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ter ego is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62)
정보전 (3)
천사(天使).
하계에 직접적으로 힘을 투사하기 힘든 신을 대신하여 지상에 내려와 기적을 행하는 신앙의 대리자.
‘허어, 천사라고?’
‘처음부터 인간이 아니었나. 혹시나 했는데···.’
회담장에 모인 판테온 운영위원들은 애써 정신을 추스르며 코앞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그 초월적인 형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존재가 한 말은 그 무엇보다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천사라고 거짓말을 하지 말란 법은 없었으나, 이곳은 위원장이 펼친 진실만을 강제하는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지 않은가?
‘힘으로 이능을 강제로 무시한 게 아니다. 저자는 확실히 진실만을 말했어.’
위원장은 그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신을 모시는 성직자이자 판테온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로서, 방금 전에 정체를 드러낸 저 천사가 무엇을 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신앙을 건 신성한 맹세.’
그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도저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방금 전의 말이 거짓이었다면 저 천사는 모든 신성력을 잃고 그대로 타락해 버렸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상황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흐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규율을 어긴 수상한 행위를 추궁하는 자리에서, 그 대상이 주도하는 대책 회의의 자리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종적이군. 역시 성직자들에겐 이 방법이 최고라니까?’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운영위원들의 모습을 본 하인리히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모시는 신이 다르다고 한들 그들 또한 신앙의 길을 걷는 구도자.
신의 사자를 앞에 두고서 뻗댈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성직자라고 전부 그런 성향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지금 한창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그 존재들이지 않은가?
판데모니움.
일반적으로 ‘악신의 추종자’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그곳엔 단순히 파멸을 추구하는 불길한 신을 섬기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독선적이고 오만하여 자신들의 신앙이야말로 ‘진짜’고 나머진 전부 이단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사상으로 무장한 광신도들.
그래서 성전으로써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또한 판데모니움을 구성하는 한 축이었다.
‘그놈들이 쉽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점조직으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만났다 하면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싸워댈 테니까.’
그렇게 결집하지 못한 탓에 판데모니움은 번천회가 입맛대로 다룰 수 있는 편리한 사냥개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그쪽에 비하면 판테온은 양반이었다.
일단 공통된 기본 규율 자체가 다른 교단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
‘어찌 보면 지금의 사태도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지. 포용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춘 만큼 이런저런 허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해.’
다행히 판테온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12위원회까지 그들의 손길이 닿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기관이라는 존재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긴 했으나, 자신의 손에 처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셈이었다.
그녀가 아직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면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지도 않았겠지.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니까?’
하인리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운영위원들을 바라보면서.
***
판테온 수뇌부와의 몇 시간에 걸친 회담이 끝난 직후.
“아! 하인리히 형제님!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군요. 어떻게, 용건은 잘 마치셨습니까?”
위원회 회관 밖으로 나온 하인리히를 맞이한 것은 이번 판테온 행을 줄곧 지원해 주었던 제이슨 사제였다.
아직 정식으로 판테온에 가입하지 않은 하인리히가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기에, 가장 오래 함께했던 그가 스스로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던 것이다.
“사소한 오해가 하나 있어서 말이지요. 지금은 모두 잘 해결됐습니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하인리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슬쩍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제이슨 사제님께선 타마리아 차원 출신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스쳐 지나가듯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하고 계셨군요.”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지나가던 이들이 힐긋힐긋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은발과 금안의 하인리히를 보는 것이었다.
워낙 소란스럽게 등장한 만큼 저도 모르게 그의 존재를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선 종교 전쟁이 치열하다고 들었습니다. 크게 두 교단이 날을 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맞습니다. 저희 라서스 교단과 악신 루세니를 섬기는 추종자들 사이에서 성전이 진행되고 있지요.”
“혹시 그 악신의 추종자들이 지구에 와서도···.”
“후우, 그렇지요. 지금 판데모니움에 속해 있습니다. 악신의 꾐에 빠지는 바람에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란 말입니까?”
제이슨 사제가 분개하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악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이들의 처지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듯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껏 온갖 고초를 겪으며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남았는데,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꼭두각시처럼 놀아나고 있다니.”
