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nger Sister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5)
EP23 – Sing A Star (6)
115.
“흐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던 정윤이 미간을 찌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지금 정윤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수연에 대한 것이었다. 윤수연. 3패스를 받았던 아이.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독특한 음색과 특유의 몰입이 마음에 들어서 눈여겨뒀던 아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는 자신의 팀에 합류했다. 그때까진 좋았다. 그런데 첫 번째 연습이 시작된 직후, 윤수연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아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긴장이거나 다른 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해라도 하지.
윤수연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좋아졌다. 그 실력은 절대로 패스 3개를 받을 만큼의 실력이 아니다. 최소 올 패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최소’ 올 패스를 받을 만한 그런 실력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설마, 그 단 시간 내에 성장을 했나?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그것 보단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가서 연습을 했다는 게 더 이해가 될 거다.
그렇다면 카메라 앞이라고 긴장을 하느라 실력이 나오지 않았던 건가?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엔 그때 연습실에도 카메라는 있었는데.
그러면 사람이 많아서?
그것도 아니면 무대 울렁증?
아니, 아니야. 저거 전부 아니야. 저런 것을 핑계로 대기엔 예선에서 노래를 부르던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웠어. 긴장을 하거나 무대 울렁증이 있다면 그렇게 평온한 표정을 짓지 못한다.
손을 떨거나, 표정이 굳어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며 눈을 감는다거나. 무슨 짓을 하든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윤수연에게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정윤은 이윽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윤수연이 실력을 숨겨서 얻는 이득이 뭐가 있다고.
어쩌면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정말로 무대 울렁증일 수도 있다. 청심환을 먹거나 그런 식으로 억제를 했지만 떨려서 제 실력을 못 냈다면 말이 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일단 정연은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 § §
첫 번째 연습 무대가 끝난 뒤, 윤수연을 바라보는 조원들의 표정이 변했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귀찮다는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대놓고 의식하며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윤수연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았다. 이미 윤수연에게는 익숙한 시선들이었으니까.
저 표정들은 설원예고 같은 반 애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짓는 표정과 흡사하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게 저 시선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런 시선들을 신경 쓰기엔 지금 윤수연의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력을 다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 엄청난 만족감이 느껴진다. 어, 오빠는 설마 이거까지 예상하고 그런 짓을 했던 건가? 과대망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어쩐지 오빠라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 윤하준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사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오빠 말을 들어서 손해 본 것은 없으니까.
다만, 실망스러운 것이라면 다른 참가자들의 수준이다. 물론, 뛰어난 수준의 참가자들도 있다. 노래를 듣고 감탄한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조원들의 수준은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오만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
자신과 다른 조원들의 수준 차이는 명확하다. 그 점이 조금 아쉽다. 물론, 수준의 차이가 난다고 해서 전력으로 부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위기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한고요의 노래를 듣고 느꼈던 위기감과 초조함 같은 거 말이다. 자신의 수준을 120프로 이상 끌어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없다.
“어쩔 수 없지.”
그래, 아직은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도록 하자. 지금까지 열심히 참아왔잖아? 그리고 지금은 전력을 다해 부를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그것에 만족하도록 하자. 윤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윤수연이 mm 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그때, 윤하준은 mm 엔터테인먼트에서 한고요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조원들은 어때?”
“나쁘지 않아.”
“그게 다야?”
“다들 4패스 이상은 받았으니까.”
실력은 확실하다 그건가. 하긴, 4패스 이상을 받았다는 것은 임호준이나 이명수 둘 중 하나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니 실력이 부족할 리는 없겠지.
애초에 올 패스를 받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올 패스는 둘 중의 하나니까. 기적처럼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켰거나, 아니면 취향을 타지 않는 압도적인 실력을 가졌거나.
그런 점에서 한고요는 후자다. 참고로 전자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김태영이다. 김태영의 스타성은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기도 하고 분명 시끄럽긴 하지만 그만큼 밝은 에너지가 있으니까.
