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9)
139. 후계 싸움.
“그만 풀어줘!”
“크릉!”
드라우켄이 앞발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갈라그란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용서는 한 번뿐이다. 그리고 보이는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야.”
“헥헥! 명심하겠습니다.”
거신의 눈으로 보면, 수인족보다 작은 인간이 하찮아 보이겠지.
하지만 이번에 크게 혼이 났으니, 앞으로 인간을 함부로 대하진 못할 거다.
“이제부터 갈라그란트는 암 드로운을 스승으로 섬기고, 릴리안과 마찬가지로 항상 갑옷을 입고 다녀야 한다. 내 명령을 어기면 그땐 저 녀석에게 던져주지.”
“크르르릉!”
드라우켄이 옆에서 침까지 흘리며 으르렁거리자, 갈라그란트는 흠칫 놀라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아, 알겠습니다.”
난 인형의 집에서 비숍급과 나이트급 거신 갑옷을 꺼냈다.
“둘 다 항상 그걸 입어라!”
“네!”
이전에 아리칸 왕국에서 부서진 오리지널 마장기를 14기나 가져와 공방에 맡겼다. 이 마장기들은 수리하고 배터리 부분만 개조하면 됐기에, 거신 갑옷으로 새로 오리지널 기간트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짧았다.
그렇기에 일단 거신 갑옷은 내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방금 그중에 2개를 꺼낸 것이다.
저기에 보호 장갑만 달면 대충 기간트처럼 보이겠지.
‘그런데 또 다른 차원이 멸망의 위험에 처하다니······.’
어쩌면 대수림이나 장벽 너머에 저쪽 차원과 연결된 균열이 생기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내겐 어떤 패턴이 보였다.
엘프나 드워프 차원도 차원 균열이 먼저 나타나 괴수들이 튀어나왔고, 그쪽 세계에 살던 지배종들이 괴수들을 막았지만, 역부족으로 밀렸다.
그리고 세상이 거의 멸망을 앞두고 있을 때, 대수림과 연결된 차원 균열이 생겼고, 이계 난민들이 이쪽 세계로 넘어왔다.
이유나 방법은 모르겠지만, 마치 누군가 차원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그 힘으로 이곳 차원에 균열을 만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최종 목적지가 장벽 너머가 아닐까?
‘에이, 아니겠지.’
고개를 흔들었다.
[으헉! 설마 거신입니까?] [세상에! 거신이 살아 있다니!]주변을 순찰하던 영웅 기사들이 한쪽에서 갑옷을 입고 있는 거신들을 보며, 경악했다.
하긴 기사들은 이번에 거신을 처음 봤다.
기사들이 기간트에서 나와 거신들을 보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영주님은 대체 어떤 분입니까? 거신들을 부하로 두시다니요.”
크리스티나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이 이야기하자면 며칠 밤을 새워도 부족해. 나중에 천천히 말해주지”
“알겠습니다.”
“아! 당분간은 비밀이네. 아직 우리 힘을 드러낼 때가 아니야.”
“네!”
그날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
화륵!
허공에 화살 모양의 화염이 이글거렸다.
“화이어 에로우!”
휘이잉! 퍼엉!
폭발과 함께 거센 불길이 거신목 밑동을 휘감았다.
“헉! 헉!”
투구를 벗은 릴리안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지친 거야?”
“마나가 너무 빨리 소모돼요. 그래서 다들 마법진이나 지팡이를 사용하나 봐요.”
난 고개를 흔들었다.
“화살 모양을 형상화하는 데 쓸데없이 너무 집중하니까 과하게 마나가 소모되는 거야.”
“네? 아! 어렵네요.”
릴리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을 사용하는 릴리안의 마나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뿜어내는 마나량은 만들어낸 화살 모양보다 2배는 더 컸다.
너무 과하게 사용하는 거다.
그리고 마법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그 외의 마나는 모두 허공에 흩어진다.
“아니야 잘하고 있어. 첫 훈련에 그 정도면 아주 훌륭해. 오늘은 그만하고, 우선 마나를 호흡하며 마나량부터 계속 늘리자.”
7미터 크기의 릴리안이 내게 다가오더니, 머리를 숙였다.
난 커다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헤헤! 감사합니다. 스승님!”
살짝 머리가 아팠다.
칭찬을 바라는 거신 제자라니!
“아! 그리고 입고 있는 갑옷에 기초 화염 마법진을 몇 개 그려 줄 테니까. 그거부터 능숙하게 사용해봐. 그럼 마나량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오오! 감사합니다.”
