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84
184
뭐야, 우리가 가해자야?
유상예술대상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이안을 멤버들이 반겼다.
“이거 뭐야?”
“어, 왔다왔다.”
그들은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붉은색 담요를 가져와 바닥에 깔고서는 마치 레드 카펫인 것처럼 연출했다.
“수상 축하해!”
“와씨, 깜짝이야.”
멤버들은 입으로 축하 반주를 노래하며 이안의 주위로 모였다. 심지어 케이크를 살 때 주는 작은 폭죽까지 터뜨렸다. 이안이 하하 웃으며 멤버들의 환대를 받았다.
“뭐야 이런 건 언제 준비했어.”
시상식이 열리는 삼성동 전시장과 압구정에 있는 소속사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멤버들이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멤버들은 소속사 근처에서 급히 사 온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이안의 앞에 들이밀었다.
“이미 상 탈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지.”
“너만 잘 맞추는 게 아니라고.”
“형, 불 불어요. 팔 아파.”
이안은 김 현의 말을 듣고서는 초에 붙은 불을 껐다. 그러자 케이크를 든 박서담이 뒤로 홱 돌았다.
“케이크! 우리 이거 어떻게 먹어요?”
“우리 컵라면 먹었을 때 남은 젓가락 있지 않냐?”
“와, 진짜 오랜만이다, 케이크.”
순식간에 축하 분위기에서 먹방으로 바뀌자 이안이 허무하게 외쳤다.
“…저기요?”
“젓가락 여기!”
“와, 나 마침 당 떨어졌잖아.”
“야, 이안아 너도 와서 먹어.”
이안은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허탈하게 내뱉었다.
“나는 이용당한 거야?”
“이용당한 거라니, 말이 너무 심하네.”
“맞아, 우리 진심을 무시하지 말아 줘.”
이주혁과 김 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무젓가락을 뜯더니 케이크의 생크림을 행복한 얼굴로 맛보고 있었다.
‘안 그런 척하기는.’
이안이 피식 웃었다. 신경 써서 준비해 놓고 막상 판을 벌이니 부끄러워서 아닌 척하는 것, 이게 멤버들이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한 입만 먹을게.”
“와, 진혁이 형 그게 한 입이에요? 한 바가지 아냐?”
“잠깐잠깐 주인공은 나거든?”
이안도 멤버들 옆에 자리 잡아서 케이크를 먹으려는 찰나, 그의 핸드폰에서 중요한 사람이 연락을 오면 울리는 짧은 알림음이 흘렀다.
“나, 잠깐 전화 좀.”
“야, 지금 우리가 성심성의껏, 어? 정성을 다해 축하해 주고 있는데 전화를 왜 받냐.”
성심성의껏 케이크를 퍼먹고 계십니다만? 박진혁은 생크림이 볼에 묻은 것도 모른 채 벌떡 일어난 이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누군데?”
“우리 엄마.”
“엄마는 받아야지.”
급격히 태세를 전환한 박진혁이 벌떡 일어나 연습실 문을 열어 주었다. 복도로 나온 이안은 부모님께 걸려 온 영상 통화를 받았다.
(아들!)
“네, 엄마. 아빠도 있네요. 잘 지내셨어요? 여행은?”
(잘 다녀왔어, 방금 집 도착했어. 너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아들, 수상 축하해!)
상 탔다며 먼저 얘기를 꺼내려던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아셨어요? 방금 집 도착했다며.”
(다 아는 수가 있지.)
막 집에 도착했을 정도면 인터넷까지 찾아볼 정신이 없었을 텐데…. 기사가 그렇게 빨리 올라오나?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몸은, 어디 아픈 데는 없지?)
“네, 멀쩡하죠. 저 원래 병 잘 안 걸리잖아요.”
(건강해서 다행이야.)
이후 꽤 오랫동안 부모님과의 통화를 마친 이안은 다시 연습실로 향하는 길에 피버 멤버들을 마주쳤다.
“이안이 형!”
“어, 안녕.”
“수상 축하드려요!”
“고마워.”
회사에서도 이미 소식이 퍼졌나 보다. 이안은 그들의 축하 인사까지 받고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왔냐?”
