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ter ego is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71)
사바천 (3)
성천 윤가의 시조 윤지윤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만큼 이 세계의 사람들이 이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 평화를 이룩한 윤지윤이 사바천을 떠난 이후.
성천 윤가를 비롯한 수많은 세력들은 ‘제2의 뇌제’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 세계를 뒤져 지구인을 찾아내고 막대한 후원을 약속하며 그들을 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 온건한 방식만 사용된 건 아니었다.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틈을 탄 납치와 협박 등 강제적인 수단부터 인체실험 같은 비인도적인 범죄까지.
앞뒤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몇몇 조직들로 인해 한동안 많은 혼란이 있었고, 그 폭주는 이세계인이라고 모두가 뇌제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야 서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성장이 여타 수행자들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뒤떨어지는 이라도 수재 정도는 되었으니, 이세계인들에 대한 후원을 계속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언젠가 지구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전까진 쓸 만한 용병으로 부려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 정말로 덜컥 ‘제2의 뇌제’가 나와 버리면 잭팟인 거고.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시조가 이세계인이었던 성천 윤가도 그런 후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세력 중 하나였다.
“앞으로 이쪽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어지간한 건 다 갖춰져 있고, 항상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으니 필요한 걸 말씀해 주시면 바로 준비해 드릴 겁니다.”
직접 훈을 데리고 숙소까지 안내한 루세트가 그를 돌아보았다.
자기가 언제 흥분했었냐는 듯 평온하기 그지없는 기색이었으나, 아직도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 뺨이 그녀의 들뜬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하긴, 이들 입장에선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전설 속의 인물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윤지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들 모두 진즉에 노환으로 사망했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 상황에서 그 전설이 멀쩡히 살아서 활동하는 곳에서 넘어온 이와 마주했으니···.
어깨를 으쓱인 훈이 숙소를 돌아보았다.
“그나저나, 윤가에 머무르고 있는 이세계인이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굉장히 크군요?”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닙니다. 내부 설비들은 외관보다 더 대단하니까요. 아마 이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도 몇 년은 호화롭게 살 수 있겠죠.”
대저택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규모.
이런 곳을 식객에게 내주다니.
과연 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뮤를 업은 채로 느긋하게 저택을 감상하는 훈의 귓가에 머뭇거리는 듯한 루세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그쪽을 돌아보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땐 소회가 납치당한 일로 너무 경황이 없었던지라. 확실히 알아보지도 않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아.”
그제야 심층의 수행자씩이나 되는 그녀가 왜 직접 안내를 자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라도 노리고 있었던 거겠지.
“괜찮습니다. 사실 그때의 상황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뭐, 정작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지요. 앞으로 뭔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다소 무리한 일일지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심층의 수행자는 한 세력의 무력을 상징하는 존재 그 자체였다.
사실상 가문 내에서 그녀가 할 수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터.
그런 그녀의 한마디는 이 세계에서 천금과도 같은 값어치가 있었다.
사실상 백지 수표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 걸 이렇게 쉽게? 저 고지식해 보이는 여자가?’
사실 수상한 이에 대한 경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훈처럼 사특한 힘을 대놓고 사용했다면 더더욱.
더구나 실제로 뭔가 수를 쓴 것도 아닌데 저렇게 백지 수표를 제시한다는 건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 그렇군. 그냥 후원만 받고 있는 다른 이세계인들과는 달리··· 나는 이미 자격을 증명했다는 거겠지.’
그러나 거기에 한 가지 전제가 붙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납치당한 가문의 일원을 구하면서 상층의 수행자들마저 쓰러뜨린 훈이다.
그런 그를 다른 이들과 같은 대우를 하는 게 오히려 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겠는가?
아마 이걸 시작으로 따로 이런저런 당근을 내밀며 그를 회유하려 들 터였다.
‘준다는 데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 납치 피해자인 윤소회는 훈의 검증이 끝나기 무섭게 가문의 어른들에게 불려 간 상태였다.
사실 이곳에 돌아오자마자 부르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함께 있는 루세트의 체면을 봐서 잠시나마 기다려줬던 거겠지.
