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7)
177. 이렇게 또 앞서가는군.
아쉽게도 헬다임 장벽 사령관 자리는 물 건너갔다.
그 자리는 시안 오르도가 황제에 앉으면 주기로 했기에 시간이 더 걸렸다.
대신 장벽 사령관 자리는 윌리엄 총사령관의 작전 참모였던 커널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며, 부임했다.
나와는 카야킨 전진 기지 사령관 시절부터 함께 했고 꽤 친분이 있었기에 나쁠 건 없었다.
그리고 찰스 그레빌 전 정보국장은 추밀원장 자리에 앉았다.
이로써 아베르크 제국의 주요 자리는 모두 시안 황자의 측근으로 꽉 채워졌다.
그 이후로도 계속 지루한 논공행상이 이어졌다.
각 군과 군단장들에게도 작위가 내려졌고, 동부와 남부에 영지를 하사했다.
그리고.
“개리 해링턴 빈스 백작에게 후작의 작위를 내리고, 향후 5년간 바이마르 대영지의 관리를 맡긴다.”
개리 백작의 몸이 좋지 않았기에 블리언 남작이 대신 참석해 받았다.
기한을 5년으로 제안한 것이 좀 찝찝하긴 했지만, 일단은 블리언이 대영지의 관리를 맡았기에 내 세력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3시간가량 이어진 논공행상 자리가 끝나고, 대연회가 시작됐다.
황실과 귀족, 군부까지 높은 사람은 전부 모이는 자리였기에 그 인파가 천여 명에 달했다.
황제가 퇴장하기 전에 자신의 딸과 내게 다가왔다.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타일러 공작, 이쪽은 내 딸인 아리엘 오르도네. 서로 알고 지내면 좋을 거야. 또 아나? 그대가 내 사위가 될지도 모르지.”
“······?”
“난 먼저 들어가 보겠네. 연회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야지.”
“들어가십시오.”
케인 황제는 무거운 왕관을 벗고, 호위 기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연회장을 떠났다.
우린 황제가 연회장을 나갈 때까지 지켜봐야 했다.
황제가 나가자, 아리엘 오르도에게 가슴에 주먹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아리엘 황녀 저하를 뵈옵니다.”
“이제 대공이시니, 황제 폐하와 시안 전하께만 예를 취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 황족은 가벼운 묵례면 충분하지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황제 폐하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이혼한 딸이 보기 싫어서 그냥 여기저기 찔러보는 거니까요.”
난 이미 그녀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부의 대귀족이자, 기간트 생산 공방이 있는 로드니 공작 가문에 시집을 갔다.
켈링턴 로드니 공작의 장남이자, 장차 로드니 대영지를 이어받을 카엘 로드니 백작이 그의 남편이었다.
그런데 카엘 백작에겐 크나큰 단점이 하나 있었다.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의 옆에는 항상 남자 애인들이 많았고, 아리엘 황녀는 뜻하지 않은 생과부가 되었다.
그녀가 이혼한 이유는 카엘 백작이 말에서 떨어져 하반신 불구가 됐기 때문이었다.
대를 잇지 못하는 후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차남이 후계자로 올라섰고, 카엘은 뒷방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가 대를 잇지 못하면 황녀가 로드니 가문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황태자 주도로 그녀는 이혼하게 되었고 다시 황궁으로 돌아와 조용히 살고 있었다.
“대공 저하의 주변엔 미인들이 많네요. 영웅은 자고로 많은 미인을 거느린다고 하더니, 정말이네요.”
아리엘 황녀는 나를 따라온 미녀 군단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녀도 미인이긴 했지만, 엘프와 견줄 순 없었다.
나도 그냥 미소를 지어 주었다.
“여자들을 조심하세요. 어떻게든 타일러 저하와 혼담을 성사시키려고 안달이니까.”
“충고 고맙습니다.”
나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주변 여자들의 시선이 온통 이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럼 시간 되세요.”
아리엘 6황녀는 내게 묵례를 하곤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 주변의 여자들이 하나둘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난 재빨리 미녀 군단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여자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지금 다가오면 확 비교가 될 테니까.
“타일러 대공 저하. 경하드립니다.”
“오셨습니까. 찰스 추밀원장.”
찰스 그레빌 추밀원장이 말끔한 검정 연회복 차림으로 다가왔다.
찰스 그레빌은 정보국장에서 잘리더니, 보리스 추밀원장이 목이 잘리고 그 후임으로 임명됐다.
시안 황자가 후계자에 오르고, 윌리엄 원수가 득세하니, 가까운 사람을 앉힌 것이지만, 여전히 나와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전엔 아무 자리도 아니었다면, 이젠 황제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도 말을 높였다.
