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2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27화
바남 시의 수비병, 일명 ‘은색 방패’ 군단은 단순히 바남 시를 지키는 수비병이 아니다.
바남 시에 있는 바남 공작령의 주인, ‘마레스 바남’을 지키는 ‘근위대’이기도 하며, 동시에 바남 공작령의 최정예 군단이었다.
-라는 명성도 이미 십여 년 전의 이야기였다.
“대체 우리 공작님께선 언제나 정신을 차리실지.”
“‘로라’ 공작 부인님의 치마폭에 둘러 쌓이셔서, 이젠 얼굴조차 제대로 못보지 못하잖습니까.”
“전 이제 공작님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은색 방패 수비 군단의 군단장 ‘하켄’은 부관 앤빌의 너스레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마레스 공작이 시정을 거의 돌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근위군인 은색 방패 군단도 지리멸렬해졌다.
제대로 된 지원이 없고, 예산도 나오질 않으니 군단원들의 훈련은커녕 봉급조차 제대로 내주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실력 있는 군단원들은 이미 전역한 뒤 용병단, 특히 검은 사자 용병단으로 향했다.
그나마 남은 군단원들도 계속해서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이었다.
그런 와중에 실력 있는 군단원 출신 병사들을 흡수한 검은 사자 용병단은 어느 순간 바남 시에 눌러앉아 버렸고,
검은 사자 용병단은 이제 노골적으로 군단을 무시하고, 적대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공작 전하를 기대할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대로 살 길을 찾는 수밖에.”
“뭐, 용병 생활을 해 보고 돌아온 저로선 각자도생이 익숙하지만 말이죠.”
남문 경비대장 스벤은 쓴웃음을 지으며 거들었다.
“그래서 자네가 그리 추천한 그 오크들이 군단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네.”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다름 아닌.”
뿌득!
스벤은 자신의 팔을 접어 이두근을 부풀려 버렸다.
“제 몸이 그것을 증명하니까요.”
“그래. 하앗!”
하켄은 오랜 친구의 너스레에 훗 웃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다그닥 다그닥!
단장 하켄을 비롯한 단장 직속 정예병 10여 명이 말을 몰고 로헨 들이 있다는 황금모루 대장간으로 향했다.
“각오해라! 분명 검은 사자 놈들은 오크 놈들과 끝장을 보려고 들 거다! 말로 넘어갈 수 있진 않을 거다!”
“예엣!”
그래도 단장과 오래 함께 해온 정예병들인지라 모두 각오를 다지며 복창했다.
‘이번에야 말로 그 망할 용병 놈들 뚝배기를 제대로 박살내 주마!’
‘언제까지고 얕보이진 않을 거다!’
다들 그런 각오를 하고 마침내 황금모루 대장간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정예 기마병간의 격렬한 일전이 벌어질 거라 모두가 각오한 가운데, 그들인 본 것은.
“……응?”
“음?”
“으, 으거어억…….”
“끄어어억…….”
푸히히힝!
투레질을 하며 서성거리고 있는 기수를 잃은 말 열 필과,
그 주변에 찌그러진 깡통이나 여기저기 꺾인 검은 갑옷의 병사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두 명의 거대한 녹색 덩어리들이었다.
“로헨, 저 인간들은?”
“저기 스벤이 있다. 아마도 바남의 경비들이겠지.”
생각보다 빨리 왔네. 스벤 때문인가?
“저, 저 둘이…….”
“열 명이나 되는, 그것도 검은 사자 용병단의 정예들인 ‘리오즈’를 단 두 명이서 박살냈다고?”
게다가 용병단원들은 모두 롱소드나 모닝스타, 할버드 등의 중병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해치운 오크는 한 명이 꽤 커다란 단조용 대장장이 해머, 한 명은 슬링샷 만을 들고 있었다.
‘제대로 된 무기조차 아니다. 저런 거로 열 명의 중무장한 기마병들을 해치웠단 말인가?’
“그 망치는 딱히 필요 없었지 않았냐? 지금 네 힘이라면 저 말도 걍 넘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굳이 죄 없는 말까지 다치게 할 필욘 없지. 이 말들은 우리가 잘 써먹어주는 거다.”
“이, 이봐! 거기 오크!”
“로헨입니다 하켄 대장님.”
“그, 그렇지…….”
방금 도착한 병사들의 대장처럼 보이는 멋진 수염이 난 남자가 스벤과 뭐라 말을 주고받더니 말에서 내린다.
