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41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41화
13. 감사원 출두(3)
“너무 좋은 제안인지라 얼떨떨합니다. 제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충분하지, 자네엔 아주 미인인 오러 마스터도 함께 아닌가?”
뭐지?
잘 나가다가 아르시아를 바라보는 왕자의 시선이 굉장히 거슬렸다.
덕분에 반쯤 넘어갔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았다.
“제게 고민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보여서일까?
시간을 달라 하자 그는 살며시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이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법사들이 워낙 신중한 족속이니까. 그리고 자네처럼 철저히 자신을 숨겨온 인물은 더하겠지.”
아니, 단순히 눈앞의 인간의 행동거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다.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전하의 배려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예를 표했다.
루크 왕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악수를 건네는데, 가까이에서 마주본 그의 덩치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나도 키를 반올림하면 180이다.
그런데 루크 왕자는 체감상 2미터는 가볍게 넘어 보였다.
“왕위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가져야 하지 않겠나. 무능한 왕태자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우리 라인하츠 왕국의 국운이 기울게 될 걸세. 자네도 이 나라의 귀족으로서 미래를 생각해주게나.”
그는 나에 이어 아르시아와도 악수를 나눴는데, 둘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니 마치 미녀와 야수를 보는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작군. 그런데도 같은 오러 마스터라는 게 신기해.”
“송구합니다.”
“나중에 함께 검을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 여성 오러 마스터는 실제로 처음 보거든.”
“네.”
“자넨 참 무뚝뚝한 여성이군. 나중에 또 보세.”
루크 왕자의 지대한 관심에도 아르시아는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르시아의 무관심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그는 미소 띤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조사실을 벗어났다.
“후우…….”
그가 물려가자 나뿐만 아니라 조사실의 다른 귀족들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루크 왕자.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 숨이 막히게 하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
“괜한 생각 말고 왕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걸세. 그분은 거절당하는 게 익숙하지 않으시니까.”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난 귀족감사원장 해밍턴 후작이 내게 경고성 충고를 던지고는 왕자의 뒤를 따라나섰다.
“끝났죠? 저 갑니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자리에 남아있는 감사원 관리자들과 가만히 마주보고 있던 나는 퇴실 허가를 받았다.
루크 왕자의 제안 때문인지 모두가 내 눈치를 살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르시아와 조사실을 나선 나는 잠시 고민했다.
부하들을 불러들여 이대로 돌아갈 것인가, 아르시아와 모처럼 방문한 왕성이고 수도니 한숨이나 돌릴 겸 잠깐 둘러보고 갈 것인가.
“배고파?”
“배고프진 않지만, 먹는 건 좋습니다.”
그게 그 말 아닌가?
그때 나는 문뜩 아르시아가 2왕자와 악수를 길게 나눴던 것을 떠올렸다.
“지지 만졌네. 손 닦자.”
“왼쪽 어깨도 건드렸습니다.”
“그래, 그래.”
아르시아의 반응은 그녀도 루크 왕자와의 만남이 유쾌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나는 바로 마법을 사용해 왕자와 터치가 있던 부분을 소독해 주었다.
“그럼, 모처럼 나온 김에 식사나 하자. 맛있는 음식점 몇 군데 알고 있거든.”
“좋아요.”
왕성 근처 아카데미를 다녔기에 주변에 뭐가 있는지, 맛집이 어딨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모처럼 과거나 추억할 겸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잘 되었군요. 제가 음식을 아주 끝내주게 하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돌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왠지 눈을 뜨면 쌜 것 같은 금발의 실눈 캐릭터가 여우같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왔다.
뜬금없이 뭔가 싶어 그의 정보를 살피니…….
[미하엘 반 라인하츠 왕태자 / 5서클 고위마법사]종족: 인간
나이: 36
소속: 라인하츠 왕실 왕태자(1왕자) / 라인하츠 왕국 외교부 대신
재능: 지적능력(최상), 학습력(최상), 행정력(최상), 지휘력(상), 정치력(상), 마력(하), 오러(하), 육체능력(하)
특성: 완전기억능력, 계략의 지휘자
관계: 관심 / 중립
상태: 호의 / 반가움
-페이스 체인지 마법을 사용한 상태다.
믿기 힘든 정보가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뭐야, 이 괴물은.’
너무 가볍게 말을 걸어와서 아르시아를 노리는 놀기 좋아하는 귀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2왕자의 라이벌이자 이 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인 왕태자란다.
“역시 대마법사와 오러 마스터. 내가 누군지 알아챈 모양이군요? 하긴 곰 같은 동생한테도 이 마법은 안 통했으니까요.”
사람은 특정 대상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 도저히 왕태자란 지위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더불어 그를 보자마자 떠오른 느낌이 있는데.
그건 절대 눈앞의 인물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하하, 말이 잘 통하시네요. 따라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그의 능력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비록 그 능력이 대부분 행정과 정치 쪽으로 쏠려 있었으나, 최상급 재능이 세 개 이상인 사람은 아르시아 외에 처음 봤다.
