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38
238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민하이) 기사 봤다 ㄱㅊ?
(김민재) 부상당했다며? 몸 괜찮아?
(박표현감독님) 괜찮죠? 우리 시즌2 찍어야 해요
(철민갓) ㄱㅊㄱㅊ?? 조심해라
까무룩 잠이 들어 버린 이안은 이른 아침에 깨어났다. 그는 쌓인 메시지를 보며 입을 멍하니 벌렸다.
드라마를 같이 했던 배우, 스태프들 그리고 미라클 이민하. 김철민 외에도 마이킷 전원이 이안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새 기사가 떴나 보네.’
[뭐냐 이 엄청난 메시지. 이게 인싸라는 거냐?]메시지가 온 시각이 다 비슷비슷했다. 아마 소속사가 올린 보도 기사를 확인하고 보낸 것 같았다.
심지어 잠깐 예능에서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까지 괜찮냐며 안부 인사를 보냈는데, 특이한 것은 빨리 나으라며 모바일 상품권까지 보낸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안은 갑자기 뿌듯해졌다. 연락처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빠짐없이 연락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게 니가 귀찮게 왜 하냐고 했던 인맥 관리의 결과다. 언제든 돌아오게 되어 있거든.’
[글쎄….]그냥 최이안 자체가 인기가 많아서 그런 거 같은데. 진은 뒷말을 삼켰다.
‘전화까지 하셨었네.’
이안은 우선 부재중 통화를 남긴 부모님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몸 괜찮아? 손목은 어때?)
통화 연결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안의 전화만을 기다렸던 부모님은 벨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 기사 보고 연락했어요? 자 버려서 미리 연락을 못 했네.”
(너희 실장님이 먼저 연락 주긴 했는데. 그래도 걱정돼서.)
실장이라면, 승진한 박동수였다. 이안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출근해서 보도 기사와 공식 SNS에 글 올리고 대행사 측에 항의도 하면서 이안의 가족한테도 연락한 것이었다.
‘바빴겠네.’
박동수 외에도 소속사 직원들이 일찍 출근해서 사태의 수습을 도왔을 것이다.
“진짜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에요.”
(…그러니?)
“매니저 형들이 과장한 거예요. 깁스도 금방 풀 거고.”
이안은 최대한 부모님을 안심시키고는 통화를 끊었다.
‘아, 먼저 알렸어야 했는데.’
그가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일단 지인들의 메시지 답변을 나중으로 미뤘다. 팬과의 소통이 우선이었다. 아이버스 앱을 들어가 보니 역시 채팅창이 불타고 있었다.
이안은 불편한 오른손으로도 빠르게 자판을 쳤다.
(이안) 안녕
(이안) 많이 걱정했어요?
(이안) 나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
이어서 멤버들이 낙서한 깁스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안의 메시지를 확인한 팬들이 걱정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고, 그러다 보니 미처 읽지 못하는 메시지가 순식간에 쌓였다.
(이안) 내 깁스 도화지됐어 이상하지 않아요?
(이안) 이거 누가 썼냐고? 조태웅이랑 김주영이요 ㅡㅡ 짜증나
* * *
정작 당사자는 공연 전까지 팬들과 소통하면서 즐겁게 지냈지만,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건 뭐예요?”
“팬 연합 성명문이요.”
“아이고… 그 짧은 시간에 이런 걸 다 만들어 오네.”
아위는 연습생 시절, BHL Boys가 SNS와 기사를 통해 공개된 이후 선배 그룹인 블랙러시 제대로 케어 안 하냐며 일부 블랙러시 팬들의 팩스 총공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 팩스는 아위 멤버들에 대한 소속사의 서포트가 부실하다며 소속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문이었다.
“우리도 애들 케어 안 하고 있는 게 아닌데….”
처음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항상 멤버들의 건강을 과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었다.
부실 시공한 대행사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업계에서는 많이 찾는 대행사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던 직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행동력이면 이미 실시간 해시태그는 다 먹었겠네요?”
“지금도 꾸준히 올리고 있네요.”
