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42)
42. 재능만큼 보인다.
[절대 대수림에 들어가지 마라!]관문 밑에 적혀 있는 큰 글귀였다.
이젠 거신의 언어를 알기에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대수림의 위험과 경고가 자세히 적혀 있었다.
거신들은 정말 대수림과 괴수를 무서워했나 보다.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거신들의 능력이면 괴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수림이 정말 위험하고 괴수가 무섭다는 것은 나도 경험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신이 어떤 존재인가?
내 마법인형인 암 드로운만 해도 괴수에게 당하긴 했지만, 재앙급 괴수와 일대일로 싸우기도 했고, 또 죽음의 순간 괴수를 얼음 감옥에 가두기도했다.
만약 암 드로운 정도의 거신이 한 명 더 있었다면, 재앙급 괴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왜 이런 거대 장벽을 만든 거지?’
내가 본 암 드로운의 의식 속엔 작은 마을도 수십 명의 거신이 살고, 큰 도시에는 몇십 배나 더 많은 거신이 살고 있었다.
그 거신이 군단을 이뤄 똘똘 뭉친다면 재앙급(S급) 괴수가 단체로 몰려오고, 단 한 마리가 한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멸망급(SS급) 괴수가 와도 충분히 막고 처리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럼 왜 장벽을 세운 거지?
설마, 이곳도 불멸급(SSS급) 괴수가 존재하나?
순간 지구를 멸망시킨 카르마탄이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겠지.
만에 하나 있다면 장벽이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정지!] [정지하라!]중간 관문을 지키고 있는 기간트들이 우리 행렬을 멈춰 세웠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엘프와 드워프들이 탄 마차에 온 신경이 가 있었다.
‘걸릴까?’
“통과!”
휴! 걸릴 리가 없지.
예상대로 카야킨 기간트가 철통같이 지키던 마차는 아무런 검사 없이 무사통과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우리도 쉽게 지나가겠네?
거신 갑옷과 장비를 실은 마차가 모두 지나가고 우리 차례가 왔다.
“정지!”
FM처럼 생긴 하사관이 내 오리지널 마장기가 실려있는 마차를 멈춰 세웠다.
난 마차에서 내렸다.
“충! 뒤에 이건 뭡니까?”
“옛날 기간트네. 카야킨 기지에서 연구용으로 가져온 것이지.”
“연구용이요?”
하사관은 마차 내부를 살폈다.
팔 하나가 없긴 하지만 7미터나 되는 마장기를 통째로 실었기에 마차도 컸고, 말도 4마리나 끌고 있었기에 당연히 눈에 띄었다.
내부를 살펴본 하사관이 말했다.
“꽤 오래돼 보이긴 하네요. 기간트 등록증을 보여주십시오.”
“뭐? 이건 200년도 더 된 기간트네! 등록증이 있을 리가 없지.”
“등록증이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럼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그냥 연구용이네. 보다시피 팔도 하나 없고, 쓸모없는 물건이야.”
“네!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이네요.”
“그렇지.”
“하지만 기간트는 종류와 상관없이 등록증을 확인하고 통과시키란 명령을 받았습니다. 등록증이 없으니, 마차를 돌려 뒤쪽에 세우십시오.”
“허!”
이 하사관은 생긴 것처럼 FM이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장 토우인형이 없으니, 인형의 집에 넣을 수도 없고, 오리지널 마장기를 놓고 가야 할 판이었다.
“왜 이렇게 빨리 안 움직여!”
그때 한 중위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등록증이 없는 기간트가 있어서 돌려보낼 참이었습니다.”
“뭐?”
장교는 나를 쳐다보더니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마차 내부를 살폈다.
“딱 봐도 고물이네. 통과시켜!”
“네? 하지만 기간트는 등록증이 없으면 통과시키지 말라고 메뉴얼에 적혀 있습니다.”
“나도 알아. 너 이 행렬이 어디서 오는 건지 몰라?”
“카야킨 전진 기지가 아닙니까?”
“그래! 일반 영지 사냥팀도 아니고, 우리 장벽 사령부 소속이야.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냥 통과시켜.”
“하지만 등록증이 없으면······.”
딱!
“크읍!”
쪼인트를 까인 하사관이 신음을 흘렸다.
“하아! 이 고문관 새끼. 통과시켜!”
다행히 중위 때문에 무사히 두 번째 관문을 지날 수 있었다.
물론 원리 원칙이 중요하지만, 융통성이란 것이 있다.
내가 설마 이 오리지널 마장기로 제국의 기간트를 공격하겠나?
일단 집에 돌아가면 기간트를 인형의 집에 넣을 수 있는 토우인형부터 만들어야겠다.
넓은 인형의 집을 놔두고 마장기를 이렇게 마차에 가지고 다니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먼저 통과한 기간트들과 마차들이 장벽 앞쪽에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마차도 멈춰 서서 기다렸다.
아직 관문을 통과할 수십 대의 마차가 있었기에 다 통과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앨리슨, 잠깐 산책하러 가자!”
“와! 신난다!”
