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57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57화
38. 새로운 시대(3)
론델에는 총 20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이 국가들의 국력을 등급으로 매기자면 네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강한 순서대로 초강대국, 강대국, 중견국, 일반국으로 나눌 수 있다.
[초강대국]-브링엄 제국, 엘리시아 연합국, 크로이센 제국, 프리우스 공화국
초강대국들은 흔히 4대 제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초강대국 속에서도 브링엄 제국이 독보적 1위라면 그 뒤를 만년 2위인 엘리시아 연합국이 쫓고 있고, 크로이센 제국과 프리우스 공화국은 두세 발자국 뒤에서 3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모양새다,
[강대국]-라인하츠 왕국, 루시아스 왕국, 체이스 왕국, 성지 에버힐
강대국엔 브링엄 제국, 크로이센 제국과 함께 데프테론 대륙에 속해있는 4개국이 포함된다.
4개의 강대국들은 국력 차이가 제국들만큼 크지 않지만, 라인하츠 왕국과 루시아스 왕국이 한 발자국 앞서간다면 그 뒤를 체이스 왕국이 뒤쫓고 있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성지 에버힐은 살짝 애매한데, 규모가 작긴 해도 상징성만큼은 제국도 접고 들어갈 수준인지라, 강대국 포지션에 넣는 것이다.
[중견국]-발터 왕국, 리세스 아이랜드, 로베르토 왕국
중견국 3개국은 일반국과 강대국의 사이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다.
중견국은 각 대륙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으며, 일반국 사이에 끼어 있어 지역 강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데프테론 대륙 남부 3국(흑인 나라)에서 형님 역할을 하는 발터 왕국이 그렇고, 동방 6국에서 패자 역할을 하는 시아 린 여왕의 로베르토 왕국이 그러하다.
[일반국]-조르디, 그리시아, 이제스, 파울로, 제온, 판, 노르덴, 가이, 바이스
일반국 9개국은 특출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족한 나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론델의 나라들은 지구와 달리 파워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어서, 일반국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가난한 빈민국, 또는 후진국인 것은 아니었다.
일반국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그리시아 왕국조차 인구는 6천만 명이 넘고, 100대에 달하는 천공요새를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일반국 국민들이 부패에 물들었던 프리우스 공화국 국민들보다 잘 먹고 잘살았으니, 국력의 강함이 국민의 풍족함을 뜻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데프테론 대륙의 정세는 고착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국가 등급표를 보면 이상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세계 최강국 브링엄 제국과 크로이센 제국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이 데프테론 대륙에 지나치게 밀집되어 있단 것이다.
데프테론 대륙에 속한 일반국은 겨우 4곳.
그 외 2개의 초강대국, 4개의 강대국, 1개의 중견국이 위치해 있다.
일반국보다 강대국 이상의 국가가 더 많은 지역.
덕분에 동맹 또는 협력관계로 엮인 국가 간 밸런스는 수백 년 동안 틀어진 적이 없없다.
하지만 최근 이런 대륙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바로 라인하츠 왕국과 크로이센 제국의 전쟁이었다.
“그런데 라인하츠 왕국으로 인해 수백 년 동안 변화가 없던 국가 간 밸런스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죠.”
“그래서 공작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
때문에 데프테론 대륙에서 크로이센 제국 또는 라인하츠 왕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당연했다.
루시아스 왕국의 왕실 대전.
아드리안의 사문인 리버데일 마탑의 주인 올리비아 리버데일 공작의 발언에 루시아스 왕국의 국왕이 미간을 좁혔다.
국왕은 올리비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를 못하겠단 반응을 보였고, 그녀는 국왕의 그런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차며 답했다.
“우리 루시아스 왕국도 참전해야 합니다.”
“참전? 지금 크로이센 제국을 공격하잔 건가?”
“그렇습니다.”
루시아스 왕국의 정치 체계는 특이하다.
왕국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갖고 있는 리버데일 공작가가 국왕파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그 권위가 왕가를 능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리버데일 공작가가 귀족파를 자정하며 왕권을 찍어 누르기로 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정도다.
