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7)
97. 얼음 무덤.
“형님? 누가 너희 형님이냐?”
“왜 그러십니까. 형님?”
한 번도 타일러에게 형이라고 부른 적도 없고, 늘 무시하던 둘째 블리언 빈스와 후처의 소생이라 따로 살아서 얼굴도 몇 번 보지도 못한 셋째 아덴 빈스가 내게 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연락 한번 없던 것들이 단체로 질척거리는군.
“바드와 에라든 남작이 내 경고를 전하지 않았나?”
“말은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사들이나 해당하는 이야기지 그래도 우린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닙니까?”
“피를 나눈 형제?”
순간 두 사람을 노려봤다.
어릴 때부터 타일러를 대놓고 무시하고선 이젠 형제라는 건가?
“그땐 제가 너무 어려서 철이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형님.”
블리언 빈스가 내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저도 지금까지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덴 빈스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뭐라고 하는지 이야기나 들어볼 생각이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용무가 뭐냐?”
“일단 경하드립니다. 정보국 준장으로 진급도 하시고, 황제 폐하를 구해 백작 작위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발레리온 영지까지 얻으셨다면서요. 이는 우리 빈스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래?”
“아버지께서도 매우 흡족해하시며 타일러 형님을 칭찬하셨습니다.”
“거짓말을 하는군.”
“네? 거짓말이라니요?”
“개리 해링턴 빈스 백작의 성격상 죽으면 죽었지, 날 칭찬할 분이 아니시지. 누가 내게 아부하라고 시켰느냐? 백작부인이냐?”
블리언 빈스와 아덴 빈스의 눈동자가 동시에 흔들렸다.
거짓말도 못 하는 녀석들이군.
타일러가 전에 이런 녀석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받았다니, 조금 한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타일러가 아니지.
“다시 묻지 내게 원하는 게 뭐냐?”
“그러니까······.”
“그게······.”
둘 다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내가 대답해줬다.
“내가 맞춰 볼까? 가문을 위해 비행석을 빼돌려 달라고 부탁하라더냐?”
“······!”
“······예?”
두 녀석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대답은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이미 대답했다.
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날 죽이려 했던 백작부인이 어이없는 부탁을 하는군.”
“어머니가 형님을 죽이려 했다고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둘째 블리언 빈스가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왜 집을 나왔는지 백작부인이 말하지 않더냐?”
“그게 무슨?”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떠올리기 싫었지만, 타일러의 기억을 하나 소환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음식이 나왔다. 난 너희들과 달리 방에서 혼자 식사했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지. 그리고 습관처럼 그 음식들을 조금 덜어내 고양이에게 주었지. 그런데 그 고양이가 어찌 됐는지 아느냐? 피를 토하며 죽었다. 바로 그날이 내가 집을 도망친 날이었다. 그리고 수도로 가서 군대에 입대했지.”
“진짜 어머니가 형님을 죽이려 했다는 겁니까?”
“아무리 백작부인이라도 그렇지! 어찌 영주의 자식을 죽입니까?”
블리언과 아덴이 경악했다.
이 둘은 당연히 모르는 일이겠지.
날 죽이는 것은 하녀 한 명만 동원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으니까.
타일러는 늘 불안했다.
아버지가 둘째 블리언 빈스를 후계자로 삼는다곤 공표했지만, 그래도 내가 장남이었기에 방해가 될 거로 생각했는지, 백작부인은 타일러를 볼 때마다 경멸의 눈빛을 보였고, 그는 불안에 떨었다.
그래서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고, 고양이를 키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타일러는 검술이나 마나의 재능은 없었지만, 머리는 제법 뛰어났던 것 같다.
백작부인의 마수를 벗어나기 위해 수작을 부리기 힘든 제국군에 입대한 것도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버지께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덴이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셋째는 백작부인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편을 들진 않았다.
“내가 말한들 뭐가 달라졌을까? 아버지란 사람이 날 멀리하고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이 그때 거의 2년이나 됐지. 못 믿겠으면 바드에게 물어봐라. 그러니 내가 이야기한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묻혔을 것이다.”
