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6)
96. 마지막 전쟁.
“타일러 도련님?”
‘도련님?’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몸을 돌리자, 타일러의 기억 속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정말 타일러 도련님이시군요. 접니다. 바드.”
“오랜만이군.”
타일러를 그래도 열심히 가르쳤던 검술 사범이다.
재능 없는 제자를 가르친다고 욕도 많이 먹고, 고생하긴 했지.
“와! 너무 변해서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키가 이젠 저보다 크십니다.”
“자네는 변함없군. 지금도 테레니스 영지군에 있는 건가?”
“네. 저 같은 일개 기사가 어딜 가겠습니까. 도련님 소문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이 진짜로군요.”
그는 내 계급장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앞으로 날 부를 땐 뒤에 도련님이란 호칭은 빼게.”
“네?”
“소문을 들었다면서? 난 이제 빈스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정보국 준장이자,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인 타일러 빈스 백작이네.”
“아! 실례했습니다. 백작님.”
“지금은 군인 신분이니, 계급으로 부르게.”
“네, 타일러 준장님.”
기사 바드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그는 아무 잘못도 없지만, 타일러의 옛 기억이 떠오르자, 가문에 좋지 못한 감정이 먼저 치고 나왔다.
“테레니스 영지군을 이끌고 온 것은 누군가?”
“에라든 기사단장님입니다.”
“그리고 또 누가 왔지?”
“블리언 도련님과 아덴 도련님께서 함께 오셨습니다.”
막내 타미엘을 빼고 빈스 가문의 아들들이 전부 이곳에 모였다.
“기간트 숫자는?”
“21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를 보냈다.
영지군의 기간트가 200기라고 했으니, 10%나 되는 병력을 테레니스 영지군이 보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 라디프 공작의 바이마르 원정대에 테레니스 영지군은 없었다.
‘라디프 공작에게 미움을 받는 건가? 아니면 반항하는 건가?’
테레니스는 윈데르 왕국과 국경을 접했고, 드와이트 밀림 대마경과 인접했기에 기간트와 병력이 중급 영지치고는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기간트를 생산 수입할 수 있는 곳이 라디프 공작의 바이마르 대영지였기에 일종의 갑을 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
그건 다른 남부의 영지들도 마찬가지.
그랬기에 저번 바이마르 대수림 원정에 남부의 다른 가문의 기간트가 참가한 것이다.
“에라든 남작과 다른 기사들에게도 전하게. 앞으로 날 부를 땐 호칭을 똑바로 하고, 공적인 용무가 아닐 땐 아는척하지 말라고.”
“네? 네······.”
기사 바드가 힘없이 대답했다.
냉정하게 보일진 몰라도 앞으로 족히 1년은 함께 할 텐데, 타일러의 옛 핏줄 때문에 신경 쓰긴 싫었다.
난 타일러지만 옛날의 타일러는 아니니까.
***
[블랙힐 기지 회의실]안으로 들어가자 윌리엄 사령관과 북부군 지휘관들, 각 영지군 대표까지 이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지금 회의를 하고 있었다.
“충!”
“어허! 타일러 준장, 자네가 안 오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란 줄 아는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어서 이리 오게.”
가까이 다가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제 별을 단 커널 리넉스 준장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커널 준장도 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는 대수림 전진 기지에서 사령관으로 3년을 근무하고 이번에 별을 달았다. 그리고 카야킨 전진 기지 사령관 자리는 그의 나이 많은 동기인 라그르 중령이 진급해 발령받았다.
“자! 다들 인사하시오. 이쪽은 이번 원정대 참모를 맡은 타일러 빈스 준장이요.”
“오! 만나서 영광입니다.”
“타일러 경의 영웅담은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린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영지 대표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난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그런데 내가 참모라고?
윌리엄 사령관을 슬쩍 쳐다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그때 윌리엄이 거구의 사내를 가리켰다.
“아! 서로 인사하지. 이쪽은 원정대 부사령관이자, 기간트 전투 지휘관 매러덕 소장이네.”