때문에 왕가는 항상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고, 리버데일 공작가는 주기적으로 충성을 인증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크로이센 제국이 라인하츠 왕국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오랜 세월 제국의 지위를 유지해온 전통적인 초강대국이네. 북쪽의 브링엄 제국을 신경 써야 하는 우리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크로이센 제국을 침공한다? 납득이 안 되는군.”
국왕은 전쟁이라는 국가적 선택을 강요하는 올리비아를 보며 무슨 생각이냐는 듯 의문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에 올리비아는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라인하츠와 우리 왕국이 라이벌이긴 하지만, 크로이센 제국이란 공통의 적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가 좋은 편이죠.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크로이센이 무너진다면, 거대 제국이 된 라인하츠와 국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 이전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크로이센 제국만으로 끔찍한데, 그 크로이센 제국에 라인하츠 왕국을 얹은 대제국이 탄생한다면 북부로 브링엄 제국과 국경을 마주한 루시아스 왕국은 숨이 막힐 수밖에 없게 된다.
충분히 그녀의 주장이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우리 루시아스도 국력 강화를 꾀해야 한다? 그 방안이 영토확장이고.”
“맞습니다. 다행히 크로이센 제국은 정신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죠. 둘도 없는 이 기회를 반드시 노려야 합니다.”
“그러다가 만약 크로이센이 라인하츠를 몰아내게 된다면?”
“젝시스 공작령의 패전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어졌습니다. 크로이센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많은 영토를 라인하츠 왕국에게 빼앗기게 될 테죠. 패전은 확정입니다.”
하지만 국왕은 평소 리버데일 공작가에 갖고 있는 반감 때문인지, 크로이센 제국의 힘을 믿는 건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결국 전쟁은 크로이센 제국이 이길 거야. 아직 그들은 라인하츠 왕국보다 많은 전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숨겨둔 패도 꺼내 들지 않았으니.”
올리비아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크로이센 제국 정도라면 비상사태를 대비해 안배 하나둘 정돈 마련해 두었을 터.
국왕이 지적하는 숨겨둔 패가 그 안배를 뜻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눈으로 본 적도 없는 수를 믿고 승패를 뒤엎는 판단을 하다니, 올리비아로선 국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프로.
정치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빠르게 표정을 수습한 올리비아는 제안방식을 바꿨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언가?”
“만약 크로이센 제국에서 자신들의 출혈을 각오하면서까지 우리 왕국에게 침묵을 유지해 주길 요청해 온다면 그때 움직이는 겁니다. 그런 요청을 한다는 것은 크로이센 제국의 패색이 짙다는 걸 자신들도 인정한단 뜻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패색이 짙고 옅고를 떠나 크로이센 제국이 확실한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선 무조건 루시아스 왕국 방면의 군을 빼가야 한다.
어차피 요청해 올 사안이란 뜻이다.
그러나 국왕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지, 이전까지와 다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단순해서야…… 능력 없는 인물이 왕좌에 앉아 있는 게 참 괴로운 일이군. 라인하츠 왕국 신국왕의 행동력이 부러워.’
올리비아가 이것마저 거절할 작정이냐는 듯 은근히 바라보자, 국왕은 마지못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 상황이 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지.”
국왕으로부터 원하던 대답을 이끌어낸 그녀는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사려 깊은 판단 감사합니다. 폐하.”
하지만 입에 바른말과 달리, 왕실 대전을 벗어나는 그녀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전쟁 이야기를 꺼낸 다음 날, 그녀의 예시대로 크로이센 제국 측에서 영토 일부 할양을 대가로 병력이동 제안을 요구해 왔다.
* * *
“한발 걸치겠다는 건가? 과연 리버데일 공작이야.”
나는 루시아스 왕국이 크로이센 제국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단 소식에 짧게 혀를 찼다.
루시아스 왕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우리 왕국의 30% 수준이다.
나머지 70%는 브링엄 제국 방면에 묻어둬야 했으니, 그게 최선이다.
규모는 대략 천공요새 120대에 뱅가드 7천 정도.
가뜩이나 밀리고 있는 상황에 참전국이 늘고 전선이 확대되게 생겼으니, 크로이센 제국 입장에선 매우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루시아스 왕국이 참전하게 되면, 눈치만 살피던 조르디 왕국도 슬며시 한발 걸치려 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레고리의 물음에 나는 심플하게 답했다.
