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41)
141. 차도살인.
먼저 기간트와 거신들을 비공정에서 내리고 바로 기간트 공방으로 보냈다.
기사들의 기간트는 정비가 필요했고, 거신들의 갑옷은 장갑을 추가하고 투구를 기간트처럼 개조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난 비공정을 선착장에 대고, 1군단 소속 비공정 앞으로 이동했다.
‘역시, 조금이라도 나중에 만들어진 비공정이 좋구나.’
생김새는 기존에 만들어진 공군의 비공정과 똑같았지만, 1군단 비공정은 후면에 프로펠러 크기가 더 컸고, 프로펠러 위치가 내 비공정과 비슷했다.
아무래도 아리칸 전선에서 내 비공정의 성능을 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만든 것 같았다.
황태자가 할데가르 기간트 공방과 추밀원의 기술국을 장악했으니, 기간트 생산과 비공정 개발도 앞서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태자가 유리해지겠어.’
난 아래로 내려갔다.
프레디 시장이 타워 선착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영주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프레디 시장이 더하겠지. 오크 이주 작업은 잘 진행 중인가?”
“제니퍼 베르가니 시장이 맡아서 잘하고 있습니다.”
“응? 제니퍼 시장이라고? 자네 부인은 발레리온 시의 도시계획 담당이 아닌가?”
“이번에 제니퍼가 베르가니 시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영주님이 없으니, 누군가 명령을 내려야 말을 듣지 않겠습니까.”
“너무 가족끼리 다 해 먹는 거 아닌가?”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빨리 책임자를 임명해 주십시오. 제 몸에서 홀아비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살짝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마에 주름과 머리에 새치도 늘어난 것 같다.
조금 미안했다.
“쉬엄쉬엄하게. 몸도 좀 챙기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쉴 틈이 없습니다. 일이 몇 년 치는 밀려 있습니다.”
“몇 년?”
영지를 얻었다고 끝이 아니었다.
기사들만 있으면 알아서 굴러갈 줄 알았는데······.
“그리고 오크와 엘프 이주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석 달 전부터 난민 기지에서 마석 판매 금화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 알아. 일단 다음 달부턴 아리칸 왕국에서 금화가 좀 들어올 거야. 그리고 부족한 건······.”
마석도 얼마 남지 않았고, 괴수 부산물도 거대 비공정을 만드는데 다 주고 왔다.
마르지 않을 것 같던 인형의 집도 텅텅 비었다.
기간트 생산과 수리, 오리지널 기간트 제작, 그리고 초대형 기간트와 초대형 비공정까지 괴수 부산물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기간트를 좀 팔까?
기간트와 마장기, 타이탄은 여유가 있었다.
아니면 비행석을 팔아?
아니야! 비행석은 전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였다.
그러니 아무리 궁해도 팔아선 안 된다.
‘일단 돈을 벌어야겠군.’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 영지가 안정되면 알아서 금화가 들어올 거야.
지금은 벌인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다.
“그리고 손님이 와 계십니다.”
“알아. 황태자 쪽과 시안 황자 쪽이겠지.”
“맞습니다. 누구부터 만나 보시겠습니까?”
“선물이나 금화를 가져온 쪽이 있나?”
“아니 없습니다.”
“참!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와 프레디가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 때 금화를 왕창 안겨준다면, 혹시 아는가?
마음이 움직일지.
“황태자 측과 먼저 만나보지.”
“네! 영주관으로 모시겠습니다.”
난 프레디 시장과 영주관으로 향했다.
***
“오랜만입니다. 타일러 영주님.”
“어서 오시오. 마이클 준장.”
아리칸 왕국 전선에서 안면을 튼 1군단의 참모가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셨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프란 황태자께서 다른 영지는 몰라도 발레리온 영지의 타일러 영주님은 반드시 만나 뵙고 오라고 하셨기에 기다렸습니다.”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황태자께서 하찮은 저희 영지를 생각해 주시는군요.”
“하찮다니요. 비공정도 2척이나 있고, 기간트 기사들의 능력도 뛰어나고, 오리지널 기간트도 4기나 보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오크까지 병사로 부리시니, 이제 발레리온 영지는 북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시지요.”
