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51
251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죠.
오늘은 아이돌로서도 배우로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을 어렵게 모셨다. 보이 그룹 아위의 이안, 그의 인터뷰를 본지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한다.
Q. 안녕하세요, 이안 씨.
이안: 안녕하세요.
Q. 요즘 어때요? 아위 신곡 ‘Firework’가 글로벌 순위에 꾸준히 올라가 있고 ‘너를 알고 싶어’가 시청률 20 프로를 넘기면서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거 같은데.
이안: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여기저기 불러 주시는 곳이 많았어요. 바쁘죠.
바쁘다 못해 몸이 갈릴 지경이었다. 음방 활동 기간도 지났는데 다시 음방 활동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데뷔 초 일주일 내내 음악 방송에 출근하던 상황 같았다.
그룹과 겹치는 광고를 제외하고도 품목이 겹쳐서 이제 더는 찍을 광고가 없을 정도였다.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한령 때문에 한국 연예인을 꺼리던 중국에서도 광고 요청이 올 정도였다. 중국 번화가에 이안이 현지 음료 브랜드를 들고 찍은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고, 태국 TV 광고로 그의 얼굴이 보일 정도였다.
OTT 플랫폼에 퍼진 ‘너를 알고 싶어’의 아시아 화제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 유럽과 아메리카 쪽에서도 이안을 글로벌 뮤즈로, 앰배서더로 쓰고 싶다는 명품 브랜드의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Q. 연기와 시청률 둘 다 잡았고 업계에서도 호평 일색인데, 대본도 많이 들어오시죠? 충무로 거장, 임훈 감독님이 이안 씨를 꼭 주연으로 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이안: 영화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해 보고 싶긴 해요. 근데 당분간은 그룹 생활에 집중해야죠.
이때, 이안 씨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대형 스포일러를 손에 쥔 사람처럼.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사람처럼.
Q. 그룹 생활에 집중해야 할 소식이 있나 보네요?
이안: 아위덤이 놀랄 만한 소식을 조만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이젠 연기가 아니라 무대로 보여 드려야죠.
Q. 무슨 소식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좋은 작품 제안이 많았을 텐데 아쉽지는 않으셨어요?
이안: 전에도 늘 말했지만 ‘내 정체성은 아위고 이제는 그룹 활동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다고 배우 활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웃음) 아위가 있었기에 배우 최이안도 있는 것이죠. 이건 저희 그룹 태웅이도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고요. ‘그룹이 있어야 나도 있다.’
“멤버분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으신 거 같아요.”
“누나가 있는 진혁이 형이나 동생들이 있는 서담이 외에는 전부 외동이다 보니까 더 형제처럼 의지하는 면도 있죠.”
“보기 좋네요.”
인터뷰어가 녹음기를 껐다. 오프 더 레코드, 지면에 싣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건 한 사람의 팬으로서 여쭤보는 건데요, 오픈 톡방 사태가 꽤 심각했잖아요? 이안 씨도 알고 계셨죠?”
“네. 알고 있었죠. 어딜 가나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오픈 톡방의 존재를 어디서 들어 봤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실체를 직접 보는 것은 달랐다.
로 국민 청원까지 올라가고 팬의 화력으로 몇 시간 만에 20만 명을 넘겨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국위 선양하고 있는 한류 스타에 대한 음해 세력으로 번져 뉴스에 보도되었고 이것을 본 중장년층들도 분노를, 아위와 이안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 초부터 잠입했다던데, 그 팬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금 걱정되긴 했어요. 이 정도 집념으로 찾아다닌 거면, 저를 되게 많이 좋아하시는 분인 거잖아요?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 조작하는 걸 바로 가까이서 봤을 거 아니에요? 그동안 저에 대해 욕하는 말도 많이 들었을 거고.”
“…그렇죠.”
“그러면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으셨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크긴 하지만….”
