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2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26화
“으음?”
카앙!
어둠속에서 망치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인영이 슬쩍 보였다.
안에서 망치로 모루를 내려치는 자는 내 명치 부근에나 겨우 올 만한 키로 보인다.
인간으로 치면 여성 정도의 키에 불과하다. 대략 150 중반 정도인가.
“밖이 조금 시끄럽다 싶더니만…, 원하는 양의 무기는 곧 나온다. 괜히 시끄럽게 굴지 마라.”
신경질적인 허스키한 목소리. 하지만 새된 여자 목소리처럼 들렸다.
“으응?”
그 인영은 우리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놈들은 그 사자대가리인지 뭔지 하는 인간들이 아니로군.”
카랑!
인영은 들고 있던 망치를 모루 위에 놓더니 저벅저벅 나와 카카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빛으로 나왔다.
“으허억 #@$%@! 깜짝아!”
“응?”
역광이라 우리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건지 ‘그’는 우릴 보자마자 놀라서 휘청거렸다.
“뭐야, 오크인가…… 그런데, 너희 둘 왜 이렇게 큰 거냐?”
“너는……?
내 명치 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에, 잔 근육은 잘 발달되어 있지만 호리호리한 몸.
양 팔에는 힘을 보조하는 듯한 금속판과 스프링과 관절로 구성된 외골격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생긴 것은…….
“노움?”
진짜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수염이 없는 것을 넘어서, 그 얼굴은 순간 여자가 아닌가 생각을 할 정도로 선이 얇고 곱상한 얼굴이었다. 거기다 짧은 은발이니까.
이래놓고서 드워프라고 하면 그게 더 양심이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싹퉁바가지 없는 오크 놈을 봤나! 누가 노움이냐 노움은! 내가 그 땅굴 두더지 놈들하고 똑같이 보이더냐!”
어라, 이 세계에도 있었구나 노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럼 당신은……?”
“난 드워프다! 강철제련자 보탄이 바로 나란 말이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드워프는 키가 작지만 옆으로 넓고 다부진 체격을 한, 인간 시절의 나와 같은 모습에.
무엇보다, 개쩌는 수염을 가지고 있는 종족일 텐데!
“수염도 없는 게 무슨 드워프란 말이-.”
부웅-!
“웃!”
퍼억!
내가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모루 위에 있던 망치가 내게 날아왔다.
물론 나는 날아온 망치를 한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하지만 저 왜소한 몸으로 낸 거라곤 생각하기 힘든 힘이다.
“더러운 오크놈, 결국 네놈도 나를 모욕하는구나!”
“워워, 잠깐! 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한다!”
“……!”
난 이 대장간의 주인인 드워프와 대화하고 거래를 하러 온 것이지 싸우러 온게 아니다.
뭐든 빠른 사과만이 싸움을 막는 길이다!
“괴상하군, 내가 아는 오크 놈들은 사과란 걸 모르는 무식한 것들이었는데.”
“나는 그런 오크들과는 다르다. 그리고, 사과도 할 줄 알지.”
나는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카카도 머쓱하게 있다 나를 따라 꾸벅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당신이 수염이 없어서 순간 드워프인 것을 몰라봤다. 드워프는 모두 수염이 있다고 들어왔기에, 정말로 당신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
“…….”
보탄이라는 그 수염 없는 드워프는 내 사과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화를 토해내듯 한숨을 쉬었다.
“……그래, 오크 네 말대로 내가 드워프로 보이진 않기 마련이지.”
“내 이름은 로헨, 그리고 이쪽은 카카다.”
“그래서, 커다란 오크들. 나는 어쩐 일로 찾아온 거냐. 그보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이 대장간은 사자 대가리인지 뭔지 하는 용병단이-.”
“당연히 때려눕히고 왔지.”
“뭐, 뭣?”
보탄은 순간 놀란 눈으로 날 보았다.
“어리석은 짓을 했군. 이 대장간은 그 인간 놈들이 자기네 꺼라고 하는 중이다. 분명 곧바로 네놈들을 죽이려 몰려들 거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해라. 난 당신이 필요할 뿐이다.”
“뭐?”
“당신이 이곳에서 가장 실려있는 대장장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 고쳐야 할 것도, 만들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그런 거라면 다른 대장장이라도…….”
“최고의 실력자만이 고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어설픈 대장장이의 실력 따위 필요없어. 아니면 뭐냐,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가?”
“이 건방진 녀석이!”
역시, ‘쫄’의 위력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확실하지.
“……네놈의 눈엔 내가 그렇게 실력이 있어 보이나?”
“수도원장의 평판이다. 게다가, 이름 난 용병단이 너를 독점하려 들고 있다면 분명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증거겠지.”