두 사내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가 지칭하는 대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아, 별 건 아닙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던 사이.
하인리히에게 배정된 숙소 앞에서 몇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그만 귀찮게 하고 빨리 사라져 줬으면 해서 말이죠.”
그에게 지령을 받고 분주하게 움직였던 아우테리카 출신의 사제들.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하인리히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악신의 추종자들과.”
그리곤 발걸음을 멈춰 세우며 제이슨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뒤에 있는 흑막 놈들까지.”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나온 듯, 어딘지 모르게 서늘해 보이는 미소였다.
***
며칠 뒤.
폭풍전야와도 같은 평온함이 지나던 어느 날.
“잠깐! 이게 무슨 짓이냐! 난 피스커 교단의 산드로다! 이런 짓을 하면 우리 교단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 일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이렇다 할 전조도 없이, 판테온 전역을 뒤흔드는 폭풍이 한꺼번에 휘몰아쳤던 것이다.
“산드로 페르미. 당신에겐 3년 전, 라빈 윌리엄 살해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판데모니움과 내통한 혐의가 있습니다.”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이렇게 누명을 씌운다고? 내가 친구였던 그 녀석을 죽였을 리가 없잖아! ···오호라? 알았다. 네놈들, 날 핑계로 우리 교단을 찍어낼 생각이로구나!”
“시치미 떼 봤자 소용없습니다. 이미 증거 확보와 그 검증까지 모두 끝냈으니. 그동안 당신이 팔아먹은 정보들로 살해당한 사제들의 이름까지 전부 언급해야겠습니까?”
“···거짓말로 날 우롱하려 들어봤자 소용없다! 이 더러운 놈들! 제 배 속이나 채우려고 드는 위원회의 개들이!”
당연히 순순히 혐의를 인정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판테온 운영위원회가 소속 교단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라며 뻔뻔하게 목소리를 높일 뿐.
하지만 그런 저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상황이 그쯤 되면 그들의 뒷배인 교단도 어찌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운영위원들이 하인리히에게 이야기를 듣고도 괜히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들은 제공받은 변절자들에 대한 정보를 교차검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추가 범행까지 밝히는 데에 성공했다.
보안을 위해 정말 믿을 수 있는 극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직접 발로 뛰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내가 그동안 교단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헌신했는데! 고작 이 정도 일로 날 버리려 든다고?!”
“젠장, 어떻게 눈치챈 거지? 뒤처리는 완벽했거늘.”
“이건 글렀군. 즉시 산개해서 이탈한 후 B 포인트에서 합류한다!”
그 결과.
직접적으로 판데모니움과 교감을 주고받은 이들은 물론 그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던 이들까지 대거 검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위원회 전체가 사활을 걸고 매달린 작전이었던 만큼 일이 진행되는 데에는 조금의 막힘도 없었다.
‘과연···. 사실 그동안 허술해 보인 게 사실인데 말이야.’
게으른 사자처럼 복지부동할 때는 잘 체감이 가지 않았는데, 일단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세계적인 조직으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일이었거늘, 다소 구멍이 뚫려있던 정보에 추가적인 조사를 더해 보다 완벽한 올가미를 만들어내는 모습에는 감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일이 있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정 작용을 기대해 볼 수 있겠군. 그 정도만 해도 번천회에 놀아나는 이들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겠지.’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다소 의외였던 점은, 판데모니움에 동조한 자들에게 꼭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나름의 신념으로 그쪽이 더 교단에 도움이 되리라 믿고 움직인 경우도 있었으나, 꼭 그게 전부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면까지 노리고 이쪽을 파고든 거겠지.’
시기, 질투, 욕망, 부와 명예, 조직의 이권 등.
명색이 성직자였지만, 동시에 인간이기도 했던 그들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 수작에 휘둘려 넘어가 버렸다.
그게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일이 그들의 신앙과는 전혀 별개라는 점이었다.
판데모니움에 동조한다고 해서 신앙심을 잃은 것도 아니고, 교단의 가르침을 어긴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의 교리에는 그런 내용 자체가 없었으니까.