“정보국장 자리엔 누굴 앉히실 겁니까?”
“글쎄요.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민입니다. 웬만큼 쓸모 있는 자들은 이번에 다 휩쓸려 갔으니까요.”
황태자와 전 추밀원장을 따르던 세력이 많았기에 인재의 공백기가 생긴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다니엘 소장을 추천합니다.”
“나쁘진 않군요. 시안 황자님 라인이니 임명에 무리도 없을 거고. 대공께서 따로 추천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엘프 차원 원정 때 보니까. 머리도 좋고, 나름 공정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이왕이면 함께 전장에서 구르던 사이가 낫지 않겠습니까?”
“하하!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찰스 추밀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날 암살하려는 계획은 없습니까?”
“네?”
찰스 추밀원장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감히 그런 생각을 가진단 말입니까.”
“누군가에겐 입안의 가시가 된 것 같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타일러 대공을 상대로 대 놓고 일을 벌일 사람은 없습니다.”
“숨어선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사람 속마음을 어찌 다 알겠습니까. 다만 제가 주도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차라리 옷을 벗고 말지.”
피식 웃어줬다.
찰스 추밀원장은 정보국장 시절부터 한쪽 라인에 살짝 걸치긴 했어도 완전히 넘어가진 않았다.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거래는 유효합니다.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가져오세요. 저도 그에 맞는 정보를 드릴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벽 가까운 차원 균열에 들어가 보셨더군요.”
“그걸 이제야 아셨습니까? 정보가 너무 부족하군요.”
난 고개를 흔들었다.
찰스 추밀원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휴! 대수림에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도움을 좀 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내가 얻는 게 있어야 정보를 드리지요.”
“그곳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나만 살짝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글쎄요. 아베르크 제국에 해가 되진 않을 겁니다.”
어디 공으로 먹으려고.
“조만간 고급 정보가 생기면 찾아뵙겠습니다.”
“날 찾으려면 대수림으로 와야 할 겁니다. 조금 전에 말한 차원 균열 안에 있을 테니까요.”
“험한 길이 되겠군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차원 균열 같은 것이 제국 내에 생겼단 보고는 듣지 못했습니까?”
“제국 내에 차원 균열이요?”
찰스 추밀원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건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제국 전역을 잘 살피는 게 좋을 겁니다.”
“장벽 너머 제국에 차원 균열이 생긴다는 말입니까?”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차원 균열에선 이계 난민은 나오지만, 괴수들은 나오지 않았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 균열에서 괴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지휘 비공정같이 속도가 빠른 비공정도 있으니, 제국을 순찰하기 좋지 않습니까.”
찰스 추밀원장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타일러 대공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걸 보면, 뭔가 위험의 조짐이 보이신 것 아닙니까?”
“노파심인진 모르겠는데, 아주 좋지 않은 예감입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지금까지 거의 맞았습니다.”
“흠.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정보국에 별도의 감시 기구를 만들고 순찰을 강화하겠습니다.”
“이야기가 통해서 다행입니다.”
내 영지를 순찰하는 일이야 시키면 되지만, 제국 전역을 순찰할 순 없는 일이다.
마르틴 국왕에게도 아리칸 왕국을 자주 살피라고 말해 놓은 상태였다.
찰스 추밀원장이 자리를 옮기자, 갑자기 군단장들과 귀족들이 우르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의 딸들도.
미녀 군단도 소용없었다.
***
연회를 도망치듯 나오고, 거대 비공정으로 향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제 11살밖에 안 된 딸을 데리고 와서 주겠다는 미친놈이었다.
연회장이 아니었다면 주먹을 날려줬을 거다.
비공정에 내리자,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하드립니다. 타일러 대공 저하!”
“경하드립니다. 대공 저하!”
펠릭스 단장과 50명의 기사가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였다.
피식 웃음이 났다.
“벌써 소식이 전해졌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블리언 빈스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경하드립니다. 타일러 대공 저하!”
“블리언, 잘 해주었네.”
“아닙니다. 대공 저하께서 시킨 대로 기간트 공방과 영주성, 각 대도시에 기간트 병력을 파견하고, 테레니스 병사들을 풀어 영지를 안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바이마르 가문의 귀족들과 기사들, 이번에 반란군에 가담한 영주들까지 모두 포박해 수도로 압송했습니다.”
“대영지를 장악하는데 저항은 없었나?”
“네. 펠릭스 단장께서 야간에 기습해서 손쉽게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 격납고에서 기간트 60기와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 1기를 확보했습니다.”
“그래?”
난 블리언 빈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네, 지금 타는 기간트 기종이 뭐지?”
“룩급 기간트입니다.”
“오! 꽤 노력했군. 어때?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탈 수 있겠나?”