“오히려 지금은 도움이 되니, 내버려 두도록 하죠.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그다음에 협상해서 뜯어낼 수 있어요.”
너희가 우리의 손해를 기회 삼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니 보상을 하라고 하면, 후발 참전국들도 일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상관없다며 무시하기엔 우리의 힘이 지나치게 커진 상태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자는 어찌할까요?”
그러면서 그레고리는 홀로그램 화면을 가리켰다.
그 홀로그램 화면에는 크로이센 제국의 총사령관이 벌판 한복판에 서서 뭐라고 시끄럽게 외치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크로이센 제국의 총사령관 제르가 하이델 후작이다! 제국의 명예를 걸고 비겁한 라인하츠 왕국군 총사령관 아드리안 엘 로렌스 공작에게 일기토를 신청하는 바이다!] [로렌스 공작! 네놈이 남자라면 이 결투에 응해라! 비열한 네놈에게 반드시 죗값을 물겠다!]바로 이렇게.
온갖 도발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 부사령관인 테일러가 나를 말렸다.
“총사령관 각하! 넘어가선 안 됩니다. 그는 그랜드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유명한 검객입니다. 애초에 기사가 마법사에게 일기토를 신청하는 건 상식에 어긋납니다.”
나름 나를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가상하지만, 상대 군의 총사령관이 나와서 저러는데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더구나 저 녀석을 해치우면 사기도 진작시킬 수 있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
“나, 나가실 생각이군요? 절대 안 됩니다. 함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야 그렇겠지.
아니, 그렇겠지가 아니라 100%다.
왜냐하면 직접 만경으로 보고 있거든.
녀석은 여차하면 자폭할 생각으로 개조된 뱅가드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희생정신이 갸륵하지 않은가.
“그런 얄팍한 수에 당하면 죽어야죠. 갔다 올게요.”
“각하!”
이런 내 행동에 아르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저도 갈까요?]그녀는 자신의 본진(2군)에 위치해 있다 보니, 홀로그램 통신으로 말을 걸어왔다.
아르시아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녀의 목에 모피처럼 걸쳐져 있는 뚱한 표정의 여우 수인을 보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니 됐어. 어차피 금방 끝날 테니까.”
[알겠습니다.]그러면서 아르시아는 모피 목도리를 만지듯 아이리스 마리냥 최고 장로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리스 장로는 애착 인형의 처지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영상 바로 언론으로 보낼 수 있게 잘 찍어 놔요.”
나는 군 지휘를 부사령관 테일러에게 맡기고는 그대로 사령부를 나섰다.
그리고 천공요새의 외부 통로를 열어 비행 마법을 이용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고 있는 일기토 도전자를 향해 다가갔다.
“흥! 겁도 없이 나타났구나!”
“아저씨가 오라며?”
“뭐, 뭐라? 아저씨?”
나는 그의 등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크로이센 제국의 본진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400대가 넘는 천공요새가 떠 있고, 지상에는 약 2.5만 기의 뱅가드가 도열해 있다.
지난 젝시스 공작령에서 30% 수준의 피해를 줬지만, 드래곤랜드 방면군이 합류하면서 다시 원래의 군세를 회복한 모습이다.
오히려 지난 전쟁에서 10%의 병력손실이 발생한 우리보다 크로이센 제국 측이 수차례 패배하고도 전력상 우위에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제국이 진짜 크긴 큰 것 같다.
‘하지만 저기만 넘으면 이 전쟁은 끝이란 소리.’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빡빡머리에 커다란 X자 흉터가 있는 크로이센 제국 총사령관 하이델 후작을 시야에 담았다.
“넌 오늘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라인하츠 왕국은 네 조심성 없는 행동에 큰 해를 입고 말겠지.”
“불러 놓고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 그러면 나 그냥 간다?”
“어, 어?”
내가 등을 돌리는 시늉을 보이자,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몹시 당황한 표정.
그러게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긴지 모르겠다.
말씨름해도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흠흠, 그대의 용기를 치하하는 바이네. 그럼 양군의 명예를 건 전투를 시작하지.”
하이델 후작의 말투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