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46
146
어디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거 같은데….
“광고 오지게 길게 한다.”
“그 윤미숙 드라마잖아.”
숙소 티브이 앞에 모인 멤버들이 과자 봉지를 까면서 드라마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동수 형한테 들었는데 우리 광고 들어왔다더라?”
“동수 형이 미리 말할 정도면 좀 이름 있는 곳에서 왔나?”
“그랬으면 좋겠다.”
“야 야 야 시작한다.”
“억!”
김 현이 박진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기습 공격을 당한 박진혁이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옆으로 쓰러졌다.
“와 화면이 무슨 영화 같다.”
“와 임혜지….”
“박지연 진짜 예쁘다….”
화면 속 인현왕후 역할을 맡은 배우 임혜지와 숙빈 역할을 맡은 박지연이 만나는 장면에서 멤버들이 입을 멍하니 벌렸다.
“방금 배경 음악 들었어? 웅장하네.”
“근데 이안이는 언제 나와?”
“어! 나오는 거 같아요!”
박서담이 옆에 앉아 있는 조태웅의 무릎을 다급하게 쳤다. 장면이 전환되고 누군가의 뒷모습이 화면 한가득 담겼다.
“야 최이안 덩치 봐라. 축구 경기 해도 되겠다.”
이안의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김 현이 크으 감탄하며 엄지를 들었다.
“예고편이 다가 아니었네.”
“이야 목소리 장난 없다. 일부러 더 깐 거지?”
이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드라마를 모니터하는 사이 멤버들은 집중하는 이안을 방해하지 않고 저들끼리 신나서 주접을 떨었다.
숙빈을 만나고 궁을 나서는 김춘택의 모습을 발끝에서 천천히 위로 올린다.
웅장한 배경음과 함께 화면 한가득 이안의 얼굴이 담기며 밑에는 자막이 떴다.
[김춘택, 인현왕후의 조카]김춘택이 김소아를 발견하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것으로 드라마의 2회가 끝났다. 이어서 엔딩 OST가 흘러나오면서 예고편이 시작됐다.
“야 나왔다. 수양대군을 잇는 최고의 등장씬. 이거다.”
“이안이 엔딩요정이다 엔딩요정.”
“이러다 대배우 되겠어.”
“나 솔직히 말해도 돼? 한동재보다 이안이가 더 눈에 띈다.”
“인정.”
이주혁과 박진혁도 한마디 거드는 사이 이안이 표정을 풀로 배시시 웃었다. 역시 윤미숙과 박표현 사단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나온 부분은 없었다. 하나하나 영상 화보 같은 느낌에 이안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멤버들을 바라봤다.
“어때? 잘 나온 거 같아?”
“어. 미쳤어.”
조태웅이 엄지를 척 들었다.
“어허, 무엄하도다. 치우거라.”
“나으리! 번호 좀 주세요!”
“나으리!”
박진혁이 있지도 않은 부채를 펼치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박서담과 김주영이 박진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상황극을 했다.
[얘넨 왜 지들이 더 난리야.]‘왜, 기분 좋은데.’
잠시 상황극을 지켜보던 이안이 멤버들 사이로 난입해 상황극에 참여했다.
“누구인가! 누가 나를 사칭하였는가?”
“나으리! 저놈입니다!”
“산 채로 잡아라.”
[좋댄다. 좋을 때다. 그래 지금을 즐겨라. 언제 동태눈깔이 될지 모르니까~]진이 비아냥거렸다.
만으로 3년 됐으면 이제 시들시들해질 때가 됐는데 다들 아직까지 서로에게 관심도 많고 챙겨 주려는 것도 많았다.
아위의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가 아니면 멤버들 천성이 원래 이런가. 이안이 허공에 뜬 진을 바라봤다.
‘미래에도 아위가 이랬나? 어땠어?’
[개인 활동 위주가 됐어도 전원 재계약은 했었지.]‘그래? 전원 재계약 그거 쉽지 않은데….’
[전생에서는 해외에서 더 반응 왔었으니까. 가끔 모여서 해외 공연만 다니면 됐거든. 소속사도 잘 챙겨 주는 편이고. 철저히 비즈니스지.]미래에도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건가 싶다가도 전생이랑 똑같이 흘러갈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함이 들었다.
그가 합류함으로써 미래에 일어날 사건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고작 3년인데 뭐.’