“ ……너는 정말로 특이한 녀석이로군.”
왜 저렇게 구는지는 알만하다. 특유의 외모 탓에 신용을 받지 못한 경험이 많았을 터.
“나는 외모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오직 근육량과 근육의 발달도를 가지고 평가를 할 뿐이다.”
“근육?”
‘근심안!’
나는 곧바로 근심안으로 보탄의 근육을 보았다.
‘겉으로는 근육량이 적어 보이는 얇은 몸이지만 그렇지 않아.’
근육 비율 자체는 60%. 고도로 발달되었다. 지방이 5%이하로 엄청나게 적어.
게다가 근력을 담당하는 타고난 속근의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지근의 비중이 적은 것도 아니야.
‘대장장이에는 어울리지 않은 몸이라 할지라도, 수없는 대장장이 일을 해서 단련해온 몸이다. 나약한 몸이 아니야.’
그럼에도 근력이 다소 약해서 팔에 달린 저 보조 근력 보조장치로 힘을 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여러모로 평가하자면, 고도로 일로서 단련되어 특화된 여성의 근육과도 같은 몸이다.
‘게다가 저런 근력 보조장치를 스스로 만들어 낼 정도라면 실력은 보장된 거로군.’
“나는 결정했다. 너를 믿고 너와 계약을 하기로 말이다. 그러니 너는 거기에 따라라. 무엇보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카카를 슬쩍 곁눈질 했다.
“우오오…….”
당연하게도 카카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온갖 대장장이 용품들을 만지고 직접 단조를 하고싶어 미칠 것 같은 모습이다.
“내 동료가 쇠질을 하고 싶어해서 말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지.”
“대장장이에 관심이 있는 오크라니, 허 참…….”
보탄은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무리다.”
“용병단이라면 당신이 걱정할게 아냐.”
“그게 아냐. 용병단 놈들이 멋대로 내 대장간을 소유하겠다 말한것도 있지만, 그 녀석들이 나름대로 해준 것도 없진 않단 말이다.”
“흐음?”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광석들, 희토류들, 주괴들, 그리고 연료로 쓰일 숯과 석탄, 그리고 원목까지. 그 모두를 지원해주기도 한단 말이다. 물론 그 대가로 나나 저 인간들을 부려먹기는 하지만.”
그는 정말로 피곤한, 그럼에도 희미하게 어떤 자부심이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나를 대장장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일을 맡겨주는 자들은 그들 밖에 없다.”
“흐음…….”
복잡한 일이로군. 하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수염 없는 드워프’로서는 이런 가스라이팅에 걸려들 수밖에 없을 터.
그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블랙 회사 노예사원의 마인드다!”
“브, 블랙? 뭐?”
“걱정 하지 마라 보탄. 당신이 받던 지원은 내가 똑같이 해 주겠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나 되는 소릴 해라! 너 같은 오크가 무슨 수로 인간 용병단 수준의-.”
“한다면, 한다!”
“게다가 나라면 모를까, 내 동포들은 너 같은 오크에게 절대로 광산의 철광석을 내주지는…….”
“나는 나보다 근력이 약한 자의 말은! 정당한 이유 없인 듣지 않는다!”
“이런, 무슨 무식한……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오크였지.”
보탄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날 멍하니 바라보았다.
“네가 걱정하는 바는 안다 보탄. 하지만 그것들 또한 내가 책임 지고 해내겠다. 왜냐면, 난 반드시 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득근을 위해서라도!”
“너, 오크…….”
그 순간 보탄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네가 필요하다.’
그런 말을 들었던 것은 처음이기에.
“그리고, 나라면 너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
“뭐?”
“네게 다시 자랑스러운 수염과, 더 뛰어난 대장장이가 될 수 있는 근육을 되찾게 해 주겠다!”
“그, 그게 정말인가?”
보탄은 눈이 동그래져서 날 본다.
그 순간,
두두두두-!
“……!”
“로헨, 손님이 왔다.”
대장간 창문 너머를 살펴보던 카카가 말했다.
나도 들었다. 여러 필의 말들이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다.
“큰일 났군. 검은 사자 용병단 놈들이 몰려왔어.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나!”
“흥, 겨우 해봐야 10여명 정도로군.”
“내가 어떻게든 먼저 나가서 얘기를 해 보겠네. 자네들은 그 틈에 뒷문으로…….”
“아무래도 맨몸으로 상대하기는 조금 귀찮을거 같은데?”
“로헨, 여기 쓸만한 것들 많다!”
“아니, 싸울 생각 하지 말고 무사히 떠날 생각이나 좀 해라! 누가 오크 아니랄까봐!”
