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52
152
나 못하겠어.
“얘들아, 아무리 걱정돼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
“그… 그런가?”
조태웅의 손목에 과하게 맨 붕대를 본 박동수는 그 붕대를 풀어 다시 상처를 손봤다. 이주혁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었다.
“태웅이 괜찮고?”
“네. 괜찮아요, 형.”
“얘들아 미안하다. 우리가 더 신경을 썼어야 했어.”
조태웅의 경직된 몸과 굳어진 표정에 박동수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앞으로 이런 일 절대 안 나오게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콘서트에 집중하자. 우리 오랜만에 콘서트 하는 거잖아.”
“네 형.”
“좋아, 이제 준비하고 리허설 하러 가자.”
조태웅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멤버들은 리허설을 하러 무대로 향했다.
“근데 진짜 어디서 알고 온 거야?”
“무서운데….”
멤버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안은 말없이 진을 응시했다. 허공을 유영하던 진의 렌즈가 이안의 얼굴을 비췄다.
[공연 관계자랑 너네 직원 두 군데서 흘렸어.]‘그래? 어쩐지…. 저번보다 많이 몰리더라. 우리 회사에서도 유출될 줄이야.’
[요새 너네 회사 직원 많이 뽑았잖아. 그거 때문이겠지.]‘나중에 누군지 알려 주고.’
[뭐, 알려는 주겠는데. 어쩔 수 없어 받아들여. 이게 ‘탑 아이돌’의 현실이야. 조태웅 쟤도 저렇게 엄살 부리면 나중에 어떻게 버티려고….]‘닥쳐.’
‘탑 아이돌’이라고 강조하는 진의 말투가 얄미움을 넘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무대 위에 올라선 멤버들이 텅 빈 공연장을 바라봤다.
“일단 가볍게 음향 체크 하고, 카메라 리허설 할 거야.”
“넵.”
다양한 무대 효과를 위해 커다란 LED 화면이 벽처럼 세워져 있었다. 앙 옆과 뒤, 심지어 무대 바닥까지 있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이주혁의 신호를 기다렸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 아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멤버들이 꾸벅 숙여 인사를 하자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다. 3주년 기념 마이크를 든 멤버들이 각자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면서 음향을 체크했다.
“카메라 리허설 시작할게요!”
돌출 무대가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동선은 없었다. 멤버들은 프롬프터에 뜨는 목록대로 안무 위치에 섰다.
춤을 추던 조태웅은 세상이 빙빙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지러워….’
조태웅이 눈을 꾸욱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손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는 허벅지에 손바닥을 비벼 땀을 닦았다. 손이 떨리다 못해 저릿저릿했다.
‘숨 막혀…. 뭐지, 몸살인가.’
지금 추고 있는 곡은 팬송이라 살랑살랑 가볍게 추는 안무가 주를 이룬 곡이었다. 평소처럼 격한 군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조태웅은 몸이 너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쟤 왜 저래?’
이 정도 안무는 그들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는 조태웅을 본 이안이 심각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야, 죠탱.”
그 손길에 화들짝 놀란 조태웅이 팔을 휘저어 이안의 손을 뿌리쳤다. 헉, 헉. 가쁜 숨을 내뱉는 조태웅을 보며 이안이 표정을 굳혔다.
‘이거… 좀 많이 심각한데?’
이안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잠시 멈춰 주세요!”
이안이 손을 휘젓고 팔을 교차했다. 공연장을 쿵쿵 울리던 반주가 일시 정지되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며 무대 위로 올라왔다. 멤버들은 이안이 붙들고 있는 조태웅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이안은 고개를 숙여 조태웅의 얼굴을 살폈다.
“…조태웅. 야, 나 봐 봐. 괜찮아?”
“…어?”
“태웅이 괜찮아? 야, 태웅아. 정신 차려 봐.”
박진혁이 조태웅을 살짝 흔들자, 그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주혁이 심각한 얼굴로 조태웅의 안색을 살폈다.
“태웅이 왜 이래?”
“야, 괜찮아?”
“형!”
숨을 쉬기 힘들어서 가쁜 숨을 내뱉은 조태웅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힘없이 쓰러졌다.
“어어어?!”
“야 조태웅!”
멤버들이 무너지는 그의 상체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한발 느렸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조태웅이 숨을 가쁘게 쉬며 흐느꼈다.
“나 못 하겠어.”
“너….”
이안이 조태웅의 옆에 쭈그려 앉았다. 박서담은 프롬프터 앞에서 물 한 병을 가져왔다. 박동수와 김명진도 그의 곁으로 뛰어왔다.