난 앨리슨의 손을 잡고, 장벽 입구 쪽으로 갔다.
앨리슨은 연신 높은 장벽을 보며 신기해했다.
난 관문 근처로 이동해 마석 배터리가 삽입된 동력 공급 장치를 들여다봤다.
지키는 기간트가 있었지만, 직접 만지지 않으니 제지는 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전력을 공급해 관문을 여는 거지?’
처음에 이곳을 통과할 때도 어떤 방식으로 이 관문을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거신에게 배운 마나의 눈을 사용하면 뭔가를 알 수 있을까 해서, 일부러 산책하는 척하며 이리 온 것이다.
장벽 쪽으로 방향을 틀고 양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몸속 마나를 회전시켜 눈으로 뿜어냈다.
그러자 곧 30여 개의 마석 배터리가 뿜어내는 푸른빛과 수십 가닥의 푸른 선이 장벽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여기 마법진이 있긴 하네.’
동력 장치에 수십 개의 복잡한 마법진이 보였다.
다만 거신의 언어가 적혀 있지 않으니, 무슨 마법진인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전에는 전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뭐야? 장벽도 온통 푸른색이네.’
장벽을 슬쩍 쳐다보자, 마나가 흐르고 있는지 온통 푸르스름한 벽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더는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눈에서 마나를 거둬들였다.
그때 앨리슨이 쪼르륵 달려왔다.
“아저씨 거짓말쟁이!”
“응? 무슨 말이니?”
“올라가지 못한다면서!”
“어디? 여기 장벽 말이니?”
“그런데 왜 저쪽에 계단이 있어?”
“뭐? 계단?”
난 앨리슨이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관문 옆으로 겨우 100미터 지점이었다.
문제는 난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앨리슨의 눈에는 보일까?
아무래도 앨리슨이 보는 방식과 내가 거신에게 배운 마나를 뿜어내는 눈과는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앨리슨은 나처럼 눈에서 푸른 광채를 뿜어내지도 않았고.
‘혹시 앨리슨이 빌헬름 뢰트켄과 무슨 관계가 있나?’
300여 년 전 마석 산업혁명을 일으킨 천재 마도 공학자이자, 대마법사인 빌헬름 뢰트켄이 이 장벽 관문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했다.
그 마법사가 앨리슨과 같은 능력이 있어서 저 계단을 발견한 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케네스 영감이 카야킨 전진 기지에 기간트 고물상을 운영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했다.
기간트가 어떤 물건인가.
아무리 수명이 다하고, 부서지고 망가졌어도 비싼 괴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어쩌다 용병들의 기간트처럼 살릴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이번에 오크들의 무기나 방패를 만든 것처럼 제대로 활용하면 쓸모 있는 것도 많았다.
물론 대수림을 건너 장벽 너머로 가져오긴 현실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만, 그 정도의 대규모의 기간트 고물상을 개인이 운영한다? 이건 좀 이상했다.
그리고 그 고물상 부지는 매우 넓어, 카야킨 전진 기지 십 분의 일은 될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수상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난 앨리슨의 손을 잡고, 계단이 있다는 장벽 앞으로 이동했다.
“앨리슨, 계단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있니?”
“요기서부터 저기까지.”
계단이 있다는 벽 아래에 돌멩이로 표시했다.
그런데 계단의 넓이가 12미터라······.
“근데 계단이 너무 높은데!”
“혹시, 아저씨 키만 하니?”
“응! 어떻게 알았어?”
“그것 봐. 내가 못 올라간다고 했잖아.”
“아! 그러네.”
앨리슨이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역시 계단은 인간이 만든 것은 아니었다.
거신이 만든 계단이라······.
“혹시 이 벽에 마법진 같은 거 있니? 계단을 막고 있는 벽을 열 수 있는 장치 같은 거?”
앨리슨이 주변을 살폈다.
“없는데!”
“자세히 봐봐. 전에 마장기 해치를 열었던 그런 마법진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앨리슨이 고개를 들고 벽을 빤히 쳐다봤다.
“어! 저기 있는데!”
앨리슨이 가리킨 곳은 약 7미터 높이에 있었다.
아! 스위치가 있어도 거신이 사용할만한 높이에 있겠지.
“앨리슨, 잘했어. 고맙구나.”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만 마차로 돌아가자.”
슬쩍 거신 계단이 있다는 벽을 쳐다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장벽 위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빌헬름은 과연 저 계단 위로 올라갔을까?
그는 기간트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간트의 비밀이 저 안에 있을까?
그걸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계단을 올라가 보는 것이었다.
너무 궁금해 당장 알아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앨리슨이 아니었다면, 저런 곳에 계단이 있는지 평생 가도 몰랐을 거야.’
이젠 앨리슨의 재능이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그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재능만큼 보이는 거네.
앞으로 앨리슨 보호에 더 신경 써야겠어.
[자! 출발한다!]일행이 모두 나오자, 보리스 소령이 출발시켰다.
우린 헬다임 사령부로 가는 길에 잠시 행렬을 멈췄다.
