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01)
601화
채윤이와 한예솔의 의지가 굉장히 강해서, 조성현도 일단 빠르게 준비한 후 버스킹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작진 측에서는 정말 출연자들이 선택하는 방향성을 존중해줄 생각인지, 별다른 말 없이 버스킹 준비를 도왔다.
들고 온 악기와 마이크, 스피커를 설치하고.
카메라까지 설치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조금씩 몰렸다.
처음에는 열댓 명쯤 됐는데, 제작진들이 그 틈으로 섞여드니 스무 명이 조금 넘어 멀리서 봐도 꽤 많아 보일 정도였다.
“어떤 곡을 하는 게 좋을까요?”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나자, 한예솔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한예솔은 조금 조성현에게 의지해서 상황을 따라가려는 듯한 느낌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아예 본인 의견이 없는 건 아니어서, 딱히 조성현에게 업혀서 편하게 진행하려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굳이 따지면, 기본적인 배려라고 해야 하나.’
리더가 되어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르는 것도 잘하고, 의견 수렴도 꽤 괜찮은 편.
“글쎄요. 시작으로는 팝송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평소에 연습하거나, 자신 있는 곡 있나요?”
조성현이 바이올린 튜닝을 하면서 물었다.
일단 조성현과 채윤이는 악보만 준비되어 있다면 웬만한 곡은 연주할 수 있다.
초견에 크게 어려움을 겪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했고, 애초에 웬만한 곡들은 조성현과 채윤이가 이미 접한 곡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한예솔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돌 연습생이니, 정말 다양한 곡을 접하게 되는 것.
그녀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 수 있는 곡은 많아요. 유명한 곡은 대부분 한 번씩 익혀보니까. 아니면, 채윤이가 다즐링 쪽 좋아하니까 다즐링 쪽도 가능하고요.”
“오, 그러면 다즐링 쪽으로 스타트를 끊어 볼까요?”
조성현은 한예솔의 말에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채윤이도 다즐링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조성현과 한예솔을 돌아보았고.
한예솔은 채윤이의 표정이 귀여웠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다즐링 쪽으로 진행하는 걸로. 어떤 곡이면 제일 좋을까요? 채윤이는 따로 좋아하는 곡 있어?”
“음… 원래는 인어공주 제일 좋아하는데, 지금은 인어공주 말고.”
“인어공주 말고, 어떤 거?”
“마리아와 비밀의 숲.”
“swimming in the sky?”
“응. 잘 어울릴 것 같아.”
북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다즐링 애니메이션 영화, ‘마리아와 비밀의 숲’.
그 영화의 메인 OST라고 부를 수 있는 곡이 바로 ‘swimming in the sky’라는 곡이었다.
흥겨운 리듬을 가진 무곡이다.
보컬은 단단하면서도 맑은 느낌이 나야 느낌을 잘 살릴 수 있고.
연주자의 기량도 있어야 하는 곡.
채윤이도 몇 번 연주해 봤던 곡이고, 조성현도 꽤 자주 들었던 곡이기도 했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주인공의 느낌을 북유럽풍으로 정말 잘 살렸기에, 곡 컨셉을 잘 잡았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곡에 속한다.
“무슨 곡인지, 알아요?”
다즐링 애니메이션 중에서, 비교적 국내에서 관객 수가 적은 편에 속하는 영화였기에 조성현은 한예솔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한예솔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잘 알죠. 저도 좋아하는 곡이에요.”
“다행이네요.”
PPL로 받은 태블릿이 있었기에, 태블릿을 통해 악보를 펼쳤다.
뭐, 애니메이션 영화의 OST였으니 악보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조성현은 자신의 바이올린을 들어 올리면서 마이크 앞쪽으로 반걸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온 아티스트들입니다. 이곳에서 작은 무대를 한 번 해보려 합니다. 많은 박수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그가 ‘아’하고 작은 탄성을 흘리더니, 중앙에 놓여 있는 자신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슬쩍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혹시, 듣기에 괜찮으셨다면 저희를 후원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어쨌든, 버스킹을 통해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야 초기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
조성현은 그 부분도 까먹지 않고 홍보했다.
사람들은 얼른 연주를 했으면 좋겠는지, 짧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호응했다.
사실, 그들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았으리라.
메인 보컬은 일단, 한예솔이고.
서브 보컬로는 조성현과 채윤이가 언제든 끼어들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좋았다.
일단 조성현과 채윤이가 맡은 역할은 악기 연주였지만, 한예솔이 힘들어하면 보조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하니까.
‘그룹 노래가 익숙할 테니까, 상황 보면서 언제든 끼어들어야지.’
한예솔은 본래 걸그룹인 만큼, 파트를 나눠서 부르는 노래가 가장 익숙할 거다.
혼자 노래를 전부 이끌어 나가는 것에 약할 수도 있어서, 조성현은 그런 부분을 염두하며 입을 열었다.
“예솔씨.”
“네, 프로듀서님.”
“중간에 부르다가 살짝 힘들면 신호 주세요. 제가 눈치껏 잘 끼어들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약간 벅차면 윙크 한 번 할게요.”
“아… 윙크요. 알겠습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윙크를 한다는 말에 순간 멈칫하긴 했으나, 뭐…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신호 줄 만한 수단이 얼마나 있겠는가.