“아… 그렇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음부터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저는 이런 일에 익숙하고, 또 팬분들 덕분에 이겨 낼 수 있으니까. 우리 팬분들은 그냥 좋은 것만 보고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어는 감동한 눈빛으로 이안을 쳐다봤다. 이 내용을 꼭 지면에 싣겠다 다짐하면서 빠르게 키보드 자판을 쳤다.
이안과 이채은의 열애설은 빠르게 묻히고, 대신 오픈 톡방의 실체 폭로 글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픈 톡방에 잠입했다는 이안의 팬은 추가 글을 올렸었다.
-옾톡 터뜨린 거 난데
(사진)
얘네 호다닥 나가는 거 봐라ㅋㅋㅋㅋㅋ쾌감쩔
아 그리고 조태웅 학폭주작 고굽척했던거 아니고 병헌이한테 자료 계속 보냈었음 ㅡㅡ (사진) 내 메일 이력 봐라 ㅅㅂ
원래는 쭉 잠입해서 자료 모아서 보내려고 했음 빨리 터뜨리면 이 쓰레기들이 또 옾톡 파서 주작할거 뻔하잖아ㅇㅇ
근데 지금 터뜨린 이유는 나도 상황 돌아가는 거 보다가 멘탈 갈려서도 있었고 얘네가 자꾸 커뮤에 주작 날조 글쓰고 인증하라고 압박해서 아 이젠 안되겠다 하고 터뜨린거임
그리고 니들이 심심할때마다 끌올하는 임진각 앵무새도 바로 나야ㅋ
└ㄹㅇ???
└아니 미친 그 레전드가 쓰니라곸ㅋㅋㅋㅋㅋ
└이안아 누나가 해냈어~!~!~! 미친 개처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크나이트좌ㄷㄷㄷ
└이쯤되면 소속사나 애들이 뭐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글쓴이) ㄴㄴ 병헌이네 덕잘알이라 안해줄걸? 해줘도 안받을거임 팬이랑 가수는 거리를 둬야 하고 누구 하나 편애하면 안되는 거시야
└└└얘는 찐이다
└└└야 지금 말하지만 우리편이여서 다행이다 진짜
└└└└222
└└└└└333
“혹시 사건의 경과를 물어봐도 될까요? 인터뷰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요.”
국민 청원을 했다고 해도, 이런 톡방 전체에 대해 처벌할 법적 장치가 약한 것도 사실이었다.
대신 그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허위 사실 유포를 했다는 증거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소속사와 법무법인은 이 사람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오픈 톡방에 있던 사람들부터 빠르게 잡기로 했다.
‘듣기로는 이모랑 삼촌이 벼르고 있다고 하던데….’
지운조와 정연재 변호사는 감히 내 조카를 건드리냐. 벌금으로는 안 되겠다. 실형이다. 이참에 판례를 만들어야겠다느니 분노했다고 한다. 이안으로서는 든든한 일이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이런 일이 알음알음 있어 왔다고는 하지만, 이안 씨 덕분에 공론화된 측면도 있어요. 연예인 까질 톡방뿐만 아니라 오픈 톡방 범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랑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더 분별을 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요.”
“제 덕분이라기보다는 팬분들 덕분이죠.”
양쪽 입장을 들어 보기도 전에 휩쓸려서 어쩐지 쎄했다느니 이 연예인은 걸러야겠다느니 물타기를 하는 사람을 보며 네티즌들은 ‘옾톡에서 몰려왔냐. 개돼지들이다.’라고 격한 말을 하면서 논란이 불타오르기도 전에 빠르게 신고 차단을 하기도 했다.
“그럼 혹시 이 일을 인터뷰에 실어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의자에 편하게 기댄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인터뷰는 소속사 검토 후에 실린다. 공개되면 입방아에 오를 것들은 사전에 다 쳐 낼 것이다.
Q. 인기가 많아진 만큼 구설수도 많았잖아요? 조심스럽지만, 그때의 심경이 어땠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안: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이런 일은 늘 있어 왔으니까. 근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은 좀 버겁더라고요.
Q. 하지만 지금 표정은 밝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이겨 내셨는지 물어도 되나요?
“일단, 멤버들이 많이 도움이 됐죠.”