“관리인이 마중 나와 있군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납치 사건의 뒤처리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
“네, 여기까지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별거 아닙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나누던 도중, 루세트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처음 사과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각도였다.
“소회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그 아이가 잘못되었다면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첫 만남 땐 그리 감정의 동요가 큰 것 같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지금까지 줄곧 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재차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훈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음··· 어쩌면 그 백지 수표도 그냥 순수한 감사 표시였을지도.’
어깨를 으쓱인 그가 숙소를 향해 몸을 돌렸다.
우선 라뮤를 눕히고 그 상세를 자세히 지켜볼 필요가 있었으니.
***
어두컴컴한 지하 심문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흐음···.”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
괴팍한 인상의 노파가 양쪽 눈에 기이한 문양을 띄운 채 감탄을 토했다.
“이거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군.”
그녀는 한쪽에 주르륵 눕혀진 이들을 다시 차례대로 살피더니 거칠게 뒷머리를 헤집곤 노인들이 있는 방향을 흘기며 툭 내뱉었다.
“일단 확실히 차크라가 사용된 건 아니야.”
그 말에 몇몇이 눈에 띄게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서 한 차례 확인하긴 했으나, 노파의 단언으로 인해 약간의 불안 요소마저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마도 차크라를 이용한 것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구먼.”
“···그건 무슨 뜻이지?”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뜸을 들이는 노파의 말에 노인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신 오염으로 심상이 완전히 변질되어 버렸어. 이래서야 깨어나더라도 제구실하긴 힘들걸? 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악의는 내 평생 처음 보는구먼. 이런 걸 직접 머릿속에 들이부었는데 멀쩡한 게 더 이상하지.”
차라리 같은 차크라를 이용한 공격이었으면 어떻게 후유증을 떨쳐낼 가능성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을 마친 노파가 혀를 끌끌 찼다.
그 말에 노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상당한 능력자였기에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일단 그 능력자가 우리 품에 들어왔으니 나쁜 소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자칫하다간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고 보니 그자, 시조님과 같은 나라 출신이라지요? 소회에게 전해 듣기론 직접 본 적도 있다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윤가를 이끌어가는 원로들.
이들이 바로 시조와 함께 가문을 세웠던 이들의 자식 손자 세대였다.
어떻게든 전대의 영광을 이어가고자 발버둥 치고 발악한 끝에 성천 윤가의 위치가 추락하지 않게 하는 데 성공한 일등 공신.
그들의 시선이 다시 납치 사건의 흉수들에게로 향했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하군. 그 훈이라는 자는 다른 이계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일세.”
“이계인은 차원을 넘은 직후엔 그리 강하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글쎄요, 넘어온 지 제법 됐는데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차크라 없이도 이 정도인데, 여기서 차크라까지 더해진다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원로들의 눈빛에 열기가 어렸다.
가문의 무한한 영광.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평생을 추구해 온 가치였다.
그들은 그 영광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정도에 어긋나는 일은 자칫하다간 그 목적에 배치될 수 있기에 되도록 지양했으나, 다소 윤리에 벗어난 수준이라면 어떻게든 합리화하며 현실과 타협해 왔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이레귤러가— 잘만 갈고닦으면 어쩌면 천문에 버금갈지도 모를 무기가 손에 들어왔으니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그자를 어떻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면···.’
‘이 불안한 시국을 헤쳐 나가는 것을 넘어서 다시 전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그들은 현재 세계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번 윤소회 납치 사건도 그랬다.
성천 윤가의 권역 내에서 가문의 후예가 납치당하다니.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에 배후를 추적하고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강구하고는 있었지만, 원래 만약의 상황에서 꺼낼 카드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시선을 주고받은 원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품고 있는 생각은 다들 비슷한 모양.
그렇게 성천 윤가 수뇌부의 관심이 훈에게로 집중되었다.
···과연 많은 세상을 거쳐 온 그 역귀를 본인들의 뜻대로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
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뮤가 정신을 잃은 지 하루가 넘었는데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처음 각성했을 땐 고작 몇 시간 만에 깨어났었는데.
‘일단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건 아니야. 오히려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생기가 넘치고 있으니.’
그렇다면 당장 뭔가 손을 쓰기에도 애매했다.
