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80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80화
43. 로렌스 공국의 발전(1)
내 이름 아르카.
성은 없고, 그냥 아르카다.
나이는 올해로 15살이 되었으며, 여동생과 함께 로렌스 공국의 보호 학교라고 불리는 고아원에 살고 있다.
론델의 고아원은 세피아 교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아닌 이상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유는 이 세상이 신분제에 근거한 국가가 주를 이루기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신분제 최하층에 위치한 고아원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일을 지시받으며 돈벌이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고아원들은 빡빡한 운영자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지만, 그런 것치고 고아원의 원장들은 하나같이 좋은 옷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로렌스 왕실에서 운영하는 보호 학교란 곳은 전혀 다르지.’
이곳은 아이들이 추후 독립하여 밥벌이를 할 수 있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다.
글공부 따윈 꿈도 못 꾸던 환경에서 글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학문과 적성에 따라 마법과 검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기숙사도 좋고, 옷도 제대로고, 밥도 진수성찬이라 해도 될 정도로 잘 나온다.
더불어 나처럼 형제가 있다면 형제끼리 같은 기숙사에 배정해 주는 등 많은 배려를 보였다.
때문에 나 아르카는 이 공국의 주인이 된 아드리안 님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오빠, 오빠.”
“응?”
“이번에 국왕 폐하가 결혼하신대! 광장에서 결혼식을 볼 수 있댔어!”
정확하겐 국왕 폐하라기보다, 공왕 전하란 호칭을 사용해야 하지만, 나는 여동생 아르미의 말을 물고 늘어지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서 구경할까?”
“응! 조아!”
하지만 고아원의 모든 원아가 왕실에 호의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쳇, 누가 노예 자식들 아니랄까 봐. 침략자들에게 아부 떠는 거 봐.”
현재 국가 정세와 고아원의 특성상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이 아이들은 왕실에 대한 반감이 매우 컸다.
“우리 노예 아니야. 노예제도 없어진 거 몰라?”
“한 번 노예는 평생 노예다. 이 노예 새끼들아!”
“뭐, 뭐야? 때리려고? 그러다가 혼날 텐데?”
“닥쳐!”
때론 아이들이 어른 못지않게 악의 가득한 차별을 행하는 것처럼, 눈앞의 녀석들은 공격성이 매우 강했다.
스스럼없이 폭력을 사용할 정도로.
“너희!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보호 학교는 이런 폭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고, 선생들은 적극적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했다.
정도에 따라 죄질이 나쁘면 바로 다른 학교로 뿔뿔이 보내고, 죄질이 미약하다면 사회활동과 숙제 폭탄이란 교육적인 처벌을 했다.
성의 있는 반성문은 기본이고 그 과정에서 반성의 기미 없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게 발각이 되면, 그때 역시 바로 전학이 된다.
“아이고 아르카, 아르미 괜찮니? 선생님들이 늦게 와서 미안해. 저 애들 단단히 혼내줄 테니 걱정하지 말렴.”
“네!”
덕분에 화를 내며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이 더욱 손해를 볼 뿐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그래서 로렌스 왕실에 대한 내 신뢰와 믿음이 깨지는 일은 없었다.
크로이센 제국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그렇게 나는 여동생과 평화로운 날을 보낼 수 있었고.
“오빠 어서 와!”
왕실에서 고아들의 계좌로 입금해 주는 용돈을 찾아 주머니 든든하게 축제의 장으로 향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광장은 더없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가가는 게 겁이 날 정도로 말이다.
“마음껏 다가가도 괜찮단다. 아저씨가 같이 있어 줄까?”
“괘, 괜찮아요.”
멈칫거리는 나를 향해 한 병사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지만, 병사란 존재 자체가 무서웠기에 괜찮다며 앞서 달려간 여동생을 따라갔다.
여동생은 어른들의 다리 틈에 끼어 버둥대고 있었고, 나는 얼른 동생을 구해줬다.
“고마워 오빠!”