“어떻게요?”
멤버들이 티는 안 냈지만, 다들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갈망, 야망 정도는 있었다. 나인세븐처럼 한 멤버가 유난히 튀어서 팀워크가 그리 좋지 못한 팀도 있었고.
멤버들마저 이안을 시기하고 질투해서 그의 상황을 무시했더라면 조금 슬펐을 것이다.
‘우리 멤버들이 만약 다이아몬드 멤버들이랑 비슷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분위기를 살피던 멤버들은 하나둘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옆에서 지켜보던 진이 이런 멤버는 유니콘급이라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장난으로 핸드폰 많이 본다.’, ‘연애하는 거 아니냐.’ 드립을 쳤던 것이지 실제로 일어나고, 그 방향이 안 좋은 쪽으로 향하다 보니 사건의 심각함을 느꼈다.
“일단, 현이 형이 안 그런 척하면서 신경 많이 쓰거든요.”
“팬들 사이에서는 츤데레로 유명하죠.”
“네, 맞아요. 그 형이 스케줄 하러 갈 때마다 전화는 꼬박했던 거 같아요. 열애설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태웅이는 오픈 톡방 존재에 같이 화를 내 주기도 했고….”
오픈 톡방 까들은 조태웅의 부정적 여론 조작에도 가담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은 안 조태웅은 어떻게 사람들이 이러냐고 화를 냈다. 축 처지는 것보다 분노하는 게 훨씬 나았다.
김 현 다음으로 대화를 많이 건 것은 이주혁이었다. 김주영은 이안이 좋아하는 음식 같은 것을 하나씩 공수해 오기도 했고 박서담과 박진혁은 이상한 만담 같은 것을 펼쳤는데, 사실 별로 웃기지는 않았다. 노력이 가상해서 웃어 주는 척은 했다. 어쨌든, 기분은 좋았으니까.
“특히 이런 일을 털어놓을 곳이 별로 없잖아요. 가족한테 하면 걱정시켜 드리는 것 같고. 그래서 멤버들끼리 대화를 많이 했어요.”
“맞아요. 말의 힘이 크죠.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짐을 덜 수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여섯 명씩이나 되니까. 기분 좋으시겠어요.”
인터뷰어는 팬의 자세로 이안의 말을 경청했다. 이안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역시 팬분들 덕분이죠. 기부 릴레이 보셨어요?”
“알죠. 저도 소액이지만 참여했었어요.”
“진짜요?”
“네,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말 좋은 취지잖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어요.”
“저도 놀랐어요. 저는 주피터 세대거든요.”
아이돌 역사에 길이 남을 팬덤을 가진 주피터, 그 팬덤의 진상력이 어마어마했다. 오죽하면 주피터의 팬덤은 케이팝의 암 덩어리라고 하면서 엮이기 싫어할 정도였다. 이안의 팬이 그들 같았다면 이채은은 연예계를 은퇴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극성맞은 팬들 때문에 아이돌 팬에 대한 인식이 지금까지 그렇게 좋지는 않았잖아요.”
“그렇죠.”
“자발적인 기부 문화로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것, 그리고 이게 단합이 잘됐다는 것. 이안 씨에 대한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죠. 영향력도 상당했고요. 팬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도 좋겠네요.”
인터뷰어는 나도 그중 한 사람이라는 말은 생략했다.
Q. 이제는 월드 스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시는지 궁금하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이안: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룹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아직 좋은 기회도 많이 있고….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만 들려오게끔 최선을 다할 거고요.
이번 일로 더욱 단단해졌다는 이안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멤버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팬에 대한 감사와 염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날이었다.
“인터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수줍게 손을 내민 인터뷰어의 손을 잡아 악수한 이안의 얼굴은 어쩐지 설레 보였다.
“이후 스케줄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제… 이삿짐 싸야죠.”
기자들의 주차장 습격으로 아위는 이삿날을 앞당겼다. 그들이 갈 숙소는 무려 성수동의 한강뷰 아파트였다.