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에르제베트 구출을 위해선,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밖에서 이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백재현의 응급처치를 마친 오승훈이 지도를 꺼냈다.
펼쳐 놓은 지도를 내려다보던 오승훈은 위치를 가늠했다.
“원래 착륙하려던 착륙장이 이곳입니다. 뒤로 빠지다가 얼마 못 가서 추락했으니까.”
착륙장이 있던 지점을 짚었던 손가락이 추락하는 궤도를 따라 쭉 미끄러진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넓고 큰 도로와, 높은 건물들이 우뚝 서 있던 곳.
“이쯤이 추락 지점일 겁니다. 문제는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겁니다. 이쯤?”
“이쪽으로 가지 않았어?”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애매한 추측이 오가던 와중에, 백재현이 앞으로 나섰다.
백재현은 길잡이였고, 부상 때문에 전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아마 객관적으로 방향과 거리를 파악해 뒀을 것이다.
“이 골목을 지나서, 쭉 앞으로. 여기서 한 번 틀고, 여깁니다. 이 건물 지하입니다.”
백재현은 정확히 우리가 있는 위치를 짚어 냈다.
아직 외곽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쪽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하이람과 검성은 경로를 짜는 건지, 살짝 굳은 얼굴로 지도만 내려다봤다.
나는 그 틈에 은혜 쪽으로 갔다.
“어디야?”
“기다려 봐.”
은혜는 다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이번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대신,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고개를 살짝 숙인 은혜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아마 ‘연결’이라 한 만큼 에르제베트의 위치와 함께 감정까지 느끼는 것 같았다.
“엄마, 울지 마요.”
“아니야. 괜찮아요.”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설아는 갑자기 우는 은혜가 걱정된 모양이다.
자기까지 조금 울 것처럼 울먹울먹한 눈을 하고 있다.
은혜는 심호흡하는 것으로 감정을 추스른 뒤, 지도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
“흠?”
검성은 은혜가 짚은 곳을 보고 침음을 흘렸다.
은혜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부산의 동남부였다.
북북서쪽에 있는 우리와는 거의 정반대 방향.
거리 때문인지, 검성은 유은혜에게 물었다.
“이곳에 마법사가 있다고?”
“네? 네. 그런 것 같아요.”
“무슨 문제 있습니까?”
내 질문에, 검성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리고 오승훈이 처음 짚었던, 착륙장 쪽을 짚었다.
“우리는 서울에서 부산, 그러니까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네. 헬기 착륙장이 이곳이라 했으니, 이 경로를 따라 내려왔을 거고. 공격이 날아온 방향은 남쪽이었지.”
“……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로브가 막은 건 헬기의 정면이었으니까요.”
“나는 불덩이가 쏘아진 위치를 대략 확인했다네.”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는 건, 보스의 위치를 알 수도 있다는 것.
이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보스의 활동 반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추측할 수는 있다.
위치만 파악한다면 피해 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검성은 조금 난감하다는 듯, 손가락을 짚었다.
“이곳일세. 오차가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네만, 이 인근에서 날아왔다네.”
모두의 시선이 지도로 쏠렸다.
검성이 짚은 곳은.
“아.”
하필이면 에르제베트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그 위치였다.
“망했네요.”
“어떡하지?”
“보스를 잡는 건?”
“위험부담이 큰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백재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팀장님. 색이 바뀌었습니다.”
“그린? 안정된 건가?”
“아니요. 오렌지입니다.”
“오렌지?”
차분하게 계획을 세울 시간도 없었다.
위에서 무언가가 걸어 다니는 듯, 돌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기어코 던전 안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백재현은 비통한 얼굴로 말했다.
“제 피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 이동하겠습니다.”
“어디로요?”
보스 확인이든, 에르제베트 구출이든.
최종 목표는 정해져 있긴 했지만.
그쪽으로 쭉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의견을 낸 것은 하이람이었다.
“지하철로 가자. 선로를 따라가면 될 거야.”
“부산 지하철은 대부분 지상으로 뚫려 있을 텐데요.”