보탄은 대장간에 있는 무기들을 뒤적거리는 두 오크들을 향해 투덜거렸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보탄. 그보다.”
“응?”
“이것 좀 잠깐 빌리겠다.”
나는 대장간에서 가장 커다란 해머를 들었다.
“자, 잠깐 그건 대형 단조를 위해 필요한- 어?”
부웅!
“흐음.”
보탄은 그걸 가볍게 들어 어깨에 걸치는 로헨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흠, 나쁘진 않지만 역시 무게감이 좀 약하군.”
“저, 저건 우리 위대한 선조 보르 님 말곤 누구도 들지 못했는데…….”
“아무튼, 잠깐만 쓰고 준다. 기다려라.”
터엉!
그러며 난 카카와 함께 대장간의 정문을 박차고 나왔다.
“금방 끝낸다.”
“……뭐 그러시던가.”
보탄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관두기로 했다.
“우오오, 오크다!”
“그 엄청나게 큰 오크 놈이다!”
말에 탄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말했다.
용병이라면서 꽤 좋은 장비로군. 기마 기사라니, 나름 정예병인 듯 하다.
“재미있겠군. 부수는 맛이 좀 나겠어.”
난 그저 이 자리에 내 탄력봉과 원판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까웠을 뿐이다.
“네놈 오크 놈들! 감히 우리 검은 사자 용병단의 대장간을 습격하다니!”
처억!
대장으로 보이는 화려한 투구를 한 녀석이 롱 랜스를 들고 나왔다.
“네놈의 목을 따서 우리 검은 사자 용병단의 영예의 트로피로 삼을 것이니라!”
“시끄럽고, 자신 있으면 당장 덤벼오기나 해라. 시간 아까우니까!”
“뭐, 뭣이!”
내 으름장에 뒤의 녀석들이 킬킬 거리자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은 투구 너머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 오크놈! 당장 녹색 꼬챙이로 만들어주마앗!”
두두두두!
“오호, 마상 창 돌격이라?”
이거 재미있군. 나를 향해 겨누어진 커다란 랜스를 보면서도 난 흥미밖에 느끼지 못했다.
“으라아아앗!”
“라잇 웨잇!”
마상창이 내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 하지만.
퍼억! 지지직!
“어?”
마상창은 내 두 손에 잡혔다. 내 두 발이 조금 밀려났을 뿐 마상창을 붙잡고 멈춰섰다.
우직!
내 손아귀의 힘이 마상창이 우그러질 정도로 붙잡았다.
“우, 우와아앗!”
히히히힝!
투웅!
내가 마상창을 잡고 버티자 나를 찌른 대장인지 뭔지 하는 놈은 말 위에서 튕겨져나와 마상창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말은 주인을 내버려두고 달려가다 머쓱하게 멈췄다.
“뭐, 뭐야! 내려놔! 내려놓지 못할까 이 오크 놈이!”
“소원이라면야 내려놔주지. 지면에 말이야. 베이베!!”
“허억-.”
콰아앙!
소원대로, 난 창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놈을 지면으로 내려주었다.
다만 머리가 먼저 지면에 닿은 건 조건에 들어있지 않았지.
“저, 저놈이!”
스릉! 처억!
대장이 당한 걸 본 녀석들이 그제야 급정색하며 검을 뽑아든다.
“좋아, 전부 한꺼번에 덤벼라!”
아홉 명의 마상 기병과의 싸움이라, 이건 이거대로 좋은 루틴이 되겠군!
젠장, 빨리 끝내고 근력운동 하고 싶다!
*
“대, 대장!”
덜커덩!
바남 수비병의 대장 집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무슨 일이냐. 또 어디서 마수라도 나온 거야?”
“그게 아닙니다! 검은 사자 용병단이!”
“빌어먹을, 듣기 싫은 이름이로군…….”
집무실에 앉아있던 수염난 험상 rnc은 거한의 남자가 귀를 후볐다.
“그 놈들이, 황금모루 대장간에서 오크 들과 싸우고 있단 소식입니다!”
“뭐? 오크? 그 놈들이 대체 왜 황금모루 대장간에?”
갑자기 정보가 쏟아지자 대장은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은 오크와 놈들이 연루된 일입니다. 빨리 개입하는게 맞습니다.”
그 곁에 있던 경비대장 스벤이 거들었다.
“늦을수록 우리가 치울 송장이 늘어날 거거든요.”
“허어.”
황당하다는 듯 답한 수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움직이자. 검은 사자 놈들이 개박살 나는 꼴을 언제 구경하겠나 그리고.”
그의 눈빛을 읽은 스벤이 훗 웃었다.
“오크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