‘걸그룹 사이에서는 윙크가 꽤 자연스러운 신호 전달 방법이기도 할 테니까.’
나름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다.
조성현은 거기까지 생각한 후, 얼른 손을 들어 올렸다.
이제 진짜로 버스킹을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슬슬 몰려 있는 대중들이 조금씩 지루해하고 있는 느낌.
조성현은 채윤이 쪽으로 시선을 움직인 후 ‘스읍’하고 숨을 들이켜다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나갔다.
보잉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며 소리를 내는 기술.
‘피치카토’다.
북유럽풍의, 원래라면 기타로 연주했어야 할 곡인데 그걸 바이올린으로 묘사하려 하다 보니 피치카토를 사용하게 된 것.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피치카토를 할 것은 아니다.
곡의 초반, 거의 20초 정도를 보컬 없이 연주로만 진행하는 곡이기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피치카토를 사용한 것.
조성현의 바이올린이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채윤이의 피아노도 조심스럽게 따라왔다.
굉장히 흥겨운 곡이었기에, 채윤이는 활짝 웃으면서 열심히 몸을 앞뒤로 흔들어 리듬을 타며 연주를 해나가고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띠며 계속해서 연주했다.
그리고, 타이밍 맞춰.
한예솔이 입을 연다.
난 달려나갈 거야. 헤엄쳐볼 거야.
바람을 따라 하늘에 닿아, 헤엄칠 거야.
난 달려나갈 거야.
바람을 따라 하늘에 닿아, 헤엄칠 거야.
요즘은 아이돌들이 다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더니, 확실히 발음이 좋다.
조성현은 시원시원하게 보컬을 터트려주는 한예솔을 보면서 웃으며 연주를 이어나갔다.
한예솔의 보컬은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꽤 끈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이가 많지도 않고,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맑은 느낌인데 보컬이 끈적한 느낌이라 조성현은 힐끗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쁘지 않은데?’
애초에 성숙한 느낌을 자아내는 음색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들으니 반전미도 있고 정말 괜찮다.
솔직히, 한예솔과 호흡을 처음 맞춰보는 것이기에 조금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예솔의 노래 실력을 의심한 건 당연히 아니지만, 서로 신호가 안 맞거나, 사소한 습관들을 모르면 아무래도 딱딱 맞아떨어지기 힘드니까.
하지만, 조성현과 채윤이는 애초에 다른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주하는 것에 익숙했고.
한예솔도 그룹 곡을 자주 하다 보니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에 어렵지 않게 맞춰나갔다.
한예솔이 듣기 좋은 음색으로 노래를 이어나가며 시선을 움직였다.
나무 그늘 사이로 모두가 비밀을 숨기고.
물들은 빠르게 흐르며 시간을 옮기네.
거기까지 부른 후, 한예솔은 조성현을 바라보았고.
조성현은 그녀가 신호를 주기까지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옮기네’를 하며 짧게 윙크하는 한예솔.
조성현은 그 순간 숨을 들이켠 후 입을 열어 노래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모두에게 보여줄 거야.
나무 그늘이 숨길 수 없고.
물을 타고 빠르게 사라지는 시간도 잊지 못할 나만의 이야기를.
주인공의 성격과 캐릭터성을 한 번에 드러내 주는 곡이었기에, 굉장히 발랄하면서도 힘 있는 곡.
조성현은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선을 떠올리며 천천히 자신의 보컬을 뽐냈다.
한예솔은 조성현이 노래를 하는 것을 듣고,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
어쩌면 그녀도, 조성현이 한예솔의 보컬을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조성현이 한예솔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도 조성현을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고, 가끔 채윤이와 함께 곡도 내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는 건 당연히 알 테고.
보컬도 들어봤을 거다.
다만, 직접 들으니 꽤 신기하겠지.
한예솔은 조성현이 호흡을 한 번 고르는 것을 확인한 후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난 달려나갈 거야. 헤엄쳐볼 거야.
바람을 따라 하늘에 닿아, 헤엄칠 거야.
난 달려나갈 거야
바람을 따라 하늘에 닿아, 헤엄칠 거야.
조성현과 한예솔의 보컬이 듣기 좋게 어우러지며 호숫가에 널리 퍼진다.
녹색의 나무들과 풀들이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흔들렸다.
버스킹을 하는 조성현과 채윤이, 한예솔의 뒤에 펼쳐진 커다란 호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던 덕분일까.
사람들은 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짝짝짝.
“한 곡 더 해주세요!”
“우와아아!”
기대 이상의 실력이었던 것인지, 사람들의 반응은 꽤나 격렬했다.
한예솔은 사람들의 반응에 놀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희 꽤 잘한 모양인데요?”
“그러게요.”
그녀의 말에 조성현도 웃으며 긍정하는데.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가 걸음을 옮겨, 그들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소심하게 나선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지폐를 조성현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마이크에 입을 가지고 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남자가 아니라는 듯 손을 휙휙 흔들고는 사람들 사이로 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한 명이 나와서 돈을 주고 간 덕분인지.
슬금슬금 다른 이들도 앞으로 나와서 동전 등을 놓고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돈이…
‘25불 정도?’
눈대중으로 확인하니, 그 정도다.
곡 한 번 부르고 이 정도의 수익이면…
‘꽤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는데?’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