“충! 반갑습니다.”
“나도 반갑네. 보로스 추밀원장께서 칭찬이 자자하시더군.”
보로스 추밀원장이 날 칭찬해?
그럴 리가 없는데, 비꼬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건가?
그리고 곧바로 추밀원장의 이름을 들먹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매러덕 소장은 황태자 라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나? 자네 하나 때문에 여기 있는 이 많은 사람이 기다려야 하겠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전 정확히 시간을 맞춰 왔습니다만.”
“뭐라?”
매러덕 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험! 타일러 준장은 시간을 맞춰 왔네. 우리가 좀 일찍 온 거지.”
윌리엄 사령관이 끼어들었다.
“아! 그리고 매러덕 소장은 황태자 전하의 검술 스승이기도 하고,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는 아주 뛰어난 기사라네.”
“과찬이십니다.”
윌리엄 사령관은 갑자기 매러덕 소장을 칭찬했다.
황태자 라인이니까, 부딪치지 말라는 소린가?
하긴 모든 지휘관을 자기 사람으로만 채울 순 없었겠지.
이 원정에 제국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매러덕 소장은 상당히 고지식한 것이 전형적인 군인 스타일 같았다. 나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자! 이제 모두 모였으니, 원정군의 지휘 체계를 발표하겠네. 커널 준장.”
“네!”
커널 준장이 앞으로 나섰다.
최고 사령관에 윌리엄 대장.
매러덕 소장과 마이어스 소장이 부사령관에 임명됐다.
매러덕 소장은 1군과 2군을 지휘했고, 마이어스 소장은 3군과 4군을 지휘했다.
그리고 다니엘 준장이 참모장.
나와 맥카시 대령이 참모 자리를 맡았다.
이때 난 순식간에 원정군 서열 5번째로 올라섰다.
제1군 대장은 알렉스 준장, 제2군 대장은 도노반 준장, 제3군 대장은 커널 준장, 제4군 대장은 아몬 대령이 임명됐다.
보급군지휘관은 라이어 대령, 부 지휘관은 위스터 중령이 맡았다.
보병대 지휘관은 율리안 준장이 맡았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윌리엄 사령관이 회의를 끝났다.
지휘관들과 영지군 대표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갔다.
난 윌리엄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대영지에선 병력을 하나도 보내지 않았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네. 헤이스팅 가문은 동부 전선에 이미 많은 병력을 보냈고, 바이마르 가문은 식민지를 관리하고, 로드니 가문은 아리칸 공국 국경에 병력을 보냈으니까.”
“네? 아리칸 공국과는 아직도 협상이 끝나지 않았습니까?”
“그게 쉽겠나? 20여 년 동안 원수로 지내왔는데?”
“그렇군요. 그런데 록체스터 가문은 왜 오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5군단과 이곳을 지켜야지. 언제 발굴이 끝날지 모르니까.”
“그렇군요.”
그때 테레니스 영지 대표인 에라든 남작이 다가왔다.
“타일러 공자님 오랜만입니다.”
“응? 공자님?”
기사 바드도 도련님이라고 부르더니, 에라든 남작도 호칭으로 내 신경을 긁었다.
“그대는 아직도 내가 빈스 가문의 공자로 보이시오?”
“네?”
“지금 난 원정대 참모요. 그리고 정보국 준장이고. 공석인 자리에선 항상 호칭을 조심하시오.”
“아! 죄송합니다. 타일러 준장님.”
“그럼 나중에 봅시다.”
내가 말을 끊자, 뻘쭘해진 에라든 남작이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윌리엄 사령관이 말했다.
“에이, 그래도 자네 가문의 기사가 아닌가? 그렇게까지 할 건 없지 않나.”
“이미 인연이 끊어진 가문입니다. 제겐 어떤 의미도 없지요.”
“허허! 사람이 매정하긴, 그래도 개리 백작이 내 체면을 생각해 영지 중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내 왔네. 그러니 잘 좀 대해주게.”
“전 공평하게 대할 겁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자네는 왜 안 나가나?”
