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21)
21. 길잡이.
[카야킨 전진 기지 사령관실]시원한 냉기가 나오는 사령관 집무실.
나도 이런 방을 원했는데······.
이래서 계급은 높아야 제맛인가보다.
이렇게 대수림에서 개고생하는 데 헬다임 장벽으로 돌아가면 대위는 달 수 있겠지?
일단 이번 임무만 잘 끝내고 돌아가면, 당분간 집에 틀어박혀서 드워프들과 기간트 연구에 몰두할 생각이었다.
‘근데 왜 안 오는 거야?’
잘 쉬고 있는 날 불러 놓고, 커널 사령관은 아직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틈은 없었다.
[인형의 집]한 평밖에 되지 않은 좁은 구석에서 더그(lv.3) 꼭두각시가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원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지만 마나를 품고 있는 기사여서 그런지 운동신경이 뛰어나 동작을 가르쳐주면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습득했고, 꼭두각시 하루 만에 벌써 검술을 훈련할 정도였다.
녀석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더그를 마법인형으로 만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어제 상처 치료가 끝난 더그를 꼭두각시로 만들자마자, 참지 못하고 영혼 이동 스킬을 사용해봤다.
다행히 영혼 이동은 단번에 성공했고, 한 시간 동안 마나 기사의 몸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은 이 세계의 마나와 헌터의 마나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나 기사의 몸엔 마나홀이 없었다.
처음에 마나홀을 찾다가 없어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하지만 곧 이유를 찾아냈다.
[타일러 빈스(23)] [클래스 – 인형술사(E)] [레벨 – 12] [고유 스킬 – 운명의 실타래(lv.4), 기사회생(lv.3), 영혼 이동(lv.3), 병렬사고(lv.1)] [특수 스킬 – 도약(lv.1)] [마나량 – 1] [인형의 집]‘후후! 내가 이 세계 마나를 느끼다니!’
미소가 지어진다.
몸속에서 마나를 찾을 땐 없더니, 체념하고 더그에게 걷기와 같은 신체 동작을 가르치다가 아주 미세한 마나를 느꼈다.
뭔가 공명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주 잔잔한 호수 중앙에 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수면 전체로 퍼져가며 일렁이는 것처럼, 신체를 움직일 때마다 더그의 피부와 뼈, 근육, 혈관, 혈액, 신경 등 온몸 구석구석에 무언가 일렁이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난 이것이 마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몸 전체가 마나홀인 것이다.
그리고 영혼 이동이 풀리자마자, 그 느낌을 다시 느끼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고 아주 미약하지만 나도 마나를 느꼈다.
‘이제 마나를 축적하는 방법만 알아낸다면, 나도 기간트에 탈 수 있다!’
희망 회로가 팍팍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마나 마법인형을 만드는 건데······.
아무튼, 이 세계 마나를 느꼈으니 이제 시작이었다.
조금 날로 먹은 느낌이 있지만, 원래 마법인형의 능력은 인형술사가 갖는 것이다.
‘짹, 더그에게 다른 검술 동작도 가르쳐줘.’
[네, 마스터.]짹이 부산물 위에서 내려와 구석에 있는 더그에게 다가갔다.
자동인형이 있어서 좋은 점이 또 있다면, 꼭두각시의 동작이나 검술을 내가 직접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끼익!
커널 대령이 안으로 들어왔다.
“충!”
“미안하군. 회의가 좀 길어졌어.”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실제론 30분쯤 앉아 있었지.
“그래, 푹 좀 쉬었나?”
“아니요. 며칠 더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커널 대령이 편해지긴 한 모양이다.
순간 멈칫했던 커널은 자리에 앉으며 웃었다.
“하하! 나도 더 쉬게 해주면 좋겠지만, 윌리엄 사령관께서 시키신 일이라 어쩔 수 없네. 이미 일정이 많이 늦어지기도 했고.”
어쩌겠는가.
군인이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고.
까라면 까야지.
“그보다 보고서는 언제 줄 건가?”
“네? 보고서요?”
“프랭크 대령이 숨긴 괴수 부산물 말이네.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괴수를 어쩌다 쫓게 됐는지, 프랭크 대령은 또 어떻게 죽었는지, 자네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내게 보고할 게 많을 텐데?”
젠장, 내가 힘들게 상황을 정리하고 부산물까지 찾았는데, 보고서는 좀 알아서 써주면 안 되나?
내 마음을 읽었을까? 커널 대령이 미소를 짓는다.
“귀찮아도 어쩌겠나? 우리 둘 다 명령을 받는 처지니, 자료는 남겨야지.”