판테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판데모니움이라는 외부의 적과 적대하는 것은 지구의 인간들끼리 모여 나눈 약속일 뿐, 그것과 그들이 믿는 이세계의 신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그건 신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선신과 악신이라는 구분조차 인간이 본인들 기준에 따라 나눈 것이었으니.
대부분의 신은 그저 자신을 믿는 이에게 그에 합당한 신성력을 허락할 뿐이었다.
특히 선신과 악신의 중간쯤에 위치한 교단에서 이번 일과 연루된 이들이 다수 발각되었다.
그 중엔 정말 교단을 위해서라는 신념으로 나선 이들도 있었다.
어느 조직에나 있는— 소위 강경파라 불리는 자들.
판테온이라는 한정된 무대에서 주류 파벌에서도 밀려나 그저 그런 수많은 교단 중 하나로 전락해 버린 걸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교단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결의한 광신도.
“이거 오랜만입니다.”
“큭, 하인리히···!”
예를 들어, 퀼라디아 교단의 성투사 윌터처럼.
“당신에겐 감사해야겠군요. 그때의 첫 만남이 아니었으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했을 테니까.”
“무, 무슨 소릴···.”
인상을 찌푸린 윌터가 의문 어린 소리를 내뱉었지만 하인리히는 그에 친절히 대답해 줄 마음이 없었다.
지금 이곳에 온 건 그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면서 남았을 흔적을 확인하려던 것뿐이었으니까.
‘···역시.’
그리고 상대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하인리히는 그 깊은 곳에서 마침내 원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조차 의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의 아주 미세한 흔적.
닥터를 통해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이후 수하들의 검증을 통해 확신을 얻지 못했더라면 끝까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고 묻고 있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하인리히의 모습에 모종의 압박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자제심을 잃고 흥분한 듯한 윌터가 거세게 달려들었으나, 이미 한 번 실컷 얻어터진 주제에 이제 와서 뭔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커헉!”
하인리히는 땅바닥에 쓰러져 버르적거리는 그를 무심히 바라보곤 곧바로 몸을 돌렸다.
여기서 굳이 뭔가를 더 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판테온의 집행부대가 알아서 뒤처리를 해줄 테니까.
“···후, 그럼 슬슬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그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백금빛 신성력.
이어서 기감을 최대한으로 넓히자 곧 하나의 기척이 잡혀 들었다.
다양한 신성력이 연신 휘몰아치는 이곳 판테온에서 하나의 기척만을 구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그에게는 그런 난관도 그저 제법 신경 쓸 게 많은 정도일 뿐이었다.
그의 몸이 전면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
그에 분주하게 걸음을 옮기던 제이슨 사제가 인상을 찌푸렸다.
“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판테온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물론 판테온은 엄연히 연합체인 만큼 무작정 무력을 행사하기보다는 협조 요청을 비롯한 온건한 수단을 우선하고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각 교단이 골머리 싸매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자기 식구라고 마냥 감싸고 있을 수도 없었으니까.
“쯔쯔쯧,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군. 오롯이 신께 몸과 마음을 바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거늘.”
제이슨이 자신의 짧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그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겨 어두운 복도를 지났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건 딱히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그저 늘 하던 대로 신앙생활만을 이어가면 그만이었으니.
그렇게 바깥일에 신경을 끄고 자기 할 일만을 생각하던 도중.
그는 복도 끝에서 의외의 사람 한 명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제이슨 사제님.”
“아니, 하인리히 형제님이 아니십니까? 이런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눈을 동그랗게 뜬 그가 상대를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은··· 아니, 실제로 후광을 뿜어내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신비로움을 흘리는 사내.
“당신을 만나러 왔습니다.”
하인리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온건함이라고는 일절 깃들지 않은, 명백히 한기가 서린 목소리로.
“조커.”
이곳 판테온에 숨어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속이며 암계를 꾸민 번천회의 끄나풀이자.
동시에 판데모니움의 악신 추종자.
“······.”
조커가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하인리히와 시선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