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1)
131. 공짜는 아닙니다.
기사들이 시선이 일제히 내게 모였다.
대부분은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눈으로 욕하고 있었다.
“그러시오.”
하지만 마르틴 국왕은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르틴 전하, 그것은 그렇게 바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우가스는 우리 왕국 유일의 퀸급 기간트입니다. 혹시라도······.”
기사들의 말뜻은 이해가 갔다.
내가 혹여 우가스를 타고 도망치기라도 하면 아리칸은 가장 강한 기간트를 잃게 되는 것이니까.
물론 난 지금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타고 전투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마나량이 늘었다.
전투는 힘들겠지만, 이동하는 것이라면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도 가능했다.
“하하하!”
마르틴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정색하며 기사들을 쳐다봤다.
“다들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지금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앉아서 편히 대화하는 것 같나? 우리에게 비공정 7척을 준 것이 누구인가? 그리고 타일러 경이 우리 아리칸의 후작인 것을 잊었느냐?”
“죄송합니다. 전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마르틴의 목소리가 커지자, 리오넬 대령이 나섰다.
“제가 타일러 후작님을 격납고로 모시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함께 갈 것이다.”
난 마르틴 국왕과 기간트 격납고로 향했다.
***
거대한 13미터의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
난 지금 우가스에 탔다.
마나를 눈으로 뿜어내고 주변을 살폈다.
‘없네.’
속성 마법진이 없었다.
그 말은 거신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퀸급이라 기체도 크고 마나도 많이 필요하지만, 속성 마법진 한두 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 우가스는 거신 마법사나 마전사가 아닌 순수한 거신 기사가 입었던 갑옷 같았다.
‘여기에 마법진을 새기면, 더 좋을 텐데······.’
우가스의 공격력이 워낙 좋으니, 방어를 할 수 있는 대지나 얼음 마법진을 새기면 상호보완할 수 있었다. 아니면 아예 극단적으로 공격 마법진을 추가할 수도 있고.
그리고 마석 배터리 장착 부분도 신형으로 개조하면, 효율이 더 높아질 거고.
하지만 여기선 방법이 없었다.
내 영지의 기간트 공방으로 가져가면 모를까.
철컹! 치이이익!
우가스에서 내려 마르틴에게 다가갔다.
“뛰어난 기체입니다. 빠른 움직임과 높은 방어력에 특화된 기간트라 마르틴 국왕 전하께 어울립니다.”
“하하! 그렇소. 타일러 경이 기간트를 보는 눈이 있는지 몰랐소.”
“이 기체를 제국에서 돌려달라고 하지 않던가요?”
마르틴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수림에서 사냥할 때를 제외하곤 일부러 최대한 사용을 자제했소. 그러다 20여 년 전에 가디언 제국과 한바탕할 때, 화끈하게 보여줬지.”
“그런데 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요.”
“그렇소.”
난 우가스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 좋은 기체를 이제 얼마 쓰지 못한다니 아쉽군요.”
마르틴과 기사들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자신들의 비밀을 들킨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리칸의 오리지널 기간트 중에서 쓸 수 없는 기체도 있지 않습니까?”
그때 리오넬 대령이 나서서 물었다.
“타일러 후작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간단하오. 아까 전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아리칸의 오리지널 기간트는 대부분 오래된 것이오. 제국에서 더는 구형 마석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으니, 구형 마석 배터리를 최대한 구해 반복 충전해 사용했을 거요. 그러니 수명이 얼마나 남았겠소?”
“하아! 경의 말이 맞소.”
마르틴 국왕이 한숨이 깊었다.
“다 알고 있으니 뭘 더 숨기겠소. 우리가 보유한 오리지널 기간트 대부분은 지금 창고에 있소.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기체는 우가스를 포함해 4기밖에 없소. 그것도 1기를 제외하고 모두 구형이라 오래 쓸 순 없소.”
난 마르틴 국왕을 향해 피식 웃었다.
“아리칸 왕국은 운이 좋군요. 좋은 동맹을 두었으니까 말입니다.”
“······?”
“우가스와 구형 오리지널 기간트를 제게 맡겨 주십시오. 모두 신형 마석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게 개조해 드리지요.”
마르틴과 기사들이 순간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 의아한 표정이었고, 누군 어이없는 표정, 누군 믿지 못하는 표정, 누군가는 살짝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가능하시오?”