릴리안은 마법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불덩이를 만드는 수준에서 하루 만에 사람 크기만 한 화염 화살을 만들어냈으니까.
다만 스승이 없었기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뿐이다.
마법도 못 쓰는 내가 거신 마법사 제자를 키우다니······.
그래도 릴리안이 아름다운 미소녀였기에 7미터라도 귀염성 있게 봐줄 만했다.
근데 릴리안이 마법을 쓰는 걸 보니까, 잘하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히얍!”
쿵쿵! 붕! 부웅!
옆에선 암 드로운이 갈라그란트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나량은 충분하나 검술이 너무 단조로웠다.
아마 한 번도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저러고도 용병 일을 하다니······.
어젯밤 자기 전에 릴리안에게 저쪽 세상 이야기를 들었다.
꼭 옛날에 보던 소설 속 판타지 세상과 비슷했다.
거신들은 오랜 세월 그곳 세상에 정착했고, 조금씩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다가 작은 왕국을 세웠고, 점점 세력을 펼쳤다.
곳곳에 거신 도시와 마을이 생겨났으며, 토착민이던 수인족들을 규합하고, 대수림을 개척해 거대 왕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수많은 개척촌과 왕국을 오가는 상단이 생겨나고 괴수로부터 상단을 보호할 용병들도 생겨난 것이다.
두 남매가 암 드로운과 알리사를 만난 건 행운이다.
목숨을 구하기도 했고, 나를 만났으니까.
지금 두 사람이 입은 거신 갑옷은 그냥 단순히 단단한 갑옷은 아니었다.
갑옷에 수많은 고대 거신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것은 갑옷의 방어력을 몇 배로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지금 갈라그란트가 입은 갑옷은 동작을 민첩하게 해주는 기능과 힘이 늘어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갈라그란트는 거신 갑옷만 입고 있어도 실력이 오르는 것이다.
물론 거신 갑옷의 기능을 쓰기 위해선 마나가 당연히 필요하고.
그래도 오늘은 두 거신 남매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에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거신 마법사의 존재는 비밀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더 성장해야 했지만.
거대 비공정을 만드는 라스칼의 공방으로 향했다.
“비공정 완성은 멀었지?”
“타일러여!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나도 알아. 괴수 부산물이 필요하면 말하고.”
“어제 가져온 것으로 당분간은 괜찮다.”
오크 차원 원정을 다녀오면서 잡은 수많은 괴수 부산물을 이곳에 모두 털어 넣어야 했다.
그만큼 거대 비공정은 괴수 부산물이 많이 든다.
“그런데 왜 여러 군데서 작업하는 거야?”
“비공정이 너무 커서 12개로 나눠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쉽게 분해와 조립을 할 수 있도록 제작 중이지.”
“아! 그것까지 생각하다니, 잘했어.”
이건 나를 위한 배려였다.
내 인형의 집에 넣을 수 있는 무게는 마법인형이 들 수 있는 무게를 초과할 수 없었다.
드라우켄과 암 드로운이 있었지만, 거대 비공정은 너무 무거워 한 번에 인형의 집에 넣을 순 없었다.
그러나 12개로 나눌 수 있으면, 몇 번 왕복해 넣을 수 있었다.
내가 거대 비공정을 만드는 이유는 있었다.
갑판 위에 기간트를 배치해 대수림 하늘에서 괴수와 싸울 수 있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럼 비공정을 숨기기 위해 대수림 아래로 비행할 필요도 없었고, 사냥도 더 편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2개로 분해해 인형의 집에 넣을 수 있으면 장벽 안에서도 쓸 수 있었다!
초거대 기간트와 기간트 군단, 초거대 비공정, 거기에 오크 해병대까지 배치한다면, 정말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다.
난 병력이 적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앞서가야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래 5년만 버티자.
늦은 밤 오랜만에 군주와 기사가 모닥불에 앉았다.
암 드로운에게 물었다.
“저쪽 세상에서 모험하니까 기분이 어때?”
“처음엔 그저 주군께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거신들을 만나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그들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뭔가 자유로움도 느껴졌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암 드로운의 상태를 살폈다.
아무래도 자동인형이 나와 멀리 오랫동안 떨어지면, 독립성이 강해지는 것 같았다.
운명의 실타래도 약해지고.
내가 죽으면 마법인형들도 사라지는 거겠지?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사역 된 언데드가 사라지듯이.
