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91
191
이미 터진 놈과 곧 터질 놈밖에 없어.
아위와 피버의 소속사, BHL엔터의 대표 이병헌은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출석했다.
“아이고, 이 대표.”
“오랜만이야.”
지인들은 다들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거나 엔터사 대표인 사람들로, 이병헌이 들어서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이 대표 아주 입이 귀에 걸렸겠어?”
“당연하지. 소속 애들 요즘 잘나가잖아.”
아위는 말할 것도 없고, 피버는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본 소속사와 계약을 마쳤다.
아위의 후속 그룹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진 터라 다른 신인 그룹보다 인지도 쌓는 것이 수월했다.
“뭘, 다 우리 애들이 잘해서 그런 거지. 내가 한 일은 없어.”
이병헌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미리 자리를 맡아 놓은 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일단 한 잔 받아.”
“그래. 민 대표는 요즘 어때? 애들 뉴스에 나왔더라?”
“우리 애들이야 뭐… 투어 돌고 있지.”
이병헌이 옆 사람, 민 대표가 따라 주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옆 사람은 루나걸즈 소속사의 대표였다. 루나걸즈는 미국 진출에서 꽤 큰 성과를 거두고 월드 투어를 돌고 있었다.
“이거 나보다 민 대표가 더 입이 귀에 걸리다 못해 찢어졌겠는데?”
이병헌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민 대표가 씨익 웃었다. 표정이 밝은 것 보니 투어 규모가 만족스러운가 보다.
“그쪽 애들도 이제 해외 진출해야지. 뭐 일정 없어?”
“미국방송이 하나 잡히긴 했던데….”
“오, 그래? 무슨 방송?”
“케이든 허트 쇼라고 했었나? 뭐, 내가 그쪽 일을 알겠나. 다 미국 소속사에서 준비해 주는 거지.”
사실 이병헌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일단 모른 척을 했다.
케이든 허트 쇼는 미국을 대표하는 진행자, 케이든 허트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오래된 미국의 인기 토크쇼 중 하나였다.
때문에 출연하는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톱스타가 대부분이었고, 어지간한 인기 아니면 출연하기도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그거 유명 쇼잖아.”
“그래?”
민 대표가 오, 감탄을 내뱉으며 이병헌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이병헌이 실실 웃었다.
“그런데 미국보다는 일본이 낫지 않겠어?”
이병헌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술을 홀짝이며 말했다. 맞은편의 남자는 정 대표, 남자 아이돌 그룹 제스퍼의 소속사 대표였다. 그리고 제스퍼에는 다이키라는 일본인 멤버가 있었다.
“일본 쪽이 돈이 되긴 하지. 안정적이고.”
민 대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병헌도 앓는 소리를 내며 괜히 제 어깨를 두드렸다.
“안 그래도 일본 쪽도 신경을 써야 해. 그쪽 소속사 눈치도 보이고.”
“그쪽에서 요청이 많나 보지?”
“많아. 팬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우리 애들 도쿄돔 한 번은 보내야 하지 않겠어?”
“그럼 미국은 그냥 맛만 봐. 거긴 아직 마음먹는다고 되는 시장이 아니니까. 아, 민 대표야 애들이 걸그룹이고 특색 있으니까 된 거지.”
정 대표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스퍼는 같은 일본인 멤버가 있다 보니, 일본에서 꽤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제스퍼는 한국보다는 일본 활동에 치중하고 있었다.
민 대표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일단 허허 웃었다.
“보이그룹으로 미국 진출 성공한 마이디어도 있잖아.”
“에이, 걔네는 미국 진출 당한 거고, 마이디어니까 뚫은 거지. 이 대표네 애들이 몇 년 됐지?”
애들이라 함은 아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병헌은 아위 멤버들 생각만 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애들? 올해 12월이면 만으로 4주년 되지.”
이병헌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정 대표가 눈썹을 들썩였다.
‘그렇게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인기가 그렇게 많단 말이야?’
애써 동요를 숨긴 정 대표는 맥주를 한입에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
“크으, 아직 많이 남았구만. 투어 팍팍 돌리고 빨리빨리 빨아 먹어. 그 정도 인기 있는 애들이 그룹 유지를 하겠어? 계약 끝나면 다 떠나서 둥지 틀겠지.”
원래 인기가 많아지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마음이 붕 뜨고 그런 거다. 정 대표가 으스댔다.