“네. 내일까지 보고서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또 적당히 말을 만들어야 했기에 벌써 피곤함이 몰려왔다.
“참! 그 엘프 난민들은 다 뭔가? 프랭크 대령이 납치해 숨겨 놓은 것을 자네가 풀어준 건가?”
“네! 맞습니다.”
사령관의 눈치를 살짝 보며 말했다.
“저기, 전에 말씀하신 포상 말입니다.”
“포상? 전진 기지에 소문을 퍼트린 일에 대한 포상 말인가?”
“네. 그 포상으로 엘프 난민들을 제 정보원으로 쓰고 싶습니다.”
“정보원?”
커널 대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보원이란 말은 정식 병사로 쓰겠다는 건가?”
“네. 제국의 모든 전진 기지에 출입할 수 있도록 사령관님께서 신분증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임무에도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할 건가? 말도 통하지 않을 텐데?”
“조금 미흡하지만 제가 엘프어를 배웠습니다.”
“뭐?”
커널 대령의 눈이 배로 커졌다.
“다른 난민 언어와 달리 엘프어는 수도의 언어 학자들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하던데?”
“제가 언어적 능력이 좀 탁월합니다.”
“하긴, 자넨 드워프들의 말도 금방 배웠다고 했지.”
“아직 둘 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합니다.”
커널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넨 사람을 매번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한 가지 확실히 하자면, 대수림에서 엘프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괜찮네. 하지만 장벽 너머로 데려가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 권한 밖이야.”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알았네. 내가 모두 3등 하사관급으로 신분증을 만들어 주지. 그 정도는 돼야 정보를 모으기 편할 거야.”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커널 사령관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여기 자네와 함께 갈 팀원들을 내가 골라봤네.”
커널 사령관이 명단이 담긴 문서를 건넸다.
난 문서를 천천히 살폈다.
‘비숍급 기간트 2대에 나이트급 기간트 3대, 폰급 기간트 5대, 작업용 기간트가 5대라······’
글래디스 하사와 100명의 병사도 명단에 있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영지 사냥팀보다 전력이 높은 수준이었다.
“안전 책임자는 보리스 소령이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중위 자네야.”
“네. 감사합니다. 저기 폰급 기간트 기사 한 명을 더 추가하고 싶은데요. 괜찮겠습니까?”
“한 명 정도야. 허락하지.”
밀어준다고 하더니, 확실하네.
“저, 그런데 명단에 길잡이를 할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잘 봤네. 실은 나도 고민 중이야. 자네도 알겠지만, 내 부하들은 대수림 경험이 없잖은가. 그렇다고 부사령관인 라그르 중령을 보낼 수도 없고······.”
이번엔 커널 사령관이 나를 슬쩍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 감옥에 있는 프랭크 대령의 수하 중에서 하나 뽑을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내키진 않는군요.”
“그렇지? 나도 내키진 않았어.”
커널 사령관이 살짝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영지 사냥팀 중에서 한번 알아보지.”
“길잡이는 제가 직접 구해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자네도 이곳이 초행인데 어떻게 구한다는 건가?”
“마침 적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
***
[트라스의 개]똑똑똑!
“짹을 찾고 있소.”
타냐 블랙이 피식 웃으며 부하 용병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어이! 여기 이 사람이 짹을 찾는데?”
“타냐 용병대장! 짹이 용병을 뜻하는 은어라는 건 알고 있소.”
“어?”
타냐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용병들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데 얼굴은 왜 그렇게 됐소?”
가까이서 보니,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인 그녀의 눈 한쪽이 시퍼렇게 멍들었고, 윗입술이 터져 있었기에 물었다.
쾅!
그녀가 갑자기 테이블을 내려쳤다.
“어떤 비겁한 새끼에게 기습을 당했소. 잡히면 아주 그냥 사지를 찢어 죽일 거요.”
타냐가 주먹을 쥐고 이를 갈았다.
순간 뜨끔했다.
타냐 용병대장의 얼굴을 저렇게 만든 것이 내 자동인형 짹인 것 같았다.
어떻게 용병들을 자극해 장교 식당까지 유인했는지 궁금했는데, 이젠 알 것 같았다.
짹은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 인정사정없는 놈이었다.
이름을 괜히 짹이라고 지었네······.
“여기가 어딘지 다 알고 온 것 같은데, 젊은 장교님께서 우리 용병대엔 무슨 일이시오?”
“실력이 뛰어난 길잡이를 구하고 있소.”
“오호! 잘 오셨소. 대수림에서 뛰어난 길잡이는 목숨과도 같지.”