정확한 사정도 모르는데 괜히 함부로 건드렸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었으니까.
‘좀 더 사고의 깊은 영역까지 「정신감응」이 닿으면 라뮤와 소통해서 사정을 알아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현재 자신의 실력으로 그런 섬세한 컨트롤은 무리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훈이 이 능력을 다루기 시작한 건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무작정 방벽에 구멍을 뚫고 사념을 역류시킬 때라면 모를까, 라뮤의 정신에 손상을 주지 않고 심층 심리에 닿기 위해선 지금 이상의 숙련도가 필요했다.
‘결국 당장 뭐라도 알아보려면 「정신감응」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잖아?’
그래, 그게 정론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안녕하십니까, 훈 님. 저는 훈 님의 차크라 개방을 도와드릴 윤소소라 합니다.”
그런데 매우 공교롭게도.
그 방법이 있었다.
“차크라는 내면의 소우주를 열어 현상을 이끄는 힘.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그것을 다루는 이의 수준에 따라 한계가 정해질 뿐이지요.”
이십 대의 농염한 미녀— 중층의 수행자 윤소소가 나긋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자 향긋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향기의 차크라를 다루는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향이든 자유롭게 조합하고 증폭할 수 있답니다. 정신 안정 효과를 가진 라필라의 꽃과 진통제에 쓰이는 푸푸리, 그리고 재생 효과를 가진 탈룸의 향을 합쳐 병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반대로 활력과 근력 증강 등을 섞어 전투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요.”
위에서 무슨 명령이라도 들은 건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눈웃음을 치는 그녀였지만, 「마인드 허브」 덕분에 냉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훈은 그저 굳건한 눈빛으로 그것을 받아칠 뿐이었다.
‘차크라로 만들어서인가? 향기가 좋네.’
잠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 시선을 마주한 윤소소의 입꼬리가 잘게 떨렸다.
‘이 무슨···.’
처음 그와 대면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지금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패기에 오히려 그녀가 압도될 지경이었다.
아니, 그 패기가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학업에 대한 열정.
그것이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글거리면서 뿜어져 나왔다.
‘말도 안 돼. 설마 눈빛 하나 바뀌지 않다니···!’
훈의 예상대로 그녀가 그에게 붙은 것은 전부 위쪽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녀는 단순한 수행자가 아닌, 무려 넷이나 되는 차크라를 개방해 그 모두를 중층 단계까지 올린 매우 특별한 요원이었으니.
대외적으로 알려진 ‘향기’와 소수의 상층부만 아는 ‘감정’, ‘매혹’, ‘비밀’.
예컨대 미인계에 최적화된 이가 바로 윤소소라는 여인이었다.
‘뭐야? 이 인간 고자야? 아니, 그거랑은 뭔가 다른 느낌인데···.’
아무리 그 경지가 높고 정신력이 뛰어나더라도 복수의 차크라가 엮인 그녀의 매혹은 쉬이 간파할 수 없었다.
차크라를 통해 인위적으로 마음을 조작하는 게 아닌, 그럴 수밖에 없도록 인간 본연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그녀의 미학이지 않던가?
‘분명 효과는 제대로 돌고 있는데? 왜? 어째서 통하지 않는 거지?’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쪽 방면의 프로였으니까.
네 개나 되는 차크라를 개방한 전적이 있는 만큼 그녀의 강의는 실전적이면서도 굉장히 유용했다.
‘그렇군. 무작정 많은 차크라를 가지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는 건가.’
학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얼굴을 한 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주의 근간이 되는 내면 심상을 오로지 하나의 요소로만 채워 넣는 것과 여럿으로 나눠서 분배했을 때의 결과가 같을 리가 없었으니.
궁극을 바란다면 오로지 하나의 차크라에만 전념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윤소소처럼 일찍이 자신의 한계를 파악한 경우라면 모를까.
‘하나의 심상에 하나의 차크라라···.’
훈이 고개를 기울였다.
다만,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으니.
‘그럼 나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관조했다.
「아바타」와 「마인드 허브」, 그리고 「페르소나」를 통해 총 열셋으로 나뉘어있는 내면 심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