정 대표는 제스퍼로 엔화 맛을 보자마자 행동이 매우 거만해진 감이 있었다.
‘근데 저 새끼는 아까부터 친한 척 지랄이야?’
이병헌이 표정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민 대표 외에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민 대표는 ‘야 니가 참아’라는 듯 이병헌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특히 남자 애새끼들은 조심해야 돼. 룸빵 가서 술살찌고 여자 맛 들이면 큰일 난다? 룸빵만 문제야? 요즘은 비제이들한테 돈도 꼬라박는다며? 그 막 야시시한 그런 애들 있지?”
이병헌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저 씨발 놈이. 우리 애들이 너 같은 새끼인 줄 아나.’
이병헌도 한 성깔 하는 사람이라 가만두면 주먹이 먼저 나갈 것 같았다. 민 대표는 이병헌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고는 그냥 마시라며 재촉했다.
민 대표는 정 대표에게 그만하라며 손을 휘저었다.
“에이, 아위 걔네들은 데뷔 초부터 팩트픽스가 붙은 애들이야. 지금도 붙어 있을걸?”
“내가 틀린 말 했어?”
아주 무례한 말이었지.
정 대표는 뻔뻔한 얼굴을 치켜들고 민 대표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런데 민 대표는 그걸 어떻게 알아? 이 대표랑 동창이라고 감싸 주는 거야?”
“우리 주연이랑 저기 이안이가 열애설 났었잖아.”
“아, 그거?”
“그래서 그 뒤로 팩트픽스가 귀찮게 따라다녔었는데, 애들 둘 다 먼지 한 톨 안 나왔지.”
무려 팩트픽스가 포기한 아이돌로 이름을 날렸다. 민 대표는 정 대표가 이안과 김주연의 열애설로 또 헛소리를 할까 봐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참, 정 대표는 ST엔터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이병헌은 민 대표의 노력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 술만 마셨다.
‘ST엔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그는 신경을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리며 화를 삼켰다.
“그 왜 유 대표 있잖아. 유광식.”
“유 대표? 아 왕년에 주먹 좀 쓰셨다는 형님?”
민 대표와 정 대표의 대화에 이병헌은 말없이 술만 홀짝이며 대화를 엿들었다.
“거기가 왜?”
“거기가 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하더라고. 직원들 월급도 밀리고.”
“그럴 리가. 거기 소속 애들 일본도 많이 돌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벌어들이는 엔화가 얼만데 직원들 임금 밀리는 게 말이 돼?”
“답 나왔네. 사업 병이지.”
엔터사는 소속 연예인을 관리하는 일도 하지만, 가끔 사업을 확장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요식 사업 그런 건가 본데? MI엔터도 그거 했다가 회사 휘청한 적 있었잖아?”
“MI엔터는 ST랑은 급이 다르지. 거긴 3대잖아.”
다만, 사업 병에 걸려서 이것저것 건들다가 회사의 간판을 내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엔터사는 엔터 일에 치중해야 한다는 이병헌의 철학과는 맞지 않았다.
“애들 하나 잘 띄우면 그런 거 안 해도 통장에 돈이 꽂히는데.”
이병헌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 대표를 응시했다. 민 대표도 이병헌의 도발에 동참했다.
“그렇지, 아위처럼?”
“루나걸즈처럼.”
이병헌과 민 대표가 껄껄 웃으며 잔을 짠, 맞댔다. 맞은편에 앉은 정 대표가 표정을 굳혔다.
“근데 저기 박 대표는 표정이 왜 저래?”
이병헌은 테이블 맨 끝에서 말없이 술만 들이켜고 있는 박 대표를 향해 고갯짓했다.
“말도 마. 저기 소속 중국 놈 둘기 돼서 날아갔어. 하필 메인보컬이었어서 그룹이 아주 폭삭 망했지.”
“허, 그런 일이 있었어?”
한창 외국 멤버를 하나씩 그룹에 끼어 데뷔시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직 외국인 둘기 사태가 터지기 전 일이었다.
이병헌은 그 당시 블랙러시 전원을 한국인 멤버로 구성해 데뷔시켰다.
그런 이병헌을 보고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외국 멤버, 특히 중국 멤버를 합류시키면 그쪽에서 사 주는 앨범 단위가 달라지는데 왜 안 하냐. 라는 쓴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중심에는 박 대표가 있었다.
“근데 중국 놈 둘기 되는 게 어디 한둘인가? 계약서만 잘 쓰면 ATM이잖아.”