“새로 생긴 노선이 있어. 거긴 지하로 뚫렸을걸.”
“근처에 있습니까? 길게 이동 못 합니다.”
“아까 봐뒀어. 중간에 건물이 무너져 있지만 않으면 충분히 갈 수 있어.”
에르제베트의 위치를 파악하던 와중에도, 경로를 찾던 하이람이다.
아마 별다른 대책이 없는 나보단 계획이 있을 것이다.
“뭔가 생각이 있으신 거죠?”
“그렇긴 한데, 설명할 시간은.”
“하이람 씨에게 오더 권한을 양도하겠습니다.”
“어? 야. 나 오더는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서브 오더는 제가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씨, 일단 나가자.”
* * *
잘못 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 냄새를 맡은 게 맞았다.
밖으로 나온 나는 머리 위에서 한 괴물을 볼 수 있었다.
피 냄새를 맡고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하는, 새의 형상을 한 괴물.
블러드 크로우가 요란스럽게 울음소리를 냈다.
끼아아악! 끼아아악!
비명과 비슷한 높은 울음소리.
사냥감을 찾았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겨우 건물 1층에 있던 괴물들을 정리하고 온 참이었다.
울음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는 괴물들이 몰려들 것이었다.
백재현은 소리쳤다.
“레드입니다! 벗어나야 해요!”
“은혜야! 저것 좀!”
은혜는 묵묵히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블러드 크로우가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울음소리는 인근에 다 퍼진 상태였다.
“이동할게요!”
하이람의 오더에 따라, 우리는 빠른 속도로 상가 건물을 벗어났다.
어떻게든 지하철까지 이동하는 게 먼저였다.
개활지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다.
아무리 검성이 있다고 한들.
부산에 있는 모든 괴물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여기다!”
“어르신! 여기 잠깐만 막아 주세요! 이서준, 너도!”
“알겠네.”
“알겠습니다!”
하이람은 나와 검성을 남기고, 모두 지하철 내부로 들였다.
시간벌이라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와 검성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위력이 강한 직업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쿵! 쿵! 쿵!
괴물들이 지하철 입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검성은 검자루를 잡은 채 신중하게 괴물들을 기다렸다.
최대한 사정거리에 많은 괴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다.
“가만히 있게.”
“……네.”
웬만한 담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해일처럼 몰려오는 괴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건, 쉽지 않았다.
괴물들이 우리에게 아가리를 들이밀기 직전, 검성이 검을 휘둘렀다.
[참(斬)]살 가르는 소리와 함께, 정면에 있던 괴물들이 정지했다.
이윽고, 피가 폭발했다.
푸확!
일대의 괴물들이 전부 검 한 자루에 쓸려 나갔다.
봐도 봐도 말이 안 되는 스킬이었다.
나는 스킬의 숙련도를 끝까지 올렸다지만.
개인 시스템을 얻고 불과 6개월이 지난 현 시점.
참(斬)의 숙련도는 기껏해야 탁월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도 위력을 내는 것이니, 얼마나 사기 스킬인가.
‘불공평하네!’ 나는 창을 잡았다.
찌르기(극한)은 말 그대로 찌르기다.
창을 던지더라도 일직선상의 적밖에 쓰러트리지 못한다.
그렇기에, 일단 버티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아껴 놔야 했다.
“끝도 없군.”
검성의 말마따나, 일대를 쓸어버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괴물들이 또 몰려들었다.
건물 너머에 균열이라도 있는 건지, 아주 무리를 이뤄서 오고 있다.
쿵, 쿵, 쿵, 쿵!
군대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듯한 압박감.
나는 모더를 재블린 모드로 바꾸고, 코어를 끼웠다.
창을 버리는 셈이 되겠지만, 방법이 없다.
그러던 와중.
“이람 언니가 빨리 들어오시래요!”
고희연이 우리를 지하철 내부로 들어오라 했다.
* * *
지하철 내부, 선로 위.
오승훈과 백재현은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선로 가장자리에 무언가를 설치했다.
