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2
232
형 자작곡 들어 본 사람 있어?
리프트가 올라가고 아위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이 함성을 질렀다.
잠시 카메라를 응시하는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곧바로 멤버들이 무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와….’
팬들은 응원법을 열창하며 응원봉을 흔들었는데, 물결처럼 흔들거리는 빛이 아름다웠다.
“어? 뭐야. 우리 벌써 오프닝 끝났어?”
정신 차려 보니 세 곡을 끝내고 무대 밑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물을 다 마신 이안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김주영이 이안을 툭 쳤다.
“끝난 지가 언젠데…. 아까 무대 봤냐?”
“봤지. 와, 무슨 사람이….”
“다 우리 보러 온 거 맞지?”
“그렇지.”
무대에서는 뭔가 웃긴 장면이 나왔는지 팬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이안도 김주영과 마찬가지로 이 순간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공연 끝나고 힘들어서 지금 이 생각을 후회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세 곡을 끝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얘들아 준비 다 됐지?”
“네.”
감동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이제 다시 올라갈 시간이었다.
* * *
정해진 세트 리스트에 따라 무대를 진행하고, 드디어 각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진혁이 형.”
일렬로 선 멤버들이 손을 내밀자, 박진혁이 그곳을 지나가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랩 무대를 마친 박진혁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나 가사 절지 않았어?”
“아니? 딕션 때려 박히던데?”
“그래? 아 긴장해 가지고.”
“맞아요. 혼자 올라가면 느낌 다르던데요.”
박진혁의 다음 순서인 조태웅은 박서담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발라드 곡을 준비했다.
“다음은 이안이야?”
“어. 중간에 춤 까먹으면 어떡하지?”
이안의 표정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 무대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냥 보컬 무대도 아니고, 팝 댄스곡을 무려 춤을 추면서 부를 예정이었다.
“다 잘하는 최이안도 긴장할 때가 있네?”
“내가 뭐?”
김 현이 히죽 웃었다.
“이때까지 실수한 적도 없고 알아서 잘했잖아. 여유롭게.”
“내가 로봇이야? 지금 속 울렁거려 미칠 거 같은데.”
이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구석에서 안무를 점검하면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주혁도 첫 솔로 자작곡을 선보일 예정이었고, 김 현은 댄스 무대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김주영의 디제잉이었다.
“이안이 형, 잘하고 와요!”
“다녀와!”
이안은 팬들이 선물해 준 인이어를 끼고, 마이크를 들고서는 숨을 깊게 쉬었다. 일곱 명이서 무대를 채웠을 때는 몰랐는데, 홀로 올라가니 무게감이 장난 아니었다.
“꺄아아아악!”
무대 위에 선 이안이 팬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긴장했던 것은 어디 가고 마이크를 들고는 감정을 잡았다.
“누가 속이 울렁거린다고?”
“무대 장악력 쩌는데?”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멤버들이 피식 웃었다. 이안은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울 수 있었다.
이안이 선택한 팝송은 처음에는 잔잔하게 그루브를 타다가 중간에 사운드가 폭발하면서 벅차오르는 곡이었다.
“뭐야?”
“헉! 춤춘다!”
이안의 뒤로 백업 댄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안이 백업 댄서들과 함께 춤을 췄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이 나풀거리는 시폰 소재의 하얀 블라우스여서 큰 동작을 할 때마다 복근이 보였는데, 그럴수록 팬들의 함성이 더욱 짙어졌다.
“저기요, 내 어깨 삼각대 아니거든요?”
“죄송합니다. 이것만 찍을게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었던 김은하는 앞사람의 어깨에 카메라를 올려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아, 하지 말라고요. 촬영 금지인데 왜 찍고 ㅈ랄이야.”
앞사람이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어깨를 흔들었다. 어깨에 걸치는 것 외에도 연속으로 누르는 셔터 소리가 귓가에 울려서 모기처럼 거슬렸다.
김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안의 무대를 찍었다. 춤추면서 노래를 부르던 그가 고개를 뒤로 젖혀 고음 파트를 소화했다.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참다못한 앞사람은 공연장을 돌아다니는 스태프에게 손을 들고 소리쳤다. 그들은 스탠딩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거나, 불법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서 있었다.
“여기 사진 찍어요!”
김은하가 짧게 욕설을 내뱉고는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몇 장 건진 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여기지?”
“저쪽, 저기 같은데?”
스탠딩 외 다른 구역에서도 사건은 벌어졌다. 3층의 한 구역에서 공연장 내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이더니 한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나오시죠!”
“왜요?”
“중계하신 거 다 알아요.”
“저 아닌데요.”
“다 확인하고 왔거든요? 나오라고요.”
“아씨….”
스태프에게 지목당한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서 뻗댔다. 하지만 같은 구역에 앉은 팬들의 따가운 눈총에 엉거주춤 일어났다.
지금 뭐야?
헐 총대 걸렸나봐
다른 링크 있는사람?
링크 여깄다 여긴 4층인데 그래도 목소리라도 듣자ㅠㅠ
영상중계는 없지?
스태프는 언뜻 보인 핸드폰 화면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짐 다 들고 오세요.”
“네?”
“다 들고 오시라고요. 퇴장입니다.”
“아!”
지목당한 사람은 울상을 지으며 스태프에게 반강제적으로 끌려갔다.
콘서트에 못 가는 팬들은 이렇게 현장에 있는 사람의 중계를 듣기도 했다.
“저기 누가 폰 들고 있다.”
“사진 찍은 거 삭제하세요.”
이런 공연은 엄연히 촬영 그리고 중계 금지였다. 김은하처럼 아예 카메라를 들고 찍었는데 운 좋게도 안 걸리거나 돌출 무대로 나오는 멤버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가 걸리는 사람도 있었다.
