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ter ego is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363)
온갖 매체에서 다양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아직 해외에서까지 큰 반응이 오진 않았지만, 하워드 인더스트리에서 공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불길이 그쪽으로 번지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일 터.
고작 기업 하나가 등장했을 뿐인데 반응이 과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건 이쪽 업계의 상황을 잘 모르는 이의 짧은 시각일 뿐이었다.
-이거 진짠가? 그럼 이제 나도 마도구 살 수 있는 거임?
└살 수야 있겠지. 가격이 뒤지게 비싸겠지만.
└ㅇㄱㄹㅇ 안정적인 공급이 늘 거라고 했지 가격이 싸다고는 안했다. 암만 생산해 봤자 수요 절대 감당 못함.
-내 전 재산을 털면 살 수 있을까?
└얼마 있는데?
└89만원… ㅎㅎ
└ㄲㅈ
-나도 각성자가 되고 싶다! 안 되면 마도구라도 갖고 싶다!
└얘 이 댓글 도배하고 다니네.
일반인들의 이능에 대한 동경심을 간접적으로나마 채워줄 수 있는 아이템.
가진 자들의 사치품인 동시에 위기 상황에 구명줄이 되어줄 안전장치.
현대 기술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적의 장비.
실질적인 무력의 증가로 보다 확실하게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게 해줄 가디언의 무기, 혹은 반대로 빌런의 범죄 성공률을 올려줄 수 있는 비장의 수단 등.
그 모든 일의 기저에는 귀환자와 함께 이세계에서 넘어온 물건들이 있었고, 그것이 일상과 떼 놓을 수 없게 된 지금 그 수요는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저 그 공급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대부분이 내심 포기하고 있었을 뿐이지.
그런데 지금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업이 대놓고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사회적인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 중엔 다양한 빌런 조직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번천회 또한 예외가 아니었으니.
“하워드 인더스트리라···.”
지구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들여 준비한 이면 세계.
일시적인 동면에서 깨어나 바깥소식이 담긴 태블릿의 정보를 확인하던 번천회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변수로군.”
그것도 미리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치명적인 변수다.
미래 예지 능력이 있는 오라클은 물론 그조차 짐작할 수 없었던.
‘그래도 그렇지 설마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자신이 알던 미래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적극적으로 나선 게 짧은 시간도 아니고 무려 이십여 년 이상이다.
그동안 실컷 마음대로 움직여 놓고 이제 와서 미래의 정보가 들어맞길 기대한다면 과한 욕심이겠지.
‘하지만 이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군. 지구의 법칙을 우회할 수 있는 닥터조차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난제인데. 이만한 변화를 오라클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고.’
그에게 이 정보를 전달할 때의 그녀도 적잖이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일들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을 놓친 건 그녀에게도 큰 실책이었으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최근 들어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한국인가.”
그 변화의 중심지, 대한민국.
하회탈의 등장부터 시작된 변수가 이계의 성자 하인리히까지 꾸준히 이어졌다가 이번엔 하워드 인더스트리까지 뻗어나갔을 뿐이었다.
그곳의 실질적인 주인도 변수 중 하나인 팬텀 하인즈이지 않던가!
‘아직 전면으로 나서기엔 이르지만··· 이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
그렇지 않아도 하인리히의 공론화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며 조직이 어수선해진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판테온 운영위원회의 일좌였던 서기관이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습격당해 실종되며 암중 세력에 대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진 상태.
“쯧, 적어도 닥터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는 미뤄보려 했건만.”
부활 직후 약해진 자기 육체를 개조하겠다며 동면에 들어간 닥터가 눈을 뜬다면, 저 하워드 인더스트리의 기술을 분석해 뭔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계속 어영부영하다간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일단 어느 정도 제동을 걸어 시간을 벌 필요가 있겠어.’
내심 마음을 굳힌 그의 시선이 다시 태블릿에 출력되는 내용들을 빠르게 훑었다.
그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떠오른 하나의 동영상 자료.
무심하게 그것을 재생한 그의 시선에 기자들이 가득한 야외무대 좌석 앞, 넓은 단상 위에 올라선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왔다.
-“그럼 쇼케이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은 나중에 받을 테니 지금은 정숙해 주시길···.”
그에게 보고가 들어오기 직전에 열린 행사.
