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살성이 가진 능력 중 하나는 타인의 살인 행적을 볼 수 있다는 것.
손서연이 곧바로 총구를 올린 것은 그녀 역시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상두의 그룹에는 한 명 이상의 연쇄살인마가 존재할 테고, 아마도 최상두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최상두.
직업은 사령관. 스킬은 지배와 텔레파시.
보통 인물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맞춰진 퍼즐 조각에 내 망상까지 더해지니 더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전 그를 만났을 때는 [텔레파시> 스킬이 놀라웠지만, 어쩌면 [지배> 스킬이 더 사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군말 없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지배> 스킬이 가진 힘일 터.
말 그대로 타인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임이 분명했다.
손서연이 저지른 살인과 함께 또 한 번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내 짐작대로 살인은 즉각적인 객실 이동을 일으키는 것이 맞았다.
현재 내 위치는 4층. 최상두는 이전의 객실 이동에서 2층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아마 내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본 뒤 나의 반대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다행히 현재 최상두는 혼자 있는 상황.
이것 또한 천운이었다.
우리 그룹에서 나와 손서연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도 최상두를 이기지 못할 테니까.
‘10초면 좀 빡세긴 한데.’
4층에서 단번에 최상두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은 살짝 버겁다.
하지만 우리 그룹원 중 누군가가 최상두를 만나 살해라도 당하는 건 곤란한 일.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9초] [8초]….살짝 빠듯했다.
[1초]계산대로 최상두가 있는 곳의 방문을 열긴 했지만 말이다.
“바로 또 보네요. 최상두 씨.”
내 등장에 최상두는 정말 놀란 듯했다.
4층으로 올라간 내가 이곳까지 내려온 것은 상식적인 동선이 절대 아니니까.
“이렇게 또 보다니. 재밌는 우연이군.”
“우연이 아닙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당신을 찾은 것이니까.”
“자네가 날? 내가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아까 말했을 텐데요. 저한테는 좀 재미있는 능력이 있다고.”
내 대답에 최상두의 미간이 들썩였다.
긴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내 능력을 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친구로군.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궁금할 것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이곳을 찾은 이유.
최상두는 시치미를 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평화는 지속되고 있을 것이네. 내가 텔레파시로 다시 한번 평화를 지키라는 엄포를 놓았으니까.”
“그 거짓말, 사실입니까?”
“뭐?”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그룹원, 아니 부하 둘이 이미 죽었고요.”
그리고 내가 말을 하고 있는 이 순간, 또 한 명이 죽었다.
손서연에 의해서.
“아, 정정합니다. 세 명이 죽었군요.”
이번 이벤트에서 살인은 상대방의 능력 일부를 랜덤으로 가져온다고 했으니 그녀는 더 강해졌을 것이다.
“지금 나더러 자네 말을 믿으라고?”
지금 최상두는 아리송할 것이다.
그의 지시대로 전쟁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니까.
그것이 국지전인지 전면전인지는 아직 나도 알 수 없다.
그저 전자이길 바랄 뿐이다.
“재미없으니까 시치미는 그만 뗍시다. 다 알고 왔으니까.”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최상두는 내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여기서 계속 시치미를 떼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을 터.
순간 최상두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상두는 호탕하게 웃어 버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의 능력이 참 재밌군. 너무 탐나. 죽여서 가져오고 싶을 만큼.”
결국 최상두가 본색을 드러냈다.
날 상대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
그 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해졌다.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말해 보게. 뭐든 솔직하게 대답해 주지.”
“왜 굳이 부하들을 시켜 전쟁을 벌이는 겁니까? 그냥 조용히 당신 혼자서 살인을 저지르면 당신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건데.”
내 질문에 최상두는 기분 나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나의 군대가 강해지는 것은 곧 내가 강해지는 일이니까.”
뭔가 그럴듯한 대답에 나는 바로 납득을 해 버렸다.
“솔직하시군요.”
“약속하지 않았나. 뭐든 답해 주겠다고.”
“그럼 저도 약속 하나 하죠.”
나는 불굴의 검을 꺼내 들었다.
“깔끔하게 죽여 드립니다.”
이제는 유니크 등급이 된 이 녀석을 8층이 시작하기도 전에 쓰게 되었다.
“날 죽인다고? 그건 아마 불가능할 거야.”
“내가 더 강하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긴 한데 나에게도 비장의 한 수는 있어. 신통한 능력을 가진 자네도 거기까지는 모르는 모양이군.”
그 순간 현자의 상태창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요즘 들어 메시지 전송 빈도가 잦아지는 느낌이다.
[정보: 직업이 사령관인 플레이어는 충성 맹세를 한 다른 플레이어를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최상두의 레벨로는 3명까지 소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스르르르르.
그리고 그 순간 이 방엔 3명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방금 얻은 정보대로 최상두가 소환해 낸 그의 부하였다.
탑의 규칙에 따르면 각 방의 정원은 2명.
하지만 이들은 문을 통하지 않고 들어와서인지 정원 외 취급을 받고 있다.
“비장의 한 수가 바로 이거군요.”
“그렇다네.”
순식간에 상황은 4대 1이 되었다.
여기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최상두가 지금 3명을 소환해 내면서 전쟁의 양상이 상당 부분 축소되었다는 것.
어쩌면 우리 쪽의 피해가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 내가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 셈인가? 이렇게 4대 1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나도 보여 줄 게 하나 있다.
비록 수는 달려도 포스로는 지지 않을 자신 있다.