이안은 상념을 떨쳐 냈다.
“같이 봐 줘서 고마운데, 우리 숙소에서 이러다가 민원 들어오는 거 아냐?”
“그럼 다음에는 회사에서 보자.”
어쨌든 다음에도 함께 보자는 소리인가. 이안이 허허 웃었다.
새벽에 음방 녹화와 팬사인회가 있어서 다들 일찍 방으로 들어갔다. 씻고 침대에 누운 이안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켰다.
실시간 검색어를 ‘희빈 장씨’와 관련된 검색어가 장악했다.
-와 미쳤
-대박
-사극 최고 등장씬에 방금 저거 올려야 한다
-연출 오지고 작감배 미쳤다ㅠㅠㅠㅜㅠㅜㅠ
-미숙아… JONNA 맛있다…
‘희빈 장씨’ 방영 직후 반응이 즉각 오는 곳은 인터넷이지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광고계다. ‘희빈 장씨’ 2회가 끝난 후 밀려오는 전화에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광고 에이전시에서 이안이 스케줄을 물어보는데요?”
“그래요? 일단 알려 주시는데…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보내는 방향으로.”
“넵.”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끼워 파는 게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밀려오는 전화 통화에 서수련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의 핸드폰에서도 문자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사님!”
통화를 받은 한 직원이 안절부절못하다가 전화기를 일단 책상 위에 놓고선 서수련의 옆으로 다가갔다.
직원의 귓속말을 들은 서수련이 눈을 크게 떴다.
“청화 그룹에서요?”
* * *
음악 방송 3주 차가 지났을 무렵 아위는 라디오 스케줄을 위해 밴의 문을 열었다.
“어, 또 명진이 형이네?”
“왜, 나라서 실망했어?”
박동수는 말만 팀장이지 로드가 하는 일까지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 스케줄에 따라오는 빈도가 확 줄었다.
“아니 요즘 동수 형이 안 보여서요. 무슨 일 있나?”
무슨 일이 있긴 하지. 연애 사업으로 바쁠 텐데. 이안이 피식 웃자, 룸미러로 이안을 바라보던 김명진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절대 이안이한테 틈을 보이지 마.’
박동수의 연애가 이안에게 들킨 날, 그가 김명진에게 했던 말이었다.
“조만간 좋은 소식 있겠다. 그쵸 명진이 형?”
“어? 어….”
방긋 웃는 이안의 웃음이 무섭게 다가와서 김명진이 몸을 얕게 떨었다.
“뭔데 무슨 좋은 소식?”
“우리 뭐 스케줄 잡혔나 보지.”
다행히 멤버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김명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위가 도착한 곳은 바로 박서담이 디제이를 맡은 라디오 방송 스튜디오였다. ‘보이는 아이돌 라디오, 보아라!’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라디오였다.
“안녕하세요!”
문을 연 멤버들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보이는 라디오라서 곳곳에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었다.
“어? 일찍 오셨네요.”
“네, 서담이 일하는 거 구경하려구요.”
“어떡하죠….”
스태프가 곤란한 듯 주위를 바라봤다. 아직 준비할 게 많아서 아직 게스트가 앉을 의자도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혹시 스탭분들 몇 명이에요?”
이주혁이 대본을 쳐다보느라 바쁜 박서담을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이주혁의 의도를 눈치챈 스태프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주혁을 따라 나온 다섯 명의 멤버들은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밤인데 커피보다는 주스 종류가 나을 거 같지 않아?”
“좋다.”
계산대 앞에 선 아위를 알아본 아르바이트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늦어도 되니까 천천히 만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우르르 몰려와서 많은 양의 주스를 시켰건만 같이 사진을 찍어서인가, 아르바이트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음료를 주문한 멤버들이 자리에 앉아서 음료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근처에 있던 손님들이 수군거리면서 아위를 찍고 있었지만 멤버들은 이게 일상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 저거 다 들고 갈 수 있겠지? 그냥 배달할걸.”
“주영아. 이런 거는 직접 가져다주면서 우리 애 잘 부탁드려요, 이러는 거야.”
“아 그런 거야? 이게 사회생활인가….”
“너도 이런 스케 잡히면 우리가 이런 거 해 줄게.”
“좋은데?”
이안과 김주영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우리 이러는 거 다 찍히고 있겠지?’