“어, 와 이 돼지들. 케이크 다 먹었어.”
“그러게 빨리 오지 그랬냐.”
한 숟가락 남긴 케이크는 멤버들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었다. 멤버들은 케이크를 해치우고 이안의 트로피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거 리얼 금은 아니겠지?”
“당연하죠, 요즘 금값이 얼만데.”
“그래도 뭔가 고급져 보이긴 한다. 우리 음방 트로피 중에 목 부러진 것도 있었잖아.”
“그거 동수 형이 본드로 붙여서 복도에 전시해 놓음.”
연습실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케이크 상자가 왠지 초라해 보였다. 이안은 남은 케이크를 한입에 털어 넣고 상자를 구석으로 치웠다.
트로피 구경을 일찌감치 끝내고 바닥에 누워 쉬고 있던 조태웅이 고개만 돌려 이안을 쳐다봤다.
“엄마랑 아빠, 스위스 여행 갔었다며? 지금 집에 도착하셨대?”
“어, 방금 집에… 잠깐만.”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엄마랑 아빠”? 스위스에 다녀오셨다는 것은 또 어떻게 알고?
이안의 표정을 읽은 조태웅이 씨익 웃었다.
“몰랐어? 나 너네 부모님이 가슴으로 낳은 아들임.”
“미친.”
언제 그렇게 되셨습니까? 이안의 표정으로 묻자, 조태웅이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로펌 소개해 주신 게 너네 부모님이라며. 나 할머니 댁에서 서울 올라갈 때 그때 연락했지. 고맙다고 인사도 할 겸.”
“오올, 도리를 아는 남자.”
“그 이름 조태웅.”
옆에서 듣고 있던 박진혁과 김 현이 추임새를 넣었다.
조태웅이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보며 이안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허, 숨을 내뱉었다.
“우리 부모님 연락처는 어떻게 땄는데?”
“전에 월투 했을 때 땄지. 기본 아니냐.”
“미친.”
어쩐지 방금 수상 소식도 그렇고, 부모님은 유독 이안의 스케줄을 꿰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유독 인터넷 검색을 잘하시는 줄 알았다.
“뭐, 새삼. 너도 우리 엄마랑 연락한 적 있잖아.”
그거야 할머니 댁에 있을 조태웅의 서프라이즈를 위해 연락한 것이었지, 그처럼 부모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알지는 못했다.
이안이 아직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가운데, 조태웅은 또 뭐가 재밌는 게 생각났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말 나온 김에 모레 김주영 오면 그거 확인하러 갈까?”
“뭐?”
“반성문.”
그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들었다. 합의 선처는 해 주지 않을 거지만 그쪽에서 보내는 반성문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인터넷상에서 신나게 악플을 달았으면서 막상 처벌이 코앞까지 오니 안달이 났는지, 법률대리인에게 보내는 반성문이 꽤 쌓여 있다고 한다.
“우리 욕했던 사람이 뭐 썼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거 좀….”
“궁금하긴 한데….”
이안도 내심 궁금해졌다.
그 사람들이 악플러의 전체는 아닐 것이다. 못 잡은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보고 싶어졌다.
“근데 그럼 악플 내용도 다 알게 되는 거 아니에요?”
“다들 괜찮아?”
이주혁의 말에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조태웅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럼 주영이가 오케이 하면 가 보자. 변호사님한테 인사도 드릴 겸.”
“우리 이제 연습 시작해야 돼.”
이안은 트로피를 받아 왔지만 쉴 틈은 없었다. 아위 데뷔 이후 가장 긴 공백기였다. 조만간 휘몰아칠 스케줄에 멤버들은 미리 연습을 서둘렀다.
그들은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신나게 말했다.
“사과문 궁금하다. 어떻게 썼을까?”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뭘 했고 어떻게 반성하고 있으며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쓸 리는 없겠지?”
“그냥 자기 어린 학생이고 부모님 알면 죽는다고 징징거리겠지.”
“아니면 어린 자식이 있으니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뻔하다 뻔해.
* * *
“야 또 나왔다.”
“어디어디.”