“반갑네. 나는 바남의 은색 방패 수비군단의 군단장 하켄이다. 자네가 로헨인가?”
“로헨 코르막. 핏빛 함성 부족의 전사다.”
“과연, 스벤에게 들을 만큼 엄청난 몸이로군.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마수와 비견해야만 할 몸이다.”
“마수와 비견이라니, 이미 나는 마수보다 더 강한 몸이다!”
“뭐?”
이건 나의 자뻑도 아니고, 이미 사실이다.
나보다 약한 몸으로 무기를 휘둘러야만 하는 인간으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
“……하긴, 그럴 만도 하군.”
그러나 하켄이란 대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콱!
나의 손이 그의 손을 맞잡았다.
‘훌륭한 악력이다.’
상대의 힘을 시험해보기 위해
평생을 무기를 잡고 온 자 특유의 강력한 악력이다.
의외로 우리 헬창들 중에서도 중량을 치는 무게는 상당하면서도 악력은 그에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전생에는 악력을 키우는 데 꽤 힘들어 했다.
‘솔직히, 지금도 몸의 힘에 비해선 악력이 조금 약한 느낌이 들어.’
물론 지금도 악력 힘만으로 평범한 사람의 머리 정돈 수박 터뜨리듯 터뜨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금 내 근력에 비해 ‘상대적’이라는 거다.
아직까지 내가 1RM의 한계를 시험해 볼 만한 무게를 만나진 못했지만.
‘지금의 1RM을 넘는 무게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이 악력이 문제가 될 지도 몰라.’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남자의 악력 루틴을 알아내야겠군.
‘근태창!’
근태창으로 그의 갑옷 너머의 몸을 살폈다.
‘체지방률 32%. 지방이 많다. 근육량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체중에 비해서는 근육량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고 근력이나 근육의 발달도가 낮은 편은 아니다. 확실히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근육이다.
‘이건 전형적인 실전만으로 단련한 근육이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근육량이 적고 발달도가 떨어져. 이건…….’
분명히, 제대로 된 영양과 휴식이 공급되지 않은 것이 문제로 보인다.
“나에 대해서는 스벤에게 필요한 만큼 들었을 테지. 보통 인간 전사는 내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다가오지 않더군. 그런데 내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자네의 힘이 필요해서다.”
역시나.
“우선 말해두겠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다. 더 강해지는 것, 그리고 곧 다가올 흑마련의 군세에 대항할 힘을 키우는 것.”
“음…….”
“그것을 방해하지 않고 협력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근육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날 방해할거라면, 그때는 충분한 근육과 근력이 뭘 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 주지.”
“으, 음…….”
초장부터 기선을 강하게 잡고 들어간다. 내게 전권을 맡기지 않는 귀찮은 회원님을 어르고 달랠 여유는 없다.
“네가 뭘 원하는진 알고 있다. 강해지고 싶은 거지?”
“그, 그렇다…….”
“분명 저 뭐시기 사자 용병단보다 더.”
“그, 그걸…….”
“나도 듣는 귀가 있고 상황을 이해할 머리도 있다. 그리고 지금 근손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도 방금 확인했다.”
“근손실……?”
“수련에 힘을 쓰는 만큼 강해지지 못한다. 충분히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니 제대로 된 수련을 쌓지 못하니 더욱 더 기량이 떨어진다.”
“윽…….”
“어떻게……!”
“스벤, 당신이 말해준 겁니까?”
“난 군단에 대해선 한 마디도 뻥긋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남문 이후론 로헨과 만난 적이 없지말입니다?”
스벤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파악한 사실과 정황만 대충 살펴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뭘 그리 놀라나.’
“나는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뭐?”
나는 보탄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선언했다.
“너희들을 강하게 만들어주마. 너희들의 그 열악한 환경도 모두 개선해줄 수 있다. 아니, 이 바남 전체를 강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며 난 그들의 앞에서 더블 바이셉스를 펼쳤다.
[스킬 : 포징] [포징의 효과로 인간들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당신의 말의 설득력이 올라갑니다.]“우웃, 어, 엄청난 근육……!”
“중앙군의 베테랑도 저정도의 근육을 가지진 못할 거야…….”
군단의 모두가 완전히 펌핑 되어 그 근매스를 뽐내고 있는 로헨의 몸을 보고 놀라워했다.