이병헌이 술을 홀짝이고선 말했다. 둘기여도 아직 원소속사에 계약 기간이 남아 있으면 중국 활동하면서 번 돈의 얼마를 이미 계약되어 있던 한국 소속사에 지급해 줘야 했다. 그래서 한국 소속사도 소송 없이 그냥 놓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둘기도 아니고 역사 왜곡 프로에 나와서 한복 입고 동북공정 염병 지랄을 떨었더만. 그런 돈을 받을 수 있겠어? 나는 받아도 다 기부한다.”
“허이고.”
이병헌이 탄식했다. 그렇게 뭐라 하더니 꼴좋기도 하고, 그룹에 남아 있는 한국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했다.
“역시 이 대표 고집이 옳았어.”
민대표가 흐흐 웃으면서 이병헌의 잔에 술을 따라 줬다. 이병헌이 피식 웃었다.
“거봐. 외국 놈, 특히 중국 놈은 이미 터진 놈과 곧 터질 놈밖에 없어.”
아위에도 미국 국적의 이안이 있었지만, 어쨌든 뿌리는 한국인의 피가 있기도 했고 이안의 그룹 사랑과 팬 사랑은 이미 연예계에서도 유명했다. 아직 영미권 아이돌 멤버가 둘기가 된 적도 없었고.
이병헌은 아까부터 제 신경을 살살 긁었던 정 대표를 흘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일본 놈도 방심할 수 없지. 마이스타 비공개 계정이라도 털려 봐. 그러다가 혐한 발언 같은 거 걸리는 거 아니야? 정 대표, 너네도 애 잘 간수 해.”
“물론 안 그런 애들도 있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잖아?”
민 대표가 추임새를 넣었다. 정 대표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다이키는 문제없지. 애들끼리 사이도 좋고. 자네들 애들은 사이좋고?”
“그럼, 우리 애들이야 거의 가족이지. 여자애들이 친해지면 친자매처럼 오래 가잖아.”
민 대표는 정 대표의 정신승리가 같잖은 듯 피식 웃었다.
“이 대표는 어때? 거긴 한 놈이 너무 독보적이지 않아?”
“이안이? 크, 이번에 그 콧대 높은 유상에서 상 준 거 봤어? 아주 누구네 소속인지 혼자서 척척 상도 타 오고.”
이병헌은 집에서 시상식을 본방사수했던 날이 생각났다. 그는 이안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환호했다. 그 때문에 손에 있던 핸드폰이 허공을 날았고, 액정이 깨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근데 우리 이안이는 왜? 지금도 아주 훌륭한데.”
“한 놈이 독보적이면 남은 놈들은?”
이병헌은 정 대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눈치챘으나 이럴 때는 ‘눈치 없는 새끼 전략’이 상대방을 열받게 한다는 것을 박진혁을 통해 배웠다.
“남은 놈들도 아주 훌륭하지. 작곡 작사 프로듀싱 완벽하지, 디제잉도 하고 연기 되지, 진행에다가 외국어도 잘하는데 뭐가 문제야?”
“그 한 놈만 못하잖아. 남은 놈들이.”
이병헌이 쯧, 혀를 찼다. ‘한 놈이 너무 잘나가니 다른 애들이 질투를 안 하겠냐. 팀 분열이 안 나겠냐.’ 이런 말을 하고 싶은가 본데, 이병헌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 정 대표는 이래서 문제야. 너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뭐가?”
“우리 애들이 팀 분위기가 개차반이었으면 한 놈 아팠을 때 걔 빼고 활동했지.”
“…그, 그래?”
정 대표는 자신의 말이 안 통하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태웅이 아프니까 다들 요양하고 있는 태웅이한테 쪼로록 가서 애 괜찮은지 살펴보고, 내가 걱정할까 봐 사진까지 보내왔다니까? 내가 그때 얼마나 감동을… 크, 내가 걔네 사진 보여 줄까?”
정 대표는 이병헌의 말에 말려들었다. 이병헌은 이주혁과의 대화방을 뒤져 그가 보내온 사진과 메시지를 보여 줬다.
사진에는 신순자 여사와 산골을 배경으로 한 아위의 단체 모습이 있었다. 그가 보낸 메시지에는 애들끼리 잘 놀고 있고 태웅이도 곧 회복할 것 같다고, 대표님은 걱정 마시라고 적혀 있었다.
리더는 역시, 리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