이대로는 인벽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홀로그램이 떠 있긴 하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영상 속의 모습은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누군가가 손짓을 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선 우락부락한 병사와 달리 너무도 예쁜 누나였다.
그래서 나는 홀린 듯 여동생을 이끌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부모님은?”
다짜고짜 부모를 찾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당당하게 밝혔다.
“안 계세요.”
보통은 이러면 상대가 안쓰럽다든지, 표정을 일그러뜨리기 일쑤인데 상대의 반응은 더없이 담백했다.
“그래? 나도 그래.”
“누나도요?”
“응.”
그녀의 의복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귀족처럼 보여서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 역시 고아란 사실을 밝히니 왠지 모를 동질감이 피어올랐다.
“더 가까이에서 볼래?”
그녀의 제안에 여동생 아르미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예쁜 언니.”
“얘가 말을 참 예쁘게 하네.”
그녀는 칭찬에 약해 보였다.
그렇게 나와 여동생은 그녀를 따라 이동했고.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게 되었다.
“어?”
그녀가 아무 거리낌 없이 기사들이 벽을 치고 있는 단상에 다가가 귀빈석을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두 개의 작은 의자가 빠르게 대령 되었고, 그곳에 앉게 된 나는 굳어버렸다.
아르미는 연신 좋다고 깔깔댔지만, 이건 우리가 앉기에 너무 위험한 자리로 보였다.
화려한 의복을 걸친 사람들에 둘러싸이니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생긴 것만 귀족 같은 게 아니라 자신들을 안내한 여인은 진짜 귀족이었다.
그것도 꽤나 높아 보이는 귀족.
“아, 복장이 걸리니?”
“네? 그, 그게.”
“잠깐만.”
그녀가 갑자기 우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나와 여동생의 의복이 귀족 도련님, 아가씨들이나 입을 법한 복장으로 바뀌었다.
“됐지?”
“우아! 언니 마법사?”
여동생은 그저 좋다고 깔깔거렸다.
“마법사는 아니고, 유명한 마법사의 부하야.”
“부하?”
“응, 오늘 결혼식 올리는 기생오라비 같은 마법사.”
그에 나는 흠칫 떨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재빨리 정신을 차린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주제를 모르고.”
“에이 신경 쓰지 마. 이 아이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니까 마음 편하게 있어. 돈을 이렇게 처바른 행사에 아이 두 명 추가된다고 지장이 생기겠어?”
“하지만…….”
“옆에 있는 녀석 본받아.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내가 계속 머뭇거리자, 아름다운 누나가 내 옆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감히 눈을 돌릴 용기가 없어 굳어 있던 나는 무심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깜짝 놀랐다.
“쳇, 이 빌어먹을 연놈들의 결혼식을 내가 왜 축하해 줘야 하는 건데.”
깜찍하기 그지없는 여우 수인이 욕설을 내뱉으며 한껏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야, 마리냥. 좀 닥쳐 봐, 옆에 애들 있잖아.”
자신들을 끌고 온 누나가 여우 수인에게 한마디 하자, 귀를 쫑긋 세운 그녀가 도끼눈을 떴다.
“감히 연합국 대장로인 이 몸에게 닥치라고? 근본도 없는 벌레 년이.”
“근본 있으면 뭐해? 나랑 나란히 앉아 있는데. 저기 엘리시아 연합국 귀빈들 있는데 가서 얼굴이나 비추지?”
“내가 무슨 염치로!”
“하하하!”
약 올리는 누나와 그에 화가 난 여우 수인.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를 나는 죽을 맛이었으나, 여동생은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강아지 언니 예뻐.”
“개가 아니라 여우인데? 뭐, 어린 인간이 보는 눈은 있네. 너 이름 뭐니?”
“아르미.”
“사탕 머글래? 오늘 결혼식 올리는 정신 나간 여자애가 한 움큼 줬는데.”
“조아!”