“퇴장입니다. 짐 들고나오세요.”
이런 사람들은 예외 없이 퇴장이었다.
* * *
“이안이 멋있는데.”
“그렇게 춤추고도 라이브 실화냐?”
“진짜 개사기 부럽다.”
무대 밑으로 내려간 이안은 멤버들의 환대를 받았다. 이안은 과장된 칭찬에 그저 웃었다.
앞에는 다음 순서인 이주혁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다녀올게.”
“형 화이팅.”
서로를 지나치는 짧은 순간 동안 이안이 이주혁의 어깨를 살짝 짚고서는 멤버들과 합류했다.
“주혁이 형 오늘 자작곡 한다고 했죠?”
박서담의 말에 멤버들이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주혁이 형 자작곡 들어 본 사람 있어?”
“야, 박진혁. 너는 들어 봤냐?”
“아니? 주영이도 못 들었다는데.”
웅성이는 멤버들을 뒤로한 채 이안은 묵묵히 물을 마셨다.
* * *
이주혁의 아버지, 이영수는 이주혁의 새어머니인 박연자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와… 진짜 크네.”
“사람들 꽉 채운 거 봐.”
“갑자기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때는 이럴 줄 몰랐는데….”
넓은 공연장에 모여든 사람들이 아들의 그룹을 보기 위해 왔다는 사실과 멤버들이 사소한 행동을 해도 기쁘게 웃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팬들을 보면서 이주혁의 부모님은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언제 나오나….”
“지금 저기, 저기 나오고 있는 거 같은데?”
박연자가 이영수의 어깨를 빠르게 치더니 무대 위를 가리켰다. 돌출 무대 위로 이주혁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의 등장에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주혁은 잠시 사방을 둘러보면서 공연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눈에 담았다.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넌 착한 아이니까”
음악 없이 에코만 얹어진 음향에 덤덤하게 시작한 랩은 운율의 강조를 약하게 해서 마치 누군가에게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내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때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 채”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읊조리던 이주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서 점점 배경 음악이 고조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착한 아들로
누군가에게는 착한 리더로
타인에 맞춰 사는 삶으로”
무대를 지켜보던 이주혁의 아버지, 이영수가 자신의 허벅지를 꾸욱 눌렀다.
“이건….”
후렴구에서 터지는 음악에 이주혁은 힘들지도 않은지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곡을 불렀다. 스탠딩에 있는 팬들은 한 손을 높이 들어 앞뒤로 흔들었다.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해”
아들의 손짓에 팬들이 환호하고 그가 무대 위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영수는 웃을 수 없었다. 이주혁의 가사에는 그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도 있었으니까.
“내가 애한테 못 할 짓을 했어….”
다른 팬들과 똑같이 환호하던 박연자가 이영수의 중얼거림을 듣고는 손뼉 치던 손을 멈췄다.
“왜 그래? 당신,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후회는 나중에, 지금은 멋지게 무대 위에 서 있는 아들을 향해 응원을 보낼 때였다. 애써 밝게 웃은 이영수가 팬들을 따라 환호했다.
* * *
끝나고 싶지 않았던 공연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물론 내일도, 모레도 공연은 있지만, 첫 공연이라 와닿는 느낌이 더욱 컸다.
“우와.”
“여러분 감사합니다!”
팬들은 어김없이 슬로건 이벤트를 준비했다. 노래가 끝나고, 잠시 무대 위 토크 시간에 멤버들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 이제 저희가 준비한 곡도 마지막 한 곡을 남겨 두고 있는데요….”
“안 돼! 가지 마!”
한 팬이 소리쳤다. 멤버들이 하하 웃었다.
“저희도 막차 끊길 때까지 달리고 싶은데. 내일 공연 오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우리 이 슬로건 들고 단체 사진 찍을까요?”
무대 위 단체 사진을 찍고, 마지막 곡이 끝나고도 팬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앵콜! 앵콜!”
“꺄아아악!”
잠시 암전 끝에 다시 무대 위 조명이 켜졌다.
아위의 로고가 그려진 콘서트 굿즈 티셔츠를 입은 멤버들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팬 송을 불렀다. 화려한 종이 꽃가루가 흩날렸다.
“허어억!”
돌출 무대를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던 조태웅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미끄러운 무대 바닥에 슬라이딩하듯 넘어지고 만 것이다.
“으하학!”
“뭐 한 거야?”
지나가던 멤버들이 그것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엎어진 조태웅을 놀리면서 팬들에게 봤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야 안 다쳤어?”
조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것보다 쪽팔림이 더 컸다.
“야,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팬 서비스해야지.”
“나… 쪽팔려….”
“일어나.”
바닥에 밍기적대는 조태웅을 일으켜 세운 이안이 조태웅의 등을 토닥이고는 먼저 앞으로 보냈다.
이안도 돌출 무대를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이안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던져지는 무언가를 한 손으로 멋지게 잡아챘다.
‘뭐야? 핸드폰?’
스탠딩에 서 있던 한 팬이 무대 위로 인형 던지려다가 그만 손을 착각해 핸드폰을 던진 것이다.
던지는 힘도 좋았는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핸드폰은 이안이 잡지 않았더라면 머리에 맞을 뻔할 정도로 위험했다.
무대 위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사전에 금지했지만, 제재한다고 잘 지켜지지는 않은 것이다.
[큰일 날 뻔했다.]‘잡았으니 됐어.’
이안이 스탠딩석을 살피자, 한 팬이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이안은 나 잘 잡는 거 봤냐는 듯 손짓을 해 팬을 안심시키고서 앞에 서 있던 시큐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사실 꽤 놀랐고 운 좋게 잡지 않았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일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팬 서비스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