[당연하지.]이안이 말없이 턱을 괴었다. 조태웅의 태도 논란은 잊을 만하면 누군가가 끌어 올려서 식을 줄 모르고 있었다.
-아위 조태웅한테 카드 받았던 알바생인데
사진처럼 삐딱하지 않았어ㅠㅠㅠㅠ
사진 각도가 이상하게 나와서 그렇지 한 손으로 카드주고 다른 손으로 가슴 짚어서 주심ㅠㅠ
존댓말하구 웃어주시면서 천천히 만들어주셔도 된다고 그랬단말임ㅠㅠㅠ 내가 다 억울하다 진짜 그분 친절했고 진짜 잘생겼는데
└노인증구씹
└└진짜야ㅠㅠㅠ
└인증들고와
└└그때 알바 막날이라서 유니폼도 반납해서 없고 CCTV도 못보여주는데 진짜임ㅠㅠㅠ 사진 원본 있으면 얼굴 인증이라도 할까?
└주작이네
└태웅앰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요ㅋㅋㅋㅋㅋ
당시 알바생이 쓴 글은 별다른 화제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억울한 알바생이 카페로 찾아가 인증을 했지만 역시 묻히고야 말았다.
논란은 댓글 600개가 넘어가면서 같은 내용의 논란글이 계속 끌어 올려졌지만, 누군가의 해명글은 고작 댓글 20개로 그쳤다.
이 상황에서 바빠진 것은 아위덤이었다. 해명글을 지속적으로 퍼다 나르며 논란을 없애려고 했지만, 오히려 원래 있던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더 크게 번져 갔다.
‘어디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거 같은데….’
[니 생각이 맞을 거다.]‘그래? 그럼….’
“음료 나왔습니다!”
“가자.”
일단 나중에 생각해 볼까.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 캐리어를 들었다.
* * *
“음료 드세요.”
“우리 서담이 잘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로 돌아온 멤버들이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주스를 나눠 줬다.
“서담 씨 덕분에 우리가 이런 것도 얻어먹네.”
“우리가 디제이 섭외는 잘했다. 잘 먹을게요.”
라디오 피디와 작가가 들고 있던 음료를 박서담에게 보여 주며 허공에 건배를 했다. 귀를 새빨갛게 물들인 박서담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아 형! 쪽팔리게 뭐 해요! 학부모도 아니고….”
“광대 집어넣고 말해. 쟤는 지도 좋으면서 큰소리친다.”
“박서담 종특이잖아. 창조야!”
이안이 박서담과 함께 라디오 디제이를 맡은 에이원스의 민창조를 불렀다. 그는 박서담과 동갑 친구였는데, ‘아림픽’ 이후 친해질 수 있었다. 멀찍이서 기웃거리던 민창조가 이안의 옆으로 후다닥 달려왔다.
“이거 먹어.”
“와 내 것도 있어요?”
“당연하지.”
“부럽다. 우리 멤버들은 이런 거 안 해 주는데….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형들.”
민창조가 부러운 눈으로 박서담을 쳐다봤다. 아위의 전전 회에서 에이원스 멤버들을 섭외했는데, 그들은 이런 것을 준비해 주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민창조의 말을 듣고 발끈한 것은 아위 멤버들이었다.
“진짜? 그분들이 센스가 없네.”
“안 되겠다. 야 모여, 다 같이 사진 찍자.”
“창조야 웃어.”
이주혁의 말에 멤버들이 민창조를 가운데 두고 모였다. 이안이 긴 팔을 뻗어 사진을 찍었다.
“어… 근데 갑자기 사진은 왜…?”
얼떨결에 아위와 같이 사진을 찍은 민창조를 보며 멤버들이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가 너네 멤버들 혼내 줄게. 일단 우리 톡방에 사진 보내고….”
“준서 형한테 보내 볼까?”
조태웅이 씨익 웃으며 톡방 주소록을 훑었다. 누구 약 올리고 놀리는 것에는 행동이 아주 빨랐다.
라디오 시간이 되어 부스 안으로 들어온 멤버들이 디제이 석에 앉은 박서담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네! ‘보이는 아이돌 라디오, 보아라!’ 오늘 모신 게스트는요….”
“이분들 요즘 대세를 넘어 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걸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왜요? 저는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요? 네! 저희 그룹 아위입니다!”
자신들을 비추는 카메라에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