“읽어 줄게. ‘저희 가정은 기초 생활 수급자이며 생각 없이 단 댓글 하나 때문에 저는 저만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의 가슴에 비수를 꽂게 생겼습니다. 어떻게 한 번만 선처를 해 주시면….’”
“푸흡!”
박진혁이 우스꽝스럽게 읊자, 멤버들이 웃음을 참았다.
“뭐야, 우리가 가해자야?”
“어쩌라고다 진짜.”
아위 멤버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광화문에 있는 로펌 사무실을 찾았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음에도 로펌 측에서는 멤버들을 위해 큰 회의실을 비워 줬었는데 책상 위, 가해자가 보내온 반성문이 법전처럼 두껍게 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은데도 아직 못 잡은 사람이 있겠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악플 쓰기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이안이 질린 듯한 얼굴로 앞에 있는 서류 더미를 대충 훑었다.
“어째 레퍼토리가 다 똑같냐.”
“야, 이혼 또 나왔다.”
“가정불화 어서 오고.”
감정에 호소하는 사과문이 대부분이었다. 홀어머니가 계시고, 이것 때문에 이혼당하게 생겼으며, 취업 준비가 이것으로 인해 막히게 됐다는 둥 가지각색이었다.
“얘들아 너무 자세히 보지는 말고.”
서수련과 박동수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로펌에는 김명진이 동행했다. 반성문에서 자기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 적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이 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혹시 이거 갈아 버려도 되나요?”
멤버들은 김명진의 걱정과는 다르게 멀쩡했다.
“네, 어차피 복사하기도 했고… 판사한테 똑같이 보냈을 거니까요.”
비서의 말에 멤버들은 벽면에 설치된 문서 파쇄기에 반성문을 한 장씩 정성스레 넣었다.
조태웅이 활짝 웃었다. 파쇄기에 갈리는 종이 소리가 경쾌하게 들릴 정도였다. 고작 이런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기도 했다.
“야 이제 괜찮냐?”
“어.”
그런 조태웅의 얼굴을 살핀 이안은 비서에게 상체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고객님이신데. 정 미안하시면 저기 안 본 척하면서 다 엿보고 있는 우리 직원들 사진이나 찍어 주시는 건 어때요?”
아위의 인기는 로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비서가 회의실의 블라인드를 걷자, 몇몇 직원들이 일어서서 보고 있다가 아닌 척 제자리로 찾아갔다.
“일단 저부터 사진 찍어 주시고요.”
비서의 말에 멤버들이 웃음을 지었다. 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한 멤버들은 회의실 바깥으로 나와 직원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마이스타에 올리셔도 돼요.”
“맞아요, 보는 악플러 다 쫄리게.”
“안 돼!”
김명진이 황급히 다가와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특히 조태웅의 깜짝 복귀가 걸려 있어서 컴백 전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SNS에 올리셔도 우리 애들 컴백 뒤에 올려 주시겠어요?”
김명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사태를 수습하는 가운데, 누군가 이안을 불렀다.
“이안아.”
“지 변호사님. 정 변호사님.”
그를 부른 사람은 이안의 아버지와 대학 시절 친구라는 지운조 변호사와 정연재 변호사였다.
“로펌 계약할 때 이후로 처음이지?”
“네, 잘 지내셨어요?”
“일거리 많아서 아주 죽겠어.”
지운조 변호사가 우는소리를 했다.
법무법인 서앤우에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은 그들은 부모님의 요청에 흔쾌히 응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연락을 받자마자 소속사로 찾아와 계약을 마치고, 신속한 일 처리로 가해자들에게 빠르게 소장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감사해요. 안 그래도 두 분께 식사라도 사 드리려고 했는데….”
“됐어, 조카한테 밥을 어떻게 얻어먹어.”
정 변호사가 손사래를 쳤다.
“아뇨, 제가 맘이 불편해서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오늘 저녁? 지 변, 어때?”
지 변호사와 정 변호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침 오늘 일정 비네?”
“나도. 그럼 우리 잘나가는 연예인한테 밥 한 끼 얻어먹을까?”
이안이 하하 웃었다.
“제가 비싼 거 대접할게요.”
마침 궁금한 것도 있고.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