“물론입니다. 제게 오리지널 기간트가 많은 것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난 지금 15기의 기간트와 1기의 마장기를 가져왔다.
그중에 4개가 오리지널 기체였으니, 숫자상으론 아리칸 왕국과 같았다.
“제게 전부 맡겨 주시면 6개월 안에 개조해 드리지요. 아!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대수림에서 오리지널 기간트만 챙긴 것은 아닐 텐데요? 오리지널 마장기는 몇 대나 있습니까? 파손된 것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니까 파손된 오리지널 마장기를 넘겨주면, 우리 기간트를 모두 개조해 주겠다는 말씀이시오?”
“그렇습니다. 어차피 오리지널 마장기는 마석 배터리를 구할 수 없으니 사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파손된 오리지널 마장기가 있긴 있다고 들었소. 마석 배터리가 없어서 수리하지 않은 채로 있긴 하지만······.”
마르틴은 유일하게 기대하는 눈빛을 보였다.
“잠깐, 나를 따라오시오.”
난 마르틴 국왕과 기사들을 따라 격납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한 층을 내려가자, 거대한 동굴 같은 곳에 기간트가 보관되어 있었다.
“오리지널 기간트가 8기나 있었군요!”
“선조들께서 대수림에 전쟁이 날 때마다, 하나둘 어렵게 모은 것이오. 아쉽게도 너무 구형이고, 더는 마석 배터리도 남아 있지 않아 이렇게 세워둔 것이오.”
“기간트 공방을 만들면 이것들을 개조해서 사용하려 하셨습니까?”
“그렇소.”
이들이 기간트 공방을 빨리 지으려는 이유 중에는 이 오리지널 기간트들도 있었다.
이게 모두 투입되면 아리칸의 전력이 증가하니까.
“부서진 마장기들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장벽 도시에 보관되어 있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은 같습니다. 부서진 오리지널 마장기를 주시면, 오리지널 기간트를 전부 최신형으로 개조해 드리겠습니다.”
“전하. 이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타일러 후작님께서 우릴 도와주고 계시지만, 우리 오리지널 기간트와 우가스까지 10기를 제국으로 가져가는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간트 생산, 개조 기술을 보유한 곳은 아베르크 제국에서도 5곳밖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타일러 경께서 하실 수가 있을지······.”
기사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물론 나도 이해는 한다.
이번 전쟁에서 내 도움으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을 테니까.
“저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곳에 일주일 정도 머물겠습니다. 충분히 상의하시고 결정하십시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제가 아리칸의 동맹이란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알았소. 그만 올라갑시다.”
***
아침 식사를 하는데, 귀가 따갑다.
“발레리온 영지의 비공정이 정말 단단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단단하면서도 빠르게 만드셨습니까?”
“글쎄요. 제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서요.”
드워프들이 만들었으니까.
설계나 구조 등에 내가 참여한 것도 아니었기에 나도 진짜 몰랐다.
내가 그쪽 전문가도 아니고.
“그럼 다른 영지에서 만든 겁니까?”
“글쎄요······.”
나흘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는 껌딱지는 비에르 페르도 왕자였다.
그는 내 바로 위에 후계 서열 3위의 후작이기도 했다.
아리칸 왕국의 후계 구조는 제국이나 다른 왕국과 완전히 달랐다.
300년간 공국이었기 때문인지, 작위에 따라서 후계 서열이 매겨지며, 작위는 전장에서 공을 세워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공작의 아들이라도 작위가 낮으면 다음 공작이 되지 못했고, 오리지널 기간트 역시 실력이 없다면 받지 못했다.
비에르 페르도 왕자는 마르틴 국왕 수준은 아니었지만,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탈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고, 크루세이더 기사단의 기사로 공을 많이 세웠기에 2년 전 후작이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열 3위였고, 현재 서열 1위와 2위의 후작들은 다른 원탁의 기사였다.
이건 어찌 보면 그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지도자가 강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주변 환경 때문이었다.
그때 기사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타일러 후작 저하. 원탁 회의실로 오시라는 마르틴 전하의 명이십니다.”
“오! 어서 갑시다.”
마르틴의 부름이 이렇게 반가울 때가.
하지만 비에르가 뒤를 따라왔다.
그 역시 원탁의 기사였으니까.
