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53
153
팀 활동 일시 중단 (공식).
아위(AWY) 루머유포 및 악플러 고소, 법무법인 아율-BHL엔터 “선처는 없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
BHL엔터-법무법인 S&W “소속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서앤우???? 3대로펌 서앤우???
-ㅁㅊ 악플러 인생 조졌네ㅋㅋㅋㅋㅋㅋㅋ
-서앤우 근데 이런사건 처음인데 잘하려나?
└그 서앤우인데?ㅋㅋㅋㅋ심지어 법무법인 아율이랑 공조한대ㅋㅋㅋㅋㅋㅋ
대한민국 3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서앤우가 최초로 연예계 악플 사건 의뢰를 맡았다. 루머유포, 악플 등의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아율과 협력할 예정이었다.
거대 로펌이 BHL엔터와 업무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이안의 부모님 인맥 덕분이었다.
(태웅이가 공황장애라고? 그 밝은 애가?)
“그래서 활동 잠시 중단할 것 같아요.”
(세상에, 큰일이다. 너는 괜찮니? 아니 이럴 때가 아니다. 당장 친구한테 연락해서….)
가뜩이나 붙임성 있고 애교 많은 조태웅을 좋게 생각하던 이안의 부모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에 있는 인맥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괜찮겠어? 집안일이 공개되는 건데….”
“괜찮아요. 부모님도 괜찮다고 했고….”
아위(AWY) 이안, 금수저 인증… 美 대형 로펌 변호사 부모와 美 요식사업의 개척자 조부 “화제”
‘아예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게 낫지만, 일단 잠재우는 게 먼저야.’
경고성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애초에 악플을 별로 신경 안 쓰는 이안이라서 그에 대해 많은 말이 나와도 상관없었다.
-ㅁㅊ서앤우가 엔터 맡은 이유가 있었네
-지금 글삭되는거 봐ㅋㅋㅋㅋ새로고침하면 1000씩 없어지고 있음ㅋㅋㅋ
-그러게 악플 달지 말지 인류애 파스스
-응 이미 늦었어~ 이미 피뎊 다 땄어~ 이미 소속사로 메일 보냈어~
[삭제된 게시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아ㅋㅋㅋ고소 왜 하냐ㅋㅋ이미 대중은 돌아섰다
└쫄?? 쫄?????
-모든 돌들의 고소는 환영해 응원한다ㅠㅠ!
-솔직히 요즘 너무 심하긴 했음ㅇㅇ
-고소? 지들이 관리 못해놓고 책임전가ㅋㅋㅋ얼마나 잘되는지 보자ㅋ
└병헌아 여기야!
-돌팬이라면 고소공지 환영하지 그놈이 그놈이니까ㅇㅇ
-지금 뭐라 하는 사람들 고소장이나 받을 준비 해라ㅋㅋㅋ
-욕 얼마나 먹었는데? 이런 것도 고소감이야?
-지금 악플러들 부들부들 떨고있쥬?ㅋㅋㅋㅋㅋ
대형 로펌을 등에 업은 아위의 고소 소식에 각종 커뮤니티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멤버들은 조태웅이 짐을 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더 챙겨 갈 거 없어?”
“어… 아마도? 이거면 됐어.”
여행 캐리어에 한가득 짐을 끼워 넣은 조태웅이 희미하게 웃었다.
통원 치료가 있겠지만, 그는 잠시 숙소 생활을 접고 본가에서 안정을 취할 예정이었다.
“우리 팀 활중이라며?”
“어.”
“그냥 나 없이 하지….”
조태웅이 얼굴 한가득 미안한 기색을 담았다. 그는 자신 때문에 그룹 활동을 못 하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야, 니 잘못 아니야.”
“그래도….”
이안이 허, 숨을 내뱉었다.
“야, 팀 활동은 잠시 중단이고 개인 활동은 할 거거든?”
“맞아. 태웅아 걱정 안 해도 돼.”
