여 그 연금 협회를 알게 모르게 보호한 중국이라는 나라까지.
원한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거다.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한 법이며 자신의 것은 더욱 귀하게 여기니까.
허나 누군가 말했던가? 시간은 약이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에 의한 희석이라기보다는 진우가 중국과 연금 협회에게서 뜯어낸 것들이 워낙에 화려한 것들로 가득하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다.
‘크흠, 이가 썩을 정도로 챙기긴 했지.’
미국에서 판매했었던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
함정인지도 모르고 거금을 안겨 준 덕분에 지금의 진우가 돈에 대한 걱정을 상당량 떨쳐 낼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던가?
거기에다가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만트 데름의 존재.
물론 만트가 중국의 소유물도 아닐뿐더러 그룩 토르산처럼 어디까지나 제 선택에 의해 진우를 따라온 것이지만, 어쨌든 중국에 있던 인재를 빼 온 것은 사실이니까.
‘굳이 더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겠어?’
그런데 그렇게 퍼 줬는데도 연금 협회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모양.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진우라고 참아 줄 이유가 있겠는가?
최고급 뷔페를 열어 준다면 기꺼이 속을 비운 채 참가해 줘야 예의인 법.
그렇게 만트를 데려올 때 한 번 들렸던 경험이 있는 중국으로의 방문이 이루어졌다.
준비성 철저한 전성답게 정수아와 함께 진우는 차량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이거야 원. 자네가 와 줘서 정말 기쁘군. 자리는 우리가 먼저 와서 잡아 두었으니 어서 오게나.”
“감사합니다, 회장님.”
“어허, 회장님은 무슨. 편하게 국진 아저씨라고 불러도 괜찮네. 아니면 장인어른도 나쁘지 않을 수도……. 끄흐읍!”
“아버지! 이상한 소리 그만하시고 들어가시죠?”
“끄응! 얘도 참. 넌 각성자고. 난 일반인이라는 것 좀 생각하고 꼬집어라. 아고 삭신이야.”
언제 봐도 참 사이가 좋아 보이는 부녀지간.
하긴, 세상에 딸 바보 아닌 아버지가 얼마나 있겠는가?
당장에 진우만 해도 유진이를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분위기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선지자여.]‘저도 알고 있습니다.’
파티에 들어섬과 동시에 느껴지는.
진우를 향해 숨김없이 쏘아지는 강력한 기운.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살기도 아니며, 호의는 더더욱 아니다.
애시당초 너무나도 이질적인.
인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모종의 기운.
그러한 탓일까?
이곳에 있는 사람들.
연금 협회의 가드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나름 중국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S등급의 각성자들조차 해당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국진 아저씨.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저쪽으로 가면 있는데. 안내해 주는 것이 좋겠나?”
“아뇨, 괜찮습니다. 핸드폰으로 이따 연락드릴게요.”
“그래, 천천히 일 보고 오게나.”
일단은 진우에게만 볼 일이 있는 듯한 개체로 보였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정수아와 정국진에게만큼은 피해를 줄 수는 없을 터.
사람이 잘 찾지 않을 듯한 골목길.
그중에서도 구석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진우를 향하던 모종의 기운을 흩뿌리던 존재가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이거 의외인데? 보통 인간들은 이럴수록 안전을 위해서 숨어들던데 말이지.”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다가오는.
상당한 미모의 여성.
그러나 진우는 눈앞의 생명체가 ‘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녕, 반가워. 혹시……. 그 장갑이 우리 막내인 걸까? 참. 어떻게 보면 인간이 우리보다도 더 잔인하다니까?”
뱀같이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는 여성.
아니, 실제 종족이 ‘뱀’에 속하는 파충류가 성급하게도 진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