근데 왜 회의는 참석하지 않고, 날 계속 따라 다녔을까?
“오리지널 기간트를 타일러 경께 맡길지 정해졌나 보네요. 어떻게 됐을 거 같습니까?”
“글쎄요. 전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아리칸 왕국은 크게 다르겠지만요.”
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제발 후작께 오리지널 기간트를 맡겼으면 좋겠군요. 제국에서 기간트 공방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알현실이자, 회의실이자, 집무실로 들어갔다.
원탁의 기사들은 미리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시오. 타일러 후작. 그쪽으로 앉으시오.”
‘응? 내 자리가 있네.’
빈 의자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날 원탁의 기사로 임명했다더니, 정말이었네.
나와 비에르 왕자도 자리에 앉았다.
이제 보니 마르틴 국왕을 포함해 자리는 모두 12개였다.
“타일러 후작, 이 문제는 원탁의 투표에 부치기로 했소.”
“아! 그렇군요.”
그냥 왕이 독단적 결정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이러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제 투표를 합시다.”
“난 찬성하오.”
“반대합니다.”
“반대합니다.”
“찬성합니다.”
마르틴부터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투표를 했다.
나와 비에르 왕자는 당연히 찬성했고.
마지막 한 사람을 남겨뒀을 땐 5대6으로 반대가 우세했다.
모두의 시선이 리오넬 대령을 향했다.
그는 아리칸의 참모였다.
“전 찬성합니다.”
“응? 공교롭게 6대6이군. 그럼 원탁의 수장으로 내가 결정하겠소. 타일러 경에게 우리 아리칸의 오리지널 기간트의 개조를 맡기겠소.”
원탁의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일단 결정이 나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마르틴 전하.”
“조심히 가시오. 타일러 경.”
마르틴 국왕은 섭섭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함께 싸우면서 꽤 정이 들었나 보다.
나도 사실은 조금 섭섭했다.
그의 든든한 어깨가 그리울 것 같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 다녀오겠습니다.”
비에리 왕자와 리오넬 대령이 우리와 동행했다.
그리고 관문 책임자이자, 장벽 사령관인 헥토르 후작도 비공정에 함께 탔다. 그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총 2척의 비공정이 우리를 따라왔다.
비공정 1척에 10대의 구형 오리지널 기간트를 실었고, 나머지 1척은 관문 도시로 가서 부서진 마장기를 싣고 내 영지로 돌아갈 용도였다.
***
[아리칸 왕국 장벽 도시 에미트]우린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요새 지하로 향했다.
그곳엔 부서진 마장기가 놓여 있었다.
대부분 해치가 파괴되어 있었고, 팔다리가 없는 기체도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14기.
대부분 수리하면 쓸 수 있어 보였다.
10기 고쳐주고 14기를 챙긴다!
이건 완전히 수지맞는 장사였다.
그리고 이 오리지널 마장기를 다 수리하면 현재 내 기사들을 모두 오리지널 기간트와 마장기에 태울 수 있었다.
오리지널 기갑 군단이라니!
“모두 비공정에 실어라!”
부서진 마장기 숫자가 많았기에 비어있던 아리칸의 비공정 1대와 내 비공정 2대에 남은 공간까지 이용해 실었다.
내가 이곳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출발하자고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메제트의 탑을 들릴 생각이었다.
이곳 관문엔 얼음 속성의 메제트의 탑이 있으니까.
밤에 몰래 올라갈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파밍은 해야지!’
또 아는가?
불의 탑에서처럼 13미터의 퀸급 거신 갑옷을 챙길 수 있을지.
***
그날 저녁이었다.
헥토르 후작과 비에르, 리오넬 대령과 식사 중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관문을 지키는 장교였다.
장교는 헥토르 후작에게 뭔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뭐라?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오늘 낮에 노바스 전진 기지의 사냥팀이 확인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헥토르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헥토르 경, 무슨 일이길래 그리 표정이 어둡습니까?”
헥토르는 나를 쳐다봤다.
“제가 나가 있을까요?”
“아니요. 어차피 다 알려질 일이니 그냥 말하겠소. 장벽에서 보름 거리에 차원 균열이 생겼소.”
“차원 균열이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 차원 균열이 생겼다고?
지금까지 차원 균열은 대수림 깊은 곳에서 발생했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