#BHL_건강관리_잘해 #케어_못하면_소속사가_왜_있어? 같은 해시태그를 본 직원들이 한숨을 쉬었다.
“커뮤 모니터링하다가 봤는데, 트럭 총공도 하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근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 우리가 뭐 많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역시 팬이 많아지니 이런 문제가….”
트럭 총공, 전광판이 달린 트럭을 소속사 앞에다 정차해 요구 사항을 간판처럼 내건다.
보통 이런 요구 사항은 따지고 억지 부리는 내용이 많아서 팬들 사이에서도 민망하고 유난이라고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애들보다 우리가 욕먹는 게 낫죠.”
“그렇죠.”
BHL 엔터는 그동안 일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어차피 소속사는 욕을 먹게 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팬들이 물어뜯으니까.
그들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몸을 흠칫 떨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 * *
박진혁은 이제야 의자 신세를 면했지만, 김 현은 아직 의자에 앉아서 공연을 진행해야 했다.
김 현이 가장자리에 앉아서 무대를 하고, 남은 멤버들은 중앙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안무 도중 빈자리가 보이는 무대는 허전했다.
‘아. 맞다.’
이안은 습관적으로 마이크를 오른손으로 옮기려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마이크를 왼손으로 꽉 쥐었다. 그 행동은 고스란히 홈마의 직캠에 남게 되었다.
“어?”
공연도 막바지에 달했고, 멤버들이 잔잔한 팬 송을 부르고 있을 때, 흩날리는 종이 꽃가루 사이로 팬석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와 뭐야?”
현지 팬들이 준비한 카드섹션 이벤트였다. 그것도 현지 언어가 아닌 한국어로 ‘아프지 마 사랑해’라고 쓰여 있었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정된 카드섹션이었지만, 리허설 무대 사고로 멤버들이 이 나라에 나쁜 기억만 가지고 갈까 봐 급히 수정한 문구였다.
“고마워요!”
멤버들은 당연히 감동해서 팬들을 향해 손 하트를 날렸다.
* * *
공연을 끝마친 멤버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향했다.
“씻고 주혁이 형 방으로 고.”
“오키.”
보통은 각자 방에서 쓰러지듯 자는데, 오늘은 달랐다. 바로 마이디어의 컴백, 음원 공개 날이었기 때문이다.
“왔어?”
“내가 제일 마지막이네. 손 때문에 씻는 거 오래 걸렸어.”
“어 맞다. 도와줘?”
“아니 됐어.”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이안을 끝으로 모든 멤버가 모였다.
“그럼, 본다?”
이주혁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음원 사이트가 아닌 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마이디어의 주요 음원 사이트 정리 글을 들어가 보니, 역시는 역시였다.
“와씨….”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다.”
차트 개편을 해서 아이돌의 진입이 힘들어졌건만, 마이디어는 이것을 가뿐히 무시하고 전 차트의, 앨범 전 곡 올킬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타이틀은 당연히 1위 진입이었다.
“우리도 곡 들어 보자.”
이주혁은 마이튜브로 들어가 마이디어의 타이틀 뮤직비디오를 재생했다. 역시, 인기 급상승 영상 1위에 마이디어가 있었다.
“팝 쪽이네?”
“그러게.”
케이팝이 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각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은 살짝 달랐다. 마이디어의 신곡은 한창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 북미 쪽 트렌드에 잘 맞는 곡이었다.
“노래 좋다.”
“안무도 그렇게 빡센 편은 아니네.”
뮤직비디오 중간중간 보이는 안무는 데뷔 때 마이디어의 모습보다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올, 돈 좀 썼네.]그래도 노래는 중독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다. 뮤직비디오도 전역 후 첫 앨범이라 그런지 스튜디오를 여러 군데 다니며 자본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음… 근데 안무 볼 맛은 안 난다. 나만 그래?”
“나도 좀.”
“동작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거 같아요.”
계속해서 마이디어의 영상을 돌려보던 그들은 갑자기 허탈함이 밀려왔다.
원톱 그룹이다 보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었지만, 이러다가는 평생 마이디어의 뒤만 쫓을 것 같았다.