하이람도 일정한 간격을 띄어 놓고 가장자리에 작은 물건을 설치했다.
마나 폭탄.
코어와 현대의 화약을 결합한 일종의 수류탄이었다.
쿠구구구…….
무언가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승훈이 선로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가, 기겁했다.
“옵니다!”
“백재현!”
“사모님, 아니, 은혜 님 뒤쪽으로 옐로입니다!”
“은혜 뒤로 빠져! 희연아! 빨리 데려와!”
고희연은 검성과 이서준을 이끌고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쿠구구구구!
말도 안 되는 수의 괴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괴물이 괴물에게 밀리고, 밟히면서도 인간을 추격한다.
보통 괴물들과는 다른 공격성.
“……씹.”
하이람은 불안에 젖었다.
실패하면 끝장이다.
저 괴물들에게 휩쓸리면 뼈도 못 추릴 게 뻔했다.
오승훈은 부상당한 백재현을 데리고 선로 안쪽으로 이동했다.
“여기야!”
다행히 검성과 이서준은 상당히 빨랐다.
그들이 선로로 내려오기 무섭게, 하이람은 선로 안쪽을 가리켰다.
그들이 향해야 하는 방향이었다.
“저쪽으로! 은혜 뒤로 가!”
하이람은 마나 폭탄을 점검하고, 셋을 따라 뛰었다.
선로 안쪽에는 유은혜가 앉아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잔뜩 긴장한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잘 들어. 총알로는 저거 한 번에 못 터트려. 맞으면 부서지거든.
-그럼요?
-네가 관통시켜서 세 개 전부 맞혀야 해. 이 정도 위력이면 터널이 무너질 거야.
-저희까지 갇히는 건…….
-백재현을 통해서 안전한 거리는 확인했어. 관건은 은혜 너야. 할 수 있어?
책임이 막중했다.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의 양초 불을 끄는 격.
유은혜는 솔직히, 자신 없었다.
마나 폭탄에 화살이 부딪히면 화살의 궤도가 틀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궤도까지 계산할 수는 없었다.
“엄마! 파이팅!”
뒤에 있던 설아가 응원했다.
마나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 앞에 있던 백재현과 오승훈이 먼저 은혜를 지나갔다.
이어서 남은 네 명이 괴물 무리에 쫓겨 들어왔다.
‘……뭔 괴물이 저렇게 많아.’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는 수였다.
자칫하면 저 수가 그대로 선로를 덮친다.
그러면, 꼼짝없이 다 죽는다.
‘아니, 설아가 있으니까.’
설아가 어떻게든 할 것이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유은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한테 그런 막중한 책임을 넘길 생각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다.
“은혜야! 쏴!”
고희연과 하이람, 뒤이어 이서준과 검성이 유은혜를 통과했다.
유은혜는 하이람의 지시에 따라 활시위를 놓으려다가, 멈췄다.
‘생각보다 괴물들이 많아. 게다가 빨라.’
괴물들은 이미 선로를 가득 채웠다.
가장자리에 있는 마나 폭탄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이람은 마나를 담은 화살로 마나 폭탄을 관통시키라 했지만.
저 괴물들 사이를 비집고 정확히 폭탄을 관통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세밀하고 정확하게 조절하기보단.
‘강하고, 정확하게.’
설아나 이서준이 이따금 보여 준 압도적인 위력.
그걸 따라 할 수 있다면, 괴물들을 넘어 마나 폭탄도 전부 터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유은혜는, 또 다른 유은혜가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던 감각을 기억한다.
보이진 않지만, 마나 폭탄이 설치된 위치는 기억한다.
순간적으로, 소리가 멎었다.
툭.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간 시위가, 화살을 미는 감각.
이윽고, 유은혜의 활에서 푸른 직선이 쏘아져 나갔다.
후욱!
은혜는 자신이 무엇을 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화살이 벽을 타듯 선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쏘아져 나갔으며.
어떤 저항도 없이 괴물을 관통했고, 마나 폭탄을 전부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짧은 정적이 끝나기 무섭게, 폭발이 일어났다.
콰가가가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