그녀가 갑자기 엄지를 검지 위에 올리더니, 손가락을 비비며 금화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우리 용병대는 가격이 좀 비싼데?”
“그래서 금액은?”
“하루에 30골드! 절대 에누린 없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턴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오.”
“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어딜 가는 것이오? 대략 위치는 알아야 우리도 준비를 하지.”
“얼음 계곡.”
타냐 블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
“의뢰는 못들은 걸로 하겠소.”
“응? 용병이 의뢰를 거부하는 거요?”
타냐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달 전 타인스 영지의 사냥팀이 그곳에서 전멸했소. 기간트가 7대에 병력도 2백이었는데, 생존자는 단 한 명뿐이었소.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거긴 너무 위험한 곳이오.”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의 정보 출처가 그 유일한 생존자인 호르반이란 마부였으니까.
지금은 그 역시 고인이 됐지만.
“허! 100년 전통의 용병대라고 하더니, 다 헛소문이었군.”
타냐 블랙은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었다.
“험! 미안하지만 전통 때문에 내 부하들의 목숨을 걸 순 없소.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오.”
“아쉽게 됐군.”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쩝. 처음부터 라그르 중령님의 말을 들을 걸 그랬어.”
“······?”
“그럼 쿠훌린 용병대를 찾아가야겠군.”
“뭐요? 그 오크 패거리를 찾아가겠다고?”
“라그르 중령께 전진 기지 최고의 용병대는 쿠훌린 용병대라고 들었소. 하지만 오크보다야 인간이 나을 것 같아 이리로 왔는데······.”
내가 고개를 흔들자, 타냐 블랙이 터진 입술을 깨물었다.
“그 인간이 돈은 우리한테 빌리고, 오크 패거리가 최고라고 하다니!”
그녀의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 있었고,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다.
흥분한 상대와 흥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
“잘 들으시오! 우린 기간트가 있지만, 오크 놈들은 맨몸이오! 절대 우리 상대가 아니지.”
“그래도 오크 30명이면 폰급 기간트 하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놈들은 짐꾼이나 적당하지. 괴수가 나타나면 인간이나 오크나 어차피 한 입 거리에 불과하오. 하지만 내 나이트급 기간트는 다르지.”
그녀는 자신이 기간트에 탄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하긴 나이트급 기간트 기사는 어느 영지를 가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럼 이건 어떻겠소. 얼음 계곡에 도착하면 위험수당을 더해 하루에 50골드를 주겠소.”
“50골드?”
금액이 올라가자 그녀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전진 기지의 용병대에 대해 뒷조사를 좀 했다.
트라스의 개는 100년이나 되는 긴 전통이 있는 카야킨의 터주대감 용병대였고, 소속된 용병 숫자는 모두 48명.
기간트는 모두 3대, 나이트급 하나와 폰급 기간트가 2대였다.
셋 다 아베르크 제국의 기간트는 아니었고, 100년도 더 된 골동품이라 실제 전력은 많이 떨어졌다.
장점으론 기간트를 가진 유일한 용병대로 대수림에서 단독임무가 가능하고, 역사가 긴 만큼 대수림의 지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점으론 기간트 유지비가 비싸 의뢰비가 너무 비싸다.
특이사항으로 최근 1년간 계속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들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쿠훌린 용병대가 있다.
이들은 오크로만 구성되어 있고, 다른 이계 난민들처럼 10여 년 전에 갑자기 등장했다.
소속된 용병 숫자는 무려 300여 명에 달했고, 인간보다 체격도 좋고, 전투 능력도 제법 뛰어나 오크 하나가 인간 병사 서넛을 상대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들은 기간트가 없어도 진짜 용병처럼 대수림에서 괴수와 전투까지 수행할 수 있었고, 가격대비 효율이 높아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큰 장점은 역시 가격이 싸다는 것이고, 단점으론 다른 이계 난민들처럼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다.
최근 트라스의 개 용병대가 적자를 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쿠훌린 용병대에게 일감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꽤 좋은 조건일 텐데······.’
타냐가 계속 망설이는 것을 보면, 정말 얼음 계곡이 위험한 곳인가 보다.
뭔가 추가 결정타가 필요했다.
“임무가 끝날 때까지 그쪽 기간트의 마석 배터리는 우리가 대주겠소. 그리고 성공 보수로 1,000골드를 주지.”
돈도 많이 벌었는데, 쓸 땐 좀 쓰자.
그리고 어차피 임무가 끝나면 이들에게 다른 의뢰도 맡겨야 했으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타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의뢰자님, 언제 출발할까요?”
거절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