“우리가 이렇게 신경 쓰니까 없어 보이지 않냐? 정작 마이디어는 우리 신경 안 쓸걸?”
박진혁의 말에 멤버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주혁이 멍하니 말했다.
“그러게…. 우리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다음 앨범 얘기나 하자.”
“근데 마이디어 말고 다른 선배 가수들도 연차 차면 이렇게 몸에 힘을 풀더라고요?”
“계속 빡센 안무만 하다가 골로 가서 그렇지. 우리 관절도 슬슬 위험하지 않냐?”
김 현의 말에 멤버들이 영혼 없이 허허 웃었다. 당장 김 현만 해도 앉아서 무대를 했었다.
“근데 나는 우리의 장점인 퍼포먼스를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안의 의견에 모든 멤버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다 안 하면 허전하긴 해.”
“우리가 퍼포먼스로 유명해지기도 했고….”
듣는 것도 좋아야겠지만, 보는 것도 놓칠 수는 없었다. 마이튜브와 각종 SNS의 발달로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이 더 많이 보는데, 거기서 한 방에 눈길을 사로잡아야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심플한 것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EDM, 힙합.”
이주혁이 김주영과 박진혁을 손으로 가리키다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하우스? 근데 뭐, 장르 따지지 말고 생각해 보자.”
어차피 전자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멤버들이 생각에 잠겼다.
이안은 기억을 곱씹어 봤다. 이 시절의 김용민은 연기에 집중하느라 음악을 그렇게 자주 듣지 않았었고, 유행하는 곡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예전 노래 위주로 들었었다.
‘가만,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디스코 유행했으면 록도 언젠가 유행 타지 않을까?’
[그렇지. 여기보다 좀 더 먼 훗날이긴 한데.]록은 몇몇 가수들을 통해 아직 명맥을 이어 가고 있었지만, 예전의 영광을 잃은 지 오래됐다. 이안이 생각한 것은 옛날 향수가 강한 하드 록이나 글램 록, 혹은 펑크 록이었다.
한 곡쯤은 이런 튀는 곡도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에 잠긴 멤버들 사이로 이안이 넌지시 말했다.
“우리 공연할 때 밴드 편곡 좋지 않았어?”
“맞아.”
“밴드는 어때?”
“밴드? 상상이 안 되는데.”
멤버들이 동시에 이안을 바라보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내는 사이, 이주혁이 중얼거렸다.
“밴드, 록… 괜찮을 거 같기도?”
* * *
일본을 끝으로 아시아 투어가 끝났다. 이제 남은 투어는 북미와 남미뿐이었다.
월드 투어를 반 이상 해냈다는 사실에 멤버들의 기분도 좋았다. 물론 공내, 같은 비행기 사생을 보면서 금방 가라앉았지만 말이다.
“얘들아! 여기!”
“이안아! 이안아 여기 봐 줘!”
김은하와 다른 홈마들이 관심을 끌려고 온갖 소리를 지르면서 빠르게 뛰었다. 아위의 앞에 서서 뒷걸음질 치며 사진을 찍었는데, 경호원이 제지해도 잠깐뿐이었다. 뒤가 안 보이니 다른 승객과 부딪치는 일도 있었다.
이안은 한숨을 쉬면서 머리에 쓴 볼캡을 더 깊게 눌러썼다.
“이안아! 나 알지?”
이안도 눈에 익은 팬이었다. 그냥 팬사인회나 이벤트 때 수줍게 웃으며 예쁜 말만 했던 그녀는 이제 사생 짓을 스스럼없이 하면서 온갖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 이안은 앞장선 경호원의 어깨만 바라본 채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지금 날 무시한 건가?’
이게 말로만 듣던 빠혐이야? 그렇게 팬서비스가 좋다는 이안이가? 김은하가 다른 홈마 무리와 함께 이동하지 않고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지, 나라도 공내까지 따라다니면 싫어하긴 할 거야.’
머리는 그렇게 받아들여도 가슴은 이해를 못 했다.
‘그래도 내가 돈도 많이 쓰고 사진도 예쁘게 찍어 주는데 쳐다도 안 볼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