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2)
172. 일등공신.
“끼이이아악!”
“응?”
운명의 실타래가 끊어지는 느낌에 비공정 위를 올려다보았다.
“괴조가 당하고 있어요!”
에테나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렸다.
“허! 지독한 새끼들!”
소형 비공정 두 척에서 뛰어든 강습 마장기 4기가 괴조인형 위에 올라타 공격하고 있었다.
앞서 십여 기가 지상으로 떨어지거나 비공정 위로 추락했다.
몇 명은 창에 찔려 즉사하기도 했고.
하지만 기어이 강습 마장기들이 괴조인형의 등에 올라 피부를 마구 찌르고, 날개를 찢고 있었다.
괴조인형이 위험했다.
‘괴조인형이 좀 더 활약하면 좋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인형의 집으로!
애써 올린 레벨을 초기화할 순 없지.
괴조인형이 사라지가 공중에 떠 있던 강습 마장기들이 추락했다.
역시 낙하 장치 같은 건 없었다.
“크헛!”
“으아악!”
쿵! 쿵! 콰직! 푸욱!
운이 좋은 둘은 갑판에 떨어졌지만, 운이 나쁜 둘은 날카로운 창 위에 떨어져 몸이 둘로 나뉘었다.
물론 갑판에 떨어진 강습 마장기는 강습 기간트들이 달려가 처리했다.
인형의 집을 열었더니 괴조 인형과 연결된 실이 거의 절반이나 잘렸다.
오늘 무리하긴 했지.
난 슬쩍 서쪽 하늘을 쳐다봤다.
날렵한 지휘 비공정이 보였다.
‘윌리엄도 충분히 봤겠지?’
괴조인형을 이렇게 대 놓고 보여준 이유는 적을 혼란스럽게 하고, 안드레아스에게 총공격을 강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저들은 불나방처럼 내게 달려왔고, 저들의 장점인 강습 마장기 기사를 절반 이상 죽였다.
그리고 괴조인형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 또 하나는 윌리엄 총사령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약속은 잘 지키는 양반이지만, 완전히 믿을 순 없지.’
그동안 보아온 윌리엄 사령관과 시안 황자의 약속은 대체로 믿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공왕의 자리는 황제만이 줄 수 있는 자리였다.
시안 황자가 황태자를 죽이고, 쿠데타에 성공해 황제가 되었다면, 일은 쉽게 끝났을 거다.
하지만 황태자는 진짜 반역자였고, 병환으로 몸져누웠던 케인 황제가 건강을 찾았다.
황태자는 숙청됐고, 시안 황자는 자기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거의 유일한 후계자가 됐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문제는 케인 황제가 나와 윌리엄, 시안 황자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케인은 역대 황제 중에서 그래도 무난한 축에 속했지만, 권력을 나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 환갑이 넘어서도 황자들에게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고, 오히려 세력을 비슷하게 나눠줘서 서로 경쟁하게 하여, 자신이 황제 자리에 더 오래 앉을 수 있도록 뒤에서 조종했다.
황태자의 나이가 이미 마흔이 넘었으니, 조바심이 날만도 했다.
그러니 이렇게 비대칭 전력인 내 힘을 제대로 더 보여줘야, 윌리엄과 시안 황자가 적극적으로 황제를 설득할 것이 아닌가!
‘이런 개고생을 하는데, 공왕 자리는 얻어야지.’
날 사냥개로 봤다간 정말 사납게 거기를 물리는 수가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전방으로 고개를 돌려 전장을 살폈다.
가디언 제국의 주력인 중형 비공정은 아직도 많았지만, 우리 드워프 포병들이 열심히 싸워주고 있었기에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저들의 중형 비공정은 우리 중형 비공정보다 조금 느렸다.
그러니 도망친다고 해도 곧 뒤를 잡히고 드워프 대포에 허물어졌다.
쿠웅!
에테나가 뒤를 가리켰다.
“비공정 한 대가 뒤에 붙었습니다.”
“그래?”
사방을 감시 중이었지만, 거대 비공정 하부를 돌아서 왔는지 비공정이 접근하는 것도 몰랐다.
“저기다!”
“타일러 후작을 죽여라!”
강습 마장기 10기와 병사들이 내가 있는 선미 갑판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선미 갑판 앞엔 강습 기간트가 대기 중이었다.
에테나가 기간트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기사들은 후미에 적을 소탕하라!”
“네!”