아리칸 전쟁에 참여한 병력은 고스란히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니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것은 분명했다.
“그럼, 여기까지 오신 이유를 들어볼까요?”
“이미 제국의 상황은 아실 테니,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프란 황태자께선 인재를 귀히 여기십니다. 그리고 타일러 후작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그러니 황태자 전하의 편에 서 주십시오.”
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이클 경의 말이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소. 하지만 난 후계 싸움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소.”
“싸움에 끼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영지에 계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이미 황태자 전하를 따르는 세력은 많이 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니, 내가 원하는 것이군요.”
괜히 걱정했네.
황태자는 내가 시안 황자 측에 설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중립이라면 누구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럼 그만 자물쇠를 풀어주시오.”
“무슨 말씀이신지?”
“장벽 관문 말이오. 매러덕 사령관이 이계 난민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들었소. 아시다시피 이계 난민들은 모두 제 영지민들이오. 이제 중립을 지키기로 약속했으니, 통행을 풀어 주시오.”
마이클 준장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말씀은 드리겠지만,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내가 중립을 지키기로 했는데도?”
“황태자 전하와 윗분들은 혹시나 타일러 영주께서 시안 황자의 편에 설까 걱정하십니다. 타일러 후작님께서 윌리엄 공군 원수와 워낙 막역한 사이가 아닙니까. 그래서 일종의 보험을 든 것입니다.”
“보험이 아니라 내 숨통을 막고 있는 것이오. 대수림에 오가야 괴수를 잡고 부산물을 얻어 금화를 벌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난민 기지의 영지민에 식량도 공급해야 하고요.”
“길어야 1, 2년일 겁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있으면 황태자께서 황제 자리에 등극하실 거고. 모든 상황은 종료될 겁니다. 그리고 식량 문제는 제가 매러덕 장벽 사령관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조금 짜증이 나긴 했다.
이건 회유가 아니라 협박이었다.
만약 내가 시안 황자 편에 서면, 대수림의 난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무슨 말인지 알겠소.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그만 일어나 보시오.”
마이클 준장이 일어섰다.
“대세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영지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심히 가시오.”
마이클이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협박을 받았지만, 당장 병력을 내놓으라는 말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참을 만했다.
난민 기지 문제야 당분간 아리칸 왕국의 관문을 이용하면 되고.
잠시 후.
시안 황자의 사람이 들어왔다.
역시나 아는 얼굴이었다.
“찰스 정보국장께선 이제 완전히 시안 황자 쪽으로 라인을 잡은 것이오?”
“이제 전 정보국장이 아닙니다.”
“······?”
“얼마 전에 잘렸습니다. 지금은 공군 소속 참모일 뿐입니다.”
보로스 추밀원장이 포지션이 애매한 찰스 정보국장을 정보국에 그대로 놓아둘 리가 없었다.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혔을 거고, 찰스 국장은 윌리엄 사령관에게 붙은 것이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소?”
“시안 황자님께 힘을 빌려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지금 제국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수도에선 연일 황태자와 삼황자 세력이 싸움을 벌이고 있고, 가디언 제국은 우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시안 황자밖에 없습니다.”
난 피식 웃었다.
“우리끼리 꼭 그렇게 말해야겠소? 그냥 터놓고 합시다.”
“아! 그런가요.”
찰스 참모도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수도는 이미 황태자가 장악했다고 들었소.”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만, 삼황자를 따르는 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매일 암살이 벌어지고, 집단 난투극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아직 기간트를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난 고개를 흔들었다.
“강대한 적이 바로 옆에서 노리고 있는데, 후계 싸움이라니.”
“하지만 시안 황자께선 나서지 않고 오로지 가디언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동부 전선에선 시안 황자의 인기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가디언 제국의 루이스 사황자가 썼던 방법이군.”
“맞습니다. 병력을 움직일 수가 없을 뿐이지. 제국의 병력 절반이 동부 전선에 있습니다.”
세력이 없으니, 세력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단숨에 군부의 세력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몇 년을 고생하며 전선에서 구르고 공을 세웠기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시안 황자는 아직 명성이 약했다.