정체 모를 귀인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동생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자리한 곳은 공왕가 친우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신분 여하 막론하고 공왕과 공왕비의 친우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
가족석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는 숨이 막혔지만, 옆에서 자꾸 입에 찔러주는 사탕과 과자가 기분과 별개로 너무 맛이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결혼식이 진행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되었고.
-빠빠빰!
웅장한 음악과 함께 신들의 행사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우아.”
여동생의 감탄사처럼 정말 ‘우와’란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마법 이펙트와 함께 흩날리는 금가루, 보석가루는 둘째치고, 그 중심에 선 신랑, 신부가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워서 절로 입이 쩍 벌어졌다.
‘저분들이 이 나라의 아버지와 어머니.’
수차례 사진으로 보았지만, 본격적으로 꾸민 두 사람의 실물은 여타 연예인들과 격이 달랐다.
그야말로 신이 빚은 최고의 걸작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새하얀 우윳빛의 왕관이 나란히 쓰이자, 불만을 삼킨 채 몽롱한 표정으로 식을 바라보던 마리냥이라 불린 여우 수인이 깜짝 놀랐다.
“자, 잠깐. 버그, 저거 설마 오리하르콘이야?”
“눈치 못 챘어? 왕관뿐만 아니라 신부 액세서리도 전부 오리하르콘이잖아.”
“이런 미친. 저건 또 어디서 구했데?”
“얼마 전에 드래곤랜드 탐험하고 왔단다.”
“뭐?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단단히 미친놈들이었네. 그러다가 골로가지.”
“솔직히 저 둘이 골로가는 것보다 부려 먹히는 우리가 골로가는 게 빠를걸?”
“빌어먹을 반박을 못 하겠네.”
오르하르콘이 환상 속의 보물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드래곤랜드가 지옥이라 불리는 장소 또한 알고 있고.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욱 대단하게 다가왔다.
“뽀뽀한다. 얼레리 꼴레리.”
나와 여동생을 이곳으로 데려온 버그라 불린 누나가 낮게 웃으며 손가락 짓을 하자 나는 기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리냥이 그녀에게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저 둘이 애정행각 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네.”
“뭐, 안 그래도 아드리안이 여자들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고자설이 돌긴 했는데……. 모르지 밤엔 어떻게 돌변할지.”
나는 동생의 귀를 막아야 했다.
결혼식은 약 30분 동안 진행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엔 반동분자를 쳐내서인지, 결혼식이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즉위식 때처럼 야유가 울려 퍼지지 않았다.
공왕과 공왕비의 입맞춤으로 결혼식은 끝을 맞이했고, 화려한 폭죽이 하늘을 장식하며 시민들을 위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하루 동안 공국 전체에서 음식과 음료가 무료로 무제한 제공됩니다.] [또한 결혼식 축하 기념품이 주중으로 각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니, 시민 여러분께선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도시 곳곳에서 축제를 위한 퍼레이드가 열렸다.
도무지 얼마를 썼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결혼식이었다.
“너무 멋지다.”
결혼식이 끝나고 축제가 시작되었음에도 나는 쉬이 자리를 일어날 수가 없었다.
화려했던 결혼식의 여운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여성들이 보이는 반응이었고, 내 여동생도 다르지 않았다.
“저, 저희는 이만.”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눈치껏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어디가?”
“같이 밥이나 먹자고.”
“응, 조아!”
버그와 마리냥이 여동생을 붙잡고 늘어졌다.
신분이 높아 보이는 두 사람의 관심.
과연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걸까?
* * *
“후우, 피곤하다.”
결혼식이 마음에 들었을까?
식이 끝났음에도 아르시아는 계속 들떠 있었다.
“아드리안 님, 식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래? 다행이야. 하하.”
나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고, 아르시아는 그런 나를 게슴츠레 올려 보며 한마디 했다.
“번식 활동하는 겁니까?”
“어?”
그런데 그녀가 상상치도 못한 발언에 나는 굳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돼?”
“네?”
우리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했고.
-스윽.
나는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방으로 달려갔다.
참고로 난 고자가 아니다.
인내심이 강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