“형, 물 마실래요?”
“태웅아.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형한테 말해 봐.”
조태웅이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 박동수를 올려다 봤다.
“형, 나 못 하겠어요….”
김 현이 조태웅의 앞에 풀썩 앉아서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아직 본격적으로 춤을 추지 않았는데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덜덜 떠는 몸과 가쁜 숨을 내뱉는 모습에 김 현이 쯧, 혀를 찼다.
그들에게, 특히 조태웅에게 쏟아진 악의적인 여론을 김 현도 알고 있었다.
이 증상은 김 현이 아주 잘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도 한동안 이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었다.
“숨을 잘 못 쉬겠지? 심장 막 뛰고, 토할 거 같고?”
조태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 현이 멤버들과 매니저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떡하냐, 얘 공황 온 거 같다.”
* * *
안녕하세요, BHL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온라인 콘서트, ‘AWY ONLINE CONCERT : We Are The World’ 는 아티스트 사정으로 취소되었음을 알립니다.
“왜?!”
“갑자기 취소 뭐야?”
“무슨 일 있나?”
이다솔의 자취방에 모인 장민희와 김은하가 갑자기 뜬 공지를 보며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같이 콘서트를 시청하려고 응원봉과 배달 음식 등 만발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다솔이 넌지시 물었다.
“아까 댈찍이랑 개돌붙수니 영상 올라왔던데 그거 때문 아니에요?”
“헐, 태웅이 많이 다쳤나?”
장민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SNS를 열었다. 그녀의 타임라인이 물음표로 도배되었다.
-왜 취소???? 공연 한시간 전인데??? 뭔 일 났나?
-미친거아니냐고ㅠㅠㅜㅜ애들 불쌍해ㅠㅠㅠㅠ
-사생홈 박제 명단 올라왔어요 우리 사생들 소비하지 말아요!
-사생도 사생인데 댈찍 ㅈㄴ싫어
-아위 멤버들도 사람입니다! 사생활 침해 그만 하세요!
이내 공연장을 습격했던 사생 무리들의 영상이 폭발적으로 인용되면서 욕으로 도배됐다.
-찍덕들은 안전거리 유지하는데요ㅠㅠ 폰카충들이나 통제하세요ㅠㅠ!
-맨날 뭔일만 있으면 찍덕탓 오지죠ㅠㅠㅠ거기 몰린 찍덕 얼마나 된다고 지들이 현장관리 제대로 못해놓고 남탓하노 ㅠㅠ
-ㅈ소면 행사해서 돈이나 벌것이지ㅋㅋㅋㅋㅋ그거 넘어졌다고 얼마만의 콘을 취소해ㅋㅋㅋㅋ
물론 그만큼 적반하장으로 나온 사람들이 등장해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면서 타임라인이 소위 말해 ‘개판’이 되었다.
“아니, 그거 하나 안 잡고 뭐 하는 거야?”
김은하가 크게 소리치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장민희도 한탄했다.
“아 그거 초반에 빡세게 잡았어야 했는데.”
“BHL이 원래 블랙러시 때부터 그런 일 못 하기로 유명했대요. 아, 온콘 기대했는데 아쉽다….”
이다솔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영상 보니까 태웅이 괜찮아 보이던데요? 설마 그거 좀 넘어졌다고 취소야? 매니저는 애 두고 뭐 한 거야? 아씨 이래서 ㅈ소 아이돌 빠는 게 아닌데….”
김은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본인의 SNS 계정에 ‘먼 대단한 슈스라고 꼴랑 그것때매 행사를 취소함?ㅋㅋㅋㅋ요새 성의 없게 굴더니 뭐 어디까지 대접해줘야됨?ㅋㅋㅋ’와 같은 게시글을 올리고 있었다.
장민희는 손에 들고 있는 치킨이 맛이 없게 느껴졌다. 그녀가 한숨을 푹 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애들 걱정이다….”
* * *
갑작스러운 온라인 콘서트 취소에 소속사는 여러 가지 해결할 사안이 많았지만, 조태웅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그들은 즉시 리허설을 중지하고 조태웅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
“요새 너무 심하긴 했어….”
“…괜찮겠지?”
일단 회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은 초조하게 손톱을 뜯으며 조태웅과 박동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싫다고 해도 데려가서 상담을 받게 하는 건데….’
이안도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괜찮다고 괜찮은 게 아니다. 그걸 알아챘어야 했다. 이런 거 알아채라고 숙소 생활 하는 거 아닌가.