아니, 종합적인 능력치는 오히려 아르시아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아르시아의 능력치는 검술에 몰빵 된 덕분에 나머지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하엘 왕태자는 최상급 재능 3개 외에도 상급 재능이 2개나 붙어 있었다.
‘이런 인물이 어째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거지?’
그의 행정, 정치적 능력치를 보면 5서클 고위마법사란 타이틀이 보잘것없어 보일 정도다.
애초에 마력 재능이 하급 수준인데, 고위마법사가 된 것도 비상한 머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신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동생 분보다 알려진 게 적은 신비한 분이니까요.”
그는 지금 마법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다.
물론, 나와 아르시아에겐 위장이 통하지 않아 본모습이 고스란히 보였지만, 스스로를 숨기려 하는 왕태자를 위해 그의 이름이나 호칭은 거론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가 안내한 곳은 특별할 것 없는 방이었는데, 그곳의 용도를 알아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텔레포트 방이군요? 그런데 왕성 내부에선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없지 않나요? 공간이동 방해마법이 펼쳐져 있던데…….”
“아, 모르시는구나? 왕성 지하에 토르말린(전기석) 광맥이 있는데, 그 기운이 가끔 마력과 충돌해서인지 일시적으로 공간이동 방해마법이 고장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딸깍.
그러면서 그는 주머니에서 누가 봐도 스위치로 보이는 버튼을 꺼내 누르고는 나와 아르시아를 텔레포트진 위로 안내했다.
그가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공간이동 방해마법이 해제된 건 단순한 우연일까?
“자, 그럼 이동합니다.”
미하엘 왕태자는 미소와 함께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했다.
‘아, 마력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조치한 방이었네.’
내 짧은 감상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사방이 밀폐된 장소였으나, 왕태자가 한쪽 벽을 노크하자, 엘리베이터 문처럼 전면이 좌우로 개방되며 살롱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이 나왔다.
“여기서부턴 말을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 맞다.”
-딸깍.
그러면서 왕태자는 텔레포트를 사용하기 전에 눌렀던 의미 모를 스위치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러자 잠시 해제되었던 공간이동 방해진이 복구되며 왕성을 감쌌다.
“공간이동 방해진이 다시 작동하나 봅니다. 운이 좋았네요.”
‘네가 조종하고 있잖아.’
2근위기사단 단장인 2왕자는 왕태자가 마음대로 왕성의 보안을 갖고 노는 걸 알고 있을까?
왠지 꿈에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다.
아까 루크 왕자와의 대화에서 보면 자신은 능력이 있지만, 현 왕태자는 무능하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아무리 봐도 2왕자가 왕태자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팟.
그리고 왕태자는 페이스 체인지 마법을 해제했는데, 이미 본모습을 보고 있던 우리에겐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우린 악수를 나누며 뒤늦은 인사를 나눴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로렌스 공자, 클레인(아르시아) 경.”
역시 한 나라의 중심인 왕성이란 걸까?
오늘 왕성 내 이동 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많은 인재를 만났다.
물론, 그 정점에 있는 건 눈앞에 있는 인물이지만.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식사 좀 준비해 줄래? 여기서 손님 분들과 식사할 생각이야.”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방문이 열리며 들어선 왕태자의 수행원도 최상급 행정 능력에 상급의 정치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여긴 태자궁이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 태자궁의 쉐프는 제가 특별히 직접 영입했죠.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하하.”
왕태자는 음식이 나올 동안 방 한구석에 마련된 냉장고에서 과실 주스를 꺼내와 우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그거 압니까? 우리 온라인다이어리(SNS)의 팔로워입니다.”
“어? 그랬습니까?”
“네, 여기 보이죠? ‘실눈캐최강설’이 접니다.”
“진짜네요. 세상에! 설마 태자 전하께서 이걸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귀족들이 가상 세계를 무시하곤 하는데, 전 그렇지 않거든요. 아주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무겁기 그지없는 왕태자란 지위를 가졌지만, 그의 행동은 마치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격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결코 연기가 아니고, 2왕자처럼 인심 썼다는 식의 행동도 아니었다.
같은 형제지만, 친모가 달라서일까?
미하엘 왕태자와 루크 왕자는 180도 다른 성향의 인물이었다.
“태자 전하께선 재밌는 분이시군요.”
“로렌스 공자도 재밌죠. 온라인에서 레이븐 변경백을 조롱하던 글들 참 재밌게 잘 봤어요.”
“그걸 보셨군요. 덕분에 팔로워 수가 엄청 늘었습니다.”
“제 생각에 공자의 경우는 외모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 같긴 합니다.”
“자기가 잘생긴 걸 알고 있군요.”
“모를 수가 없죠. 왕성에 들어올 때 팬클럽이란 단체를 만났는걸요.”