“상대 팀은?”
“딱히 주요 인물은 없는 거 같은데.”
“그렇겠지.”
1차 본선은 같은 멘토 밑에 있는 팀들끼리 붙는다. 그리고 2차 본선부터 다른 멘토와 대결을 하는 거다. 그런 만큼 1차 본선에서 한고요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은 굉장히 낮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들 전부 다른 멘토 밑으로 들어갔으니까. 김태영은 임호준이 밑으로, 수연이는 정윤, 임하인은 이명수, 한고요는 진세희, 마지막으로 오수정은 준의 밑으로 말이다.
사실, 이렇게 찢어지는 건 예상외에 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태영이 있다. 분명, 김태영이라면 임호준이 아니라 이명수 밑으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그런 싹퉁 바가지 밑으로 간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임호준이 김태영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며 극찬을 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싸가지 없는 태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김태영은 그런 스타일을 싫어한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김태영이 임호준한테만 선택을 받았으면 이해라도 하지. 심지어 그것도 아니다. 김태영은 5명의 멘토 전부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잠시 그것에 대해 고민을 하던 윤하준은 한고요에게 묻는다.
“넌 어째서 진세희 밑으로 들어간 거야?”
한고요는 올 패스. 거기다가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데 한고요는 고민조차 하지 않으며 진세희 밑으로 들어갔다.
“그냥 별 이유 없어.”
윤하준의 질문에 한고요는 그렇게 답했다. 평소처럼 무심하게. 하지만 아주 약간, 다른 사람들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약간의 상냥함을 담아서.
“그 사람에겐 얻을 수 있는 게 있거든.”
“다른 사람은 없고?”
“응.”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하긴, 진세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보컬 중 한 명이다.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니까.
한고요 입장에선 여러 가지를 얻어갈 수 있겠네. 그런 생각을 하던 윤하준은 혀를 내둘렀다. 아직도 무언가를 얻어가려고 하다니.
진짜 지독하다. 지독해. 동시에 걱정도 든다. 지금 한고요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예전보다 성장을 한 것은 분명한데 어디까지 성장을 했는지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썸머 페스티벌에서도 실력을 숨겼고.
“그래서 넌 어때?”
“나? 뭐가?”
“노래 만드는 거 말이야. 그거 고민 많았다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윤하준이 눈을 깜빡인다. 물론, 노래 만드는 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한고요한테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걸 고요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고요가 약간은 서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소향이한테 들었어.”
“아.”
과연, 1학년 윈터 페스티벌 무대 이후 진소향과 한고요는 나름대로 친해졌다. 서로 연락도 하고 전화도 하는 그런 사이.
그러니 진소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뭐, 어떻게 잘 되고 있긴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하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그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 노래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 고민하는 표정보다 굉장히 피곤하고 지친 표정에 가깝다.
“힘들어?”
“지금까지 만들었던 노래하고는 다른 의미로 힘드네.”
“흐음, 어떤 노래를 만들고 있는데?”
“그건 비밀.”
윤하준의 말에 한고요가 노골적으로 실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윤하준은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한고요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니까.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를 노출 할 수는 없지. 하아암, 하고 윤하준이 크게 하품을 한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1차 본선, 그리고 2차 본선 기대할게.”
“너도 현장에 오는 거야?”
“수연이 따라가야지.”
한고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1차 본선, 캐스팅 오디션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때부턴 매니저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은 참관이 가능해진다. 물론, 절대로 촬영 내용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는 각서를 쓴다.
스포일러를 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계약서에까지 싸인을 한 뒤에야 참관이 가능한 것이다.
각서도 쓰고 계약서에도 싸인을 한 윤하준이 따로 마련해둔 관객석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자연스럽게 서채림이 있었다.
“뭐에요?”
“뭐가?”
황당하다는 윤하준의 질문에 서채림이 뭐가 잘못됐냐는 듯이 되묻는다. 아니, 지금 당신 고3 아니야? 수능 공부나 그런 거 안 해?