다들 나갔는데 내가 가만히 서 있자, 윌리엄 사령관이 물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제가 왜 갑자기 원정대 참모가 된 겁니까?”
윌리엄 사령관은 고개를 흔들더니 손짓했다.
“그래, 이리와 앉게. 이젠 서 있기도 힘들군.”
“감사합니다.”
나와 윌리엄 사령관은 자리에 앉았다.
“긴 원정이 아닌가. 자네에게 어느 정도 지위와 힘이 있어야 이 많은 병력을 이끌고 우릴 엘프 차원으로 데려다주지 않겠나? 자네가 대수림 전문가기도 하고.”
“휴! 그런 의미라면 어쩔 수 없군요. 그런데 시안 황자께선 어디 가셨습니까?”
“내가 일부러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네. 젊은 혈기에 원정에 얼마나 가고 싶으시겠나.”
“그럼 사령관님 대신 시안 황자님을 보내시죠.”
윌리엄 사령관이 피식 웃었다.
“누굴 뒷방 늙은이로 만들려는 건가?”
“그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정은 장벽에서 블랙힐 기지에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걱정돼서 드리는 말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나도 아네. 훨씬 더 힘들겠지. 하지만 이번이 내 마지막 전장이 될 거 같네.”
“일흔이 다 된 가디언 제국의 안드레아스 원수도 아직 현역인데, 너무 엄살이 심하신 것이 아닙니까?”
“그 양반도 이번에 마지막이야.”
“설마, 안드레아스 원수도 가디언 제국의 원정대에 참가했습니까?”
“참가가 아니야! 그가 가디언 제국 원정대 총사령관이네. 그래서 내가 가는 것도 있지. 우린 동부 전선에서 10년이나 싸웠지만, 서로 승리했다고 부를 정도의 전공은 세우질 못했네. 그리고 지금 전쟁도 힘든데, 비공정이 하늘을 난다고 생각해 보게, 그 수많은 변수를 어찌 다 계산하겠나? 나나 안드레아스 원수가 활약할 시대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봐야지.”
윌리엄 사령관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하면서도 비장했다.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고 있었기에 공허했고, 가디언 제국의 명장인 안드레아스를 마지막으로 이겨보고 싶은 마음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자신 있으십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피식 웃었다.
“물론이네. 그리고 이번엔 자네가 있잖은가.”
“네?”
이제 보니 날 제대로 부려먹으려고 참모를 시켰나 보다.
“전 최대한 전투를 벌이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생각인데요? 우리가 사는 세상도 아니고, 다른 차원에 가서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전쟁은 원하지 않지. 하지만 저들이 가만있겠나?”
“가만있게 만들면 되죠.”
“그것 보게. 저들은 기간트를 500기나 보냈어. 그런데 무사히 돌아가면 우리가 이기는 거지.”
“그런가요?”
뭔가 헛갈리는 말이었다.
“제가 준비하라고 한 물건을 모두 챙기셨습니까?”
“물론이네. 갈고리와 밧줄, 그물도 넉넉하게 챙겼고, 비행석을 넣을 상자도 챙겼네.”
“그럼 준비는 끝났군요. 출발은 언제입니까?”
“그거야 자네가 정해줘야지. 길잡이는 자네가 아닌가.”
“그럼 사흘 후 새벽에 출발하겠습니다. 그때 뵙죠.”
자리에서 일어섰다.
“또 어디 가는 건가?”
“저도 출발 준비를 해야죠.”
“늦지 말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충!”
윌리엄 사령관에게 경례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챙길 건 챙겨야지.’
거의 1년을 이데아 발굴지에 방문하지 않았으니, 챙길 물건이 얼마나 많겠는가!
오늘 밤에 괴조를 타고 발굴지로 갈 생각이었다.
***
밤일을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방해꾼이 오자, 얼마 자지 못하고 눈을 떴다.
똑똑.
“네.”
문이 열리고.
블리언 빈스와 아덴 빈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형님! 저희가 왔습니다.”
“형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순간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