강습 기간트 30기가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중형 비공정 한 척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것이 최후의 공격인 것 같다.
“헉! 타일러님! 저기 중형 비공정이 3척이 이쪽으로 돌격해 옵니다!”
“뭐?”
에테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좌현 45도 방향에서 3척의 중형 비공정이 이 거대 비공정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미친! 자살 특공대야?”
마장기가 10대나 있는 묵직한 비공정이었다.
그런 비공정이 3척이나 갑판에 떨어진다면, 구멍이 뻥 뚫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선체를 공중으로 띄우는 비행석 장치도 상당히 손상될 수 있었고, 재수 없으면 추락할 수도 있었다.
“발리스타를 쏴라!”
발리스타가 거대 화살을 쏘았다.
쉐엑! 쉐엑!
쾅! 쾅!
하지만 선체에 박혔다.
“프로펠러를 쏘란 말이다!”
쉐엑! 퍼엉!
3미터의 화살에 프로펠러를 맞은 비공정 하나가 기울어지며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2척은 계속 날아왔다.
“하드 스타보드!”
“하드 스타보드!”
촤르르르르르!
엘프 항해사가 우현으로 키를 최대한 돌렸다.
그러자 메인 프로펠러가 맹렬히 회전하며 배를 우현으로 크게 선회시켰다.
하지만 거대 비공정은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때였다!
펑! 퍼퍼펑!
드워프 비공정 두 척이 앞을 막고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좋아! 계속 쏴라! 떨어트려!”
쾅! 콰쾅! 쾅!
포탄에 맞은 한 척이 화염에 휩싸이며 지상으로 급강하했다.
이제 남은 건 한 척!
펑! 펑!
콰앙!
“됐다! 맞았어!”
마지막 비공정의 프로펠러가 손상됐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두 드워프 비공정 사이를 지나 기어이 좌현 갑판으로 곤두박질쳤다!
“꽉! 잡아라!”
“충격에 대비하라!”
위이이이잉! 쾅!
콰콰콰쾅! 쿠쿠쿵!
45도로 박힌 중형 비공정은 기어이 좌현 갑판 끝에 추락했고, 좌현 메인 프로펠러를 셋이나 박살 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쪽 갑판을 5미터나 휩쓸면서 구멍을 뚫고 곧장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정중앙에 박혔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휴우! 역시 어서 내 비공정을 완성해야 해!’
난민 기지에서 만들고 있는 초거대 비공정을 하루빨리 완성해야 했다.
그 비공정은 갑판까지 괴수 부산물로 만들고 있었기에 기간트가 치고받고 싸워도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타일러님! 놈들이 후퇴해요.”
에테나가 소리쳤다.
나도 안다. 보고 있었으니까.
안드레아스가 계속 들이받아 주면 좋겠지만, 공중에선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
그러니 저렇게 도망치지.
에테나가 물었다.
“추격할까요?”
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지금 상태론 힘들어.”
좌측의 메인 프로펠러가 셋이나 부서졌다.
가뜩이나 속도도 느린데, 지금 상태론 놈들을 쫓을 순 없었다.
그리고 괴조인형도 상처를 치료하고 운명의 실을 더 연결해야 했기에 당장 쓸 순 없었다.
‘중형 비공정이 30여 척이라······.’
지금 저 멀리 후퇴하는 가디언 제국군의 중형 비공정 숫자를 대충 셌다.
그럼 오늘 저들의 중형 비공정과 강습 마장기를 70%나 줄였다는 뜻이었다.
소형 비공정은 60여 척 정도 달아났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그러니 전투는 대승이었다.
“모두 기함 주변으로 집결하라고 해!”
“네!”
공중에선 우리가 승리했다.
하지만 지상은 아직도 전투 중이었다.
후퇴한 안드레아스가 지금도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들의 비공정에 마장기가 가득 있었지만, 120여 척의 우리 비공정엔 기간트가 한 대도 없었다.
지상군에 기간트와 기사가 한참 부족한 상황에서 비공정에 기간트까지 태울 순 없었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우린 비공정에 기간트 싣기는 포기하고 지상을 밀어내기 위해서 총력전을 벌였다.
하늘은 150기의 강습 기간트와 일부 병력만 추가됐고, 나머진 오로지 오크 해병대, 드워프 포병대, 엘프 항해사와 궁수들만으로 싸운 것이었다.
난 지상의 상황을 다시 살폈다.