그러니 난 오래 살아야 했다.
그리고 마법인형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다.
암 드로운의 팔을 주먹으로 쳤다.
퉁!
“아무튼, 난 네가 돌아와서 기쁘다.”
“저도 기쁩니다. 주군!”
암 드로운이 날 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늘은 그만 쉬어야겠다.
내일부턴 다시 오크와 엘프를 데리고 대이주를 떠나야 했으니까.
***
[아리칸 왕국 장벽 관문]드르르륵!
마지막 세 번째 관문이 올라가고 기간트들이 앞으로 나왔다.
[허억!] [뭐, 뭐야?]관문에서 나온 기간트 기사들이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기간트 해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뭐해? 난 타일러 후작이다! 여기 있는 이계 난민들을 통과해 내 영지로 가려 한다. 어서 헥토르 사령관님께 연락해라.”
[아, 알겠습니다.]기간트 기사는 서둘러 관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놀랄 수밖에 없겠지.
지금 관문 앞에 오크와 엘프가 우글우글했으니까.
잠시 후.
헥토르 후작의 부관인 나이엘 대령이 도착했고, 우린 장벽을 통과했다.
통과하는 데만 해도 온종일 걸릴 것이다.
난 기사들에게 이곳을 맡기고, 곧바로 헥토르 후작을 찾아갔다.
***
[아리칸 장벽 사령관실]“타일러 후작! 어서 오시오.”
“오랜만입니다. 헥토르 후작님.”
헥토르 후작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난리요?”
“모두 제 영지민들입니다.”
“허허! 오크 숫자가 엄청나던데, 대체 어디서 데려온 것이오?”
“오크 차원으로 넘어가 살아남은 오크를 모두 데리고 왔습니다.”
“허허! 타일러 경의 추진력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겠군요. 저 많은 오크가 병사가 된다면······.”
헥토르 후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타일러 경이 우리 동맹이라 다행이오.”
“모두 다 병사는 아닙니다. 아이들과 노인, 여자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대륙에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셨소. 내가 보기엔 타일러 경은 그냥 한 지역의 영주로 끝낼 분은 아니시오.”
“큰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영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니 영주가 끝이 아닐 겁니다.”
헥토르 후작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궁금한 일이 있어서 급히 왔습니다.”
“혹시 아베르크 황궁 일 때문이오?”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갑자기 헬다임 장벽 사령관이 저를 배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리석군.”
헥토르 후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짐작하고 있듯이 아베르크 황궁에 변고가 생겼소. 케인 황제가 병환으로 몸져누웠고, 후계자들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소.”
“병환이요? 마지막으로 봤을 땐, 건강하셨는데······.”
“케인 황제의 나이가 일흔이 넘었소. 노인의 건강은 알 수 없는 법이지요.”
그래도 이상했다.
아리칸 전선에 파견되기 전에 황제의 모습을 직접 봤다.
걸음걸이도 힘차고, 허리도 꼿꼿했다.
분명 뭔가 의심스러웠다.
“어느 쪽이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엔 아직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쏠리진 않은 것 같소. 프란 오르도 황태자와 추밀원장이 주축이 된 세력은 수도와 황궁, 헬다임 장벽을 장악했고, 1군단과 서부군이 지지하고 있다고 들었소. 2군단과 남부군, 남부 대다수 영지는 호엘 삼황자를 지지하고 있고, 특이하게 시안 황자는 5군단과 공군 말고는 특별히 지지하는 세력이 없는데도 비공정 때문인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소. 3군단과 4군단, 동부군은 가디언 제국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거고.”
“상황이 복잡하군요.”
“복잡할 건 없는 것 같소만. 난 누가 이길지 알 것 같소.”
헥토르 후작은 자기 생각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이길 것 같습니까?”
“그야 타일러 경이 밀어주는 쪽이 이기지 않겠소?”
“네? 절 너무 높이 평가하시는군요.”
“겉으로 드러난 전력이야, 기간트 20기 정도와 비공정 2척뿐이지만. 그게 아닌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소? 지금 저 밖에 있는 오크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헥토르 후작이 살짝 몸을 떨었다.
난 피식 웃어줬다.
“하지만 전 후계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습니다.”
“과연 저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소? 모르긴 몰라도 발레리온 영지에 이미 타일러 경과 손잡기 위해 사람을 보냈을 것이오.”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내 영지에 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난 가디언 제국과 전쟁도 아니고, 후계 싸움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날 건들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