블리언과 아덴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반쪽짜리 귀족인 나와 달리, 어머니도 귀족 출신인 녀석들이 내 처지를 이해할까?
어림도 없다.
“이래도 내가 너희의 형님이냐? 피가 섞였다고 다 가족이 되는 건 아니지. 썩 꺼져라! 다시 나를 형이라고 부르거나 오늘처럼 따로 찾아온다면, 그땐!”
콰앙!
주먹으로 애꿎은 책상을 부쉈다.
두 녀석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젠 다시 귀찮게 하진 않겠지.’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타일러 빈스가 원한이 있는 것은 백작부인이었다.
사실 타일러의 어린 동생들이 그를 대놓고 무시한 것도 다 백작부인이 시켜서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난 고지식한 개리 백작도 싫었고, 빈스 가문과 엮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윌리엄 사령관의 당부가 없었다면, 갖은 핑계를 대서라도 테레니스 영지군은 놓고 갔을 거다.
‘그런데 저 녀석들 아무리 봐도 사고 칠 것 같은데······.’
그땐 군법으로 다스려야지.
***
[이데아 제국 수도 발굴지]익숙한 나이트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나를 향해 경례했다.
[충! 오셨습니까!]로제 중령이 기간트 해치를 열었다.
“로제 중령, 어떻게 내가 올 때마다 자네가 근무를 서는 건가?”
“인연 아니겠습니까?”
“하긴 우리가 보통 인연은 아니지.”
“예?”
로제 중령의 볼이 갑자기 빨개졌다.
“우린 시안 저하와 함께 적진에서 싸운 사이가 아닌가.”
“아! 그렇지요.”
왠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발굴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중간에 긴 동공을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단축됐고, 그곳을 통해 황궁까지 남은 거리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알았네. 직접 확인해 보지.”
“그런데 이제 걸어가시기엔 최종 발굴 현장까지 거리가 너무 멉니다. 안당고낙에 타고 가시죠.”
발굴지 입구에 안당고낙 세 마리가 묶여 있었다.
“저 녀석들 말은 잘 들어?”
“네! 밥도 잘 먹고, 착한 녀석들입니다.”
맨 처음 에테나가 키웠던 녀석들이었다.
가장 힘이 좋은 녀석을 끌고 발굴지로 내려갔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파밍일 것이다.
그러니 남은 사흘 동안 다 뽑아먹어야지.
***
‘여기선 뭔가 건져야 할 텐데······.’
이곳까지 하루를 꼬박 하수도로 이동하면서 살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가 로제 중령이 말한 장소에 도착해 위로 올라왔다.
‘허! 이 거대한 공간은 뭐지?’
화산재가 덮여 있어야 할 도시에 아주 긴 터널 같은 것이 있었다.
높이와 폭이 이백여 미터는 될 것 같았고, 길이가 수십 km은 되는 것 같았다.
주변 건물은 거의 다 파괴되어 잔해만 남았으며, 곳곳에 이끼와 물이 흘렀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충! 어서 오십시오. 라임 소령입니다.”
“여긴 어떻게 발견했나?”
“하수도의 막힌 부분을 뚫다가 갑자기 천장이 무너졌고, 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물이라고?”
“아무래도 오래전에 이곳에 지하수가 흘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나?”
“다행히 물의 양이 많지 않아 하수도로 흘러갔습니다.”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수도로 막대한 지하수가 흘러 들어갔다면 작업자들은 모두 수몰당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곳은 오랜 세월 지하수가 흐르며 흙이 쓸려서 길고 큰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지하수 덕분에 시간을 많이 단축했습니다. 그리고 큰 공간이 생겨 흙을 외부로 빼내지 않아서 작업량도 줄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그런데 한쪽에 계속 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저 물은 어디서 흐르는 거지?”
“저쪽 끝에 흙이 무너지며 거대한 얼음 지대가 드러났습니다. 그곳의 얼음 일부가 녹아서 여기까지 시냇물처럼 계속 흐르고 있는 겁니다.”