저들의 비공정이 후퇴하자, 사기가 오른 우리 기간트가 가디언의 마장기를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었다.
특히 아리칸의 크루세이더 기사단의 활약이 컸다.
다만 아직도 마장기 숫자가 기간트보다 더 많았기에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진 미지수였다.
“저들의 후방에 기간트를 내릴 준비를 해라!”
에테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린 기간트 없는데요?”
“나도 알아. 우리 기사들도 속을 수 있게 진짜로 후방에 병력을 내리는 척을 하란 말이야.”
“그럼 지금 싸우고 있는 가디언 제국의 기사들이 속을까요?”
“우리가 속게끔 만들어야지!”
“네!”
우리 비공정이 차례로 고도를 낮췄다.
그리고 저들의 후미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바로 효과가 나왔다.
“오오! 타일러님 저들이 후퇴합니다!”
마장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다 후퇴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앞쪽 대열에 선 마장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몰려드는 기간트를 필사적으로 막았고, 뒤쪽에 마장기가 후퇴할 시간을 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적이지만, 진짜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이겼다!] [적들을 몰아냈다!] [와아아아아!]승리의 함성이 20여 년 만에 이베리아 평원에 다시 울려 퍼졌다.
“자! 시간이 없다! 드워프 비공정에 우리 기사들만 태우고 남쪽 크웰강으로 이동한다.”
“또요?”
“그래, 서둘러야 해! 북쪽 도시 컨야드까지 가야 하거든.”
오늘 전장을 두 군데나 더 돌아야 했다.
***
[이베리아 평원 렌스크 시]이틀 사이로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뀐 도시는 의외로 평화로웠다.
가디언 제국은 이곳을 쉽게 장악했고, 이제 자신들의 도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빼앗길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다시 제 주인을 찾은 아베르크 제국 공군 본부 착륙장에 비공정이 내려앉았다.
“어서 오시오! 타일러 사령관!”
“고생하셨습니다.”
윌리엄 총사령관과 시안 황자까지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마르틴 국왕과 각 군단장도 보이고.
난 북부 도시 컨야드에 주둔했던 가디언 제국군까지 몰아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니 저리 마중까지 나온 것이지.
윌리엄 총사령관이 말했다.
“일단 다들 안으로 들어갑시다.”
우린 회의실로 들어갔다.
커널 대령이 현재 전선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가디언 제국군의 비공정은 모두 카불 요새까지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본대와 남부의 병력 역시 국경 도시를 모두 포기하고, 카불 요새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침략당한 영토를 거의 회복한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오오! 놈들을 막았다!”
“와아아!”
지휘관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단 이틀 만에 전선 상황이 역전됐다.
세 군데 전선에 벌어진 전투는 모두 아베르크 제국군이 승리했고, 가디언 제국군은 도시에서 농성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국경을 넘어 가디언 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윌리엄 총사령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열심히 싸워주었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준 타일러 사령관께 감사하오. 이번 전투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타일러 사령관이오.”
“맞습니다!”
“저들의 비공정을 격파하고, 빈 비공정으로 저들의 눈을 속였으니, 당연히 일등공신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냥 가만히 환호를 받았다.
말로만 하는 칭찬 따위는 내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난 눈에 보이는 이익을 원했고, 그건 이 전쟁이 끝나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은 이미 끝났다.
윌리엄 총사령관이 지휘관들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우리가 대승을 거뒀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오. 저들이 병력을 국경에 집결시키고 있으니, 대비해야 할 것이오.”
“타일러 사령관님의 불을 뿜는 비공정도 있으니, 이대로 공격해 저들의 비공정을 몰아붙이고, 카불 요새를 점령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들의 수도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합니다.”
“맞습니다. 지금 우리 군은 기세가 높습니다. 이참에 가디언 제국으로 진군해 저들의 영토를 가져와야 합니다.”
지휘관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이미 내가 저들의 비공정과 강습 마장기 전력 70%를 줄였기에 더는 하늘에서 끌려다닐 필요가 없었다.
이대로 가디언 제국의 국경을 넘어 공격한다면, 계속 밀어붙일 수 있었고, 잘만 하면 가디언 서부 일대의 도시와 영토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때 마르틴 국왕이 손을 들었다.
“우리 아리칸 왕국의 비공정과 기사들은 그만 돌아가 보겠소.”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가디언 제국군이 물러갔으니, 전쟁을 그만하겠다는 말이오.”
윌리엄 총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일제히 마르틴 국왕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