성대하게 열린 하워드 인더스트리의 쇼케이스 현장이었다.
***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거지?’
쇼케이스를 앞둔 진소란이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그녀는 행사를 위해 현장에 직접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단순한 관계자가 아닌, 쇼케이스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로서.
‘당당하게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되길 기대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로드.’
사실 이전까지의 상황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직 일반인들 사이에서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쪽 업계에 있는 이들 사이에선 마냥 마인이라며 경원시 당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혈맹의 흡혈귀라 하면 암암리에 거리를 수호하는 자경단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니 소속원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저 살아남으려다 보니 흡혈귀가 되었을 뿐, 그들도 원래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만큼 그런 사회의 인정을 절실하게 갈구하고 있었으니까.
“시간 다 됐습니다! 이제 올라가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진소란은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에 다시 심호흡하곤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갔다.
지금만큼은 헤테로시스의 대변인이자, 신혈의 뱀파이어의 지구 제1권속 8레벨 흡혈귀가 아닌.
요즘 한창 성장세인 인터넷 방송인 ‘오키드’로서 행사의 진행을 맡기 위해.
“그럼 쇼케이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은 나중에 받을 테니 지금은 정숙해 주시길···.”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난초(蘭草)의 영문명인 오키드(Orchid).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개인 방송은 그녀의 유일한 취미 활동이자, 흡혈귀가 되며 사회와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다.
‘그래도 그렇지, 난 아직 이런 장소에 나올 정도의 급이 아닌데.’
이 행사의 책임자이기도 한 진소란이었지만 그녀는 결코 스스로를 이곳에 섭외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자리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로드인 하인즈의 명령 때문이었다.
“···다음은 제품에 대한 소개가 있겠습니다.”
“이쪽은 저희 하워드 인더스트리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라인업입니다. 아공간 마도구부터 시작해 근력 강화, 방어, 가속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그 스펙은···.”
마침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던 그가 그녀의 취미 생활을 떠올리고 대뜸 그 자리에 진소란을 꽂아 넣었던 것.
중요한 자리인 만큼 최고 책임자를 직접 현장에 파견하려는 목적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는 호의가 밑에 깔린 명령이었다.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사회자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방송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다음은 포션류입니다. 이 포션들은 이미 귀환자 협회와 이능관리국 이계산업자원과에서 안전성 인증을 마친 상품들로, 그 급에 따라···.”
그렇게 챙겨주려는 마음만큼은 정말 감사하지만 사실 그녀에겐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제법 긴 시간 개인 방송을 해 왔다고는 하나, 결국 그건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며 혼자 떠드는 것일 뿐이지 않던가?
애초에 그냥 취미 생활일 뿐이니 굳이 규모를 키우려는 생각이 없기도 했고.
찰칵— 찰칵—
웅성웅성—
아무리 최근에 그녀가 대한민국 유일의 8레벨 흡혈귀로 성장했다 한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플래시 세례와 매섭게 반짝이는 기자들의 눈빛 앞에서는 적잖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사방에서 피가 튀는 전장이었다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럼 다음 순서로 넘어가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질문 시간은 모든 발표를 마친 후에 예정되어 있으니···.”
“이게 바로, 저희 하워드 인더스트리에서 제작한 최상급 마도구들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것들은 일종의 견본품으로, 조건만 맞는다면 얼마든 이와 대등한 스펙을 지닌 물건들을 주문 제작할 수도···.”
그래도 그간 방송을 해 온 짬과 로드 대리로서 휘하의 흡혈귀들을 다스려 온 경험 덕분인지, 그녀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큰 문제 없이 쇼케이스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아니, 단순히 무사히 끝마쳤다는 말로 끝내기엔 약간 어폐가 있었다.
그날의 쇼케이스 이후 터져 나온 반향은.
그녀의 예상을 한참 웃돌 정도로 효과적이었으니까.
***
쇼케이스 직후, 새로이 출범한 하워드 인더스트리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완비되진 않았으나,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 당장 활동하기엔 온라인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금전이 오가는 진짜 결제는 주문 이후 직거래로 물건을 받고 나서야 끝나지 않던가?
그에 따라 주식 시장의 관련주들도 연신 출렁거리길 반복했다.