블리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좋아.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는 블리언 남작에게 주지. 그리고 기간트 50기를 추가로 줄 테니, 테레니스 영지의 기사들을 추가하게. 그럼 그곳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충! 감사합니다.”
블리언이 내게 경례를 했다.
“그리고 당분간 간 보려고 황실이나 추밀원, 지방 영주들까지 여기저기서 바이마르 대영지를 많이 방문할 거야. 얕잡아 보이다간 그대로 빼앗길 거야. 그러니 확실히 점거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혹시나 황실에서 누가 오면, 내 이름과 가문의 이름을 팔아! 당분간은 먹힐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공정 20척은 놓고 갈 테니까. 영지를 자주 순찰하고, 테레니스 영지와 잘 연계하게. 다시 말하지만, 난 부하는 필요 없어. 세력이 필요하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영지를 안정시키고 반드시 지켜보시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비공정과 기간트는 넘쳐난다.
하지만 기간트에 태울 기사가 부족하니, 비공정과 기간트가 남아돈다.
그러니 일단 이쪽에 조금 밀어주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바보처럼 떠먹여 줘도 지키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날 찾아와라!”
“네. 알겠습니다. 타일러 대공 저하!”
대공 저하라······.
계속 들으니까 뭐, 나쁘진 않네.
난 하얀 악마 기사단과 이제 공국이 된 내 영지로 향했다.
***
[발레리온 공국]도시 크기는 록체스터 대영지보다 작지만, 이곳에 기간트 공방이 있었기에 공국의 수도는 발레리온이었다.
그리고 비공정이 많았기에 영지를 오가는 것에 제약은 없었다.
과거라면 기차를 타도 열흘은 걸리는 넓은 영지가 내 것이 되었고, 난 대공의 작위를 받았다.
물론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발판은 마련한 셈이었다.
“삼촌! 빨리 와봐요!”
이른 아침부터 앨리슨과 에테나에게 납치당했다.
기간트 공방에 도착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하하하! 타일러 저하! 드디어 마석 무전기를 만들었습니다.”
케네스 영감이 자신 있게 말했다.
“오! 힘들 것 같다고 시간을 더 달라고 하더니······.”
“솔직히 말하면 앨리슨이 도와줬습니다.”
“아!”
난 앨리슨을 쳐다보았다.
역시 천재는 곁에 둬야 하는 법이다.
“앨리슨, 잘했다!”
“에이, 할아버지가 다 만들어 놓은 거에 살짝 소스만 뿌린 거예요.”
착한 녀석!
“근데 크기가 좀?”
“크지요.”
큰 정도가 아니었다.
높이가 2미터짜리 책장과 비슷했다.
“가능성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초기 모델이라 그렇습니다. 최대한으로 줄이면 절반 정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큰데?”
“이건 장거리용입니다. 최대 10km까지 가능한 모델이고, 개량하고 마법진을 축소하면, 배낭 크기 정도까진 줄일 순 있을 겁니다. 대신 성능은 2, 3km가 최대일 겁니다.”
“배낭 크기라······.”
무전기가 한 종류일 필요는 없었다.
“그럼 큰 무전기는 비공정에 장착하고, 작은 무전기는 기간트에 장착하면 되겠네.”
앨리슨이 말했다.
“그리고 기간트는 마석 안테나를 머리에 달고, 양쪽 허리에 증폭과 송수신 장치를 연결하면 내부에 장착할 필요가 없지요.”
“그럼 아무 기간트나 다 장착할 수 있는 거네.”
“네, 규격으로 맞춰서 생산하면 당장 모든 기간트나 마장기에 장착할 수도 있고, 고유 마나 주파수를 맞추는 기능이 있어서 부대원들만 따로 통신도 가능합니다.”
“오오! 딱 내가 찾던 그 무전기네.”
기간트 통신 문제도 해결됐다.
그동안은 기간트에 증폭 마법진이 달려 있긴 했지만, 전장같이 주변이 소란스러운 곳에선 명령을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비공정끼리 깃발이나 거울, 램프를 이용했기에 한 번 명령을 내리면, 다시 번복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마석 무전기가 완성되면 실시간 명령이 가능하다!
‘훗! 이렇게 또 앞서가는군.’
케네스 영감이 말했다.
“대수림에선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거리가 확 줄어들 겁니다. 워낙 마나 간섭이 많은 곳이라······.”
“그건 내가 테스트해보지.”
그때 앨리슨이 웃으며 말했다.
“삼촌! 이제 내가 만든 걸 보러 가요.”
“너도 뭘 만들었어?”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해줬다.
“아주 삼촌 마음에 꼭 들 거야!”
천재, 아니 앨리슨이 만든 거라면 당연히 마음에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