그렇다고 소속사에서 다른 멤버들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조태웅을 제외한 멤버들은 활발한 개인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안이가 고생하겠지.”
이주혁이 이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안의 스케줄은 꽉 차 있었다. 그룹 스케줄이 급작스럽게 엎어졌는데도 그만큼 일거리가 들어왔다.
“우리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 아니야?”
“맞아. 우리도 이참에 길게 휴가 한번 가지 뭐.”
마침 멤버들도 널널한 휴식 시간이 생겼다. 덕분에 설 연휴까지 각자 집에서 쉬다 올 예정이었다.
“태웅이 짐 다 쌌어?”
“어.”
“가자, 밑에 명진이 형 와 있대.”
김 현이 고개를 까딱했다. 김 현의 본가도 조태웅의 본가와 가까워서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다.
“형, 잘 다녀와.”
“이안이 너는 어떡할래?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음, 봐서. 일단 숙소에 있어야지.”
이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아직 마음 놓고 해외를 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갈게.”
신발을 신은 조태웅이 손을 흔들었다.
“형! 다 괜찮아질 거예요!”
“맞아, 걱정하지 마. 우리 신경 쓰지 말고.”
현관에 붙은 멤버들이 조태웅을 응원했다.
“야 조태웅,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까 푹 쉬다 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래.”
이안이 내민 주먹에 주먹을 맞댄 조태웅은 뒤돌아보지 않고 숙소를 나갔다.
“짐은 다 챙겼어?”
“넵.”
박동수가 밴의 트렁크를 열어 김 현과 조태웅의 짐을 싣는 사이 그들은 차에 탔다.
“짐 빼먹은 거 있으면 형이 가져다줄게. 걱정하지 말고.”
“넵.”
박동수는 오랜만에 밴의 운전대를 잡았다. 출발하기 전 안전벨트를 맨 박동수가 조수석을 뒤적거렸다.
“맞다, 이거 가져가.”
“이게 뭐예요?”
박동수는 커다란 종이 쇼핑백 두 개를 조태웅 쪽으로 넘겼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은 조태웅이 쇼핑백을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부피가 커다란 것에 비해 무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와…. 다 편지네.”
“니 소식 듣고 팬들이 보내온 것들이야. 퀵으로 보내온 거랑… 직접 와서 주고 간 게 더 많아.”
“이걸 다요?”
“어, 나는 사생인 줄 알고 긴장했다니까. 편지 주면서 너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
울먹이던 팬도 있었지. 팬들의 정성이란. 박동수는 조태웅이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간 애들도 다 알겠지.’
소속사 직원들은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밤새 팬레터를 일일이 뜯어 보고 내용에 문제없음을 확인했다. 하루빨리 조태웅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밀봉이 안 돼서 반쯤 열린 팬레터도 많이 있었다.
직원들의 정성을 조태웅도 모르지 않았다. 희미하게 미소 지은 그는 팬레터를 하나씩 열어 보았다.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걱정과 염려, 사랑만 가득 찬 문장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와….”
팬아트를 보내온 팬도 있었다. 조태웅 혼자가 아닌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웃고 있는 그림이었다.
너의 앞날이 행복으로 가득 차길… 사랑해. 넌 최고야
조태웅은 그림의 구석에 작게 써진 응원 문구를 매만졌다.
-예전부터 저 특유의 거지 같은 표정 재수 없었음ㅋ
-욕 오지게 처먹으면서도 사태파악이 안 되나ㅋ 꼴보기 싫은데
-내 지인이 조태웅네 동네 사는데 조태웅 아역 때부터 벌던 통장 아직도 엄마가 관리한다던데?
└걔 성인 아니야?
└얼마나 돈욕심이 많으면 애 내세워서 그러고 싶을까? 그러니 애가 가정교육 덜배웠지ㅉㅉ
└욕심 많아서 아들도 심보가 ㅂㄹ인가 봐ㅋㅋㅋㅋ
-근데 사회생활 기본인 걸 집에서 교육을 안 시키나?