[정지! 이곳에서 쉰다.]잠시 쉬는 사이에 난 엘프와 드워프들을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보리스 소령과 글래디스가 다가왔다.
“타일러 중위, 사령관님께 보고는 내가 할 테니, 빨리 일을 처리하고 오게.”
“감사합니다. 소령님.”
“저도 시간을 오래 드릴 순 없습니다. 금방 찾아오라고 명령하실 테니까요.”
“글래디스, 고마워. 엘프와 드워프를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사령부로 가지.”
난 그길로 엘프와 드워프, 케네스와 앨리슨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
이곳에 한 사흘쯤 머물렀나?
수리도 되지 않은 허름한 곳이었다.
그래도 붉게 물든 노을과 우뚝 솟은 바위산 앞으로 아담한 이층집과 작은 목장이 보이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그렇다.
난 10개월 만에 집에 돌아왔다.
“앨리슨, 저기가 우리 집이야!”
“우와! 그림 같다! 말도 있는데!”
마차 위에 타고 있던 앨리슨이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케네스 영감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중위, 저기가 설마 내게 약속한 그 저택은 아닐 거라 믿겠소.”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근처에 곧 저택을 지어드리겠습니다.”
우린 곧장 목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함께 온 40명의 드워프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저 아저씨들 왜 울어?”
앨리슨이 물었다.
“너무 반가워서 그래.”
“반가워서 울어? 난 웃는데!”
앨리슨이 본 것처럼 지금 드워프들은 서로 뒤엉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드워프들이 이야기할 수 있게 기다렸다.
라스칼과 200명의 드워프가 왜 살루스에 남았는지 내가 설명해줘도 되지만, 같은 동족에게 듣는 게 더 나을 테니까.
“상당히 깔끔하군.”
마르실이 이층집을 보곤 말했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 잘 고칠 줄은 몰랐네.’
내가 산 이층집은 어디 가고 완전 새집이 되어 있었다.
이곳에 남은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들은 건축가도 아니고 대장장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집을 이렇게 깔끔하게 고칠 줄은 몰랐다.
내가 데려온 드워프 중에서 건축가도 있었으니, 그들에게 케네스와 앨리슨이 살 저택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타일러, 시노우엘님을 찾으러 언제 출발하나?”
“기다려 봐. 일단 정보가 필요해. 내가 정보를 좀 알아볼 테니까. 그 후에 계약부터 다시 하지.”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엘프들은 장벽을 넘어오자마자, 시노우엘을 찾으러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할 순 없는 법.
모든 일은 다 순서가 있다.
드워프들끼리 이야기가 끝났는지, 글러드 왕자가 내게 다가왔다.
“타일러여! 정말 고맙다. 그대는 우리 토그 족의 은인이다.”
“고맙긴, 우리 사이에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글러드의 눈동자가 배로 커졌다.
“헉! 언제 그렇게 우리 말을 완벽하게 배웠는가?”
“대수림에서 열심히 노력했지.”
그는 내 완벽한 발음에 놀라고 있었다.
“타일러여! 앞으로도 살루스 기지에 있는 라스칼과 드워프들을 많이 도와다오.”
“그건 걱정하지 마. 이미 세팅은 다 끝냈어.”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라스칼은 뛰어난 리더였다.
그래서 살루스 전진 기지의 수리와 살림, 마석 광산 등 전반적인 운영은 모두 라스칼에게 맡겼다. 그리고 쿠훌린과 오크들은 전진 기지의 내부 경비와 물자수송을 맡겼고, 거신인형 암 드로운과 두 자동인형은 기지 방어를 맡겼다.
당장 서로 의사소통은 힘들겠지만, 확실히 임무를 분리해줬기에 겹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타일러여! 그대가 시킨 대로 바위산 안에 아지트를 만들었다.”
“뭐? 벌써?”
10개월이었다.
그리고 인력은 겨우 7명.
내가 그러진 아지트 설계도는 200여 명의 드워프가 살 집과 기간트 작업장과 대형 창고까지 있었다.
그걸 다 만들었다고?
“타일러여! 날 따라오게 바로 보여주지.”
글러드의 눈빛이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급히 갈 곳이 있다. 우선 드워프들을 챙겨서 아지트로 데려가고, 저기 마차들도 다 작업장으로 옮기고.”
“알았다! 타일러여!”
이번에 카야킨에서 오리지널 마장기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케네스 영감이 쓰던 작업 도구와 공구, 마석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와 작업대까지 마차 하나를 가득 채웠다.
난 케네스 영감을 쳐다봤다.
“우선 앨리슨과 여기 2층을 쓰세요.”
“알았소.”
“에테나!”
“네, 타일러님.”
“엘프들과 이 집 1층을 쓰고, 케네스와 앨리슨을 부탁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목숨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아! 그리고 네가 모두의 소통을 맡아줘. 할 수 있겠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에테나라면 잘할 것이다.
난 급히 윌리엄 사령관에게 달려갔다.
너무 늦으면 공을 많이 세워도 미운털이 박힌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장벽에 있는 거신 계단도 오늘 밤에 올라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