[펫을 소환합니다.]내가 소환의 의지를 불어넣자, 곧바로 캥수가 이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캥! 캥!
“4대 2군요.”
갑자기 이 방 안이 가득 차 버렸다.
심지어 캥수는 사이즈로는 2인분은 거뜬히 할 정도.
최상두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호쾌하게 웃었다.
“오늘 재밌는 걸 많이 보는군. 자네를 내 손으로 꼭 죽여야겠어.”
최상두는 날 맛집 보듯 하며 탐욕스러운 군침을 삼켰다.
날 죽여 내 능력의 일부를 가져가고 싶을 것이다.
그건 나 역시 동감.
비록 전투 스킬은 아니지만, 최상두의 텔레파시는 정말로 탐이 났다.
“캥수야.”
내가 눈짓을 보내자 캥수는 곧바로 한 명을 향해 돌진했다.
퍼어어억!
캥수의 펀치에 얼굴을 맞은 조재호가 바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갑작스러운 선빵에 정신을 못 차리며 허우적댔다.
캥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퍼어억!
퍼어어억!
녀석은 원투 펀치를 이어 가며 조재호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와 동시에 내 불굴의 검도 유려한 직선을 그었다.
스으으윽!
내 앞에 서 있던 조정윤이 신음을 토했다.
핏물이 튀었다.
조정윤의 목에 횡으로 그어진 붉은 선은 이내 절단면으로 변해 버렸다.
쿠웅!
모가지가 떨어진 후 그대로 쓰러졌다.
수적 열세를 한 번의 기습으로 만회해 버린 것이다.
“이제 3대 2군요.”
그리고 새롭게 알아낸 이 이벤트의 규칙.
살인이 벌어진 방의 플레이어들은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
여기서 끝장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상대의 능력 일부를 랜덤으로 흡수합니다.] [민첩이 5 상승하였습니다.]살인을 하여 얻은 능력이라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고맙게 받았다.
기왕이면 스킬을 받아 오는 것이 좋겠지만, 한계 스탯 40에 막혀 있던 것이 이번 기회에 뚫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최상두의 목을 베는 순간 니케의 행운이 몰려오는 것이 베스트.
일단은 우주의 기운을 모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생각보다 더 놀라운 녀석이군.”
최상두와 그의 부하 성민식은 나와의 거리를 벌리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긴장하신 거 같은데요?”
“내가 긴장을? 그럴 리가!”
최상두는 이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그 여유의 근거는 곧바로 드러났다.
스르르르.
또다시 최상두의 부하 한 명이 소환되었다.
“징글징글하군요. 뭘 얻어먹었길래 이렇게 충성들을 하는 건지.”
[지배>라는 정신 스킬의 무서움을 또다시 실감했다.어쨌든 이로써 전쟁의 양상은 더욱 축소되었을 것이다.
잘하면 우리 쪽의 희생이 없을 수도 있겠다.
“자네는 더 이상 몬스터를 소환할 수 없는 모양이군.”
“괜찮습니다. 저놈 하나면 충분하니까.”
퍼어어어억!
그리고 그 순간 캥수의 펀치가 조재호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
조재호는 눈에 초점을 잃으며 그대로 벽을 타고 쓰러져 버렸다.
[당신의 펫이 상대의 능력 일부를 흡수합니다.] [펫의 근력이 10 상승하였습니다.]캥! 캥!
휘익! 휘익!
캥수는 신이 났는지 섀도 복싱을 하며 방방 뛰었다.
그나저나 캥수야, 너 뭐냐.
주인인 나도 고작 스탯 5만 얻었는데, 무려 10을 가져가다니.
나보다도 운빨이 더 좋은 놈이구나.
* * *
“캥수야!”
캥!
캥수는 기절한 성민식의 가슴 위에 올라탔다.
더 이상 무의미한 살상은 피하고 싶었다.
두 구의 시체와 기절해 버린 세 명.
그리고 숨죽이며 나를 지켜보는 최상두가 있었다.
나는 최상두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살려 줘.”
그 말에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밀려왔다.
차라리 허세라도 부리며 품위를 유지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살려 달라고!”
심지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사령관답지 않군요.”
“내 골드 전부를 양도해 줄 수도 있어!”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보유 골드는 28,400.
엄청난 액수다.
분명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갈취한 것일 터.
최상두의 직업이 사령관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교주였더라면?
순간 소름이 밀려왔다.
다른 구역 어딘가엔 정말로 그런 직업의 플레이어가 존재할 것 같아서.
“그냥, 죽읍시다.”
나는 불굴의 검을 치켜들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해져 버린 종말의 상황.
악을 처단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이 역겨운 인간을 빨리 보내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쑤우우우욱!
검에 가슴을 관통당하며 최상두는 피를 울컥 쏟아 냈다.
사령관의 최후였다.
[상대의 능력 일부를 랜덤으로 흡수합니다.] [텔레파시 스킬을 얻었습니다.]원하던 것을 얻었다.
또한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을 피했다.
사실, 내 검이 그의 가슴을 뚫는 순간 한 가지 걱정이 밀려왔었다.
혹시라도 그의 [지배> 스킬을 획득해 버릴까 봐.
만약 그랬더라면 나는 끊임없이 타인을 지배하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캥! 캥!
캥수는 지금 나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스킬 획득에 방방 뛰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탑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너무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 버렸습니다. 팀 간 밸런스 측정에 실패한 것을 인정해야겠군요.] [이벤트를 종료하겠습니다.]폭풍처럼 휘몰아쳤던 막간의 이벤트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 37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