자신에 대한 악플은 어찌 저찌 감내할 수 있었지만, 가족과 관련된 악성 루머와 댓글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최근,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손에 꼽았다. 무기력해지는 몸뚱어리를 애써 움직였지만, 연습에도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의 욕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잘못했나 봐….’
모든 게 내 탓 같았고, 이대로 눈을 감으면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연말 무대에서 한 번의 고비가, 그리고 온라인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사생 때문에 넘어지게 되면서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현이 형.”
“어.”
“나 괜찮겠지?”
“당연하지. 치료 잘 받으면 금방 없어져.”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적어도 예전의 김 현은 그렇게 버텼다. 악성 편집으로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돌을 던졌지만, 그는 데뷔하겠다는 일념으로 꾸역꾸역 버텼다.
하지만 김 현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도 섣부른 말이 될 것 같았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개소리야.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그럼 지금 감정은 누가 해결해 줘?’
김 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우리가 도와줄게. 언제든 통화해.”
“…응.”
“빈말 아니라 진짜로. 너 하루에 한 번씩 우리 톡방에 꼭 생존 신고 해라.”
“알았다니까.”
적어도 조태웅은 멤버들이, 내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집 안으로 들어가는 조태웅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김 현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 * *
“나도 갈게.”
“아줌마 오셨대? 와서 음료수라도 하나 마시고 가시라 해.”
“아냐, 냉장고에 니가 먹는 거밖에 없더라.”
“내가 먹는 게 뭐 어때서?”
“그걸 내 입으로 말해 줘야 아냐?”
이안의 뻔뻔한 표정을 보며 김주영이 툴툴거렸다. 이안이 푸스스 웃었다.
“잘 가. 집에서 음식 많이 갖고 오지 말고.”
“그건… 나도 장담 못 하겠는데. 아, 이안아. 설에 갈 데 없으면 우리 집 와라.”
“너네 집?”
김주영이 신발을 대충 꿰어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어, 엄마가 너 미국 안 간다는 얘기 듣고 집에 꼭 오라고 하더라.”
“그래? 아줌마 음식 맛있지….”
“아주 니 얘기하면 입이 귀에 걸렸어. 우리 나으리 친구는 언제 오니? 이런다니까. 아들 안부보다 중요해.”
김주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튼, 너 데려오지 못하면 나도 눈치 오지게 볼 각이니까 꼭 와라.”
“야 잠깐, 그거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방 안에서 짐을 싸던 박진혁이 헐레벌떡 현관으로 나왔다. 김주영이 인상을 팍 썼다.
“아 뭐야, 형네 집에서도 얘 데리고 오래?”
“어, 우리는 누나가.”
태어난 김에 사는 박진혁을 아이돌의 길로 이끈 그 누나인가. 이안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박진혁을 바라보자, 김주영이 불안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아 내가 먼저 말했다고!”
“아냐, 아까 주혁이 형이 먼저 말했어.”
“아 주혁이 형 안 그렇게 생겨서 겁나 빨라.”
김주영과 박진혁이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였다.
“진짜 갈게! 어쨌든 우리 집 와! 연락해!”
김주영은 그 말을 끝으로 숙소를 나갔다. 박진혁이 이안의 어깨에 팔을 올려 어깨동무를 했다.
“야, 이안아. 우리 집 올 거지? 주혁이 형이랑 김주영네는 안 갈 거지?”
“이래서 인기 많은 남자는 피곤해….”
이안이 이마를 짚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설날에 마냥 혼자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 * *
“형, 심심하면 우리 집 놀러 와요. 울 할머니가 형 많이 보고 싶어 해.”
“그래, 생각 있으면 톡 할게.”
마지막으로 숙소를 나서는 박서담이 어깨에 보스턴 백을 매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고, 도어 록이 삑삑 울렸다. 아무도 없는 정적 속에서 이안은 기지개를 쭉 켰다.
[다 나갔네.]‘그러게.’
텅 빈 숙소를 멍하니 바라본 이안이 씁쓸하게 웃었다.
“썰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