“얼음이라고? 화산 지대에?”
“네. 저도 왜 이런 곳에 얼음 지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알았네. 여기부턴 내가 직접 살펴보지.”
“시냇물을 쭉 따라가다 보면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갈림길이 있을 겁니다. 거기서 꺾어지지 마시고, 곧장 직진하십시오. 그럼 발굴 현장이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지반이 약해 무너지는 곳이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고맙네.”
난 소령이 말해준 대로 시냇물을 따라 한참을 이동했다.
그러다가 차가운 냉기 바람을 느꼈다.
난 발굴지가 아닌 얼음 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암 드로운처럼 살아 있는 거신이 있는 거 아냐?’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암 드로운을 발견한 얼음 계곡처럼 뭔가 신비한 거신의 마법이 작동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 암 드로운이 썼던 얼음 마법을 다른 거신이 썼을 수도 있다.’
한참을 이동하자, 얼음물과 흙이 뒤섞여 고여 있는 커다란 웅덩이에 막혔다.
그리고 그 끝에 땅속에 박혀 있는 거대한 얼음 절벽을 발견했다. 지금 보는 것도 높이가 200여 미터나 되는데, 이 안엔 얼마나 큰 얼음이 박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대수림의 얼음 계곡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다.
그런데!
‘여기도 얼음이 녹고 있네!’
암 드로운을 발견했던 얼음 계곡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얼음 마법의 힘이 다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녹고 있는 거고.
난 곧바로 암 드로운을 꺼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암 드로운 마나의 눈으로 저 얼음 내부를 살펴봐!”
“네! 주군.”
암 드로운과 나는 곧바로 마나를 눈으로 뿜어내며 얼음 절벽 내부를 살폈다.
하지만 내 마나 수색 범위는 넓지 않았기에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암 드로운의 탐색이 끝나길 기다렸다.
암 드로운의 탐색 범위는 나보다 훨씬 넓었으니까
그때 암 드로운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어때? 뭐가 보여?”
“제 탐지 범위 끝쪽에 다수의 마나가 포착됩니다.”
“오! 그래! 움직임은?”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주군.”
마나가 포착됐다는 것은 최소한 마나가 포함된 건물이나 장비, 아니면 거신의 갑옷이 있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당장 저 거대한 얼음을 뚫고 들어갈 방법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난 사마귀 꼭두각시를 얼음 절벽으로 보냈다.
그리고 곧 절벽 가운데 작은 틈이 있는 걸 발견했다.
암 드로운의 탐색 범위 끝이면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를 넘어서는 깊이였다. 결국, 뭔가 챙기려면 내가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 뗏목을 만들자!’
인형의 집에서 널따란 괴수 부산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비행석이 담긴 상자 하나를 묶자, 그럴듯한 뗏목이 됐다.
난 뗏목에 타고 부산물로 만든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얼음 절벽 안으로 들어오자, 생각보다 틈이 넓었다.
킹콩인형 정도는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 얼음이 녹은 건 몇 년 됐나 보네······.’
내가 지나고 있는 길은 도시의 골목으로 길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길이었다.
좌우로 40, 50미터 높이의 집들이 보였고, 어떤 집은 얼음이 많이 녹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얼음물 위에 떠 있는 거신의 시체도 보였다.
혹시 몰라 손을 대봤지만 죽어 있었다.
다행히 차디찬 얼음물 때문에 시체의 부패는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음 속에도 죽은 거신 시체가 제법 많이 보였다.
킹콩인형에게 망치를 들려줘서 얼음 깨서 살펴봤지만, 역시나 모두 죽어 있었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암 드로운이 특별한 건지 살아 있는 거신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갓난아이를 들고 도망치는 여자 거신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 무언가에 놀라 한쪽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절망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이곳은 거대한 얼음 무덤이었다.
난 죽은 거신들의 명복을 빌어줬다.
한참을 더 들어가자, 길 끝에 커다란 돔형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건물 위쪽 얼음 속에 양손을 높이 들고 있는 10미터 크기의 여자 거신 한 명이 보였다.
그녀는 백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