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3
233
쟤가 연예인이 됐잖아.
콘서트가 끝나고, 백스테이지를 가족 그리고 지인 등 사람들이 채웠다.
[인기 많아지니까 ‘손님’도 많이 왔네.]콘서트 관계자, 혹은 소속사를 통해 들어온 일명 빽녀들도 어김없이 백스테이지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어 주세요.”
이안은 그들이 찾는 멤버 중 1순위였다. 얼굴에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오, 얘네는 유명한 애들인데.]‘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야, 쟤는 서 회장 손녀네? 친하게 지내.]‘여기서 친해져 봤자 의미 없지.’
진은 셔터를 찰칵거리며 여기 온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영아!”
“어, 누나들.”
때마침 김주영과 ‘귀촌 생활’을 같이 찍었던 배우들이 백스테이지에 들어섰다.
“공연 멋있더라?”
“근데 우리가 이런 데까지 와도 되는 거야?”
“뭐 어때, 손님들 많네. 어쨌든, 주영이 덕분에 우리 딸이 신났잖아.”
가족들까지 데리고 온 그들이 김주영과 얘기하고 있을 때, 이안은 이때다 싶어서 김주영의 뒤에 붙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어머, 안녕하세요.”
이안이 피신 목적으로 곁에 온 것을 파악한 김주영이 이안을 옆에 세웠다.
“다들 아시죠? 누나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이안이에요.”
“어머, 진짜 잘생겼다.”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이안이 김주영에게 고맙다 눈짓하고는 배우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주혁아.”
“오셨어요?”
한쪽에는 이주혁의 부모님도 백스테이지를 찾아 이주혁에게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우리 아들 너무 멋있었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혁이 깍듯한 인사를 건네자. 새엄마인 박연자가 씁쓸하게 웃었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착하고 늘 배려심이 넘쳤는데, 사실 그냥 말 잘 듣는 아들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녀도 이주혁의 가사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어때요?”
“…어어?”
생각에 잠겼던 이주혁의 아버지, 이영수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도박에 빠진 아내를 보다 못한 이영수는 이혼했고, 재혼하기 전까지 몇 년을 홀로 이주혁을 키웠다.
(거기 가서 사고 치지 말고. 어른 말 잘 들어야 한다. 할 수 있지?)
전처가 자신 명의로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당장 생계 문제가 빠듯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아들을 친척에게 맡기면서 늘 강조했던 말이었다.
(돈이 너무 안 모이는데….)
(착한 내 아들. 너는 니 엄마처럼 사고 치지 말고, 늘 바르게 살아야 한다.)
(주혁아, 너는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지?)
버는 족족 빚을 갚느라 썼던 터라 앞길이 막막할 때 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때 이주혁은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한 어린 나이였다.
‘그러고 보니 저 애는 싫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었지. 애가 하는 흔한 짜증도….’
이영수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에 눈치를 봤고, 그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꼬박 지켜서 그게 습관으로 굳어졌다. 자신의 속이 곪아 가는 것도 모른 채.
‘내가 애한테 너무 부담을 줬어….’
그렇게 생각한 이영수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이주혁의 부모는 이안의 부모님이 한국에 왔을 때,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하루 머물게 한 적이 있었다.
(주혁이 착하고 배려심 넘치지만, 과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셨어요?)
각자 아들 자랑을 하다가 이안의 어머니인 나현주가 조심스레 내뱉은 말이었다.
그때는 남의 가족 사정도 모르고 오지랖을 부린다며 속으로 생각했었지만, 그때부터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타고난 거죠. 우리 애 성격이 원래 그래요.)
(글쎄요…. 제가 느끼기에는 애 어깨에 짐이 무거워 보여서요.)
여태껏 잘 모르던 생판 남이 느낄 정도였으니 얼마나 심했겠는가.
(저 부모 동의가 필요한 일이 있는데요. 계약 때문에….)
(갑자기? 이상한 계약은 아니지?)
(저 아이돌 해 보려고요. 이게 연습생 표준 계약서래요.)