우린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굳이 왕자 두 사람 중 하나를 고르라면 2왕자보단 왕태자 쪽이 잘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친밀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나나 그나 눈동자를 굴리며 계속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 대화 몇 마디로 호의를 보일 만큼 우리의 사이는 가깝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흴 초대한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얼마나 대화를 나눴을까?
흐름 상 이제 슬슬 본론을 꺼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에 나는 진중한 태도로 그에게 물었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영입 제안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2왕자가 영입을 제안해왔을 때부터 이 상황은 예견되었던 바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눈앞의 왕태자의 능력치가 대단하다고 한들, 나와 아르시아가 2왕자 진영으로 넘어가면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테니 말이다.
“태자 전하께선 제게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주실 생각이십니까?”
2왕자에게 이런 말투는 무례로 치부될 테지만, 왕태자는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단도직입적인 물음에도 그는 기분 나쁜 기색 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당장 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왕이 되고 난 다음 이익을 약조해 주시겠다는 건가요?”
“그렇죠.”
분명 사람으로선 그가 마음에 들지만, 양 진영이 제안한 보상의 차이가 너무 컸다.
당장 후작위를 주겠다는 2왕자와 당장 줄 건 없다는 왕태자.
내가 상인이었다면 비교가 되지 않는 싸움에 인상을 찌푸렸겠지만, 나는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게 있다.
눈앞의 인물이 할 제안은 그것뿐일 리가 없다고.
“대신, 후작위를 받는데,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이야기.
하지만 이내 그의 속셈을 눈치챈 나는 왕태자 앞임에도 낮은 웃음을 흘렸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눈칫밥을 오래 먹어서요.”
“원래 후작의 작위는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지금의 왕국처럼 정권이 양분되어 있다면 더더욱 말이죠. 아무래도 루크 왕자는 자신의 발언력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덜컥 후작위를 약속한 것 같은데, 우리 진영에서 결사반대를 외치면 결국 무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미하엘 왕태자가 2왕자처럼 후작위를 주겠노라 말을 못하는 이유는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누가 상대 진영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겠는가.
내가 왕태자 진영으로 향하건 2왕자 진영으로 향하건, 상대 진영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 어차피 후작위는 날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는 내가 후작위를 받는 것을 돕겠다는 것이다.
바로 2왕자의 진영 속에서.
“로렌스 공자께선 루크 왕자의 진영에 소속되어 후작위를 받아내십시오. 우리 진영에선 반대하지 않을 테니, 어렵지 않게 작위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챙길 건 챙긴 다음에…….”
“네, 우리 진영으로 전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의 계획은 배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참신하면서도 흥미로운 계획.
2왕자를 직접 마주한 결과 중립을 지키며 나 몰라라 살 수 없음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2왕자의 손을 잡을 것인가, 왕태자의 손을 잡을 것인가.
그런데 왕태자는 2왕자의 손을 잡았다가 원하는 것만 얻고 도로 손을 놓으라는 선택지를 추가시켜 주었다.
‘나쁘지 않은데?’
2왕자 본인과 레인븐 변경백이 소속된 그쪽 진영이 마음에 들지 않던 나로선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지금의 나는 조커다.
어느 쪽을 향하건 내가 향한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후작위도 얻고 조금 더 마음이 맞는 왕자와 팀을 짤 수 있다.
반면 거부하면, 그들은 내게 후작위가 내려지는 것을 격렬히 거부할 테니, 후작위도 날아가고 마음에 들지 않는 2왕자와 팀을 짜야 한다.
“선택지는 늘어났으나, 답이 정해져 있는 선택지네요.”
“그 말씀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민할 시간을 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확신이 들었습니다. 왕위는 2왕자 전하보다, 왕태자 전하가 잘 어울린다고요.”
“혹시 이렇게 약속만 하고 후작위만 낼름 받은 다음 2왕자 진영에 남아있으면 안 됩니다?”
그럴 일은 없다.
왕태자와 2왕자.
나를 빼고 두 사람이 싸우더라도 왕태자 쪽이 이길 것 같았으니까.
“제 팔로워를 배신할 순 없죠.”
“하하! 좋습니다!”
덕분에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고, 이런 분위기에서 태자궁 셰프의 손길이 가득 담긴 음식이 들어왔다.
“클레인 경이 먹는 걸 좋아하는군요.”
“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입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재밌습니다.”
“공자, 클레인 경은 오러 마스터이기 전에 레이디입니다. 레이디의 식사 모습을 관찰하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아, 그것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클레인 경의 의사는 묻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미하엘 왕태자도 당연히 아르시아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감정이 은근히 섞여 있는 루크 왕자와 달리 왕태자의 관심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그의 말에 나는 아르시아에게 물었다.
“아르시아는 어떻게 생각해?”
“아드리안 님이 좋으시다면 저도 좋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왠지 모르게 오글거려서 괜히 머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