“물론 단숨에 시안 황자의 인기를 루이스 황자만큼 올릴 순 없겠지요. 하지만 아베르크 제국의 영웅인 타일러 후작께서 함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제가 제국의 영웅이라고요?”
“이미 아실 텐데요. 적진에서 시안 황자 저하의 목숨을 구했고, 황궁에선 케인 황제 폐하의 목숨을 구했지요. 그리고 대수림에서 재앙급 괴수를 잡아 아군의 피해를 줄였고, 엘프 차원에서 수많은 괴수의 포위를 뚫고, 아군을 구했으며, 이번에 아리칸 왕국 전선에서 보여준 무용담은 이미 제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그것 말고도 타일러 후작께서 하신 일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제국을 위해서 참 많은 일을 하긴 했다.
이데아 발굴지에서도 가디언 제국과 평화 협정을 맺기도 했고, 하수도를 이용해 황궁을 먼저 발굴해 거신 갑옷을 대량으로 찾아낸 일등 공신이기도 했다.
“일부러 내 소문을 흘리는 거요?”
“그냥 있었던 일들이 자연스레 알려지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소문보다 더 많은 일을 하셨지 않습니까.”
“미안하지만, 난 후계 싸움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지금도 저렇게 날 감시하고 있는데, 내가 나서면 제일 먼저 얻을 맞을 거요.”
“지금 당장 시안 황자의 편에서 싸우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미 시안 황자 전하와 타일러 경이 함께 싸운 일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윌리엄 원수님과 많은 일을 함께하셨기에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타일러 경께서 이미 우리 쪽 사람인 줄 알고 있습니다.”
하긴 내가 가만히 있어도 이미 지나온 발자취가 윌리엄 원수와 시안 황자와 이어져 있었으니, 황태자가 날 견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내가 대답이 없자, 찰스 국장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 당연히 대가는 있습니다.”
“들어나 봅시다.”
“만약 시안 황자께서 황제가 되시면 헬다임 장벽 사령관 자리를 약속하셨습니다.”
속으로 살짝 놀랐다.
장벽 사령관 자리는 제국의 실세였다.
대수림의 전진 기지를 관리하고, 장벽을 넘어오는 모든 부산물과 마석을 관리하는 중책.
하긴 그 자리는 내가 제격이긴 하지.
많이 해먹을 수 있는 자리기도 하고.
군침이 나지만 덥석 물진 않았다.
“지금 당장 답을 해줄 순 없을 것 같소.”
“저도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은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그때 딱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머리를 칠 생각인가?
속셈은 모르겠지만, 시안 황자도 황제가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부 전선에 모여 있는 병력의 지지를 받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고.
“그리고 타일러 경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찰스 공군 참모가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제가 정보국에서 잘리기 전에 수집한 따끈한 정보입니다.”
선물을 열어봤다.
그 안엔 록체스터 대영지의 병력 규모와 위치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그런데 꽤 많은 병력이 헬다임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남쪽 영지인 에일 영지와 인접한 발루아 영지에 록체스터 대영지의 병력과 다른 북부 영지들의 병력이 계속 집결하고 있었다.
게다가 황제가 약속한 비공정은 8척이었는데, 이번에 지급한 비공정은 10척이나 됐다.
“록체스터 대영지가 황태자 쪽으로 넘어간 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록체스터 가문은 오래전부터 중립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영지를 노리는 포석인데?”
아! 내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선 내 뒤통수를 칠 생각이구나.
그것도 자신들은 전혀 나서지 않고,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록체스터 가문을 이용해서.
‘차도살인이라······.’
황태자 곁에 그래도 머리 좋은 놈이 있군.
보로스 추밀원장인가?
“어떠십니까? 제가 가져온 선물이?”
“아주 좋은 선물이긴 하군요. 그런데 이거 하나만 달랑 주기엔 민망하지 않습니까? 병력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저희 병력은 지금 동부 전선에 있습니다. 그리고 영지전에 병력을 투입하면, 황태자 쪽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록체스터 가문은 돈이 아주 많겠지요?”
“네? 당연합니다. 북부 제일의 대영지가 아닙니까.”
왠지 큰 돈을 벌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