물론 하워드 인더스트리는 비상장 법인이었지만, 이쪽 업계의 영향력이 워낙 사회 전반에 뿌리 박혀있다 보니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반응과 함께 들끓기 시작한 곳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데 모여 떠들어대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1. 마도구와 포션 모두 협회와 이능관리국의 인증을 받았다.
2. 간판만 신생 회사지, 제법 오래전부터 소량씩 유통하며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한다.
3. 특히 ‘최상급’ 딱지가 붙은 건 초대받은 각성자들 모두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성능이 끝내준다.
4. 눈나아아아!
(쇼케이스 현장 사진)
-네 줄인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ㅇㅈ합니다. 사실 마지막 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이거 누구냐? 드럽게 이쁘네.
└오키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만큼 쇼케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졌다.
그 내용적인 측면도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지만, 기자들에 의해 다양한 각도에서 찍힌 특정 인물의 사진도 그 화력에 단단히 한몫했다.
-와… 평소 방송할 때 모습이 오히려 너프된 거였다고? 화장과 조명에 필터까지 총동원한 건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니!
-기자들이 따로 보정해 준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 화보냐.
그런 반응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를 간판으로 세우며 기대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되어가는 쇼케이스.
그만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은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들조차 홀릴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 언니 카리스마 봐. 나 여잔데 반할 것 같음.
└뭔가 넋을 놓고 보게 되네. 나 새로운 세상에 눈뜰 것 같아…
-꺅!! 언니! 날 가져요!!!
사실 그런 반응의 원인은 단순히 그 미모뿐만 아니라 그녀가 이번에 새로 얻은 힘 때문이기도 했다.
하인즈 2세가 신혈에 오른 이후, 원활한 조직 관리를 위해 진소란에게 추가로 하사한 「정제혈정」.
그것은 그녀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혈계 능력을 계승하듯 하인즈의 특성 일부가 그녀에게 싹틔우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혈계 능력인 「은폐」의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을 넘어, 「미혹」이라는 새로운 능력이 눈을 뜨며 이런 소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으으··· 제대로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긴장하면서 통제가 살짝 풀렸던 것 같아요.”
“흐음, 그래도 이 정도면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현장 반응도 그리 과하지 않은 것 같고.”
인터넷 반응을 본 진소란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앓는 소리를 내자, 집무실 의자에 앉아 쇼케이스 영상을 확인하던 하인즈 2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미혹」은 엄연히 정신계 이능.
그것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발현했으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뛰어났던 그녀의 미모가 8레벨의 흡혈귀로 성장하며 재차 업그레이드된 탓에 현장에 있던 각성자들조차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으니.
‘나쁘지 않네. 아니, 결과만 보자면 아주 좋지.’
자신의 안목을 자화자찬한 그가 흡족한 기분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영상은 쇼케이스의 후반부, 최상급 마도구의 시연 장면으로 넘어가 있었다.
파지직—!
화면 속에서 새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시연을 맡은 각성자가 짧은 손잡이의 망치를 쥐는 순간 일어난 현상.
그것은 화면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아마 현장에 특별한 결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은 그 간접적인 여파만으로 기절하고도 남았으리라.
콰르릉—!
이후, 망치 위로 벼락이 떨어져 내리고.
섬전처럼 쏘아진 그것은 먼 거리에 있던 표적은 물론 그 주변 일대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고서야 사용자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니, 북유럽 신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듯한 모습.
이것을 위해 일부러 쇼케이스를 넓은 야외무대에서 진행했다.
‘디자인도 일부러 조금 다르게 손봤으니 저작권에 걸릴 염려도 없겠지.’
저 망치는 하워드가 공방에 틀어박혀 공들여 만들었던 물건 중에서도 걸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었다.
사실 완전히 똑같이 만들더라도 누가 감히 뭐라 하겠느냐마는, 그래도 괜한 트러블을 자처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물론 저건 미끼 상품이니 최대한 신경을 쓴 거고. 보상의 등급은 상대가 제시하는 영약의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둬야겠지. 과연 그만한 가치를 가진 영약을 보유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상급을 받아 갈 정도는 되어야 도움이 될 텐데.
그런 생각과 함께 쇼케이스가 마무리되어가는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저기, 로드? 방금 협회의 윤 지부장님께 연락이 왔는데···.”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초월자, 뇌제(雷帝) 윤지윤.
처음부터 월척이 걸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