(그래?)
갑자기 아이돌을 한다며 짐을 싸고 연습생 숙소로 들어갔을 때, 부모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진로를 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의심 없이 보낸 게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이렇게 부모 도움 없이 홀로 성공한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했다.
“무대, 어땠어요?”
무대 위에서는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 보였는데, 이제 와 부모의 눈치를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냥 못 했던 말을 했을 뿐인데…. 입을 꾸욱 다물던 이영수가 이주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동안 미안했다.”
“네?”
“그동안 내가 많이 부담 줬지?”
“…….”
이주혁이 멋쩍게 웃었다.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답이었나 보다. 이영수는 그런 이주혁을 안심시키듯 푸근하게 웃었다.
“오늘 아주 멋있었다. 장하다.”
“…네.”
* * *
콘서트가 끝나고, 뒤풀이를 위해 치킨집을 찾은 김은하와 일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의 화면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기 바빴다.
“치킨 다 식어요.”
“프리뷰 좀 더 올리고. 먼저 먹어.”
사진을 찍지 않았던 한 사람이 냉큼 닭 다리를 들었다.
김은하도 다른 홈마와 마찬가지로 잘 나온 사진에 자신의 홈 로고를 합성해 올렸다.
RUN TOGETHER 프리뷰
무대천재♥
#아위#이안#최이안#AWY#Ian#ChoiIan
사진은 올리자마자 빠르게 리트윗이 됐다.
OH GOD THANK YOUUUUU
thanks masternim
한국 팬뿐만 아니라 외국 팬까지 답글을 달 정도였다.
‘재밌다.’
재고까지 소진될 정도로 빨리 판매된 슬로건, 사진을 올리는 족족 달리는 자신에 대한 찬양글. 김은하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늘 무대 진짜 좋지 않았어? 역시 첫 콘이라서 그런가?”
“내일 착장 기대된다. 은하 너는 내일 안 오지?”
잘 나온 사진을 얼추 다 올린 홈 마스터들이 그제야 포크를 들었다.
“언니, 저 내일도 오려고요.”
“티켓 사게? 플미 가격 미쳤던데?”
“적금 깨죠, 뭐.”
단단히 결심한 김은하를 보며 홈마들이 소리 내 웃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적당히 해.”
“맞아. 너 아직 졸업도 못 했잖아.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뭐, 우리야 같이 다닐 사람 더 있으면 좋지만.”
그들은 말리는 척만 하고 치킨을 입에 물었다. 김은하가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아서 콘서트에 오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녀들도 가수를 따라다니느라 빚을 지고 있었고, 김은하가 인생을 나락으로 향하고 있든 말든 어차피 내 일이 아니었으니까.
* * *
콘서트 두 번째 날에는 드디어 박진혁의 누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야… 야, 너.”
박진혁의 누나, 박서현이 백스테이지에서 손님과 사진을 찍는 박진혁에게 삿대질했다.
“감사합니다!”
“진혁 씨, 저도 사진 한 장만.”
아이돌 동생이 갖고 싶었다고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실천할 줄은 몰랐다.
동생의 데뷔 소식에 먼 타국에서도 아위의 영상을 몇 번 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규모가 큰 콘서트 현장에서 직접 무대를 하는 것을 보니 더욱 괴리가 느껴졌다.
“서현아, 뭐 해? 진혁이랑 사진 찍자.”
“아니, 엄마. 쟤가 연예인이 됐잖아.”
“그게 왜? 니가 해 보라고 했다며.”
“아니 그건 맞는데…. 쟤가? 저 박진혁이?”
박진혁을 눈앞에서 봐도 믿기지 않아서 되물었다.
게다가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서 더 연예인 같아진 동생을 보니 박서현의 발걸음이 저절로 주춤거렸다.
“누나!”
박진혁은 누나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이주혁과 박서담이 고개를 홱 돌렸다.
“진혁이 누나 오셨어?”
“어디? 어디요?”
다른 사람들과 사진을 찍던 멤버들은 이때다 싶어 박진혁에게 모였다.