“……과연, 스벤이 말한 대로 엄청난 몸이로군.”
“나만은 못하겠지만, 너희 모두 나와 같은 근육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근육은 곧 힘이고, 강함으로 이어진다!”
포징으로 모두가 내 말을 귀기울여 듣기 시작했고, 점차 설득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러려면 내게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난 너희가 협력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거다. 하지만 너희가 협력한다면 그게 더 원활하게, 방해받지 않고 이뤄질 수 있겠지. 무엇보다.”
그러며 나는 카카에게 눈짓했다.
“라잇 웨잇!”
그러자 카카는 곧바로 내게 달려왔다.
타닷!
“흐음!”
콰악!
나는 내게 달려든 카카를 어깨로 받고, 몸을 꼿꼿하게 펼친 그를 가로로 어깨 위에 걸쳐 들었다.
“운동은! 단련은! 함께 할수록 함께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베이베!”
콰아!
몸무게가 100kg을 넘기기 시작한 카카는 충분하진 않아도 가벼운 스쿼트에는 제법 괜찮은 무게감을 주었다.
“자아, 다음!”
“오우!”
홰액!
직후, 나는 카카의 다리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이번엔 카카가 먼저 땅에 발을 딛은 뒤, 양 팔로 나를 붙잡아 들어올리는,
“라잇 웨이잇!! 크아아아!”
문자 그대로 ‘시체를 들어 올리는 듯한’ 데드 리프트를 선보였다.
우리끼리 가끔 무게가 부족하다 싶을 때 복합 다관절 운동이란 느낌으로 하는 동작이지만,
“허어…… 저 엄청난 근육 덩어리들이!”
“서로를 들다니…… 이런 건 처음 봐!”
적어도 저들에겐 꽤나 인상깊게 다가온 모양이다.
“보았는가. 이것이 함께 강해진다는 것이다.”
“아니, 그건 너무 문자 그대로인게…….”
“너희가 정말로 우리와 함께 강해지고 싶다면, 잔말 말고 따라와라! 근성장이란 기회의 창은 머뭇거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며 나는 대장간 입구 쪽을 홱 돌아보았다.
“……!”
그곳엔 어느샌가 대장간을 나와 우리를 넋을 잃고 쳐다보는 보탄의 모습이 있었다.
“너도 마찬가지다, 보탄! 강해지고 싶다면, 더 뛰어난 대장장이가 되고 싶다면 즉시 와라!”
그러며 나는 보탄과 하켄 둘을 돌아보았다.
“나 또한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
“이런 세상에, 이게 대체 다 뭔가?”
나를 따라서 수도원으로 온 보탄은 내가 보여준 에페소의 유산들을 보고 경악했다.
“이게 몇 백년 전도 더 전의 유물이란 말인가? 이렇게 방치되었을 텐데도 어찌 이 정도로 보존이 되어있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 뭔가 이 정교한 구조는! 이게 정말로 수백년 전의 물건이라니!”
보탄은 내 예상대로 유물들-웨이트 트레이닝 머신들을 보고 흥분했다.
“그래서, 고칠 수는 있는가?”
“단순히 부식된 부분을 보강하고 교체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솔직히 내가 이 물건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뭐라 확답을 줄 수는…… 없네.”
“흐음.”
뭔가 드워프라면 ‘이따위 물건을 내가 못 고칠 것 같나!’라고 괄괄하게 소리칠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는군.”
“이런 몸이라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간 험한 꼴 보기 십상이거든. 물론 그만한 믿음을 받은 적도……없고.”
보탄은 자조어린 쓴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판타지의 드워프 다운 자신감이 없다. 나는 이런 솔직함과 소탈함도 좋아하지만.’
자신의 신체 때문에 성격까지 영향을 받은 거리라. 이게 긍정적인 건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런 자세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걱정 마라 보탄.”
“보탄 스승!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겠다!”
“그, 그래…… 스, 스승?”
카카가 눈을 반짝이며 나서서 보탄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직접 보게 될 거다.”
그러며 나는 뒤쪽에 있던 하켄을 돌아보았다.
“하켄, 이제부터 너와 너의 부하들에게 신체 단련법을 알려줄 것이다. 이것을 PT라 부른다.”
“피, PT?”
“아 물론.”
“어?”
다시 보탄 쪽을 돌아보자 그는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탄, 너도 당연히 함께 할 것이다.”
“……뭐라고?”
자아, PT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