“우리가 제대로 살펴야 했는데….”
“괜찮다고 우기니 괜찮은 줄 알았지.”
멤버들의 심정도 이안과 다르지 않았다.
“아씨… 내가 잘 볼걸.”
조태웅의 룸메이트인 김주영이 머리를 감싸며 자책했다. 라디오에서 말이 나온 이후 방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다. 김주영과 같은 방을 쓴다고 좋아하던 조태웅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안이 쯧, 혀를 찼다.
“야, 우리 탓 아니야. 악플러들이랑 아까 그 미친 사람들 때문이지.”
“그건 맞는데….”
그렇게 말하는 너도 표정 말이 아닌데. 김주영이 뒷말을 삼켰다.
순간, 복도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얘들아 태웅이 아직 안 왔지?”
“오셨어요, 이사님?”
서수련은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오다가 크게 넘어졌다.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지금 자신의 발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수련은 멤버들의 얼굴을 살폈다. 다들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
“너희들은 괜찮고?”
“저희들은….”
이주혁이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이주혁과 눈이 마주친 멤버들이 괜찮다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괜찮은데… 우리 콘서트는, 팬들은….”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게. 우선 태웅이 말고 너희들도 다 같이 상담을 받자. 알았지?”
“네.”
서수련은 마음에 편치 않았다. 요새 여론이 안 좋은 걸 알고 악플 대책 부서를 신설해 법무법인과 도장을 찍기만을 기다렸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되었다.
김명진이 회의실의 안으로 들어왔다. 멤버들이 벌떡 일어났다.
“형, 태웅이 뭐래요?”
“현이가 맞았다.”
“하….”
김 현이 한숨을 쉬었다. 조태웅 같은 증상은 공황장애 증상 중에서도 꽤 심한 축에 속했다.
“일단 앉아. 이사님도 앉으세요. 태웅이는 동수 형이랑 있어요.”
김명진의 말에 다시 의자에 앉은 멤버들은 그의 입이 열릴 때까지 다리를 달달 떨며 기다렸다.
“…자세히 얘기는 못 하고, 여러 치료를 병행할 거지만 일단은 절대적인 안정이 제일 중요하대요.”
역시나. 서수련이 눈을 질끈 감았다.
“얘들아 일단 너희들이 숙소 말고 회사로 온 이유가 있어 너희들 향후 활동에 관한 얘기를 할까 해.”
서수련은 악플러들에 대한 분노와 이때까지 애들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자책감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넘겼다.
“이대로 태웅이 빼고 6인 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태웅이가 회복될 때까지 팀 활동은 일시 중단하느냐. 너희들의 의견에 따를게.”
서수련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은 이미 팀 활동 일시 중단으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멤버들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말을 꺼낼 상황은 아니었지만, 논의할 건 논의해야 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주혁이 말했다.
“태웅이 빠지면 안 해요.”
“저도요.”
이주혁의 말에 동의한 이안이 한마디 덧붙였다.
“태웅이뿐만 아니라 한 명 빠질 거면 팀 활동 안 하는 게 맞다고 봐요.”
“맞아.”
서수련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얘들아 너희 의리 있는 모습 보기 좋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해.”
“저희들은 지극히 현실적인데요.”
박서담이 눈을 부릅떴다. 김명진이 말했다.
“태웅이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데 다들 괜찮겠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어. 그동안 단체 활동 없어. 앨범도 못 나와.”
“괜찮아요.”
이주혁이 즉각 대답했다. 멤버들의 표정이 한결같았다. 단단히 결심한 표정이었다. 서수련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일단… 너희들도 쉬는 쪽으로….”
순간 회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 앞에는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중년 여성이 서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고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났다.
“태웅이 어머님.”
“우리 태웅이….”
곧장 눈물을 흘릴 거 같은 얼굴의 중년 여성의 얼굴에 서수련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을 꾸욱 다물었다.
“우리 애 어딨어요…?”
그녀는 조태웅의 어머니, 이혜은이었다.
* * *
[공지] AWY 활동 일시 중단 안내안녕하세요, BHL엔터테인먼트입니다.
AWY를 아껴 주시는 AWYDOM 여러분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최근, AWY 멤버 태웅은 극심한 건강 이상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여 ‘우울증 및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안정이 필요하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사는 아티스트와의 충분한 논의 끝에 AWY의 전체 팀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AWY 멤버들이 팀으로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팬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당사는 아티스트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