“진혁이 형 누님?”
“한 번도 못 봤는데. 어디 계셔?”
그들은 서로의 가족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모지 못했던 박서현은 아위 멤버들이 가장 궁금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다른 한 명은 이안이 핑계 댔었던 이안의 덕잘알 사촌 누나였다.
“어… 어어.”
갑자기 몰린 ‘연예인’들의 시선에 박서현의 귀가 빨개졌다. 박진혁은 그런 누나를 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아니 니가 아이돌이 됐잖아. 적응 안 되게.”
박서현은 박진혁의 옆에 서 있는 멤버들을 보며 뻘쭘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멤버들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자 박서현이 눈을 깜빡였다.
‘악 눈부셔.’
다들 외모도 눈에 띄는 외모였는데 무대 화장으로 이목구비가 진해진 데다가 머리 세팅까지 되어있으니 진짜 연예인이라는 게 실감 났다.
그 모습을 본 박진혁이 히죽 웃었다.
“나 어때? 동생 아닌 거 같지? 멋있지? 막 존경심이 생기지?”
“넌 닥치고. 어우, 안녕하세요.”
그래도 동생은 동생 같았다. 박서현이 팔꿈치로 박진혁의 옆구리를 때렸다. 꽤 아팠는지 박진혁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상체를 숙였다.
“진혁이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네? 쟤가 뭔 헛소리 한 거 아니죠?”
“아뇨, 진혁이 아이돌 하라고 한 게 누나가 말해서 그랬다면서요?”
“그랬긴 그랬는데…. 말 편하게 해도 돼요.”
멤버들은 사실, 공연 시작 전에 박진혁에게 주문받은 게 있었다. 누나가 오면 자신을 띄워 주지 않겠냐는 부탁이었다.
“누나 말 아니었으면 진혁이 어디 힙씬에서나 볼 수 있었을걸요? 아이돌 해 줘서 다행이지.”
“주혁이 형…! 믿고 있었다고!”
이주혁의 말에 박진혁이 감동해서 눈을 반짝 빛냈다. 박서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보니 무대 잘하는 건 알겠는데, 저 애가 그렇게?
“진혁이가 너네 그룹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해?”
“그럼요. 팬들도 진혁이 형 좋아해요. 스포요정이라고.”
“저희 태웅이랑 같이 분위기 메이커죠. 팬들은 몰이 멤버라고 하는데… 없어선 안 되지.”
“저희 작곡도 같이하거든요. 저작권료 대박이에요. 누나도 진혁이 형한테 많이 뜯어내세요.”
딱히 박진혁이 주문하지 않아도, 가족 앞에서 박진혁의 뒷담을 하겠나. 굳이 띄워 줄 생각도 하진 않았지만, 멤버들은 이걸 빌미로 박진혁에게 야식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멤버들이 열성적으로 띄워 주니 박진혁의 부모가 흐뭇하게 웃었고, 박서현은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팔짱 끼며 으스대는 동생을 허탈하게 바라봤다.
“진혁이 형 누나분 오셨어요?”
이안은 드라마를 같이 찍었던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뒤늦게 합류했다. 박진혁의 바로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안을 보며 박서현이 숨을 삼켰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서현은 이안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는 그만 정신을 잃을 뻔했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생겼어.’
화면으로 봤을 때도 압도적인 외모라 생각했는데, 실물이 더했다. 박서현은 목까지 새빨개진 채 고개만 끄덕였다.
“막콘 오셨으면 같이 밥이라도 먹는데….”
“다 같이 사진이나 찍을까요?”
한참을 박진혁의 가족과 대화하던 멤버들은 슬슬 그곳에 모인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박서현을 중심에 둔 채 자리를 잡자 그녀가 안절부절못했다. 그녀의 바로 옆에 이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 빡세게 하고 왔지!’
그녀가 어색한 웃음을 띤 채 카메라를 응시했다.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며 자다가도 허공 발차기를 했고, 박진혁의 놀림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