그런 질문을 하려던 윤하준이 입을 다문다. 이 사람이 그런 걸 준비할 리가 없지. 이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건 mm 엔터테인먼트니까.
“아니에요. 일단, 보기나 하죠.”
“그래, 그러자.”
제일 먼저 무대를 가지는 것은 준의 팀이었다. 원래 Sing A Star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자. 그리고 그 이후로 성공적으로 데뷔를 해서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
두 팀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각자 노래를 부른다. 그것을 듣고 멘토인 준이 판단을 내려 한 팀을 패배팀으로 선정하고는 그 팀의 조원을 한 명 이상 떨어뜨린다.
그것을 보며 윤하준은 흐음, 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준은 가장 많은 팀원을 뽑은 멘토다. 팀원만 해도 37명이다. 그러다 보니 준은 굉장히 과감하게 팀원들을 떨어트렸다.
탈락한 팀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웃는 얼굴로 다른 팀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팀이 올라와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드디어 오수정의 차례가 되었다. 무대 위로 오수정을 포함한 3명의 참가자들이 올라오자 윤하준의 표정이 변했다.
곧이어 노래가 시작되었고, 오수정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노래에 서채림이 눈을 반짝인다. 오수정의 노래는 쉽게 말하면 ‘정통파’다.
음색은 맑고 깔끔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보완할 정도로 가창력이 대단하다.
특히, 복식 호흡을 잘 활용하는데 에너지가 굉장히 좋아서 고음에서도 목소리가 막힘없이 쭉쭉 빠진다. 그렇다고 목소리에 알맹이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다.
목소리가 꽉 찼다고 해야 하나, 소리가 두껍다. 거기다가 음역대도 굉장히 넓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전부 소화를 하는데 그 음역대마다 다른 매력들을 뽐낸다.
부족한 음색의 매력을 다양한 창법으로 커버치는 스타일인 거다. 그것을 보며 윤하준은 부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오수정의 노래 스타일은 윤하준과 비슷하다. 하지만 윤하준에겐 저런 다양한 스펙트럼이 없다. 저건 단순히 갈고 닦는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역시 오수정도 타고난 것이 있는 거다. 뭐, 그러니까 준우승을 한 것이겠지만. 곧이어 노래가 끝나고 결과가 발표됐다.
승자는 당연히 오수정팀이었다. 그와 동시에 서채림이 윤하준에게 말을 걸었다.
“쟤 어때? 데려오면 좋을 거 같지 않아?”
“그거야 그렇죠.”
역시, 서채림이라고 해야 하나. 선구안이 좋다. 곧이어 준팀의 무대가 끝나고 이어서 이명수 팀의 무대가 시작됐다.
동시에 윤하준의 시선이 한 명에게 집중된다. 바로, 임하인에게. 임하인. 오수정을 이기고 Sing A Star에서 우승한 실력자.
단순히 오수정을 이기기만 한 게 아니다. 임하인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임하인이 받은 득표수는 90퍼가 넘었으니까.
오수정은 기껏해야 한 자리수의 득표를 받은 거다. 그만큼 임하인의 실력은 압도적이다. 뭐, 정확히 말하면 가창력이 아닌 무대 쇼맨쉽이 엄청난 것이지만.
그래서 윤하준도 벌써부터 무대 준비를 하고 있는 거고.
‘보자고.’
10년도 더 된 기억이기에 윤하준도 임하인의 실력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다. 대충 가늠하고 준비하고 있는 거지.
그렇기에 윤하준은 굉장히 신경 써서 임하인을 지켜보았다. 지금 임하인의 실력이 어떤지. 추억 보정인지, 아니면 정말로 대단한 것인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때, 윤하준의 시선을 느꼈는지 임하인이 윤하준을 쳐다보았다. 순간, 둘의 시선이 부딪힌다. 그러자 임하인은 싱긋 하고 윤하준을 향해 웃어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무대 위로 임하인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